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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에게 묻고싶습니다. / 아베유리카 (펀글)

이계숙 | 2012.03.18 22:30 | 조회 1504


사진게시판에 탈핵집회에 나왔던 일본 초등학생인 아베유리카가 서울 명동의 향린교회에서
지난주 예배시간에 증언을 하였네요. 시청앞에서도 같은 내용을 말한걸로 기억합니다. 옮겨봅니다.


3월11일 탈핵선언 주일예배 증언


(한국어로) 안녕하세요. 저는 아베 유리카 라고 합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일본어)
제가 살았던 후쿠시마시는 원전사고 장소로부터 60Km 떨어져있는 곳에 있습니다.
나라(정부)가 정한 피난구역은 아닙니다. 하지만 방사선 양은 높습니다.
3월11일 오후 2시46분, 엄마와 슈퍼에서 장을 보고 있을 때 지진이 났습니다. 진열대에서 물건이 바닥으로 떨어져 그것을 피해가며 밖의 주차장으로 도망을 갔습니다.
서있을 수 없을 정도의 강한 지진이어서 주차장에 앉아서 잠잠해질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3분정도 계속 지진이 와서 무서웠고 후쿠시마가 무너질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뒤로 정전이 되어 물도 전기도 쓸 수 없게 되어 물과 먹을거리를 사재기 하는 사람들로 슈퍼는 만원이 되었고, 앗 하는 순간에 상품이 없어져 버렸습니다. 그 다음부터는 기름(석유)도 구할 수 없게 되는 심각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라디오에서 3월12일 후쿠시마 원전 1호기가 수소 폭발했다는 것을 들은 아빠는 “위험하니, 언제라도 도망갈 수 있도록 짐을 챙겨라”라고 하셨습니다.
뭐가 위험한지 잘 알 수 없었지만 아빠의 표정으로부터 큰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저는 집 안에서도 마스크와 썬글라스를 쓰고 있었고 밖에 나가면 안 된다고 하여 계속 집 안에 있었습니다.


TV나 엄마, 아빠로부터 원전사고가 나서 많은 양의 방사능이 유출되었다. 그것은 눈에 보이지도 않고, 색깔도 없고, 냄새도 없지만, 암이나 갑상선 병, 백혈병에 걸리게 한다. 사람의 세포를 파괴하는 위험한 것이다, 라고 알게 되어 매우 무서워졌습니다.
14일 3호기까지 폭발했습니다. 3호기는 플루서멀(plutonium thermal, 플루토늄 떼르말)이 들어 있기 때문에 더욱 위험합니다. 도망가야 하는데 기름이 없어서 도망갈 수가 없었습니다. 10리터의 기름을 넣기 위해 몇 시간씩이나 줄을 서고, 그것도 몇 군데를 돌아다녀야 겨우 넣을 수 있어서 16일 가족과 야마가타로 피난을 갔습니다. 아버지는 저를 원전사고 장소로부터 가능한 먼 곳으로 피난을 시키기 위해 3월18일에 어머니와 저와 할머니를 홋까이도에, 5월10일에는 아머니와 둘이서 후쿠시마의 키타카타시로, 7월26일에는 오키나와로 이동시켰고, 8월25일에 지금 살고 있는 쿄토에 왔습니다. 저는 반년 동안 홋카이도, 키타카타시, 쿄토 등 세 번이나 학교가 바뀌었습니다.


후쿠시마의 친구들과 헤어지는 것도 싫었고 만날 수 없다는 것에 굉장히 괴롭고도 슬펐습니다.
새로운 학교로 전학갔을 때 마다 ‘친구가 생길까?’, ‘이지매를 당하지는 않을까?’, ‘공부는 잘할 수 있을까?’ 등 불안해졌습니다. 겨우 친구가 생겼나 싶으면 다른 학교, 또 다른 학교로 바뀌는 바람에 정말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저를 위해서 피난시킨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힘을 냈습니다. 몇 번씩 전학하며 힘들었던 이야기를 홋카이도에 있을 때의 선생님께 말씀드렸더니 ‘여러 곳으로 전학하는 것이 힘들기는 하겠지만, 생각을 바꾸어 보면 전국적으로 친구가 생긴다는 것이니 멋진 일이야’라고 하셔서 ‘그렇구나’라고 생각하고는 매우 기분이 편해졌습니다.
그리고 ‘유리카를 지키기 위해서 피난시키고 계신 엄마, 아빠에 대해 소중하게 여기세요.’라고 말해주신 영어 선생님의 말씀도 떠올랐습니다.


저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장래 그림동화 작가가 되는 것입니다.
제가 쓴 그림책을 읽고, 어린이들이 활력을 얻고, 즐거워지고, 꿈을 가질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원자력 발전은 생활이 편리해지고, 일자리도 늘어나 돈을 받을 수 있을런지 몰라도 단 한번이라도 폭발하게 되면 되돌릴 수 없는 무서운 것입니다.
방사능 때문에 병에 걸리고 싶지 않습니다.
방사능 때문에 죽고 싶지 않습니다.


원전 폭발로 저는 고향인 후쿠시마를 떠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친구들과 헤어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가족과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몇 년 동안, 아니 몇 십년 동안 돌아갈 수 없을런지도 모릅니다.
피난을 하고나서부터 제일 좋아하는 아빠와 떨어져 있습니다.
만날 수 있는 것은 한 달에 한번 정도입니다.
아빠는 저를 지켜주고 피난시키기 위해 후쿠시마에 남아서 일을 하고 계십니다.
스스로 피난한 사람에게는 아무런 보상도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가족들이 뿔뿔히 흩어져 사는 생활이 얼마나 계속될까요?
후쿠시마로 돌아가고 싶어요! 친구들을 만나고 싶어요! 아빠와 함께 살고 싶어요!
원전사고가 일어나기 전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하지만 이젠 본래대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원전사고가 일어나면 본래대로 돌아갈 수 없게 됩니다.
더 이상 저와 같은 일을 누군가 다른 사람이 당하지 않도록 하고 싶습니다.
더 이상 이런 사고는 두 번 다시 일어나서는 안됩니다.
아예 원자력발전소가 없었어야 했는데.......


저는 원전사고 때문에 방사능을 뒤집어 썼습니다.


(한국어로)
저는 어른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저는 몇 살까지 살 수 있을까요?
제가 결혼할 수 있을까요?
제가 건강한 아가를 낳을 수 있을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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