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산림과학원은 개미의 종별 분포변화가 기존의 ‘온대형 분포 형태’에서, ‘열대형 분포 형태’로 변화되고 있다고 발표하면서, 지난 3년 동안 전국 365개소 산림의 개미 서식지 분포를 조사한 끝에 이 같은 분포변화를 감지했다고 밝혔다.

   온대형 분포란 낮은 고도에서 종자 수가 많고, 고도가 높아질수록 줄어드는 형태를 가리킨다. 또한 열대형 분포는 온대형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중간 고도에서 종자 수가 늘어나는 형태를 의미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존 개미들은 해발 264m에서 다양하게 분포했지만, 지구온난화가 가시화되면서부터는 해마다 4.9m가량 높은 곳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추세라면 오는 2080년경에는 해발 656m 부근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 국립산림과학원 측의 전망이다.

기후변화 정도를 판단하는 지표인 개미의 분포 지역 

한반도 기후가 온대형에서 열대형으로 변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지난 100년 동안 한반도의 평균기온은 1.5℃상승하여, 지구 전체의 평균상승률인 0.74℃보다 높은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

이 같은 사실은 얼마 전 서울에서 발생했던 ‘연분홍실잠자리’의 출몰 사례를 통해서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연분홍실잠자리는 전남 지역이나 경남 지역 등 남부지방의 습지에 분포하는 남방계열 종이다.

연분홍실잠자리는 5년 전만 해도 서울을 포함한 중부지역에서 볼 수 있는 확률이 드문 종이었다. 어쩌다 운이 좋으면 1~2마리 정도 볼 수 있는 것이 전부였는데, 그런 연분홍실잠자리가 올해 여름에는 서울 길동에 위치한 생태공원에서 수십만 마리가 군무를 이루는 것이 목격됐다.

남부지방의 습지에 분포하는 연분홍실잠자리 ⓒ 한국잠자리도감

이 같은 현상에 대해 당시 현장조사를 했던 생물자원관의 관계자는 “서울에서 연분홍실잠자리 개체수가 30마리 이상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히며 “이들의 짝짓기와 산란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반증하는 사례”라고 밝힌 바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지구 온난화와 아열대화 현상에 따라 수면 온도가 상승하면서 해양 생태계도 극심한 혼란이 벌어지고 있다. 동해안 오징어가 서해에서 잡히는가 하면, 그동안 태평양에서나 볼 수 있었던 참치가 이제는 한반도 연안에서도 심심찮게 목격되고 있는 것.

따라서 개미의 분포 변화도 위의 사례들과 같이 기후변화에 따른 현상의 하나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개미도 해당 국가나 지역의 기후변화 정도를 판단하는 생물학적 지표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 개체의 멸종 영향은 다른 생물체에게도 이어져

국립산림과학원의 연구결과를 통해 파악한 또 하나의 사실은 기후변화로 인해 고산지대 생물종의 다양성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고도 1000m 이상에서 서식하는 ‘코토쿠뿔개미’나 ‘쿠로키뿔개미’ 같은 뿔개미류는 2090년대가 되면 대다수가 사라질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멸종 현상이 뿔개미류만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생물체에게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뿔개미류가 희귀 ‘초본류’들의 씨앗을 옮겨주어 자생할 수 있도록 해주고, ‘큰점박이푸른부전나비’ 및 ‘고운점박이푸른부전나비’의 유충들에게 먹이를 제공해 주기 때문에 이들의 서식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국립산림과학원 연구진의 분석이다.

고도에 따른 개미 종의 멸종 위험도 그래프 ⓒ 산림과학원

다음은 이번 연구의 실무를 담당한 국립산림과학원 산림병해충연구과의 권태성 연구사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기후변화 정도를 판단하는 지표로 개미가 될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롭다. 개미를 대상으로 한 연구는 이번이 세계 최초인가?

나비를 대상으로 한 기후변화 연구는 국내·외적으로 상당히 많다. 하지만 개미는 우리가 알기로는 최초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 성과를 인정받아 이번 연구결과가 미국 공공과학 도서관이 발행하는 학술저널 플러스원(PLOS ONE)에 게재되기도 했다.

- 뿔개미류가 ‘큰점박이푸른부전나비’ 및 ‘고운점박이푸른부전나비’의 유충들에게 먹이를 제공해 준다는 것이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들은 어떤 관계인가?

공생(共生) 관계로 보면 이해하기 쉽다. 나비의 유충들에게 뿔개미가 먹이를 제공해 주는 이유는 개미도 유충들로부터 영양분을 얻기 때문이다. 유충들이 분비하는 진액이 뿔개미에게는 유용한 영양분이 되기 때문에 유츙과 뿔개미는 서로에게 필요한 먹이와 영양분을 제공해 주는 관계로 보면 된다.

- 개미들의 분포지역이 고지대로 올라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온난화를 늦추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은 없는지?

안타까운 일이지만 다른 방법은 없다고 생각한다. 온난화라는 것이 우리나라만 늦춘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 또한 늦출 수 있는 방법조차도 분명하지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다만 멸종 가능성이 높은 생물종에 대해서는 인위적인 방법을 통한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어져야 하리라 본다.

 김준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