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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누리 서울 인수마을과 홍천 삼일학림에 다녀왔습니다.

kihyukee | 2019.07.13 11:55 | 조회 1859
  지난 6월 25일 화요일 종일 동안 김준표목사님과 이계숙, 장정안, 장기혁집사 모두 4명은 밝은누리의 서울 인수마을, 홍천 삼일학림을 탐방했습니다. 밝은누리는 "생명 평화를 일구는 아름다운 연대"라는 기치로 비교적 최근에 기독교 뿐만 아니라 사회운동분야에서도 크고 작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개신교 공동체입니다. 도시지역(서울 인수동, 수리산)과 농촌에서 터전을 잡고 신앙공동체, 공동밥상, 카페, 작업공방, 어린이집, 초등학교, 중학교, 청년교육, 청년주거, 통일운동 등 현재 2019년을 살아가는 기독인으로 가질 수 있는 문제의식들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도전하며 그 해결책을 모색하는 공동체입니다. 평일이라 많은 분들이 함께 참여하지 못했지만 우리 교인들 가운데 관심 있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 다녀온 후기를 나눕니다. 후기 전반부 서울 인수마을 부분은 장정안 집사님께서 후반부 홍천 부분은 장기혁집사님이 정리해 주셨습니다.        


  식상한 기대와 막연한 상상을 빗겨간 참신한 마을풍경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공동체...  그것도 종교공동체. 저는 그 단어를 듣는 순간 경건하고 신실하며 그들만의 작은 세상에 살고 있는 조금은 답답한 모습을 상상했습니다. 그래도 마을로 들어서며 평화로워 보일 듯한 공동체를 알리는 작은 울타리 아니면 예쁜 이정표를 찾았습니다. 하지만 처음 도착한 인수마을의 얼굴은 복잡한 도심 한복판에 자리한 서울의 여느 동네의 얼굴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것도 상가건물의 표정으로 말입니다.     

 상가건물 3층 마을 서원에서 밝은누리 공동체 인수마을 안내를 맡으신 광은님(장신대 졸업)의 조금은 수줍은 듯 따뜻한 환대를 받았습니다. 광은님은 밝은누리 공동체가 왜 우리 일행이 기대했던 지상낙원일 듯한 공간에 있지 않고 이렇게 서울 한복판에 존재하는지 차분히 이야기하셨습니다. 그리고 공동체가 그 속에서 어떻게 작은 에덴동산을 구현해 나누며 사는지도 너무도 친절히 설명해 주셨습니다.    

  1991년 주님이 바라시는 새날을 꿈꾸던 20명의 총신대 학생들에서 시작된 신앙공동체는 그들이 사회적으로 성장하며 하나님 나라의 구현을 위한 터전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나라를 위한 사회적 관계망이 필요한 시민운동을 위해 서울 한복판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들이 나이가 들어 결혼을 하며 품앗이 육아가 시작되었고 품앗이 육아는 공동육아로 대안학교 설립으로 마을공동체 식사로 공동체가 필요한 몸을 만들며 확장되었습니다.  

  또한 각자의 직업을 갖고 있는 청년들은 함께 기숙사 생활을 하며 신앙공동체의 삶을 나누며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결혼하며 가정을 이룬 성도들은 3~4가족의 기초공동체 속에서 성격말씀과 말씀에 따른 삶을 나누는 방식으로 예배를 드리며 공동체 속에서 자신과 가족의 신앙생활을 합니다. 그리고 한 달에 한번 공동체 전체가 함께 예배를 드립니다.    

  생명 평화 연대, 기독교 평화연대를 통한 세상과의 소통, 밝은누리 공동체 안에서의 신앙공동체의 삶은 아름다운 균형을 이룬 듯 보였습니다. 공동체에 대한 설명과 몇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듣고 점심식사는 인수마을 밥상에서 무료로 제공받았습니다. 광은님은 당연한 듯 점심시간이니 식사를 함께 하는 것으로 섭외단계에서부터 말씀하셨습니다.     

  마을밥상 식사는 심플하면서도 고기교회 밥상과 비슷한 느낌이었습니다. 아이들과 엄마가 편하게 식사하고 아이들이 낯선 사람들에게도 거리감 없이 친근하게 인사하는 모습이 참 편안해 보였습니다. 왜 마을밥상에 참여를 권했는지 그리고 공동체에서 밥을 함께 나누는 밥상이 왜 중요한 지 깨닫는 시간이었습니다. 마을 밥상은 인수마을의 식구들이 매일 점심과 저녁식사를 해결하는 곳입니다. 처음에는 밝은누리에서 도움을 주어 밥상을 열었지만 손익분기점을 넘어서고 현재는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합니다.     

  식사를 한 후 한 바퀴 돌아본 인수 마을은 또 다른 신선함 충격과 설렘을 주었습니다. 대부분의 서울의 옛 동네가 슬럼화되어 방치되거나 재개발과 뉴타운의 대대적 성형수술 후 기억과 역사를 상실해버리는 참으로 마음 아픈 요즘의 현실에서. 인수 마을은 내가 어릴 적 살던 서울 시내 한복판에 존재했지만 단정하고 소박하고 정감어리며 그래서 안전하기까지 했던 나의 유년시절 모습 그대로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믿기지 않을 만큼 너무도 반갑고 감사한 모습이었습니다. 북한산 국립공원과 아주 인접한 곳이라 고도제한으로 2층까지만 지을 수 있는 동네는 많은 집들이 담장을 없애고 다정하고 친근한 모습이었습니다. 그곳에 밝은누리 어린이집과 초등학교가 있으며 아이들이 오후 5시까지 공부하며 논다고 합니다.   

  서울 터전을 잡을 때 지구단위 아파트 개발이 될 가능성이 거의 없고 지하철이 멀어서 집값이 별로 오를 가능성이 없는 곳을 찾았다는 데 과연 서울인데도 아직 그런 곳이 존재하구나 싶어 신기하기까지 했습니다. 한 마을이 그 오랜 시간 동안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단정히, 아름답게 유지하고 있는 모습 속에서 공동체 안에서 살아계시는 하나님과 그 사랑과 보살핌을 충분히 누리고 있는 밝은누리 가족들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마을 카페, 서원, 공방, 밥상, 학교 등 짧은 시간이었지만 공간의 소중한 경험이 사람을, 가족을, 마을을, 공동체를, 하나님 나라를 오랜 시간 생각하게 하였습니다.    


  식사를 마친 우리들은 일정 상 함께 못하시는 김목사님을 지하철역 근처에 내려주고 양양으로 향하는 동서 고속도로를 신나게 달려 홍천 생동중학교, 삼일학림에 도착했습니다. 홍천 도착하니 이곳 안내를 맡고 계신 재원님께서 우리들을 부드럽게 맞이해 주시며 고기교회를 알고 있으며 기회 되면 방문하고 싶었다고 하십니다. 재원님도 인수마을 광은님과 마찬가지로 신학교를 졸업했으며, 혼인하여 현재 홍천 삼일학림에서 교사로 있으며 홍천으로 오신 지 10년 가까이 된다 하셨습니다.      

   밝은누리 홍천에는 생동중학교와 삼일학림이라는 배움터가 주로 있습니다. 생동중학교는 중학교 과정 대안학교로서 주로 인수마을의 아이들이 재학하고 있으며 20명이 조금 못 미친다고 합니다. 삼일학림은 고등학교와 대학과정을 함께 교육하는 과정으로 현대 20여 명 재학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교사들과 전원생활을 원하는 몇 가정이 함께 이곳 홍천에서 생활한다고 합니다. 서울 인수마을과는 여러 가지로 교류하고 있으며 점차 이곳에서도 여러 활동들을 통해 마을과도 소통하고 있다고 합니다.     

  우선 우리는 홍천 터전 이곳저곳을 둘러보았습니다. 교육장이자 먹거리 공급처인 밭이 자리 잡고 있으며 학생이 익숙한 듯 와서 풀을 메는 모습이 눈에 띠었습니다. 이곳의 모든 건물에는 실내에 화장실이 없다고 합니다. 그렇다보니 야외에 생태화장실이 있는 데 화장실을 또 한 동 짓고 있다고 알려주셨습니다. 건축이 중요하고 필수적인 교육과정이라 모든 건물들을 교사와 학생이 함께 짓고 그곳에서 생활한다고 합니다.    

  집들이 대부분 나직나직하고 알 듯 모를 듯 제각기 다양한 방식으로 지어진 것이 눈에 들어옵니다. 마치 웰컴투 동막골의 마을 집들처럼.. 강당, 교실, 기숙사, 맞이방 등으로 쓰이는 건물들의 건축 공법 또한 중목구조, 흙부대공법, 흙과 통나무 공법 등 다양합니다. 이곳에선 학생뿐만 아니라 교사도 몸으로 배우고 익힌 내용을 함께 적용, 실천해 보는 것이 중요한 교육과정이라 합니다. 재원님은 이곳에서 교사, 공동체 생활을 소개하면서 여러 차례 책으로 공부하고 토론하는 것보다 실제로 해보고 경험해보니 배우고 깨닫게 되는 것이 많다는 말을 하셨습니다. 과연 이곳에선 실제로 몸을 움직이고 경험하는 게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재원님에 따르면 홍천의 삼일학림을 정할 때 서울 인수마을과 비슷해서 고속도로 톨 게이트에서 먼 곳이며, 개발이 별로 안 되었으며 앞으로도 별로 개발의 여지가 없는 곳으로 대규모 축사가 없어서 깨끗한 물을 접할 수 있는 곳을 찾았다하니 세상의 논리와 관심사와 다르게 살아가려는 점이 참 일관적이고 고집스럽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지막한 원두막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중 밝은누리의 대표이자 공동체가 출발하는 첫 발을 딛게 했으며 오늘에 이르도록 큰 역할을 해 오신 최철호 대표님이 손님맞이를 마치고 슬그머니 자리를 함께 하시게 되어 좀 더 깊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최대표님은 원래 공동체를 하자는 큰 뜻을 품고 시도한 것이 아니라 성경 말씀대로, 예수님 가르침대로 뜻을 굽히지 말고 살아보려 애쓰고 애쓴 결과 지금의 공동체이며 이러한 삶은 여전히 진행 중이라 하셨습니다.    

  한 예로 우리가 물질을 하나님의 것이라 고백한다면 실제로 그러한 삶을 현실에서 가장 가깝게 살아가려고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밝은누리에서는 십일조는 없지만 ‘나눔’이라는 이름으로 수입이 적으면 적게, 많으면 많게 나누고 더불어 생활하기 때문에 아주 풍요롭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곤궁하게 유지되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게다가 현재 한국사회 혹은 세계적으로 중요한 문제들인 청년, 통일, 기후변화와 생태 문제에 오히려 집중할 수 있다는 겁니다. 개인적 삶에 매몰되지 않기 때문에.   

  최 대표님은 청년시절의 이상적 꿈이 결혼, 육아, 교육이라는 현실에 맥없이 무너져 가는 과정에 가만히 있지 않고 집요하게 묻고 답을 찾았다고 합니다. 우리 소유가 하나님의 것이라 기도하고 고백만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것으로 내어 놓자! 어린 아이를 홀로 키우기 힘드니 함께 키우자! 생활에 우선적이고 꼭 필요한 것들, 예를 들어 먹고, 자고 할 수 있는 것들을 필수로 가르치고 배우게 하자! 경쟁을 통한 대학 입학이 무의미하다면 대학을 가지 말고 자신을 찾고 자신의 삶을 개척하도록 돕자!   

  최 대표는 과장하거나 강하게 말씀하시지 않고 오히려 편안하고 나직하게 말씀하셨지만 그 기운과 의지는 무엇보다 강직하고 올 곧게 느껴졌으며 어느 땐 숙연해지기도 하였습니다.    

  저녁시간이 되어가자 식사를 함께 하자고 제안하셔서 젊은이들과 함께 했습니다. 홍천에서는 식사 시 모든 구성원이 모일 때까지 기다렸다가 한 친구가 밥상기도문을 읽습니다. 

“이 밥이 어디에서 왔습니까? 
우리는 온생명 기운 깃든 밥상 앞에 앉아 있습니다. 
어우러져 살아가는 해, 물, 바람, 흙, 벌레와 땀 흘려 일하는 모든 손길과 하늘 은혜 떠올리니 고맙습니다. 
천천히 온 마음으로 먹고 서로 살리는 밥으로 살겠습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근처 서석면의 밝은공방을 탐방하며 하루 동안 서울과 홍천의 밝은누리에서 따뜻한 환대를 마무리 했습니다. 하루 동안의 탐방이었지만 우리가 교회생활을 통해 이루려는 생명, 평화, 정의의 하나님 나라를 다른 곳에선 어떻게 만들려 노력하고 있는지 살펴보았으며 좀 더 나아가 우리의 자리에서 좀 더 어떤 도전을 시도해 볼 수 있을지 많은 영감을 얻은 시간이었습니다. 다시한번 따뜻하게 우리를 맞아주신 밝은누리 광은님, 재원님, 최철호대표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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