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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다 134번째 모임 안내입니다.

머털이 | 2018.06.29 08:35 | 조회 563

글쎄다 134번째 모임 안내합니다.

 

- 7월 23일 월요일 7시에

- 밤토실 도서관에서

- 읽으실 책은 아우슈미츠 생존 작가 프리모 레비가의 '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 입니다.

'글쎄다'는 매달 한권씩 책을 선정하여 읽고, 따뜻하게 이야기합니다.

관심이 있으신 분들의 많은 참여를 기다립니다.

 

 

책소개

아우슈비츠 생존 작가 프리모 레비의 생애 마지막 작품 『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 레비가 수용소에서 풀려난 지 40년, 『이것이 인간인가』를 집필한 지 38년 만에 쓴 책으로, 아우슈비츠 경험을 바탕으로 나치의 폭력성과 수용소 현상을 분석한 탁월한 에세이다. 특히 레비가 자살로 생을 마감하기 한 해 전에 쓰고, 생환자로서 그의 삶의 핵심 주제였던 아우슈비츠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그에게는 유서遺書와도 같은 작품이다.

 

 

책 속으로

                고문당한 사람은 고문에 시달리는 채로 남는다. […] 고문당한 사람은 더 이상 세상에 적응할 수 없을 것이다. 철저하게 그를 무無로 만들어버린 데서 오는 혐오감은 절대로 사라지지 않는다. 인간에 대한 신뢰는 첫 따귀로 이미 금이 가고, 이어지는 고문으로 더 이상 회복되지 않는다. (25쪽)

적은 주변에도 있었지만 내부에도 있었다. “우리”라는 말은 그 경계를 잃었고, 대립하는 자들이 두 편으로 나뉜 게 아니었다. 하나의 경계선이 아니라 여러 개의 복잡한 경계선들, 곧 우리들 각자의 사이에 하나씩 놓인 수많은 경계선들을 볼 수 있었다. 우리는 적어도 불행을 함께하는 동료들의 연대감을 기대하면서 수용소에 입소했지만 몇몇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바라던 동맹은 없었다. 반면에 수천 개의 봉인된 단자單子들만이 있을 뿐이었고 이 단자들 사이에는 필사적이고 은밀하고 지속적인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41쪽)

모든 절대 왕좌의 발치에는 우리의 룸코프스키와 같은 인간들이 한 줌의 작은 권력을 움켜쥐기 위해 몰려든다. 이것은 되풀이되는 광경이다. 제2차 세계대전 마지막 몇 달 동안, 히틀러의 궁정에서, 그리고 살로 공화국의 장관들 사이에서 벌어진 피비린내 나는 암투들이 다시 떠오른다. 이들 역시 회색 인간들로, 처음에는 맹목적이었다가 나중에는 범죄자가 되었고, 죽어가는 사악한 한 줌의 권력을 나눠가지려고 맹렬히 싸웠다. 권력은 마약과도 같다. 권력에 대한 욕망도, 마약에 대한 욕구도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그러나 우연하게라도 한 번 시작한 뒤에는 중독되고 필요한 투여량은 점점 더 많아진다. (77쪽)

라거를 연구하는 많은 역사학자들은, 포로 생활 도중에 자살이 일어난 경우는 드물다는 사실에 동일하게 주목했다. 이러한 사실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해석이 시도되었다. (……) 첫째, 자살은 동물의 행위가 아니라 인간의 행위라는 점이다. 즉, 심사숙고한 행위이고, 자연스럽지도 않고 충동적이지도 않은 하나의 선택이다. 라거에서는 선택의 기회가 별로 없었고 노예가 된 동물들처럼 살았다. 동물들은 종종 죽음을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이기는 해도 자살하지는 않는다. 둘째, 흔히 말하듯이, “생각할 다른 일이 있었다”는 점이다. 하루 일과는 빡빡했다. 허기를 채우고, 어떤 식으로든 피로와 추위를 피하고 구타를 피할 생각을 해야 했다. 늘 코앞에 닥쳐온 죽음 때문에 죽음에 대한 생각에 집중할 시간이 없었다. (88~89쪽)

다른 사람 대신에 살아남았기 때문에 부끄러운가? 특히, 나보다 더 관대하고, 더 섬세하고, 더 현명하고, 더 쓸모 있고, 더 자격 있는 사람 대신에? 그런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그래서 자신을 찬찬히 검토하고, 자신의 기억들을 모두 되살릴 수 있기를 바라면서 또 그 기억들 중 무엇도 가면을 쓰고 있거나 위장하고 있지 않기를 바라면서 스스로를 점검해본다. 그런데 아니다. 명백한 범법행위를 발견하지 못한다. 누구의 자리를 빼앗은 적도 없고, 누구를 구타한 적도 없으며, 어떤 임무를 받아들인 적도 없고, 그 누구의 빵도 훔친 적이 없다. 그럼에도 그런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95쪽)

라거의 ‘구조된 자들’은 최고의 사람들, 선한 운명을 타고난 사람들, 메시지의 전달자들이 아니었다. 내가 본 것, 내가 겪은 것은 그와는 정반대임을 증명해 주었다. 오히려 최악의 사람들, 이기주의자들, 폭력자들, 무감각한 자들, ‘회색지대’의 협력자들, 스파이들이 살아남았다. (……) 나는 물론 내가 무죄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구조된 사람들 무리에 어쩌다 섞여 들어간 것처럼 느꼈다. 그래서 내 눈앞에서, 남들의 눈앞에서 끝없이 스스로를 정당화하려고 애쓰고 있다고 느꼈다. 최악의 사람들, 즉 적자 適者들이 생존했다. 최고의 사람들은 모두 죽었다. (97쪽)

나도 믿음이 없는 사람으로 라거에 들어왔다. 믿음이 없는 사람으로 해방을 맞았고 지금까지 살아왔다. 오히려 라거의 경험이, 그 무시무시한 부당함이 내 불신을 한층 더 굳혔다. 그것은 내가 신의 섭리나 초월적 정의의 그 어떤 형태도 마음속에 품지 못하도록 막았고, 지금도 여전히 막고 있다. 다 죽어가는 사람들이 왜 가축 칸에 있어야 했단 말인가? 왜 어린아이들이 가스실로 갔단 말인가? (……) 경기 끝에 가서 경기의 규칙을 바꾸지는 않는 법이다. 그것이 비록 지고 있는 경기일지라도. 그 상황에서의 기도는 터무니없을 뿐 아니라(내가 무슨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단 말인가? 그리고 누구에게?) 불경스럽고, 추악하며, 믿음이 없는 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큰 신성모독일 터였다. (176~177쪽)

 

 

<출처 :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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