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회멘토링사역원(유기성 원장)은 9월 29일 대전 늘사랑교회에서 제3회 마을을 섬기는 시골·도시 교회 워크숍을 열었다. '마을이 살아야 교회가 산다'로 열린 이번 행사에는 150여 명의 목회자가 참석해, 지역사회를 섬기는 목회에 대해 함께 고민했다. ⓒ뉴스앤조이 유재홍

송재성 목사는 여수시 화양면에서 목회를 하고 있다. 남해를 마주보고 서 있는 교회는 100여 명의 교인들이 출석하는 작은 교회다. 크기는 작지만 역사는 오래됐다. 육십 대의 송 목사는 어릴 때부터 이곳에서 자랐다. 그는 포천에서 군목으로 10년, 전주에서 중형 교회 담임목사로 20년을 지냈다. 그러다 지난해 <뉴스앤조이>에 실린 기사를 읽고, 시골 교회에 대한 마음을 가졌다. 그리고 3개월 전 고향 교회로 부임했다.

최규명 교수는 백석대학교에서 기독교교육학을 가르친다. 이제 정년까지 얼마 안 남았다. 은퇴하면 고향인 춘천으로 돌아갈 계획이다. 고향에서는 카페 교회를 열 생각이다. 평일에는 커피와 차를 팔고, 주일에는 예배를 드리며 주민들과 가까이 소통하는 목회를 꿈꾸고 있다.

남양주에서 사는 조규성 씨는 자신을 일반 평신도라고 소개했다. 하나님을 믿기 시작한 지 3년밖에 안 됐다. 매주 예배를 드리고 있지만, 최근 열정이 점점 식어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교회에 대해서도 회의감이 든다. 그가 다니는 교회는 교인이 3000명이나 된다. 예배와 프로그램은 좋은데 무언가 부족했다. 다른 교회로 옮길까도 고민했다. 하지만 인근의 작은 교회는, 목사가 열정이 넘치지만 왠지 불안해 보였다고 한다.

올해 칠십을 바라보는 수원신학교 오병옥·이의효 교수는 교회개척및농어촌사역연구소에서 자문을 맡고 있다. 지금까지 전국의 70여 개 미자립 교회를 순회했다. 두 노 교수는 현장에서 본 시골 교회 사정이 열악하다고 했다. 고령화가 심하고 교인이 10명도 안 되는 곳이 태반이었다. 목사들을 격려하거나 왜 이렇게 잘하지 못하냐며 꾸짖기도 했다고 한다. 그래도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두 교수는 미자립 교회 목회자들에게 제시할 만한 좋은 사례를 찾기 위해 이곳에 왔다.

9월 29일 대전 늘사랑교회에는 목사, 신학자, 일반 교인들까지 150명의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다. 동두천, 진도, 천안, 완도 등 전국 각지에서 모인 이들은 다들 같은 목적으로 대전을 찾았다. 목회멘토링사역원(유기성 원장)이 개최한 '제3회 마을을 섬기는 시골 도시 교회 워크숍'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대다수 지역사회를 돕고 마을을 섬기는 교회의 이야기를 자세히 듣고 싶어 했다.

목회멘토링사역원은 2012년부터 매년 '마을을 섬기는 시골·도시 교회 워크숍'을 열고 있다. 이날 참석자들에게 인사말을 전한 <뉴스앤조이> 김종희 대표는 지역을 섬기고 마을을 살리는 교회가 오늘날 한국교회의 대안이라고 말했다. 교회가 지역사회를 돕는 사역을 잘 감당할 때, 한국교회에 희망이 있다는 것이다.

   
▲ 대전 늘사랑교회는 아침 일찍부터 워크숍에 참석하러 동두천·진도·완도 등 전국 각지에서 온 참석자들로 북적거렸다. ⓒ뉴스앤조이 유재홍
   
▲ 워크숍 참가자들이 행사장 한 편에서 <뉴스앤조이>가 출간한 도서들을 보고 있다. 바른 신앙 시리즈 중 하나인 <마을을 섬기는 시골 교회>, <이웃과 함께하는 도시 교회>에 가장 큰 관심을 보였다. ⓒ뉴스앤조이 유재홍

교회, 마을로 파송받은 선교 공동체

이날 오전에 열린 주제 특강에는 지역사회와 협력하는 교회의 모습과 평신도의 역할이 강조됐다. 장로신학대학교에서 선교학을 가르쳤던 남정우 목사(하늘담은교회)는 "선교적 교회가 되기 위하여"라는 제목으로 강의를 전했다. 그에 따르면, 교회의 사명 중 하나인 선교는 단순히 선교사를 국외로 파송하는 게 아니다. 교회 자체가 지역사회로 보냄을 받은 선교 공동체, 즉 선교적 교회다. 남 목사는 교회의 전 구성원이 이러한 의식을 공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교회가 다른 교회와 자치단체, 비영리단체 등과 협력해 지역을 섬겨야 한다고 했다.

완도성광교회 정우겸 목사는 목사들이 평신도를 동역자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목회자의 고정관념과 한계를 보완할 수 있고, 온전한 목회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정 목사는 목사의 역할은 선수가 아니라 코치라고 했다. 성도들이 지닌 고유의 은사를 찾고, 그에 맞는 사역을 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목사의 코칭이다. 정 목사는 자신이 시무하는 교회도 평신도 중심의 위원회를 830여 개나 만들었다고 했다.

또한, 지역 교회가 마을 사정에 능통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 내 인구, 성별, 장애인 비중, 경제 수준, 주요 질병, 주민 여론, 주요 민원 내용 등을 교회가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정 목사는 지역사회와 유리된 목회는 앞으로 설 곳이 없다고 했다.

   
   
   
   
▲ 완도성광교회 정우겸 목사(사진 위)는 '평신도 사역'을 강조했다. 목회자들이 평신도와 동역해 서로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면, 온전한 목회를 이룰 수 있다고 했다. 또한, 교회가 위치한 마을의 속사정을 깊이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이 주제 특강을 듣고 있다. 교인들과 공유하기 위해 녹화하는 이도 있었다. ⓒ뉴스앤조이 유재홍

주제 특강 이후에는 시골·도시교회 워크숍이 진행됐다. 시골 교회 강사로 이종명 목사(송악교회), 이호군 목사(해남새롬교회), 김경준 목사(후영순복음교회)가 나섰다. 생태 마을 운동부터 무료 급식, 무료 봉사, 농촌 경제 살리기 운동 등 다양한 목회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도시 교회 강사로는 안홍택 목사(고기교회), 노지훈 목사(꿈이있는교회), 남정우 목사가 나섰다. 어린이 도서관과 생태 교실을 비롯해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활동, 임대주택 입주민 지원, 사랑의 밥차, 마을 텃밭 가꾸기 등 지역을 섬기는 이야기가 소개됐다. 참석자들은 각자가 원하는 두 개의 강연을 선택해 들었다.

마지막 시간에는 모든 강사들과 참석자들이 질의응답을 가졌다. 지금 당장 교회로 돌아가면 어떤 사역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묻는 내용이 대다수였다. 강사들이 예로 든 자신들의 사례는 각각 달랐지만, 본질은 같았다. 목회의 본질을 잊지 않고, 지역의 필요를 채우라는 것이다. 해남새롬교회 이호군 목사는 개척 초기 폐지를 주워다가 팔면서 재정을 충당했다며, 인적·물적 자원이 부족하더라도 교회가 할 수 있는 일을 찾는다면 길은 어떻게든 열린다고 했다. 고기교회 안홍택 목사는 좋은 프로그램을 따라 하려고만 하지 말고, 지역에 맞은 사역을 하라고 했다.

   
▲ 이날 시골·도시 교회 워크숍이 진행됐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남정우 목사, 김경준 목사(후영순복음교회), 안홍택 목사(고기교회), 이호군 목사(해남새롭교회), 이종명 목사(송악교회), 노지훈 목사(꿈이있는교회)가 강사로 나섰다. ⓒ뉴스앤조이 유재홍
   
   
▲ 참석자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워크숍을 듣고 있다. 부부로 온 목회자는 각자 다른 강의를 듣고 이후에 서로 공유하기도 했다. ⓒ뉴스앤조이 유재홍

워크숍의 모든 순서는 하루 만에 끝났다. 참석자들은 시간이 너무 짧다며 아쉬움을 내보이기도 했지만 내용에 대해서는 다들 만족해했다. 진주에서 부목사로 있는 조현태 목사는 언젠가 담임목사가 되면 지역을 섬기는 사역을 하고 싶어서 워크숍을 찾았다고 했다. 다른 강의도 더 듣고 싶다며, 다음에도 기회가 되면 참석하고 싶다고 했다. 새누리3교회 박정화 전도사는 지역사회를 돕는 교회의 사역에 막연했는데, 강의를 통해 많이 얻고 간다고 했다. 특히, 마을에 필요한 부분을 고민하라는 말에 공감이 많이 됐다고 했다.

워크숍에서 배운 것을 가지고 앞으로 더 구체적인 사역을 고민하겠다는 이들도 있었다. 한 참석자는 "저도 방금 집으로 돌아왔어요. 뭔지 모르게 가슴이 쿵덕거립니다. 불안으로 인한 게 아님이 분명합니다. 좀 더 구체적이고 실존적인 것들이 요망되지만… 그것은 제게 주어진 숙제라는 것을 압니다. 먼저, 기도의 연필부터 깎아야 하겠습니다"라며, 목회멘토링사역원 페이스북 페이지에 후기를 남겼다.

   
▲ 마지막 시간에는 모든 강사와 참석자들이 자유롭게 질의 응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뉴스앤조이 유재홍

목회멘토링사역원은 '마을을 섬기는 시골·도시 교회' 후속 프로그램으로 교회 탐방을 진행한다. 참가자들이 강사들과 지속적인 관계를 맺으며 서로 사역을 돕기 위해서다. 지난해에는 9월 한 달 동안 숨-쉼교회(안석 목사)와 인천제2교회(이건영 목사), 초계중앙교회(이진용 목사)를 탐방했다. 후속 프로그램에 참석한 이들은 주민을 위한 도서관과 카페 운영, 외국인 노동자 치과 지료, 노인 전용 목용탕 등 등 다양한 이웃 섬김 사역을 경험했다. 목회멘토링사역원은 내년에 여러 지역에 있는 목회자들을 위해 수도권·강원·충북·경북·전북 등 전국에서 워크숍을 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