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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아파서야 만난 하나님

이섭 | 2010.11.26 02:23 | 조회 1371
지난 주일 결석했습니다. 앉을 수 없는 극심한 고통 때문에 누워있었습니다. 어떤 자세도 떨어져 나갈 것 같은 다리를 편안하게 하지 못해서 핑계 완벽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어제까지 5일을 그렇게 누워지냈습니다.
오늘 점심, 식탁에 앉아 오랫만에 밥을 먹게 되었습니다.
요 몇일, 2-30분 간격으로 잠에서 고통으로 깨어나면서 "아이구 하나님 살려만 주세요"라고 기도아닌 원을 했습니다.
이렇게 글을 올리는 이유는 그 탄원과 탄식 사이에 제가 오랫동안 진--짜--기도를 해보고 싶었던 것을 찰나이나마 경험했기에 자랑삼고 싶어서입니다. 저보다 더 극심한 육체적 고통과 정신적 황폐로 하나님을 찾는 분들이 많으실 것이고, 그 가운데 극적으로 하나님과 조우하시는 분들이 많을 터이지만, 저에게도 직접적으로 '저를 만져주시고 개입해주시는 하나님'을 만나는 체험이기에 이렇게 자랑합니다.
기도 중에, 기도라고 생각했습니다, 하나님이 이 고통의 방식으로 저만을 지금 만나주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갑자기 행복해지고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마음이 편안해져서 뭐든지 하시라고 했습니다. 정말 모르겠다고, 내일 아침일도 모르겠고, 이 고통을 얼마나 더 가지고 살지도 모르겠다고 그냥 계획하신데로 하시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좀 더 쉬운방법이나 아름다운 방법으로 만져주시면 안되나요 했습니다. 그리고 푹 자지도 못했고, 계속 30분 내외 간격으로 깼습니다.
수요일, 용하다는 한의원에 갔습니다. 후배 차를 타는 순간 허리와 종아리가 떨어져 나갈 것 같아 다시 들어가 눕겠다고 했지만 지푸라기라도 잡자 하고 갔습니다. 한의원 원장님 방에서 첫 눈에 들어 온것은 도나텔로 라는 초기 르네상스 시기 이탈리아 조각가의 일본어 화집이었습니다. 여간해서 일반인이 좋아하기 힘든 작가라 원장님에 대해 궁금해졌습니다. 그 책을 더 가까이서 볼까 하고 징징울면서 몸을 움직였는데 화집 아래 <정릉교회 50주년> 책이 있더군요. 속으로 원장님도 좋은 신앙을 가지셨겠구나 혼자 생각했습니다. 그리곤 바로 침 맞은 채 푹 잤습니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 지나 옷 챙겨 입으며 갈 참인데 목사님께서 전화로 위로를 주셨습니다.(뭐 시키실 일이 있었던 것 같기도 했습니다만) 세상에서 가장 고마운, 그리고 참 기운나는 말이 <너를 위해 기도해주마>인데 목사님 왈 기도해주신다고 하셔서 잠깐 울뻔 했습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너무나 당연하게(원래 당연한 것으로 알고 살았지만) 걸어서 전철타고 돌아왔습니다. 다리를 약간 절면서.
오늘 아침에는 고통없이 푹 자고 일어났습니다. 이부자리 속으로 파뭍혀들어갈 것만 같았던 몸이 정상적인 움직임을 합니다.
조금 다리가 아직 불편합니다. 허리도 찌릿합니다. 그래도 앉아서 책도 보고 이렇게 컴퓨터를 치게 되었습니다.
매일 성경 한 장씩 읽어나가는데, 요즈음 시편을 읽고 있었습니다. 시편 23장이 너무-지나치게-아름다워서 저하곤 거리가 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언제 아이들과 함께 기도할 때 같이 읽을 요량으로 표식을 해두었습니다. 아침에 이 장을 계면쩍어하면서 다시 읽었습니다. 감사했습니다. 하나님이 자신의 이름을 위해 저의 영혼을 다시-채워-저장시켜주신다는 표현에 울컥했습니다.
고기교회에서 밥먹은지 4년차입니다. 기도-저는 기도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로 하나님을 만나게 되어 자랑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23장 마지막 구절을 제맘대로 해석하면 하나님의 집 안에서 영원히 살것이라 희망하는 대목에서 교회의 예배당이 눈에 선하게 그려집니다. 밥 오래 먹어야 겠다고 굳은 결심을 합니다.(물론 또 다른 하나님의 집이 있겠지만서도 그렇습니다.)
이렇게 게시판에 길게 쓰면 사실 안되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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