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는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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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자리 묵상

하늘기차 | 2012.12.10 16:27 | 조회 1417


지난 여름이 지날 즈음, 윤정근님께서 저의 설교를 편집하여 묵상집을 내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하였습니다. 그 때는 그냥 웃어버렸는데, 정말 이렇게 작은 책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쑥스럽기도 하고, 어색하여 남의 옷을 입은 듯합니다.
하여간 출판의 변을 쓰라고 한다면, 그동안 고기 교회 처음 자리에서 목회하며
나름 하나님께서 깨우쳐 주신 믿음의 지혜, 내 것도 아닌데, 나눌 수 있으면 좋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의 설교 중 30편,
그리고 윤정근님의 4장(믿음, 열매, 영성, 소망)에 걸친묵상 단편을 엮어
처음자리 묵상이라는 제목의 작은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머리말을 적어봅니다.
사람에게는 저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잃어버린 에덴의 삶―하나님
과의 동행―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어 하는 근원적인 욕구가 있습니다.
이는 어느 것으로도 채울 수 없습니다.
몇 년 전 ‘낙타’라는 시집을 낸 신경림 시인이 대담을 하는 중, 시
의 주제는 ‘본질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하면서, 그럼 ‘본질이 무엇이
냐’는 물음에 본질이란 ‘가난해지는 것’이라는 대답을 듣고 정신이
버쩍 난적이 있습니다. 역시 시인은 본질을 꿰뚫어 보는 눈을 지니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건강, 환경, 전쟁 등 오늘 이 시대의 문제
들은 무엇보다도 인간의 본질, 즉 ‘가난’에서 벗어난 넘쳐서 스스로
주체하지 못하는 공급의 풍요, 욕망에서부터인 것 같습니다.

창세기는 벌거벗은 아담과 하와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것은 바
로 인간이 가난하다는 것, 유한하다는 것, 힘이 없다는 것을 상징합니
다. 이제 우리는 가난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본질을 다시 찾아야합니
다. 예수님도 가난한 자가 복이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하나님 나라의
복은 그 출발이 가난함에서부터입니다. 이제 인류 문명은 가던 길을
멈추고 돌아서야 합니다. 누군가 다시 가난을 회복하기 시작해야 합
니다.

잃은 양을 찾듯이, 잃은 은전 한 닢을 찾듯이, 작은 아들이 돌아
오듯이, 그로부터 오는 진정한 기쁨이 있어야 합니다.
성경은 행복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기쁨에 대해 이야
기합니다. 구약의 희년이라는 전통을 따라 다시 찾는 기쁨, 회복의 기
쁨, 돌아서는 기쁨을 놓아두고, 눈에 보이는 것의 즐거움만을 찾아다
닌다면, 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이겠습니까

이제 ‘처음자리’란 가난함으로, 하나님과 동행했던 저 에덴의 삶
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요, 풍요와 욕망에서 벗어나 본질로 돌이키
는 것이요, 순수하고 감격스러웠던 처음 신앙을 회복하는 것입니다.
이 작은 책자가 마치 다윗이 잃어버린 율법궤를 다시 찾아 돌아오
면서, 하체가 보일 정도로 체면 차리지 않고 덩실덩실 춤을 추며 기
뻐하는 그 기쁨의 한 조각이라도 나눌 수 있는 글이 되었으면 감사할
따름입니다.

2012년 가을에 안홍택

윤정근님의 묵산 중에 두 단상.
자기 자신의 욕망과 이기심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텅 빈 마음과 순수함을 지니기 시작할 때까지 우리는 결코 하나님께서 기다리고 계신 우리 내면의 심연으로 다가갈 수 없습니다. 이기심과 자랑, 교만, 자기애와 아집이라는 단단한 벽이 내적 지성소로 들어가는 길을 막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벽을 뚫고 나가는 일은 구원 후에 일어나는 또 다른 진화, 낡은 차원에서 더욱 새로운 차원으로의 변화입니다.
(113p)

언젠가 우리는 학벌이나 직업이 무엇이든, 사회적 지위나 재산, 명예가 어떠하든, 소속된 교회의 크기나 교회에서의 직책이 무엇이든, 우리를 치장하고 있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홀홀 적신으로 하나님 앞에 서게 될 것입니다. 그때 영혼의 무게를 다는 저울의 바늘은 전쟁터와 같은 이 사회에서 나약해보이고 아무 소용도 없어 보였던 마음의 순수함, 의로움, 겸손, 온유, 사랑과 같은 하늘의 가치들로만 움직여질 것입니다. (17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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