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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강령탈춤 1

마법사 | 2008.10.30 21:53 | 조회 1212
>아침 일찍 흰구름, 간간히 회색 구름사이로 햇볕이 비추인다.
>아내가 ‘거 바, 날씨 좋지’한다.
>그저 속으로 감사하달 뿐 더 이상 토를 달 수 없다.
>다소 긴장감을 가지고 교회로 향했다.
>
>왠 걸 비가 주저리 주저리 한다. 아니 이 틀 동안 왔으면 충분할 줄 알았는데, 아 차 십다.
>아니 비가 더 주룩주룩 내린다. 비가 왔다 안왔다 한다. 우리 마음도 왔다 갔다 한다.
>한마디씩 한다. 공연은 가능한가... 안되면 예배당에서 하지... 한 주 연기할까.
>누가 ‘학교 강당을 빌립시다’한다. 나도 공감하고 학교로 향했다. 학교 관리하는 아저씨를 통해 교감 선생님과 통화를 하였다. 지난 여름 연습 때에도 교감 선생님은 마다하지 않고 흔쾌히 강당을 빌려주셨다. 그런데 이 번에도 깨끗이 잘 사용하랍신다. 고마우신 고기초등학교 교감선생님이다.
>
>근데 우리 탈춤팀은 비가 오는 중에도 계속 큰 방, 예배당, 아니 비가 주춤하면 마당에서 여전히 연습에 몰두해 있다. 비는 여전히 계속이다. 나도 역시 비와 상관없이 마음 편하게 음향, 조명, 무대자리를 살핀다. 간간히 말뚝이 춤도 연습해 보면서. 마음이 편하다. 공연시간이 점점 다가온다. 한 30분 전인가. 송 선생님 ‘하늘이 도와야 하는데’한다. 그래 맞아 날씨는 우리가 관여할 일이 아니지 비가 쏟아지면 못하는 거구, 그치면 하는거구 그러는 거지. 너무 당연한 것 아닌가. 공연 못하면 누구 손해이인가. 하나님 손해 아닌가. 하나님 맘대로 하라구 하지. 저녁 5시 공연 시간이 거의 다 되어 정말 하늘의 먹구름이 살 물러가고 간간 햇살도 비친다. 송선생님 왈“됐어! 이제 비 안와. 공연 준비해! ” 한다. 그러면서 바삐움직이기 시작했다. 사회 한동우, 또 1부의 대금, 가야금, 진도 북춤... 강령팀도 부지런히 옷을 갈아입었다. 송선생님 한 말씀 “ 평소처럼 하라!”하신다.
>
>아침에 부지런히 높이를 수정한(더 높이 달았다. 조명이 낮으면 공연자의 시선으로 빛이 향하여 공연자들의 시야를 가린다)조명에 불이 들어왔다. 목련과 소나무 사이로 스며드는 빛이 환상이다. 따뜻하다. 마음이 푸근하다. 기분이 좋다.
>
>비가 그쳐 무대에서 리허설을 해 보는 진도 북춤 3사람. 올 해로 3번째 출연.
>아름다운 분들이시다. 제각기 멀리서 오셨다. 항상 기꺼이 동참에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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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년 개구쟁이 한동우집사님 결국 사회 보랴, 음향 맡으랴 분주. 시작 2분전에 말썽을 일으키던 왼 쪽 스피커도 고쳐졌다고, 완벽한 무대였다고 자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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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 너무 꽉 메지마 머리가 ‘마이 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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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이렇게 팔을 쭉 펴야지요! 중요무형문화제 제34호
>강령탈춤 이수자 이혜경 선생님의 가르침 한 마디^^
>http://www.gogi.or.kr/picture/b-933.jpg
>
>이제 우리가 써야할 탈 바가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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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메어야 되요! 복장을 만져주시는 장수주 선생님. 강령탕춤을 추게된 원인을 제공해 주셨다.
>http://www.gogi.or.kr/picture/b-939.jpg
>
>시간이 점점 다가온다. 예배당 불빛이 따사롭다. 우리 고기리 할머님들.
>매년 작은음악회의 V.I.P 고객이시다.
>http://www.gogi.or.kr/picture/b-940.jpg
>
>손님을 맞이하는 청사초롱. 송금.신금 두 금이가 총기발랄하게
>아래공방에서 만들었다. 내년에도 사용가. 필요하면 임대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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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gogi.or.kr/picture/b-943.jpg
>
>http://www.gogi.or.kr/picture/b-944.jpg
>
>그래서 공연은 시작된 것이었다!! 혜지의 대금.입시를 앞 두고 기꺼이 참여.
>보다 성숙해진 소리. 호흡도 안정되고... 좋은 결과 있기를^^ 마음으로 소리를 들어보세요.
>인디언 포카혼타스가 마음을 귀우리면 소리가 들린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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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충희 일취월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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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진도 북춤 둥, 둥, 둥 북 소리, 우리의 가슴이 쿵, 쿵
>잠든 마음 깨우는 소리?! 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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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 상달의 끝무리를 적신 빗방울은 이바지였다. 춥지 않았다. 맞을만 했다. 작년 음악회 때보다 바람결이 부드러웠다. 땅에다 발을 묻고 살아가는 것들은 저마다 환호성을 지르면서 비마중했다. 그중에 아무개를 닮은 나무들은 덩실덩실 춤을 추기도 했고, 사람들의 수발을 한껏 받으면서 살아가는 가을무가 가장 빗방울을 달게 마셨다. 그날밤 하도 비를 많이 마셔 배가 터진 가을무들이 많았다고, 뒷산 풀들이 나한테 알려주었다. 우리집 뒷산 언덕배기에 우뚝솟은 감나무는, 나이가 나보다 많아 늘 말을 올리라고 하지만 나는 늘 친구하자고 버티고 있는 그 감나무가 그날 문자메시지를 보냈는데, 빗방울을 농주삼아 마시면서 한해를 갈무리하겠다고 껄껄껄 웃었다. 그만큼 반가운 비였다.


허나, 비에 익숙하지 않는 인간들이야 다르지. 더구나 우리집에는 1년에 한번 오는 귀한 이들이 오는 날, 어쩌자고 나는 그들을 교회로 불러들였다. 부침개로 안주삼아 농주좋아하는 이들의 가슴을 울리는 비, 꼭 그 정도의 가락으로 오락가락하더니 오후 3시를 넘기자 제법 굵어졌다. 박경장선생님께 전화하여 축제의 여부를 묻고, 비가 와도 한다는 대답에 마음이 강해졌다. 그래야지, 아암. 그래도 손님들 때문에 마음이 불안했다. 교회에 가보니 손님들이 이미 와있다. 먼 곳에서 오신 분도 있다. 그 아이들은 그날을 학수고대.
"엄마, 나 불놀이하다가 죽어버려도 돼?"
그럴 정도로 그날을 기다린 아이들을 데리고, 비가 오는 낯선 교회로 가다니.....어서 집으로 데리고 가서 불놀이하고 놀아야 하지 않는가. 그런 생각이 교차했다.


다행히도 그분들은 좋아했다. 아이들은 도서관으로 밀어넣으려고 했는데, 이것들도 가지 않고 버틴다. 우리딸도 웃는다. 안동에 가서 탈춤 볼 때는 시종 졸더니. 가라고 해도 안 가고 보겠다고 한다. 내 걱정을 다 날려버렸다. 우리는 잘 놀았고, 잘 웃었고, 누구보다도 잘 먹었다. 모두들 나한테 고맙다고, 이런 곳에 산다는 것이 부럽다고, 너무 재미있었다고.......


교회를 나오면서, 하늘을 보고 비를 맞았다. 비가 흐르고 흘러 우리의 몸속으로 강을 이뤘다. 이 흐름이 흐르고 흘러 고기리라는 다소 낯설고, 아직도 나에게는 이질적이고 어딘지 다가서기에는 너무 멀어보이는 그 이름, 그 마을, 그 사람들 마음까지 흘러들기를 바라면서 나왔다.

그날밤, 우리는 빗물이 되었다.
인간이 아니었다. 하여 뒷산 감나무(나중에 야자타임 때물어보니까, 나이가 이백 몇 살이러던가?)랑 나하고 나이가 비슷한 가래나무도 와서 같이 술마시고 놀았다.
불이고, 물이고, 바람이었다, 그날 우리는.


그 축제를 준비하시고, 펼쳐주신 분들께 감샤, 감샤 드립니다.
오랜만에 고행 마을에서도 잃어버린, 도시라는 그늘에서는 영영 사라져버린, 작은 사람들의 큰 흥겨움을 맛보았습니다. 짱이었습니다.<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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