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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들꽃, 평화

한동우 | 2005.11.09 16:26 | 조회 1406
그날 저녁은 바람에 온통 몸을 내 맡긴 들꽃들처럼 자유롭고 평화로왔습니다.
그렇게 노래 속에 나를 맡긴 적이 언제였나.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나와 남이 따로 없는 경험을 했던 적이 언제였나. 잘하거나 못하는 것을 걱정하지 않고 그저 함께 즐거웠던 적이 언제였나. 이런 생각들을 하며 행복했습니다.

연습하고 준비하는 동안 왼손 손가락끝이 예닐곱번은 벗겨진 것 같습니다. 지금도 굳은 살이 생겨서 빤질빤질합니다. 가끔씩 손을 오무려 손끝을 만지면서 스스로 대견해 합니다. 이 굳은 살이 다시 말랑말랑해지기 전에 기타를 들고 함께 노래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어떤 사람은 우체국 앞에 서서 바람에 날리는 은행잎을 보며 '세상에 아름다운 것들이 얼마나 오래 남을까'하고 서운해 합니다. 그래요. 세월이 가면 모든 것은 변하고, 늙고, 사라지게 되죠. 이런 생각이 우리를 쓸쓸하게 합니다. 하지만 '소낙비'와 '눈보라'를 견디는 '꽃'과 '나무들'처럼 우리 마음 속에 간직한 행복한 기억과 감동은 아무리 세월이 지나도 없어지지 않고 오히려 또렷하게 남지 않을까요. 행복한 생각을 떠올려 하늘을 날 수 있었던 피터 팬과 아이들처럼, 그날 저녁의 행복한 기억이 제게 큰 힘이 되는 것 같습니다.

박경장님의 기타는 제게는 최고였습니다. 연습할 때 한번, 연주하는 동안 한번, 합쳐서 두번이나 그 강하다는 기타줄을 끊어버리시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죠. 어쩌면 노래와 목소리와 기타소리가 그렇게도 잘 어울릴 수가 있는지요.

송금희님, 문병준님. 작년에 처음 뵈었을 때, 고수님들이라는 걸 알았더라면 그 앞에서 감히 기타치는 시늉도 못했을 텐데, 아무것도 모르고 까불었다가 목덜미가 후끈했습니다. 이번에도 두 분이 계셔서 아름다운 음악회가 됐습니다.

영원한 음악선생님, 신동근목사님. 목사님이 안계셨더라면 우리가 한번이라도 제대로 연습을 했을까요. 조율도 되지 않은 기타를 각자 들고 헤메는 저희 양들에게 목사님은 진정한 목자였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노래 부르시는 모습은 연습 때 보지 못했던 목사님의 또 다른 면이었습니다.

고기리의 John Lennon, 고기리의 한대수. 안홍택목사님. 저는 이번에 '노래가 몸에 밴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Imagine'과 '물좀 주소'는 기타 소리에 맞춰 목사님의 몸에서 배어 나오는 것 같았습니다. 모두를 위해 제대로 망가지신 목사님. 그런데, 그 다음날은 어찌 그리 평소와 다름없이 설교를 잘 하시는지. 역시 목사님이시구나 했습니다.

벌써 내년이 기다려집니다. 내년엔 국악으로 하신다니까 징이나 북이라도 배워야 하나 어쩌나 고민 중입니다.

바람이 차갑습니다. 이제 모두들 겨울 준비를 하겠지요. 더 추워지기 전에 교회 뒷마당에서 2차 뒷풀이라도 한번 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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