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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리 스타

박경장 | 2006.10.27 10:42 | 조회 1678


20대 청년시절, 더벅머리 철학도였었던 그의 옆구리엔 항상 책 대신 연극대본이
둘둘 말려있었단다. 시대가 그를 연극판으로 몰아갔지만 바위라도 밀쳐낼 듯한
제 속의 반항의 소리 "이쪽! 저쪽!"을 그는 세상을 향해 쏟아내고 싶었단다. 50이 훌쩍 넘은
나이에도 락커(Rocker)가 되겠다는 20대 청년의 꿈을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라구요’를 불러대는 그는 이젠 머리 위가 듬성듬성 성긴 50대 중반의 허수아비가 돼있었다.

10대 범생 시절, 그는 이미 피아노의 이론과 실기, 음악화성이론과 작곡까지
혼자 독학으로 공부했단다. 20대 그 순수한 신앙의 열정과 패기만으로 맞서 싸웠던
신학이라는 학문과 대학이라는 제도. 그 화석같이 굳은 종교제도권 앞에서 종주먹대던
그의 좌절과 방황. 그 긴 어둠의 터널에서 그가 만난 빛은 다름 아닌 아이들의 맑은 눈빛이었다.
고사리 같은 손에 리코더를 쥐어주고 한 놈씩 무대 위로 졸졸 올려 보내며 흐뭇해하는 그는
어느새 갈기라곤 찾아볼 수 없는 귀여운 40대 중반의 사자가 돼있었다.

대입시를 앞두고 교내 밴드를 조직해 이미 학교 담을 넘었던 그는 중년이 되어
다시 담을 넘어 학교로 돌아왔다. 교단을 사이에 두고 학생들과 마주선 그는
이번엔 교단을 넘어선다. 딸아이와 마주선 그는 아버지를 넘어선다.
기타를 둘러매고 노래를 부를 땐 그는 아마추어를 넘어선다. 넘고넘고넘고 또 넘더니
급기야 세월의 담까지 훌쩍 넘어버린 그는 아직도 파랑새를 쫓는 40대의 도로시가 돼있었다.

동산에 올라 붉은 햇물 속으로 황포돛배가 쑥 빨려들어가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울었다던
코흘리게 섬소년. 그는 중학생이 되자 야구선수가 되겠다고 야구방망이를 도끼자루 패듯
휘둘러댔었고 고등학교 때는 입이 근질거려 합창반으로 대학교 때는 발이 근질거려
축구로 수영으로 그리고 산으로 싸돌아다녔단다. 학창시절 책 대신 낚시대를 이정표삼아
공과 함께 구르고 구르더니 결국은 어릴 적 섬마을 기억이나 펜도끼로 찍어먹고 사는
40대 중반의 깡통 나무꾼이 돼있었다.


“허수아비! 정말 머리가 있는 거야? 제 집을 마을어린이도서관으로 바꾸어 버리다니!
허수아빈 정말 머리는 없고 가슴만 있나봐!”

“사자! 어디서 그런 용기가 생겼어? 기름진 고기 냄새에 침 도르륵 구르고
코 벌렁거리는 도시빌딩 숲속생활 청산하고 사랑과 정에 주린 아이들을 위해
이곳에다 ‘좋은 친구들 센터’를 만들겠다니!”

“도로시! 나이는 어디다 감췄어? 기타 하나 둘러메고 시간의 문을 나선 거야?
‘이음’ ‘생협’ ‘교회아이들’ 사람들이 모여 노래 부르는 곳이면 어디서나
기타를 튕기며 나이를 지워버리다니!”

“깡통! 기름 쳤어? 뭘 손에 쥐고 그렇게 열심히 찍어대고 있는 거야?
아! 깡통이 만들었다는 펜도끼로군! 10월의 어느 멋진 날
고기리에 떨어져 쌓이는 풍경 삭정이 하나하나를 따스한 가슴에 모아
펜도끼로 ‘글쎄다 글쎄다’ 찍어대고 있다니!”

“자! 허수아비에겐 지혜를 빌리고 사자의 용기를 더해
깡통 나무꾼의 따뜻한 가슴을 맞대서
우리 모두 도로시 손을 잡고 우리가 떠나온 그 자리로 돌아가자.
파랑새가 무지개를 쫓아 날아갔다던 그 자리, 우리들이 떠나온 처음자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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