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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산업 관련자들의 낙관론에 감춰져 있는 무책임과 탐욕

하늘기차 | 2012.07.16 10:53 | 조회 1275


핵산업 관련자들의 낙관론에 감춰져 있는 무책임과 탐욕
<최성각: 풀꽃평화연구소 대표> 2012.717

언제나 그렇지만 우리 나라는 시끌벅적합니다. 사실은,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사람들이 무리를 이루어 사는 사회는 당연히 시끄법적할 것입니다. 문제는 어떤 일로 시끌법적한가, 그것이겠지요. 개인이 이 세상의 모든 일을 다 알 재간이 없기에 매체가 그 일을 대신해주고 있습니다. 매체는 새소식들을 '뉴스'라는 이름으로 전달해줍니다. 그 뉴스는 누군가 "으음, 이것은 뉴스거리가 되는 것이야!"라고 판단한 뒤에 취재해서 보여줍니다. 우리는 그 '누군가'가 골라서 보여주는 것들로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읽고 이해합니다. 어떤 소식은 여기 이곳에 사는 사람들 모두 마땅히 알아야 하지만, 그런 소식들이 알려졌을 때 불이익을 받을 사람들의 압력에 의해 감추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맨날 거듭되는 이야기지만, 언론의 자유가 중요하고, 모두가 똑바로 알아야 할 가치있는 사실을 재대로 전달할 믿을 만한 언론이 존재한다는 게 중요하고, 그런 언론의 존재가 가능하게 하는 민주주의 제도가 중요할 것입니다.
지금 우리 나라 한구석에서는 '잠자는 불'이 있습니다. 써놓고 보니, 『잠자는 불』은 오래 전에 제가 썼던 중편소설의 제목이네요. 그 소설로 제가 이른바 작가로 등단했지요. 하지만 오늘 화제로 삼고자 하는 잠자는 불은 그런 사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수명연장(?)을 하기로 작정한 뒤, 고장이 나자 수리를 다했다고 발표했으나 국민들이 잘 안 믿고 불안해한다고 하면서 국민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설득하는 시간을 좀더 벌었다가 가동하려고 하는 고리원자력발전소 1호기입니다.

고리1호기는 우리나라 최초의 핵발전소(원자력발전소라고 부드럽게 불러도 그 시설물의 위험성은 마찬가지입니다)입니다. 4년 전에 그 수명 30년을 다했지만, 계속 가동중인 핵발전소가 고리1호기이기도 합니다.

정부는 왜 고리1호기를 계속 가동하려고 할까? 전체 전기생산의 고작 1%밖에 생산하지 못하는 고리1호기에 이토록 집착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거기에는 여러 설이 있지만, 주목할 만한 주장들 중의 하나는 폐로를 할 경우 발생될 고준위폐기물 처리에 들 천문학적인 처리비용 때문이라는 설이 있습니다. 물론 핵발전소에서 핵무기의 원료가 나오니까, 그것과 관련한 국가 차원의 장기프로그램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에너지 문제와 관련된 이야기에만 국한해서 말한다면, 가동중지를 하고 폐로를 결정할 경우 그 비용이 적나라하게 노출될 것인데, 그러면 국민들이 "그렇게 돈 많이 드는 것 다신 짓지 말자"고 할 게 뻔하기 때문이라는 이유입니다. 국민들은 핵발전소의 위험성보다는 핵발전소 폐로 이후의 사후처리 비용 때문에 경제가 죽고, 세금을 더 내야 하는 상황을 더 끔찍하게 여긴다는 것을 핵발전소의 수명을 연장하고 계속 안전하다, 안전하다, 말하는 사람들은 잘 알고 있는 것입니다. 그들을 '핵마피아'라고 말하면 성질을 내니까, '핵산업 관련자들'이라고 말하는 게 부드러운 표현일 것입니다. 표현을 부드럽게 하거나 적나라하게 하거나, 그 정체성의 본질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겠지요.
요컨대 "폐로를 할 때 하더라도 지금은 아니다", 즉, 폐로를 결정해서 폐로비용이 노출되면 그동안 "값싼 원자력 에너지", 어쩌구 하던 새빨간 거짓말이 모두 뽀록이 나기 때문에 순식간에 거짓말을 일삼아 천문학적인 세금을 축내는 범죄자로 낙인찍힐 것을 그들은 두려워한다는 것이지요.(한겨레, 2012.7.11, 왜냐면>정부는 왜 고리1호기 폐쇄를 피하려고 할까/김익중(동국대 의대교수), 참조)


며칠 전(7월11일), 반핵부산시민대책위원회와 부산환경운동연합이 마련한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일본 원자로 압력용기 전문가인 이노 히로미츠 도쿄대 명예교수는 오후 부산 동구 초량동 YWCA 강당에서 잘라 말했습니다.
"고리1호기 원자로 재질이 애초부터 나빠 지금이라도 첨단 현미경으로 정밀점검을 해야한다"고,
그는 후쿠시마 사고를 겪은 나라의 전문가이기 때문에 "원자력탐침이온현미경(APFIM)과 전동전자현미경(TEM) 등 첨단장비로 과거 검사한 감시시편과 현재 원자로 내에 있는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감시시편을 꺼내 미세구조 조사를 해야 고리1호기의 원자로 안전상태를 정확히 알 수 있다"며, "고리1호기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수 없기 때문에 이같은 정밀 안전점검 없이 재가동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일반인이 알아듣기 어려운 말을 했지만, 골자는 고리1호기는 '애초부터 원자로 재질이 나빠' 수명을 다한 것만 해도 하늘이 도운 일인데, 다시 가동하려고 해서는 절대 안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방금 전에 엄청난 사고를 겪은 나라의 전문가의 말이니만치 귀담아 들어야 할 텐데, 정부(한국수력원자력)는 막무가내로 고리1호기를 재사용하려고 듭니다. 비슷한 시기에 강원도 삼척에서는 삼척시장이 핵발전소를 우려하고 반대하는 사람들을 '우리 사회의 암적 존재'라면서 "그들을 (깡그리) 도려내야 한다"는 끔찍한 발언을 해서 현지 사람들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삼척시장이 탈핵하려는 사람들을 일러 암적 존재라 부르는 것은 그의 자유이긴 하나 솔직히 말해, 그분은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막말을 막 하는 사람 같습니다. 무지하고 거칠고, 겁이 없는 사람인 것만 같습니다. 고리1호기든, 삼척시장이 삼척시에 짓고 싶어하는 핵발전소든, 핵발전소는 짓는 순간부터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시작되는 무서운 시설물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핵발전소가 안전하고, 거기에서 나오는 에너지가 싸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의식하면서, 오늘 저는 1979년 3월 미국의 스리마일 섬에서 일어난 핵발전소 사고가 얼마나 사소한 이유로 일어났는가를 소개해 드립니다. 그것은 결코 기술적인 결함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핵발전소가 끄덕없다고 호언하는 사람들은 늘 "핵발전소는 고도의 안전성을 기반으로 첨단의 안전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그러므로 안심해라", 그런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즉, 기계 시스템의 높은 안정성에 대한 과신을 앞세웁니다. 그것은 어쩌면 틀린 말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들이 간과하고 있는 치명적인 사실이 하나 있으니, 곧 휴먼팩터(인간의 문제, 인적 요인), 달리 말하면 인간이 태생적으로 실수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외면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가 인간적이라고 말하는 부분은 바로 인간의 그러한 약점과 관련된 인간이해일 것입니다. 인간이 기계처럼 완벽하면 그 존재는 이미 인간이 아닌 것이지요. 모순된 말을 하고 괴로워하고 그러면서 그것을 고치려 하고, 그리고도 또 실수하는 것이 바로 인간이고, 그래서 인간은 흥미롭고 오묘한 존재로 이해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제는 널리 알려져 있듯이, 미국의 스리마일 섬 사고나 (당시)러시아의 체르노빌 사고나 모두 '인간의 사소한 실수'(휴먼 에러)가 그 원인이었습니다. 일본도 최근 긴 시간의 엄밀한 조사 끝에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는 (천재가 아니라) 인재(人災)였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하지요. 핵발전소의 기계시스템보다도 저는 실수할 수 있는 인간의 본성과 한계를 인정하지 않으려 드는 핵산업 관련자들, 혹은 핵산업 강국이 되어야 한다고 기염을 토하는 정신나간 정치지도자들, 그리고 아무런 의심도 없이 거친 말을 마구 내뱉는 삼척시장 같은 이들이 백배 천배쯤 더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술에만 과도하게 의존하는 그들 핵산업 옹호자들의 위협적인 낙관론에는 당대 일신의 탐욕만 누리면 그만이라는 무책임과 자포자기적인 이기심이 깔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침 우리나라는 금년에 새 대통령을 뽑습니다. 핵발전소를 어떻게 생각하는 후보인가, 그래서 장차 어찌할 것인가, 거기 대한 후보의 생각이나 공약이 이번 선거에서 어떤 이를 뽑을 것인가라는 선택을 할 때, 무엇보다 중요한 기준이 되기를 바랍니다. 인간(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지도자는 우리 삶에 끼치는 고약한 영향력이라는 측면에서 방사성 물질만큼 무섭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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