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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엄마를 위로해 주세요

한동우 | 2007.04.18 22:49 | 조회 1506
정인아빠입니다. 지난 화요일(4월17일) 정인엄마의 친정아버지께서 돌아가셨습니다. 그러니까 제 장인이시지요. 장인께서는 일본에서 오랫동안 사업을 해오셨습니다. 4년전쯤에 갑작스레 치매판정을 받으시고 일본 현지의 요양원에서 요양하고 계셨습니다. 주치의가 어른의 장거리 여행을 허락하지 않아서 귀국하지 못하시고 일본에서 요양하시던 중에 소천하신 것입니다. 88세를 사셨으니까 그리 서운한 이별은 아닙니다만, 정인엄마를 생각하면 전 제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 처럼 마음이 아프고 또 아픕니다. 누구나 성인이 되면 자기 부모와 헤어져야 하지요. 그렇지 않고서야 진정한 성장을 할 수 없는 것일테니까요. 몸과 마음을 부모로 부터 물려 받았으니 내 안에 부모가 함께 살아계시는 거라고 생각하면 위로가 될까요.

정인엄마는 맘이 여리고 선한 사람입니다. 그 사람은 웬만해서 자기 이야기를 하지 않기 때문에, 저처럼 성질 급한 사람은 간혹 답답해하기도 하지만, 그 선한 성품을 물려 주신 아버지를 하늘로 보내는 정인엄마 마음은 아마도 태어나서 가장 무겁고 힘들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정인엄마는 아마도 자기 아버지를 보내드리면서 18년전에 갑자기 돌아가신 자기 엄마를 떠올리겠지요. 가끔씩 자기 엄마를 나즈막히 부르면서 처연하게 눈물짓던 정인엄마가 너무 불쌍했었는데, 이제 아버지마저 돌아가셨습니다. 처가 어른들 말씀에 따르면, 정인엄마는 워낙 늦은 나이에 본 막내딸이어서 유난히 귀여움을 받으며 자랐다고 하더군요. 저는 장인 장모와 그리 친한 관계를 맺지 못했습니다만, 처가부모님들의 막내딸 사랑은 지극하고도 지극했던 것 같습니다. 장인께서 중증치매 판정을 받고 일본에서 요양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직후 정인엄마가 일본으로 가서 자기 아버지를 만났을 때, 그 어른이 정인엄마만은 또렷이 알아보았다고 하더군요. 성정이 흐릿해졌어도 막내딸 얼굴을 마지막으로 알아보시려고 온갖 신경을 집중했기 때문이었을까요.

정인엄마는 입고있던 옷차림으로 급히 일본에 갔습니다. 아버지 장례를 치르기 위해서지요. 그동안 일본에 계시는 친척들께서 간병을 돕고 계셨기 때문에 장례를 치르는 일이 그렇게 황당하지만은 않습니다. 아마도 일본의 불교식 장례를 치르고 화장을 하여 납골할 것으로 들었습니다. 저는 이 장례에도 참여하지 못하는 불효를 범하고 말았습니다. 그깟 선약들이 뭐 그리 귀하다고 제 아버지 장례에도 못갔을까요. 자책하고 다시 자책합니다. 오늘 밤, 정인엄마는 동경 어느 호텔에서 자기 아버지 장례를 준비하며 뜬 눈으로 밤을 지새겠지요. 아버지를 떠나 보내고 슬픈마음으로 무거운 발걸음을 한국으로 돌려 저 혼자 터벅터벅 돌아올 정인엄마를 위로해 주세요. 고기교회 가족들이 위로해 주시면 큰 슬픔에서 곧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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