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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88번째 글쎄다

aht21 | 2014.01.25 09:39 | 조회 1675

 

     저는 시 보다 시인과 인터뷰한 내용이 더 가슴으로 와 닿았습니다^^  

 

김신용 시인은 내가 직접 체험하지 않은 것은 글로 쓰지 않는다는 방법론 같은 것이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80년 암울한 시대에 청계천 지게꾼 생활 10년에 마음과 몸이 피페해져 갈 즈음 등에 지고 있던 지게를 마치 발작을 일으키듯 돌로 내리쳐 버리고는 피폐해진 몸 추스르고, 그동안 못 읽은 책도 읽고자  일부러 죄를 지어 감옥으로 들어갔다가 출소해서는 오갈데 없어 남산 공원에서 노숙을 하며 품팔이 노동을 하며 지내기도 한 분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노숙인에대한 연민이 있으신 것 같은데, 노숙인 대학에서 노숙인들에게 시에대해 가르치려고 마주 섰을 때 정말 막막했고 대체 시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말해주어야 할까? 그러나 딱히 대답이 떠오르지 않아서 몇 번 이고 망설였는데...하면서 그 분이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사실 지금도 내 의식 속에는 노숙의 피가 흐르고 있을 수 밖에 없는 노릇이지요. 그러나...그래도...나는 그들에게 무슨 말이든 해 주고 싶어T습니다. 같은 노숙자의 시선으로...또는 노숙자 시인의 시선으로 ... 그래, 시에는 고향을 향한 그리움 같은 원초적인 마음의 무늬가 들어 있다고...어떤 물질로도 바꿀 수 없는 그런 무형의 가치가 들어 있다고...그리고 시에는 인간에대한 존엄, 타인과 나 자신에 대한 배려와 섬김의 의미가 들어있다고, 그것은 풀과 나무에게도 마찬가지라고...나는 용기를 내어 말하곤 했습니다. 그리고 아시다시피 부랑의 삶은 자기 방기로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그 댓가로 절망이라는 보수를 얻습니다. 그 보수는 매혹적입니다. 이 세게에 대해 어떤 기대도 갖지 않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나는 그 절망을, 벽을 허물 무엇이 시 속에 들어 있다고 말해 주며 혼자 뒤돌아서서 부끄러워하곤 했습니다. 정말이지 아무런 교환 가치가 없는 것은 잉여가 되는 이 세계에서, 대체 시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그것을 서로 질문하고 답을 찿아가는 과정을 나는 그들과 대화하며 풀어나가고 싶었습니다...”

   ‘2013년 올해의 좋은 시’를 읽으며 글쎄다 모임에서 공감했던 것은 난해함, 개인으로 함몰된 난해함이었습니다. 이해 불가, 설명을 해야 이해할 수 있는 지금의 시대적 흐름에 고개를 갸우뚱하며 시를 접하는 우리들의 몰이해를 어찌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그 중에 다른 99개의 시 보다 탁월한 시 하나 ‘잉어’를 소개해 본다.
  

‘잉 어’ 
                          
  저 물의 만년필,
  오늘, 무슨 글을 쓴 것 같은데 도무지 읽을 수가 없다
  몸속의 푸른 피로
  무슨 글자를 쓴 것 같은데 읽을 수가 없다
  지느러미를 흔들면 물에 푸른 글씨가 쓰이는, 만년필
  저 글은, 잉어가 되어보지 않고서는 읽을 수 없는 것이겠지만
  잉어처럼 물속에 살지 않고서는 해독할 수 없는 것이겠지만
  그러나 잉어는, 오늘도 무슨 글자를 쓴다
  캘리 그라피 같은, 그 변형된 글씨체로 무슨 글자를 쓴다
 
  골똘히 생각에 잠긴 사람의 얼굴을 닮은, 잉어의 얼굴
  눈꺼풀은 없지만 깊고 그윽한 눈망울을 가진, 잉어의 눈
 
  분명 저 얼굴은 무엇인가를 말하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편지에 엽서에 무엇인가를 적어 내게 띄워 보내는 것 같은데
  도무지 읽을 수가 없는. 오늘
  나는 무엇의 만년필이 되어주고 있었을까? 생각해본다
  몸속의 푸른 피로, 무슨 글자인가를 썼을
  만년필,
  수취인이 없어도, 하다못해 엽서라도 띄웠을
  만년필.
 
  그래, 잉어가 되어보기 전에는 결코 읽을 수 없겠지만
  내가 너가 되어보기 전에는 결코 편지를 받을 수 없겠지만
 
  그러나 잉어는, 깊은 잠의 핏줄 속을 고요히 헤엄쳐 온다
 
  잉어가 되어보기 전에는
  결코 읽을 수 없는, 편지가 아니라고
  가슴에 가만히 손만 얹으면, 해독할 수 있는
  글자라고, 속삭이는 것처럼
 
  몸에, 자동기술(記述)의 푸른 지느러미가 달린
  저 물의, 만년필-
   


                      시의 몰이해를 돕기 위해  윤의섭(대전대 교수, 시인광장 편집위원)님의 
                  김용신론-잉어의 은유를 옮긴다(웹진 시인광장 2013년 6월호, 통호 제52호)

  

    은유를 형성하는 본질적 요소인 유사성과 차이성은 우리가 이 세계를 인식하는 데 있어 필수적인 요소이기도 하다. 만약 은유가 없다면 언어도 없으리라. 우리는 은유를 통해 이 세계를 구축해 나간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이 은유의 제국에서 우리는 그다지 자유롭지 못하다. 관습과 규율로 인해 우리의 인식은 일정한 영역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안주하고 만다. 이 통제된 은유의 제국을 붕괴시키고 새로운 세계를 선사하는 기쁨을 주는 것 중 하나가 시이다. 그 한 예로 김신용 시인의 시 「잉어」를 들 수 있다. 그렇다. 우리는 그 은유의 탈주를 목도하고 있는 것이다.
  시는 처음부터 ‘잉어’를 ‘만년필’로 재정의하고 있다. ‘잉어’는 곧 ‘만년필’이다. 이 은유가 성립하고 큰 무리 없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이유는,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잉어의 속성 즉, 물속에서 꿈틀대며 필적을 남기는 그 잉어의 행위가, 필적을 남기며 움직이는 만년필의 모습과 유사하다는 데 있을 것이다. 이 은유의 전제가 일단 관철되고 나면 나머지 얘기는 너무나도 평온하고 친숙하게 독자의 가슴에 안착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서 시인은 ‘잉어- 만년필’이 쓰는 그 ‘글’, 또는 ‘글자’, 그리고 ‘편지’, ‘엽서’를 읽을 수 없다고 고백한다. ‘잉어’의 입장이 되기 전에는 알 수 없는 그 ‘秘文’이란 사실 ‘해독’을 기다리지 않는 언어이다. 다만 알아볼 수 있는 자에게는 항상 열려 있는 그런 공공연하게 만연된 우리 주위의 언어, 이 세계 온갖 것들의 자연어인 것이다.
  시는 2연에 이르러 단 한 번 ‘잉어 - 만년필’과 시인과의 동일시를 유도하고 있다. “나는 무엇의 만년필이 되어주고 있었을까?”가 그 부분이다. 그러나 그뿐, 그것도 물음으로 끝난 것일 뿐, 이후 시의 전개는 다시 ‘잉어 - 만년필’ 얘기로 집중된다. 이 시가 김신용 시인의 시적 감각과 문학적 심미안을 보여주고 있는 지점은 여기에 있다. 어쩌면 보다 명쾌한 시적 주제를 형성하기 위해 시는 시인의 이야기로 돌아서서, ‘시인 - 만년필’의 은유로 바꾸어서 ‘시쓰기’에 대한 메타적 내용으로 전개되는 것이 흔한 방향성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시는 끝까지 ‘잉어 - 만년필’에 대한 관조적 시각을 유지하면서 ‘잉어 - 만년필’을 시인의 것으로 끌어오는 것이 아니라 시인을 ‘잉어 - 만년필’로 이행시키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그리하여 “가슴에 가만히 손만 얹으면, 해독할 수 있는/글자라고” 얘기하는 데까지 이른다. 그 해독의 가능성에 대한 단초 역시 시인 스스로 각성한 것이 아니라 ‘잉어’가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속삭이는 것처럼’.
  우리는 섣불리 대상과의 동일시를 이루기 위해 대상을 우리 세계로 끌어들이는 행위를 벌인다. 그러한 세계의 자아화는 강제적인 것, 인위적인 것, 관습적인 것, 폭력적인 것일 수 있다. 은유의 폭력성은 그것을 자연계에서 떼어와 인간계에 가둬놓고자 할 때 발생하는 것이다. 그런 관계는 쉽게 깨지거나 아니면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 대신에 우리는 우리를 자연에 이행시키는 방식으로, 관조 속에 내재되어 가는 방식으로, 은유를 자유롭게 풀어놓을 줄 알아야 한다.
  우리는 김신용의 시 「잉어」서처럼 그저 자유롭게 떠도는 ‘글자’를 그윽한 심정으로, 평온한 가슴으로 바라만 보면 된다. 그러다보면 물아일체, 물심일여가 형성되는 것이다. 어떤 폭압이나 강제성 없이, 은유를 은유로 방생하고 있는 시안을 통해, 우리는 이 세계가 어떤 모양으로 ‘자동기술’되고 있는지를 알게 된다. ‘자동기술’에는 자유가 있다.
  김신용 시인의 시를 통해 물속을 헤엄쳐 다니는 ‘잉어 - 만년필’이 전해 주는 한 소식은 자신들만의 언어를 써내려가고 있는 이 세계의 아름다운 본질에 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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