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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토실백일장에 대한 존중

마옹 | 2022.05.01 23:13 | 조회 553
저는 글을 알고 싶고 쓰고 싶다는 생각에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했습니다. 그런데 국문학을 전공하고 졸업을 해도 제가 쓰고 싶었던 소설을 잘 쓰는 사람이 되지 못했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계속 글을 쓰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고민하다가 문예창작으로 대학원을 진학했습니다. 대학원을 갔던 가장 큰 이유는 글을 쓰려고 하는 사람들을 자주 만나고 보게 되면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하지 않을까하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대학원 다니는 동안 결혼을 하고, 출산과 육아를 핑계로 졸업논문을 쓰지 않아서 영구수료자가 되었습니다. 한마디로 대학원 졸업장이 없는 거죠. 학력을 기재해야하는 칸을 맞닥뜨리면 매번 영구수료자가 떠올라 씁쓸합니다. 

굳이 졸업장이 필요해? 등단이 먼저지. 졸업장은 막내 초등학교1학년이 지나면 재입학 해서 쓰면 되지. 그래 그동안 글을 쓰자.

이렇게 육아핑계로 산 세월이 자그마치 12년입니다. 그동안 글쓰기 얹저리에 맴돌며 깨달은 것으로 몇년전 소설쓰기를 포기했습니다. 거의 20여년을 이야기를 지어내보겠다고 애썼는데 포기하니 눈물만 나오고 삶의 의욕이 사라지더라구요. 그리고 난 후, 잘하는 걸 해보겠노라고 수필과 시를 가끔 썼습니다. 

제 자신이 스스로 가소롭게 생각하는 부분인데 아는 사람의 등단과 출판 등등의 일을 마주하게 되면 열패감에 사로잡힙니다. 열심히 쓰지도 않고 어디 내지도 않고 열패감이라니 웃기지 않습니까? 그러나 비웃기만 하지 않습니다. 열패감을 느끼면 스스로 위로하며 언젠가는 하나님과 약속했던 글을 꼭 쓸 수 있을거라고 힘내라고 합니다.

일반사람들과 비교해보자면 저는 글쓰기 교육을 꽤 받은 사람입니다. 하지만 글로 아무것도 안되어 있는 사람입니다. 

밤토실 백일장이 열리면 여러마음이 듭니다. 참여를 해야할까? 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논리적으로 글을 쓸 수 있을까? 글이 써질까? 스스로에게 창피하지 않을까? 이러기를 몇해가 지났습니다. 어떤 해는 참여해서 상을 받고, 어떤 해는 참여했지만 상을 못받고, 또 어떤 해는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올해 글제 '밤토실' 때문에 밤토실백일장에 대해 생각을 했습니다. 남들보다 글쓰기 교육을 꽤 받은 내가 왜 백일장에서 글을 쓰는가 스스로에게 물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했습니다. 제게 글을 쓰라고 권하는 일이 없었는데, 글을 쓰라니 너무 좋았습니다. 사남매 육아에 치여 개인적 시간이 조금나면 잠자기 바쁘고 쉬기 바빠 글을 안썼는데, 아니 못썼는데, 백일장에 참여하니 남편에게 사남매를 맡기고 두시간 온전히 혼자 생각하고 글을 쓸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러다 상도 받으니 신이 났습니다. 

"아 나 죽지 않았구나. 살아있네~ 살아있어~"

그리고 두번째 참여 때는 '나 문학전공자야!'를 내세우며 상을 받아야지 하는 마음으로 기교 가득한 글을 쓰고 상 근처도 못갔습니다. 그 때였는지 언제였는지 기억이 정확하지 않는데, 어느 날 교회에서 우연히 마주친 안목사님께서 '이영미~ 전공자가 백일장참여하면 반칙아닌가'라며 농담을 하셨습니다. (농담이 아닐 수도 있지만... 그때 저는 반가운 마음을 표현하실거로 느꼈거든요.)
그런데 이 농담이 열패감에 쩔쩔매는 순간이 오면 자꾸 생각나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어느 해에는 참여를 안했습니다. '내가 지금 여기서 글 쓸일이냐.' 그러고 집에 와서 사남매 밥 먹이고 잤습니다. 자고 일어나니 개운하더라구요. 개운한데 쓸쓸했습니다.

그 다음에 또 밤토실백일장이 열렸습니다. 여전히 전 글로 아무것도 안되어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써야지 써야지 하면서 삶에 치여 근근히 살아가는 사남매엄마였습니다. 삶에 치이지 않는 시간. 그 시간을 제가 잡으면 되는 거였습니다. 그렇게 이 해에 밤토실백일장에 참여했습니다. 주어진 글제를 생각하며 울었습니다. 내면 저편에 묻어두고 사는 그 무엇이 머릿 속에 떠오르고 마음을 요동치게 했습니다. 그리고 그 요동으로 행동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글쓰기 교육을 꽤 받았습니다. 제가 밤토실백일장에 나가서 글을 쓰는 이유는 밤토실백일장을 존중하기 때문입니다. 열리는데 그냥 놀기는 그렇잖아요. 글 좀 쓴다고 안쓰기 그렇잖아요. 이런날 글 써서 수상글로 교회게시판에도 올라오고 그러면 얼마나 모양새가 좋습니까. (사실 스스로 써서 올리기가 종종 꼰대 잔소리로 비춰질까 조심스럽거든요.)  

어떻게 보면 달리기 선수가 동네 달리기 대회에 출전하는 거랑 비슷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분도 계실겁니다. 그런데 만년 상한번 받지 못한 달리기 선수가 동네 달리기 대회가 열려 달리고 싶은 마음으로 나온거라 생각해주시면 어떨까요. 왕년에 가수지망생이 동네 노래대회에 나와 노래한곡 뽑았다고 생각해주세요.

잔치가 벌어졌는데 신나게 놀아야죠. 잔치에 참여해야죠. 

어린이도 자라고 어른도 자라는 백일장이 밤토실백일장입니다. 혹시 압니까. 나중에 밤토실백일장 출신 글쓴이 이영미가 되어있을지도 모르지 않습니까. 마흔넷에도 덜 자라서 더 자라려고 애쓰는 중이니 같이 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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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임
이상 글쓰기 교육을 꽤 받고도 밤토실백일장 장원한번 못해본 사람의 글이었습니다. 그래서 장원도전은 계속됩니다. 내년 밤토실백일장에서 봅시다. 
장원여러분 글 좀 써서 교회게시판에 올려주세요. 2년 전 안목사님께서 저보고 교회게시판에 글 좀 써서 올리라고 하셨는데, 몇 편 안올려서 아주 마음이 무겁습니다. 그리고 수상 못한 여러분! 글은 쓸 수록 잘 써집니다. 게시판에 글 좀 올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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