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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교회 창립 40주년 축시

박경장 | 2006.05.29 09:54 | 조회 14605
고기교회 창립 40주년 축시
-박 경 장-



만일 예수님이 이 땅에 다시 오신다면 십자가 대신 똥짐을 지실 것입니다.
-권정생 선생님 말씀 중에서--



I. 할미꽃 편지

“안 목사님 고마워요, 내 이럴 줄 알았지요, 어느 봄볕 좋은 아침, 파릇하게 올라 온 잔디 위로
허리 다 굽은 날 보고 연신 곱다고 동안의 노총각 눈길 내게 보낼 때부터, 난 알아봤지요.
입가에 수줍음하며, 어눌한 입에서 꾹꾹 누른 말이 떠듬떠듬 나올 때면, 하늘 어느 한 지점에
고정되어 있는 눈. 그때 난 목사님에게서 어떤 강한 뚝심 같은 것을 느꼈답니다. 내가 누워 있는
곳까지 든든하게 박힌 무슨 말뚝 같은 것이 느껴졌다니까요. 벌써 40년 이라구요? 엊그제 같은데,
내가 나눠 준 나이로 아이들이 크는 걸 보면 나는 마냥 젊어지는 것만 같아요. 다시 봄이 오면,
곱게 분단장하고 아이들에게 꽃의 동화를 들려줄 겁니다. 안 목사님, 목사님도 처음 나와 눈 마주칠
때보다 눈가에 주름이 많이 늘었군요. 또 봄이 오면 제일 먼저 나와 눈 마주칠 거지요? 그렇지요?
약속하세요, 어서요! "

II. 밤토실 일기

학교가 끝나면 우린 이곳으로 달려온다.
책가방을 던지자마자 날아오는 공.
공을 차다 손을 치면 다방구를 한다.
술래가 되면 친구들은 어느새 숨어버리고
찾다보면 날은 이미 어두워 밤토실 도서관에 불이 꺼진다.

교회 뒤 논배미엔 개구리 울고
어깨동무를 한 우리들은 노래를 한다.
노래 소리에 밤이 익는지 밤나무 그늘엔 어느새 찬바람 불고
가지는 손 시려 알밤들을 떨구어
우리가 까먹은 밤에 겨울밤이 깊어간다.

함께 뛰놀던 밤마당 함께 보았던 밤별들
도서관에 책이 쌓여 가면 우리 나이도 쌓이겠지
우리도 마흔 살 어른이 될 수 있을까?
그 때가 되어도 일마치고 이곳으로 달려와 친구들과 뛰놀 수 있을까?
벌어진 밤토실의 추억이 눈앞에 구른다.
데구루루. . ...

III. 뻐꾸기의 노래

바람 부는 날이면 누군 압구정동에 간다지만
비 오는 날이면 우린 이곳에 옵니다.
제 둥지는 아니지만 이곳은 우리의 에덴, 비밀의 화원입니다.
행복의 열쇠를 넣는 순간, 쩔컥! 요술세계처럼
동산에 들어선 우린 아이가 되고 노래 고운 새가 됩니다.
종교와 신앙의 겉옷을 벗어 버리고, 알몸뿐인
사랑과 나눔의 노래를 부릅니다.
평안과 행복에 젖은 뻐꾸기의 노래를 부릅니다.


IV. 나의 기도 Imagine

상상해 보아요
16년 전 이곳에 처음 부임한 더벅머리 노총각을
손으로 세어 보아요
김영순 장로님이 그동안 친 종소리를
그려 보아요
해마다 우리 교회를 지나가는 사계절의 모습을
돌이켜 보아요
우리가 그동안 함께 싸웠던, 해왔던 일들을
(저유소 설립반대, 낙생저수지 골프장 설립반대, 동막천 살리기, 방과 후 학교,
독거노인 반찬나누기, 생태교실, 마을어린이도서관, 작은 음악회...)
내일을 보아요
밤토실 아이들이 밤나무, 참나무로 자라있는 모습을
눈을 감고 꿈을 꾸어 보아요
우리가 만들어 갈 생명공동체를
자! 이젠, 눈을 떠 보아요
그리고, 예수님이 지고 가신 저 짐을 우리 함께 지고가요
죽은 땅을 살릴 생명의 똥짐을


2006. 5. 28.


*詩作 후기
네 부(연으)로 구성된 이 시는, 각기 네 명의 다른 시적 화자의 목소리를 빌어 표현한 시입니다. I의 ‘할미꽃 편지’는 고기교회 뒷마당에 묻혀 계신 이 교회 설립자나 다름없는 김정심 전도사님의 목소리를, II의 ‘밤토실 일기’는 고기교회 밤토실도서관 아이들의 목소리를, III의 ‘뻐꾸기 노래’는 고기교인은 아니지만 고기교회를 사랑하는 ‘고사모’의 목소리를, IV의 ‘나의 기도 Imagine'은 안홍택 목사님의 목소리를 빌어 표현한 것입니다. 고기교회 창립 40주년을 축하하는 모든 사람들의 목소리들을 담아보고 싶었지만 저의 한계로 사성부의 노래로밖에 표현하지 못했습니다. 고기교회 창립 40주년과 두 분 장로님, 두 분 권사님의 임직을 축하드립니다. 고기교회는 참 소중한 교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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