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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 시대에 대한 단상

곽문환 | 2020.03.16 14:16 | 조회 658

                                                                   바이러스 시대에 대한 단상

                                                                                                                                                                                                                                              

                                                                                                                              곽문환

 

바이러스로 인한 전염병은 오래전부터 인간을 위협해온 존재입니다. 중국 문헌에서 전염병에 대한 기록은 기원전부터 시작해서 줄곧 등장하고 있고, 서양 문헌에서도 사정은 다르지 않습니다. 그런데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전염병의 치사율입니다. 창조 이래로 인간과 함께 있어 왔던 바이러스가 병적인 단계로 발현하여 치사를 일으키면 공동체 사회를 파괴하는 재난이 되곤 하였습니다.

 

세계사에서 꼽을 수 있는 전염병 재앙이 몇 있는데, 세 가지만 소개하겠습니다. 아시다시피 14세기 유럽의 흑사병입니다. 흑사병으로 유럽은 인구의 4분의 1 정도인 2,400만 명이 사망했습니다. 유럽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린 무시무시한 역병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보다 더 강력한 전염병도 있었습니다. 역사상 가장 높은 치사율을 보인 중·남미에 상륙한 천연두일 것입니다. 1492년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발견 이후로 스페인이 군인들의 정복이 있었습니다. 코르테스와 피사로의 군대는 각각 아스텍 문명(오늘날 멕시코)과 잉카 문명(오늘날 페루)을 공격하였습니다. 하지만 아메리카 문명을 붕괴시킨 것은 스페인 군대가 아닙니다. 스페인 병사들에게 있던 천연두 바이러스가 아무도 모르게 아메리카 원주민(인디오)에게 전파되었고, 100년 동안에 두 문명의 인구 90% 이상이 사망했습니다.(대략 2,000만 명 이상 사망) 전염병이 문명을 멸망시켜버린 것입니다. 20세기에 위력적인 전염병은 ‘1918년 인플루엔자(스페인 독감)’라고 할 수 있습니다. 1차 세계대전 중에 발생하여 주목을 끌지 못했지만, 미국에서 55만 명 이상, 전 세계적으로는 4,000만 명 정도가 인플루엔자와 그 합병증으로 사망했습니다. 이는 제1차 세계대전으로 사망한 인구보다 많은 숫자입니다.

 

역사적으로 전염병은 역사를 바꾼 주요한 요소입니다. 한데 공통적인 특징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전염병으로 인한 재난은 세계화와 관련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유럽을 강타한 흑사병은 몽골에서 시작되었다고 보고 있는데 13세기 몽골제국의 유럽 쪽으로의 팽창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아메리카 두 문명의 붕괴는 스페인을 중심으로 한 유럽의 아메리카로의 침략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1918년 인플루엔자는 제1차 세계대전으로 인한 이동과 관련 있겠습니다. 지역적인 풍토병이 쉽게 세계화되어 버리는 현상이 나타났고 이동이 가속화될수록 전염병의 전파력도 위협적일 것입니다. 2020년 년 초 현재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코로나19도 세계화의 결과물입니다. 중국 우한이라는 도시에서 발생한 전염병이 불과 한두 달 사이 세계로 확산되어 세상을 마비시키고 있으니 말입니다. 세계화는 좋은 점도 있지만 부작용도 있는 것 같습니다

 

전염병의 시대에 중요하게 깨닫게 되는 것은 일상이었습니다. 평화로운 때는 일상의 중요함을 알지 못했습니다. 아이들이 학교에 갈 수 없고, 성도들이 교회에서 만나지 못하고, 직장인들이 일터에서 격리되었습니다. 도서관도, 박물관도, 미술관도 빗장을 걸어 닫아버렸습니다. 일상이 닫혀 버린 느낌입니다. 사실 일상의 삶은 쉽게 변화되는 것이 아닙니다. 프랑스의 역사학자 페르낭 브로델은 세계사를 3가지 영역으로 나누어 설명했는데, 가장 꼭대기에 자본주의 시스템, 중간에는 시장경제 시스템, 가장 아래에는 물질문명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세 가지 영역 중에서 좀처럼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영역을 물질문명으로 보았습니다. 물질문명이 바로 일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계시민들의 일상을 변화시키는 것은 세계사적으로 큰 변수가 있을 때나 있는 일입니다.

 

전염병의 시대로 교회 예배도 바뀌었습니다. 평소 같으면 고기리 예배당 마루에 끼여 앉아 예배를 드렸을 텐데, 각자 집에서 가정예배와 온라인 설교로 대신하게 되었습니다. 참 바이러스 대단합니다. 하지만 병적인 바이러스는 세계화 시대에 더욱 맹위를 떨칠 수도 있습니다. 이제는 바이러스로 가택연금이나 이동 금지가 낯선 상황이 아니라 익숙한 상황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교회의 예배가 바이러스의 숙주가 되는 아찔한 상황이 보도되자 한국교회가 상당히 당황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대부분의 교회들은 온라인 가정예배를 드리는 역사적인 낯선 상황에 직면하였습니다.

 

하지만 위기는 기회라고 교회가 새로운 실험을 해보면 좋겠습니다. 가정예배의 중요함을 재고해보면 좋겠습니다. 가정예배는 초기 기독교의 예배 형태이기도 하지요. ‘수천 명, 수만 명이 모인 자리에 한 명의 담임 교역자가 마치 황제처럼 군림하는 듯 설교하는 설교 중심의 예배가 과연 좋은 것일까하는 회의에 대한 실험을 이 기회를 빌려 해보면 좋겠습니다. 가정예배, 구역 예배와 같은 소규모 예배들은 이미 하고 있었던 것이지만 주일 예배를 대체할 정도의 중요함을 가지지는 못했습니다. 담임 교역자 중심의 주일 대예배의 위상을 다른 소규모 예배들에게 부여해보는 것도 실험해보면 좋겠습니다. 개인의 일상 생활에서도 실험정신을 발휘해보면 좋겠습니다. 바이러스 시대에 우리의 일상을 흘러가는 대로 넋 놓고 관망하기보다 조금씩 설계해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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