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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4일, 나는 왜 이스라엘 국경으로 행진했는가

하늘기차 | 2018.06.04 15:07 | 조회 809


                 514, 나는 왜 이스라엘 국경으로 행진했는가

하마스가 시킨 것이 아니다

하이다르 에이드/번역 송서경(팔레스타인평화연대)2018.05.30 17:01

     죽음을 무릅 쓴 팔레스타인인들의 가자 귀환 대행진을 두고 이스라엘의 흑색선전이 난무합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가자 주민들에게 행진을 강요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귀환 대행진은 마감 기한을 지난 지금도 계속 되고 있습니다. 514일 이스라엘 국경으로 행진했는가를 설명하는 팔레스타인의 한 지식인의 글을 살펴봅시다. [편집자 말]

     2018514일 팔레스타인인들은 이스라엘-가자 국경선에 귀환 대행진을 하기 위해서 모였다.

     330일에 귀환 대행진이 시작된 뒤 나는 일주일에 두세 번씩 참여했다. 행진을 하면 (현대 이스라엘에 복속된) 팔레스타인 도시 알-람라 인근에 위치한 내 고향 자르누카에 가까워지는 느낌이었다. 이스라엘 민병대는 1948년 우리 부모님을 포함한 팔레스타인인 수만 명을 추방하며 그 지역을 인종청소했다.

     귀환 대행진은 이러한 1948년의 부당함을 원상태로 되돌리기 위한, 자유를 향한 우리의 긴 걸음의 시작이다.

     우리는 세 가지 이유로 행진한다. 첫째, 우리는 팔레스타인 난민 모두가 그들의 땅으로 돌아갈 수 있어야 한다는 유엔 결의안 194호의 실행을 요구한다. 둘째, 우리는 아파르트헤이트 국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부과한, 대량학살을 초래하는 봉쇄를 풀어야 한다고 요구한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미국 대사관을 점령지 예루살렘에 옮기기로 한 결정에 반대한다.

     우리 행진자들은 팔레스타인 시민사회 전 영역과 진보, 보수 등 모든 정치단체를 포괄한다. 시온주의자들의 하스바라(프로파간다)가 조작하듯 하마스가 우리를 행진하도록 만든 것이 아니다. 행진위원회에는 모든 팔레스타인 정당, 즉 파타(Fatah), 팔레스타인 인민해방전선(PFLP), 팔레스타인 해방민주전선(DFLP), 팔레스타인 민족선도당(PNI) 등의 정당에서 파견된 사람들이 있다.

     514, 나는 이스라엘 저격수가 줄줄이 늘어선 동부 국경에 세워진 울타리(fence)로 가기로 결정한 수만 명의 가자인 중 한 명이었다.

     오늘은 팔레스타인 역사상 위대한 날이 될 것이다! 모든 팔레스타인인과 아랍인, 그리고 자유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오랜 세월에 걸쳐 오늘을 기억할 것이다!” 이렇게 나는 페이스북에 쓴 후 행진에 참여하기 위해 학자, 사업가, 운동가 세 명의 친구를 태우고 출발했다. 그곳에는 남성, 여성, 아이들, 가족 전체 등 사회 각계 각층에서 온 수만 명의 사람들이 있었다.

     귀환권을 요구하며 비무장한 채로 국경의 울타리를 향해 걸어가는 수천 명의 사람들은 이스라엘의 대응을 걱정했다. 이스라엘 정부가 병사들에게 무단침입하려는 민간인은 아무나 쏘라고 지시를 내렸기 때문이다.

     점령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힘은 바로 민중의 힘

     총격은 아침 9시부터 시작되었다. 여성, 아이, 다리 절단술을 받은 사람, 젊은 남성, 노인 할 것 없이 무단침입을 시도하지 않은 사람들이 총에 맞았다. 내가 얼굴을 절대 잊지 못할 한 젊은 남성은 복부에 총상을 입었지만 병원에 실려 갈 새도 없이 숨졌다.

     얼굴을 팔레스타인 쿠피예(전통 스카프)로 가린 한 젊은 여성은 목에 총을 맞았지만 살아남았다. 그날 하루 우리는 60명의 사람들을 잃었고, 2,700명 이상이 부상당했다. 가장 가슴 아픈 죽음은 8개월 된 아기 레일라 알간두르와, 이스라엘이 설치한 지뢰에 두 다리를 잃었던 파디 아부 살레의 죽음이었다. 순교자 60명 중에는 두 사람의 형제도 있었다.

     그 뒤 3살 난 딸을 남겨두고 순교한 내 친구 아흐메드 알우디니의 소식을 들었다. 아흐메드는 좌파 학생 운동가였고 졸업 후 BDS 운동(이스라엘이 군사점령을 그만둘 때까지 보이콧·투자철수·제재하자는 비폭력 운동)에 함께 했고, ‘알 샤합라디오 방송국에서 쇼 진행자로 일했다. 아흐메드는 이스라엘이 얘기하는 테러 위협이 아니었다.

     아흐메드와 다른 사망자를 묻으려고 준비하며 우리는 세계로부터 버려졌음을 알았다. 우리는 혼자이고, 봉쇄당했으며, 우리의 형제여야 하는 사람들마저도 우릴 원치 않는다는 혹독한 현실을.

     지난 6주간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강한 군대 중 하나에게 맹공격을 받았다. 수백 개의 핵탄두와 현역만 15만 명이 넘는 병력을 가진, 메르카바 전투 전차, F-16 제트 전투기, 아파치 공격용 헬기, 포함(포를 갖춘 군함)과 드론까지 있는 군대 말이다.

     이스라엘은 저격·폭격하지 않을 때는 우리를 가자지구에 가둔 채 인간 이하의 환경에서 살게 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쏟는다. 전기는 하루 4시간만 공급되고, 물은 마실 수 없으며, 중상 환자들은 요르단 강 서안지구 병원에서 치료 받기 위한 허가를 몇 개월씩 기다리다 죽어간다.

     이미 무능력해진 가자의 병원들이 330일부터 12,000여 명의 부상자를 감당하느라 애쓰는 동안, 몇몇 아랍 정권들과 EU는 소심한 성명을 발표하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 실은 그들은 수년간 팔레스타인인을 실망시켜 왔고 지금까지 보인 공식적인 국제적 입장은 비겁함과 위선의 조합이다.

     국제적 조직, UN, EU와 아랍 지도자들은 아파르트헤이트 국가 이스라엘의 잔혹한 행위에 침묵해왔다. 그 대신, 그들은 우리더러 이스라엘 점령자의 편의를 위해 세계에서 가장 큰 야외 강제 수용소인 가자지구에 가만히 있으라고 한다.

     우리는 백인 주인에게 감사하며 주인이 남긴 음식을 먹는 걸로 만족하는 입주 가노비처럼 입주 팔레스타인인으로 행동할 것을 요구받는다. 우리는 아무 저항도 하지 말고 천천히 죽어가라고, 총에 맞으면 우리의 잘못 때문이란 걸 인정하라고 강요받는다.

     사망자를 묻으며 우리에겐 오직 한 가지 선택밖에 없다고 깨닫는다. 이 선택은 UN 안보리나 EU, 아랍연맹이 회의를 소집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아니다.

     이 선택은 이스라엘 군사 점령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힘, 바로 민중의 힘이다. 점령하의 노예 신분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인 수년간의 자기기만에서 탈출해 존엄을 지키기 위해 싸운다는 결정이다.

     팔레스타인 시민사회와 모든 정치세력들이 내린 이 결정의 결과가 귀환 대행진이다.

     우리 앞에 있는 길은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투쟁과 같은 길을 밟아 가는 것뿐이다. 남아프리카인은 전 세계의 무관심한 정부가 아니라 그 땅의 민중 스스로를 조직하는 데에 주목했다.

     남아프리카인들이 마가렛 대처나 로널드 레이건 같은 자들로부터 과연 어떤 도움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희망할 수 있었겠는가? 추악한 아파르트헤이트 체제가 자행한 범죄에 저항한 것은 평범한 남아프리카인들과 세계 시민들이었다.

     이 불공평한 싸움에서 팔레스타인인으로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이득은 작고한 에드워드 사이드가 도덕적 우위라 부른 것이다. 우리 최후의 승리는 혼자 남겨졌다고 느끼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약해지지 않는 꾸준함의 필연적 결과일 것이다.

 

https://www.aljazeera.com/indepth/opinion/march-return-14may-gaza-israeli-fence-180516124449284.html

[필자] 하이다르 에이드는 가자지구 알아크사 대학교의 부교수로 알자지라와 일렉트로닉 인티파다 등에 칼럼을 써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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