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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다 174번째 모임 안내입니다

머털이 | 2023.03.30 22:08 | 조회 203

글쎄다 174번째 모임 안내입니다.

- 2023년 4월 25일 화요일 7시 30분에 비대면으로 만납니다.

- 읽으실 책은 알랭 로브그리예의 <질투> 입니다.

글쎄다'는 매달 한권씩 책을 선정하여 읽고, 따뜻하게 이야기합니다.

관심이 있으신 분들의 많은 참여를 기다립니다.

출판사 서평

누보로망의 대표 작가 로브그리예의 문학적 실험이 돋보이는 작품 『질투』는 전통적인 사실주의 문학에 도전장을 던지며, 소설의 관습적인 기법을 뒤엎은 새롭고 낯선 세계를 보여준다. 사건, 인물, 배경 묘사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고, 아내와 이웃집 남자 사이의 관계를 의심하는 남편의 고통스러운 시선만을 정교하고 지독하게 뒤쫓는 이 소설은 처음에는 읽는 이를 당황하게 한다. 그러나 작가가 펼쳐놓은 이야기의 미궁에 발을 들여놓은 모험적인 독자는 이 작품에서 새로운 차원의 독서 체험과 즐거움을 제공하는 놀이터를 발견할 것이다.

프랑스 문단에 이슈를 몰고 온 작가

1957년 미뉘 출판사에서 출간된 『질투』는 그해 겨우 746부의 판매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고 한다. 그의 이전 두 작품 『고무지우개』와 『엿보는 사람』이 출간되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이 작품은 당시 프랑스 문단에 극명하게 대립되는 두 반응을 이끌어냈다. 전통적인 소설 형식을 지지하던 사람들은 심리 묘사나 주관적 판단을 철저하게 배제한 실험적이고 낯선 작품에 노골적으로 혐오감을 드러냈으며, 작가에 대한 조롱과 비난을 서슴지 않았다. 그러나 장폴 사르트르, 알베르 카뮈, 롤랑 바르트, 모리스 블랑쇼, 조르주 바타이유, 앙드레 말로 등 이른바 20세기를 대표하는 프랑스의 지성들은 새로운 작가의 탄생에 주목하고, 작가의 편에 확고하게 서서 그의 문학적 실험을 독려했다. 그에게 반대하는 평자들의 혹평과 비난에도 로브그리예는 꾸준히 자신의 스타일을 고수하여 누보로망의 지평을 열었으며, 평론가 브루스 모리싯에 의해 미국에도 소개되어 1960년대에는 미국 문학계에 스타로 부상하기도 했다.

의심의 시선으로 쓰인 고통스러운 관찰의 기록

이 작품은 한 남자의 시선으로 구축된 세계를 그린다. 다시 말하면 한 남자가 보고 듣고 겪은 것, 그리고 그것을 다시 반추하고 따져보고 비교하고 의심하고, 무엇보다 자신의 상상력에 의해 조금씩 변형해 나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질투’라는 불안한 감정은 정점을 향해 차오르고, 명확하지 않은 계기로 의심스러운 소강상태에 접어든다.

이야기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프랑스 식민지로 보이는 아프리카의 어느 지역에 바나나 농장을 경영하는 화자와 아내 A…가 살고 있고 조금 떨어진 이웃에 프랑크가 그의 아내와 살고 있다. 그런데 프랑크는 종종 찾아와 식사를 하고 술을 마시며 A…와 이야기를 나눈다. 그런가 하면 A…와 함께 차를 타고 시내에 가서 차가 고장 났다는 핑계로 하룻밤을 자고 오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화자인 남편은 의심의 눈초리로 둘을 지켜보고, 바로 그 의심의 시선이 이 작품을 이룬다. 심증만이 가득한 아내의 부정을 바라보는 남편의 자폐적인 중얼거림과 고통스러운 관찰의 기록, 그것이 『질투』이다.

극히 짧은 음절의 말소리는 그 사이를 점점 길게 메우는 어둠 때문에 마침내는 끊어져 버리고, 두 사람은 완전히 밤에 섞여들고 만다. 어둠 속에서 색이 바랜 셔츠와 드레스의 흐릿한 형체로만 두 사람의 존재가 드러난다. 두 사람은 나란히 앉아 상체를 등받이에 기대고 두 팔은 팔걸이 위에 얹고 있다. 팔걸이 주위에 이따금 두 사람의 불분명한 움직임이 일어난다. 아주 작은 폭의 움직임이어서, 시작했는가 하면 어느새 원래 상태로 돌아가 있다. 어쩌면 상상일지도 모른다. (67쪽)

소설 속에 들어온 영화의 카메라

영화감독과 제작자로서도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작가 로브그리예는 작품 속에 영화의 ‘카메라’를 연상시키는 무소불위의 시선을 도입한다. 이 소설의 서술자는 소설 전편을 통해 어떤 대명사로도 지칭되지 않는다. 다만 카메라가 돌아가듯 그의 눈에 비친 사물을 보여줌으로써 그의 존재나 위치를 드러낼 뿐이다. 비교하거나 판단하는 법이 없고, 상징 혹은 은유를 쓰지도 않는다. 소설 전편을 통하여 질투하는 남편, 즉 화자 자신의 심리적인 상태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직접 언급하지 않는다. 그 대신 아주 독특한 방법으로 주인공의 심리를 보여주는데, 그것은 바로 세계 문학사를 통해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만큼 정교하고 지독한 묘사다. 카메라 렌즈를 통해 들여다보는 듯 엄격하게 객관화된 사물 묘사와 반복되는 이미지 사이에는 그 어떤 문학적 표현으로도 담아내기 힘든 화자의 심리 상태가 충실히 반영되어 있다.

식당의 첫 번째 창문, 젖힌 왼쪽 날개의 가운데 유리 중앙에 푸른색 자동차가 안뜰 한복판에 와 서는 모습이 비친다. A…와 프랑크가 동시에 각각 차의 양쪽 앞문에서 내린다. A…는 한쪽 손에 형태가 불분명한 아주 작은 꾸러미를 하나 들고 있다. 그러나 꾸러미는 거친 유리의 결 때문에 곧 보이지 않게 된다.

두 인물은 자동차의 보닛 앞에서 서로에게 다가간다. 덩치가 큰 프랑크의 실루엣이 같은 선상의 뒤쪽에 있는 A…의 실루엣을 완전히 가린다. 프랑크의 고개가 앞으로 숙여진다.

유리가 고르지 못해서 자세한 동작은 알 수 없다. 응접실 창문에서 보면 이 광경을 보다 편안한 각도에서 똑똑히 볼 수 있을 것이다. (135쪽)

편집증적인 치밀한 묘사로 표현되는 작품의 세계에서 독자는 그 객관적인 세계를 뚫고 비어져 나오는 불안의 징후와 고통받는 한 인간의 정념을 엿보게 되며, 거기에서 로브그리예의 소설을 읽는 독특한 재미를 발견하게 된다.

<출처 :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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