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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45일째를 맞으며...

kihyukee | 2014.06.02 10:23 | 조회 1497

지난 주 이우학교에선 인권주간 활동이 진행되었으며, 금요일(5/30)에는 세월호 추모제가 있었습니다.

추모제 순서 가운데 있었던 교사발언입니다. 제가 준비해 발표했었습니다.

 

차분히 오랫동안 우리들이 해야할 일들을 찾고 실행해야 할 듯합니다.

 

 

세월호 참사 45일째를 맞으며...

오늘로 세월호 참사 45일째입니다. 아직도 침몰한 세월호에선 실종된 16명의 시신이라도 찾기 위해 많은 잠수사들이 생사를 건 고생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주에는 대통령의 사과담화가 있었으며 국가를 개조해서라도 재발을 방지하겠다고 합니다. 지방선거가 닷새 남았습니다. 당연히 지방선거 관련 뉴스가 부쩍 늘고 있습니다. 6월13일부터는 브라질 월드컵이 시작됩니다. 학생들에게는 얼마 후 기말고사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러분 어떻습니까? 이렇게 점차 우리들은 세월호 참사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 같지 않습니까? 저는 여러분에게 묻습니다. 여러분의 마음은 정말 이렇게 일상으로 되돌아가도 괜찮으시겠습니까?

 


어떤 사람들은 세월호 참사가 점점 잊혀지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고 합니다. 혹은 이렇게 잊혀져가는데 나는 할 수 있는게 별로 없다니 너무 무력해진다고도 합니다. 무언가를 지속적으로 하고 싶지만 일상의 무게가 이렇게 무거운데 결국 되돌아가 각자의 삶을 살아내야 하지 않냐고도 합니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세월호 참사를 잘 이겨낼 수 있도록 현재 정부나 집권세력을 지켜보고 격려해줘야 한다고도 합니다. 전 동의할 수 없지만...

 


다시 묻습니다. 여러분은 어떻습니까? 여러분은 2014년 5월 30일 오후 8시 현재 이곳에서 여러분은 무엇을 생각하십니까?

 


전 오늘은 슬퍼하거나 분노하지 않고 차분하게 이야기를 조금 나누어보고 싶습니다. 제 이야기의 초점은 ‘이제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입니다. 이 물음은 바꾸어보면 ‘우리는 무엇을 지속적으로 해나가서 진짜로 생명이 존중받는 세상을 만들어 갈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저의 고민이 여러분의 고민과 닿아있으십니까?

 


사실 그렇습니다. 참사가 발생한지 45일이 지났는데 오히려 의혹은 자꾸만 쌓여가고 속 시원한 뉴스는 볼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뉴스를 보는 게 싫어집니다. 하지만 미안해서, 화가 나서 관심을 유지하려는데 그 또한 쉽지가 않습니다. 그렇죠? 그런 내 자신에게 서글퍼지기도 합니다. 또 한편으론 계속 관심 가져야 만 할 것 같은 무언의 압력이 살짝 부담스럽기도 합니다.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기억하려니 힘들고, 잊으려니 괴롭고...

 


인간은 잊기 때문에 즉, 망각 때문에 미치지 않고 살아간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느낌이나 감정이 시간이 지나며 점차 약해지는 건 어찌 보면 자연스럽습니다. 하지만 또 사람들은 어떤 기억 하나를 평생 동안 마음에 새겨놓고 그것을 위해 평생을 헌신하고 매진하며 살아가기도 합니다. 즉, 우리는 무엇은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지, 또 한편 잊어버리고 새롭게 채워야 할 것은 무엇인지 잘 가려야 할 때 입니다. 

 


그럼 우리는 여전히 현재 진행중인 이 세월호 참사에서 앞으로 무엇에 관심을 유지하고 잊지 않고 확인해야 할까요? 저는 세 가지를 들겠습니다. 이 세 가지는 가장 기본적이어서 이미 많은 분들이 이야기하는 것들입니다. 하지만 저는 또다시 이야기 합니다. 어쩌면 생명을 존중해야 한다는 가장 기본적인 것이 무시되어 발생한 참사이기에 기본적인 이야기를 거듭해봅니다.

 


첫째는 철저한 진상규명입니다. 우리는 반드시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루어지는 지 확인하고 지켜봐야 합니다. 그래서 죄 없이 죽어간 아이들에게 너희들이 왜, 어떻게 죽게 되었는지를 사실대로 알려주어야 합니다. 너무 기본적이며 당연하지 않습니까? 그렇지요? 그런데 그 진상규명이 쉽고 간단해 보입니까? 진상규명을 어렵게 하거나 복잡하게 만드는 게 뭡니까? 우리들은 진상규명을 가로막는 어떠한 시도나 변명에 단호하게 맞설 수 있어야 합니다. 틈틈이 뉴스를 확인해야 합니다. 의견이 필요하면 개진해야 합니다. 전문성이 발휘되어야 한다면 기꺼이 내어주어야 합니다. 무엇인가 진상규명을 가로막는다면 양심선언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반드시 300명이 넘는 아이들과 선생님들과 일반 사람들이 왜 죽게 되었는지 설명해주고 용서를 빌어야 합니다. 그렇지요?

 

 

두 번째는 관련된 기관이나 사람들의 책임을 제대로 묻는 일입니다. 우리나라는 안타깝게도 해방 이후 일제 강점기 동안 친일했던 사람들의 책임을 제대로 묻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친일세력이 호가호위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서 대한민국은 시작되었습니다. 아마 적폐라면 이만한 적폐가 없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제대로 책임을 묻고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합니다. 책임을 묻고, 걸맞는 처벌을 하는 거 당연하지요? 그런데 당연한만큼 간단하고 쉬워보입니까? 네.. 어렵습니다. 결국 우리들이 힘을 모으고 지켜보고 요구해야 합니다. 당연한 일 당연히 해야합니다. 여러분도 힘을 보태실거지요?

 


세 번째는 재발 방지책이 누구를 위해 어떻게 세워지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또 그 방지책들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감시하는 일입니다. 이렇게 큰 참사가 단순히 몇몇 사람들의 탐욕에 의해서만 생겨난 것이 아닐진데 사후 대책이란 것이 문제 기관 없애버리고 몇몇 사람을 문책하고 교체하는데 그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난하고 힘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정말로 안심하며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그런 재발 방지책인지 반드시 확인해봐야 합니다. 이와 같은 참사는 여러분과 제가 이 땅에서 경험하는 마지막 참사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려면 무엇이 어떻게 바뀌어가고 있는지 우리들이 주인 되어 살펴보아야 할 것입니다. 네... 물론 오래 걸릴 겁니다. 무엇이 어떻게 바뀌는 지 와닿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끊임없이 확인하고 감시하다보면 어느새 바뀌어진 우리들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 저는 믿습니다.


 

지금까지 저는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 우리가 당연히 관심 가져야 할 것 세 가지를 말씀드렸습니다. 거듭 이야기하는데 이 당연한 것을 끈질기게 해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참사 이후 지금도 끊임없이 계속되는 어처구니 없는 망언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심지어 종교인이라는 목사까지 망언의 대열에 합류하는 이 참담한 모습에서 우리는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무기력하게하며, 때론 갈등하게 하는 발언들을 몇 가지 제시해 보려합니다. 현재 이미 있기도 하고, 앞으로 나올 수 있는 발언들인데 이런 발언들에 대해 우리는 냉정히 대처해야 하며 때론 단호히 배척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것들 입니다.

 


죽은 사람은 이미 죽었는데 산 사람이라도 제대로 살아야 하는 거 아니냐?
우리 모두가 공범이다. 먼저 “내 탓이오!”하고 나부터 자성해야 한다.
정말 죽일 놈은 따로 있으니 그들을 처벌하고 국민들은 빨리 화합해야 한다.
이제는 각자의 위치로 돌아와 역할에 충실해라. 정치인은 정치활동에, 학생은 학과공부에, 교사는 학교수업에, 기업인은 기업활동에...
대통령도 한 인간일 뿐인데 그 심정을 헤아리지 못하고 너무 비난만 하는 게 아니냐?
유족 및 실종자 학부모 대책위가 막무가내로 대통령을 만나야 겠다고 하는 등 너무 심한 요구를 하는 게 아니냐?
세월호 참사를 정치적 입장에 따라 유불리만 따져 이용하고 있는 모두가 꼴보기 싫다.

 


어떻습니까? 심심치 않게 듣는 이야기들이고 그럴듯 하지요? 혹 주위에 이렇게 이야기하시는 분들이 있지는 않나요? 이제 제 이야기를 정리하려 합니다. 여러분은 앞으로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하고 실행하시겠습니까? 저는 이러려고 합니다.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물을 겁니다. 다시 말해 숨져간 아이들에게 물어보는 것입니다. ‘아이들아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난 이러려고 하는데 괜찮겠니?’라고요. 여러분도 물어보세요. ‘친구야 우리들이 이렇게 하려는 데 어떠니?’라고요. 부모님께서도 물어보세요. ‘사랑하는 아이야... 우리 엄마 아빠의 생각과 행동이 네 마음에 드니?’ 저는 힘들어지거나 마음이 약해질 때면 물어보려 합니다. 그리고 답을 기다릴 겁니다. 지금까지 아이들은 제게 ‘아무 잘못없는 저희가 왜 죽어야 했지요?’라고 묻고만 있습니다. 여러분도 각자 물어보세요. 이 착한 아이들은 꼭 답해줄 겁니다.

 


또한 저는 어느 정보나 뉴스 기사보다도 우선하여 ‘세월호 가족 대책위’의 활동을 지지할  것이며 대책위의 호소문, 성명, 의견 등을 반드시 확인하려 합니다. 또한 대책위의 요청이나 호소가 있으면 꼭 부응하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지난 45일 간 그리고 지금도 이 땅에서 살아서 가장 고통 받고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누구이겠습니까? 바로 세월호 참사 대책위 가족들이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놀랍게도 이 분들은 지금까지 너무도 의연하게 감당할 수 없는 분노와 슬픔을 다스리며 오고 계십니다. 중요할 때마다 모자라지도 지나치지도 않게 의견을 표명하시고 때론 몸소 온몸으로 자신의 주장과 의지를 관철시키려 애쓰는 모습이 저는 존경스럽습니다. 이 분들이 잊혀질까봐 두렵다고 하십니다. 힘들어서 극단적인 생각이 들기도 한답니다. 우리들이 무엇을 해야 할까요? 바로 그 분들이 지치지 않게, 외롭지 않게 우리들이 해줘야 합니다. 부모로서 사랑하는 아이들의 그 한을 풀어줄 수 있게 우리들이 곁에 있어줘야 하며 지지해 주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그 어떤 정치적 입장이나 비밀스런 주장보다도 우선해 대책위의 활동과 호소에 관심을 기울이려 합니다.

 


이제 마지막으로 처음 물음을 제게 다시 던집니다. 그렇다면 “교사로서 나는 이제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분명하게 그 답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아이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비겁하게 살지 않겠습니다.
지켜보시고 지적해 주시고 함께 해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2014년 5월 30일 세월호 참사 45일째 이우학교 교사 장기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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