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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온 편지

안병우 | 2011.08.31 07:58 | 조회 1433
아래 편지는 제주에 있는 지인이 보낸 것입니다. 우리 교회에서도 제주 강정마을에 해군기지 건설하는 것에 반대하는 서명을 했는데, 정부가 공권력을 동원하여 강행하고 있고,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합니다.



지금 제주도는 극도로 불안한 긴장 속에 숨죽이고 있습니다.
서귀포 강정마을에서 벌어지고 있는,
아니 바야흐로 벌어질 사태를 눈앞에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게 무엇이냐?
육지에서 동원되어 건너온 경찰이 강제진압 작전에 투입되기를 기다리며
대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 제주도에는, 4․3사건 이후 63년 만에 ‘육지경찰’이
섬사람들을 ‘토벌’하려 한다는 불안과 공포가 퍼져 있는 실정입니다.
‘육지경찰’과 ‘토벌대’는 제주사람들에게 악몽의 동의어입니다.
4․3의 참극이 그렇게 상처를 새겨놓았고,
그 아픔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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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6일 민주노동당에서는 다음과 같은 기자회견문을 발표했습니다.

대한민국이 광복 66주년을 기념하며 분주한 8월 15일, 제주도 강정마을은 국가의 폭력행위로 공포에 떨어야 했습니다. 나라를 되찾은 날을 되새기며 집집마다 태극기를 걸어야 할 날에 오히려 강정마을 주민들은 국가 폭력에 맞서 싸우고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4ㆍ3 당시 제주도로 내려와 잔혹한 학살행위를 자행했던 육지 응원경찰이 다시금 제주도에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지금 강정마을에서는 4ㆍ3의 공포가 그대로 재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현재 제주해군기지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정치권과 제주도민들의 바람입니다. 그런데 유독 ‘종북좌파와의 전쟁을 선포하겠다’는 이명박 정부만이 국가 폭력을 동원해 해군기지 건설을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제주도와 강정마을을 또다시 제2의 4ㆍ3 공포로 몰아넣는다면 역사적 심판을 받을 것이며, 민중적 저항에 직면할 것입니다.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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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ㆍ3 당시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내가 쓴 글에서 일부 발췌하여 인용합니다.

……제주도에서 좌익세력과 미군정 사이에 최초로, 그리고 가장 격렬하게 충돌이 일어난 것은 1947년 3월 1일의 3․1절 기념식에서였다. 이때 발생한 불상사는 미군정의 지휘통제 하에 있던 경찰력과 인민위원회를 지지하고 있던 제주민중 사이의 반목과 갈등을 심화시킨 결정적 계기가 되었으며, 이듬해 4․3으로 이어진 하나의 도화선이 되었다.
3․1절 28주년을 기념하는 도민대회를 제주도 미군정 당국이 허가하지 않자, 시민들은 이를 무시하고 비합법적으로나마 강행했다. 오전 8시경, 제주시내에 있는 오현중학교 교정에는 민전(민주주의민족전선) 제주도위원회의 사전 계획에 의해 동원된 2천여 명의 주민과 학생이 모여들었다. 군정경찰의 온갖 방해 속에 진행된 대회는 자연히 3․1절 기념식이 갖는 반외세-자주독립의 열기를 띠면서 미군정에 대한 저항의 시위로 발전하게 되었다. 그리고 변두리에 위치한 마을의 주민들까지 남문통․동문통․서문통을 통해 시내로 몰려와 북초등학교 교정에 운집했다. 가두시위에 나선 3만여 군중은 군정청과 경찰서를 비롯한 관공서들이 자리잡고 있는 관덕정 광장으로 향했다. “왓샤! 왓샤!” 기운을 돋우는 함성에 맞춰 치켜든 가마니때기에는 ‘신탁통치결사반대’ ‘외군철퇴’ ‘조국통일독립쟁취’ 같은 슬로건이 숯검정으로 적혀 있었다. 기마대가 날뛰고, 기관총을 장착한 짚차와 카빈으로 무장한 경찰들이 요소요소에 배치되어 위협을 가했지만, 이미 물결을 타기 시작한 시위대는 물러설 줄 몰랐다. 시위대의 선두가 관덕정에 이르렀을 때, 돌연한 총성이 연이어 하늘을 갈랐다. 한 소년이 댓돌 아래로 폭 고꾸라졌다. 분노한 군중은 길바닥에 뒹구는 돌멩이를 집어들고 총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팔매질을 하며 달려들었다. 다시 요란한 총소리가 콩볶듯했다. 군중이 보는 앞에서 사람들이 계속 쓰러졌다. 비슷한 사태가 섬 곳곳에서 발생했고, 6명이 사망하고 여러 명이 다쳤다.
해방된 땅에서 동족에 의해 자행된 총격과 살상은 도민들을 경악시켰다. 민심은 흉흉하게 들끓고 분노로 치를 떨었다. 대책위를 구성한 제주도 민전은 발포 책임자와 살해 경찰관의 처벌을 요구했다. 그러나 미군정은 이를 극좌적 요구라며 일축했다. 이에 대해 제주민중은 3월 12일 총파업으로 대응했다. 도내의 각급 관공서가 업무 마비 상태에 빠졌으며, 지난해 ‘양과자․양담배 불매운동’을 전개했던 학생들까지 동맹휴학을 감행함으로써 그들 나름의 울분을 터뜨렸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자 미군정 당국은 “조금이라도 좌익 혐의가 있는 자는 무조건 체포하라”고 무모한 진압책을 선언하는 한편, 미군정 경무부장 조병옥은 육지로부터 수백 명의 무장경찰과 우익청년단을 인솔하고 제주도로 내려와 파업의 분쇄와 좌익에 대한 무차별 검거령을 하달했다. 대규모 검속 동안 경찰관서 유치장은 물론, 임시 유치장으로 급조된 각급 학교의 교실마다 붙잡혀온 사람들로 가득 찼고(약 2,500명이 구금되고, 그중 3명이 취조 과정에 고문으로 사망했다), 심지어는 거동이 어려운 노인네, 열두어 살짜리 어린 학생들까지 닦달을 당했다.
이때 자행된 불법적이고 폭력적인 횡포를 적극적으로 떠맡고 나선 것이 육지에서 급파되어온 우익청년단, 특히 서청(서북청년단)이었다. 제주 출신 경찰은 동향이기 때문에 인정에 얽매일 염려가 있다 하여 뒷전으로 돌린 다음 그들이 앞에 나선 것이다. 제주도에서 이들은 흔히 ‘육지순경’이라고 불렸는데, “육지순경 왐져(온다)” 하면 울던 젖먹이도 눈을 크게 뜨고 숨을 죽였다고 한다.
그들은 마치 제주도에 침략해 들어온 점령군이라도 되는 양 섬사람들을 무시하고, 빨갱이 때려잡는다는 핑계로 아무나 붙잡고 행패질인 데다, 젊은 여자만 보면 때도 장소도 가리지 않고 덮친다는 소문이 횡행하는 바람에 부녀자들은 바깥출입마저 자유롭지 못했다. 이같은 무차별 횡포와 백색테러 외에도 그들은 경찰비다 후원비다 하는 갖가지 명목으로 금품을 강탈하여 원성을 사기도 했다. 4․3 당시까지 제주섬에 배치되어 있던 서청의 수는 800명에 달했는데, 필설로 다 표현하기 힘든 그들의 만행은 마침내 4․3이 일어난 뒤에는 더더욱 극성을 부려, 그들이 지나간 자리엔 풀도 안 돋는다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 어쨌든 이들의 만행은 참혹하고 끔찍한 것이었다. 3․1절 시위사태가 도화선이라면, 서청, 즉 육지경찰의 횡포는 거기에 불이 활활 타오르도록 만든 기름인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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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당의 회견문은 다음과 같이 끝맺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제주도민 여러분. 국민 여러분.
국가폭력에 의한 제2의 4ㆍ3이 제주에서 발생하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이는 대한민국 역사에 깊은 죄를 짓는 일입니다.
평화를 사랑하는 양심적 민주시민들께서 제주해군기지를 막아내고,
평온했던 강정마을을 되찾는 투쟁에 동참해 주시길 간곡히 호소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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