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고 싶은 고기교회

내일이 일요일입니다.
일요일이면 고기교회에 가야 하는데
.....
이번 이사가 저희 가족에게는 참 힘들었습니다.
아내는 이사전부터 온몸으로 아파하면서 이사에 저항했습니다.
아들 민영이는 사슴같은 눈으로(?) 저를 바라봤습니다.
제 마음도 저의 머리에게 자꾸 질문을 했습니다.
"꼭 가야 하니?"

나이 40은 불혹의 나이라고 합니다.
불혹은 유혹에 휩쓸리지 않는다는 불혹(不惑)이 아니라
경계에 매이지 않는다는 불혹(不或)이라고 합니다.
50이 넘어가면 더 이상 새로운 시작을 꿈꿀수가 없을 것 같아서
모든 소리를 유혹으로 넘기고 총총 떠났습니다.
......
도시의 삶을 지탱해 주는 관계들을 설정하기 위해
에르실리아의 주민들은
집 모퉁이에 흰색이나 검은색, 회색 혹은 흰색과 검은색이 섞인 실들을
혈연관계, 거래, 권력, 기관들의 관계를 나타내는 방식에 따라 걸어놓습니다.
실들이 너무 많이 걸려 있어서 그 사이로 지나다닐 수 없게 되면
주민들은 그곳을 떠납니다.
-보이지 않는 도시들-
.......
그런데
막상 떠나면서
고기리에 걸어놓은 실들이 얼마나 촘촘하게 나를 둘러싸고 있었는지를 새삼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몹시 당황했습니다.
우리가 그 사이에 얼마나 많은 그물을 엮어오고 있었는지를...

이제 그 실들의 길이가 더욱 길어지고 더욱 촘촘해 지기를 소망합니다.
여기 창원으로 그 실들을 이어내고 싶습니다.

고기교회에서 드려지는 일요일의 예배가 성령의 연대로 저에게도 연결되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