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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기찻길옆 부천 선한목자교회

하늘기차 | 2016.10.03 11:03 | 조회 2093

기찻길 옆 공동체 ‘선한 목자 교회’

예수를 실천하는 교회

                                         (소사댁이라는 분의 블러그에서)

  부천시 소사구 송내2동 568-1번지 지하철 1호선 부천역과 중동역 사이 기찻길 옆에 하얀색 페인트칠을 한 낡은 3층 가옥이 있다. 층마다 다닥다닥 여러 개의 방이 있어 주로 셋방을 놓는, 부천 구시가에 많은 다가구 주택이라고 보면 된다. 얼른 보기엔 아무런 표식이 없어 일반주택과 구별되지 않는다. 가만히 보면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옆 벽에 작은 간판이 붙어있다. 기독교 대한감리회 선한목자교회, 물푸레공동체, 장애인공동체 쉴터, 샬롬 빌리지 등이 작은 글씨로 네 줄 쓰여 있다. 아무리 보아도 교회임을 알리는 십자가는 보이지 않는다.

 김명현 목사와 부인 이정아 씨 부부와 박현주, 정봉임, 함화정 등 교인들이 함께하는 교회 이다. 개신교 주요 교단 중의 하나인 감리교 소속의 교회가 십자가 표지도 없이 목회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좀 특이하다면 특이하다. 이 교회는 예배도 일요일 낮에 한번만 있고 수요일 예배나 금요일 구역 예배도 없다.

 이 교회는 미국 워싱턴에 있는 세이비어교회(The Church of the Savior)를 모델로 김 목사 부부가 지난 2003년부터 새로운 형태의 목회를 시작한 곳이다.

세이비어교회는 1947년 고든 코스비(Gorden Cosby) 목사가 설립한 교회로서, 지난 70여년 동안 150명이 채 안 되는 신자들이 모인 이 공동체가 노숙자 재활, 장애인, 청소년, 미혼모, 노인 등 7개 분야 70여 가지에 걸친 다양한 지역사회 복지 사역에 연간 1,000만 불 이상, 우리 돈으로 100억원이 훌쩍 넘는 재정을 집행하는 역동적인 교회가 되었다.

 한국의 대형교회들이 세습과 막대한 교회자산을 둘러싸고 숱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데 비해 세이비어 공동체는 그런 교회와 신앙이 얼마나 잘못되었는가를 일깨워 준다. 교회가 세상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은 교회건물의 크기나 신자 수에 있는 것이 아니라 교인 한 사람 한 사람이 얼마나 철저하게 예수의 삶을 닮아가고 있느냐에 있다. 세이비어 교회는 아무나 교회에 나온다고 교회 교인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철저한 훈련(Discipline) 과정을 통해서 그리스도를 닮은 제자(Discliple)가 되기로 결단하고 헌신하는 자들만 받아들인다.

 김 목사 부부가 이러한 세이비어 교회의 혁신적인 목회를 알게 되고 이를 실천하기까지는 이들 부부의 역동적인 삶이 먼저 있었다. 이들 부부는 일반적인 교회에서 보게 되는 목회자와 배우자의 관계를 넘어 선한목자교회를 공동으로 사역하는 동반자라고 할 수 있다.

 김명현 목사는 구로공단 노동자들과 접하면서 다니던 의대를 그만두고 예수의 길을 따르기 위해 신학으로 방향을 바꾼 끝에 1990년 무렵 고등학교 시절 인연을 맺은 염범석 목사가 있는 부천으로 오게 되었다. 세상의 구조적 질병을 고치겠다고 다짐하며 부천과 인연을 맺었다.

 2011년 ‘제 7회 강희대 시민상’ 수상자인 부인 이정아 씨는 유년기부터 부천에서 자랐다. 대학입학 직후부터 복사골 야학 지도교사로 활동하는 등 일찍이 이웃 속에서 실천하는 그리스도인을 지향하던 이였다. 이들은 1993년 혼인 직후 원미동에 있는 ㄷ교회 사역을 맡으면서부터 목회자가 교인들의 헌금에 기대어 생계를 이어나가는 관행을 따르지 않고 이정아 씨가 벌어들이는 수입으로 생활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교회에 등록된 신자 중심의 폐쇄된 목회가 아니라 교회 바깥의 소외된 이들, 노숙자나 학교 밖 청소년들과 함께 하는 이웃이 되고자 했다. 이 같은 방침은 기존 목회에 익숙한 교인들에게는 흔쾌한 일이 아니었다. 이 과정에서 기존의 목회와는 다른 역사적 예수의 발자취를 따르는 길을 모색하던 끝에 2001년 말 ㄷ교회를 그만두고 이듬해 5월 김목사 부부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미국으로 떠난다. 거기서 워싱턴의 세이비어 교회를 만나고 교회 자체의 성장이 아닌 교회를 기지로 삼아 지역사회의 변화와 성장을 지향하는 누룩같은 존재로서의 교회상(敎會像)을 접하게 된다.

 

  기찻길 옆 공동체

  미국에서 돌아 온 이들 부부는 2003년 3월부터 원미구 심곡3동 부천 전화국 앞에 있는 그들의 전세방에서 작은 공동체, 선한목자교회를 열었다. 돌아오면서 김 목사는 물론 이정아 씨도 더 이상 경제활동을 하지 않고 김 목사와 함께 전업으로 사역을 시작했다. 그들의 목회방침에 공감하는 교인 10여명으로 교회를 열고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그들 주변을 둘러보았다. 사실 이들 부부가 아니어도 우리 주변에 이웃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찾는 것은 너무 쉬운 일이다. 하지만 제한된 자원을 가지고 누구에게 어떻게 먼저 손을 내밀 것인지를 판단하는 것이 꼭 쉬운 일은 아니다.

 그들의 눈에는 먼저 골목에 방치된 저소득층 맞벌이 부모들의 자녀들이 보였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부모는 공장이나 공사장, 혹은 식당에 나가고 없지만 아이들을 학원에 보낼 여유도 없다. 아이들이 할 일이라고는 골목에 몰려다니면서 한 두 아이들 집에서 텔레비전, 컴퓨터 게임 등에 빠지거나 때때로 사소한 비행의 유혹에 넘어가기도 한다. 더욱 문제는 부모가 밤늦게 돌아올 때까지 먹는 것도 부실하다, 컵라면과 찬밥덩이로 영양의 균형과는 거리가 먼 끼니를 때우는 것이다. 2003년이면 외환위기를 훌륭히 극복하고 해마다 사상 최고의 외환보유고를 경신하며 삼성전자는 10조원 매출에 1조원 이익을 구가하던 시절이다. 정부와 대기업의 금고는 점점 배가 불러 가는 대한민국의 대도시 뒷골목에는 수많은 아이들이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대를 이어 빈곤을 물려받을 채비를 하고 있다. 이들 부부는 먼저 수업을 마치고 돌아 온 아이들 네 명(남녀 각 2명)을 교회로 불렀다. 거기에 이들 부부의 1남 2녀를 포함하여 모두 7명의 아이들과 함께 노는 것이었다. 아이들과 게임이나 숙제도 하면서 저녁을 먹이고 부모들이 올 때까지 데리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시작한 활동은 기차길 건너 지금의 장소로 옮겨 온 뒤에도 계속되었다. 골목에 방치된 네 아이로 시작된 활동은 이제 4가지 분야의 13개 활동으로 확장되었다. 편의상 13가지 활동이라고 부르지만 이들의 활동은 정형(定型)이 없다고 밖에 할 수 없다. 마치 아베마처럼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분화하고 통합하는 유연한 구조이다.

 이곳에는 김 목사 부부와 함께 ‘서번트 리더’라고 부르는 동역자들과 장애인, 청소년들이 함께 하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원 가족과 함께 하기 어려운 이들이다. 약간의 정신지체를 갖고 있거나 부모의 별거나 이혼으로 마땅히 머물 가정이 사라진 경우도 있고, 스스로 가정과 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이곳저곳을 전전하다가 마지막으로 이곳에 정착한 경우도 있다. 적게는 일곱 살부터 스무 살이 넘은 이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가난한 이들을 섬기지 않으면 그리스도인이 아니다.

  심포니센터’는 선한목자 공동체가 행하는 이웃사역의 지원하고 조율하는 곳으로 김목사가 맡고 있다. 여기에는 활동가를 비롯한 다양한 이들의 친교와 소통을 위한 카페 ‘교향(交響)’이 있고, 김목사가 초기부터 교류해 온 장애우들의 친교공동체인 ‘좋은 친구’가 있다.

 이정아 씨가 2011년 강희대 시민상을 받은 직접적 사유가 되었던 ‘물푸레나무’는 전국에서 가출 청소년이 가장 많이 모인다는 부천역을 중심으로 ‘청개구리 밥차’를 운영하고 있다. EBS에도 소개된 바 있는 ‘청개구리 밥차’는 매주 화요일 밤은 부천역 북부광장에서, 수요일은 도당동에서 아시아인권문화연대 등 지역내 단체들과 연대하여 청소년들에게 식사를 제공하고 상담활동을 벌이는 청소년 무료 심야식당이다. ‘물푸레나무’에는 청소년들의 꿈, 희망을 충전해 주는 것을 목표로 하는 ‘플러그 인’과 청소년 예비가정 ‘사마리아 인’ 활동이 함께 이루어진다.

 쉴터(화애)는 과거 구로공단에서 노회찬 등과 함께 노동운동에 종사하던 박현주 씨를 중심으로 중증장애인을 위한 공간이다. 쉴터(화애)에서는 중증 장애아동을 위한 ‘좋은주말’, 가정회복을 지원하는 ‘사랑너울’, 사랑너울 부모들을 위한 ‘사랑모임’,과 장애아동들의 방과후 생활을 지원하는 ‘작은가정’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부천아동보호전문기관 소속의 사회복지사로 일하다가 하느님과 이웃에 투신

정봉임 씨가 맡아서 운영하는 ‘샬롬빌리지’는 청소년들의 대안가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여기는 여러 사정으로 가정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청소년들과 성년에 이르러 독립을 준비하는 예비가정, 마을 안에 정착하는 독립가정이 있다.

‘함박공동체’는 청소년기에 ‘샬롬빌리지’에 들어왔다가 성년에 이른 장애우들의 독립가정으로 서울신학대를 졸업하면서 인턴 과정을 거치며 서번트 리더가 된 함화정 씨가 맡고 있다. 이 공동체가 여느 사회복지 시설과 다른 것 중의 하나가 모든 청소년들이 각각 방 하나씩을 사용하여 독립된 사생활을 보장받는다는 점이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대부분의 사회복지시설이 마치 군대 내무반처럼 집단수용하는 데 비하면 보기 드문 일이다.

 사실 짧은 지면에 선한목자교회를 소개했지만 김명현 목사를 비롯한 이 공동체의 진면목을 드러내기에는 너무도 부족하다. 교회라고 하지만 지금껏 어디서도 보지 못한 교회이고, 많은 교회들이 병행하는 사회복지기관 · 시설과도 다르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등의 지원은 일체 받지 않고 소외된 청소년과 장애우, 노숙자들에게 가정을 회복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 이들의 활동을 봉사라는 몹시 여유로운 이름으로 부르는 것도 옳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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