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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날의 초상화

짧은다리 | 2008.11.12 16:16 | 조회 1188
도로 및 교량 시공을 전공한 토목기사로서
국가 발전의 대동맥을 건설한다는 자부심으로
소중한 젊음을 통째로 바쳤다,,,

돌이켜보면,,,

국가적으로는 위험한 건설 현장에서 불타는 사명감에 미쳐 날뛰는 애국자였으나,
가정적으로는 빵점 남편에 낙제 아빠였음을 부인할 수 없으니
아쉬움과 미안함으로 점철된 젊은 시절이었다,,,

신혼때 얘기다,,,

살벌한 요즘과 달리 내가 사회 초년병이던 시절에는
대기업 사원이 선망의 직업이었고,,,
평생 직장이라는 개념으로 노후 걱정을 별로 하지 않았던 좋은 세월이었다,,,

선후배간의 끈끈한 애정과 의리가 느껴졌던 분위기에
건설사 엔지니어 특유의 군대 문화가 흘렀던 낭만적인 시기였다,,,

대기업 사원이라는,,,
지금 생각하면 별볼일 없는 엘리트 의식으로 뭉쳐
음주 행각을 벌이던 얘기다,,,

두주불사의 주량을 자랑하던 내가 예외없이 대취한 어느날이다,,,

아침에 일어나니 깨질듯이 머리가 아파오는 것이
어젯밤 술좌석의 질펀함을 가늠할 수는 있었는데,,,,
도대체 언제쯤 집에 와서 잠을 잤는지,,,
왜 소파에 널부러져 잠을 자고 있는지,,,
신혼의 예쁜 마누라는 어디가서 콧배기도 보이지 않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당시엔 마누라가 집을 비우는 일이 다반사였기 때문에
그날도 귀가하지 않은줄 알고 별다른 걱정없이 출근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경고조의 목소리로 전화를 건 아버지로부터
지난밤의 사정을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 재 연 -------------------

택시를 타고 집에 도착했다,,,
새벽 3시경,,,

"딩동~ 딩동~"

마누라가 문을 열고 나왔다,,,
당연히 잠옷을 입은 채로,,,

익숙한 솜씨로 만원짜리 지폐 두장을 꺼내서
마누라 가슴에 푹 찔러 넣었다,,,

"예쁜 애들로(딸꾹) 준비해!(딸꾹)~~"

난 착하고 순진한 마누라를 야들야들한 옷을 입고
손님을 반기는 예쁜 기생으로 착각했던 것이다,,,
아늑한 우리집이 순식간에 술집으로 개판된 순간이다,,,

소파에 가서 앉아 주안상을 기다리는 나를 보면서
마누라는 많은 갈등을 한 모양이다,,,

저넘하고 계속 살아?,,, 말아?,,,,

그리고는,,,
아버지께 모두 고자질을 한것이다,,,

그날밤 아버지에게 불려가서
훈계성 질책을 떡이 되도록 들었다,,,

---------------------------- 끝 -----------------------------

그날 이후로 난 많은 반성(?)을 하고
보다 치밀하게 음주행각을 벌였다,,,

적어도 마누라를 기생으로 착각하는
엄청난 실수를 다시 하지 않았다,,,
잘했남?,,,

그리고,,, 요즘은 아예,,,, 술을 마시지 않는다,,,
머리가 24시간 내내 맑아서 대단히 즐겁다,,,

어쨌든,,,,
그날밤의 아찔한 사건이 아스라한 추억으로 남았으니
지나간 세월이 아쉬울 뿐이다,,,

노래 한 곡 부른다,,,

이선희의 " 아!~~ 옛날이여!~~"


추신 : 당시 마누라는 모대학 병원에서 수련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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