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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시간, 하나님의 열심(성탄절후첫번째주일, 2023년12월 31일)

하늘기차 | 2023.12.31 10:14 | 조회 238

             하나님의 시간, 하나님의 열심

성탄절후첫째 주일                                                                                                    전3:9-14;9:6-7

   전 적으로 하나님에게 속한 것이 있습니다. 시간입니다. 그나마 오늘 말씀 11절은 하나님께서 사람들에게 과거와 미래를 생각하는 감각을 주셨는데, 사람은 하나님이 하신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깨닫지는 못하게 하셨다고 합니다. 1절부터 9절은 사람이 겪는 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태어나고, 죽고, 심고, 거두고, 죽이고, 살리고, 허물고, 세우고, 울고, 웃고, 사랑하고 미워하고, 전쟁을 치르고, 평화를 누릴 때가 있습니다. 이에대해 전도자는 하나님이 수고하라고 지우신 짐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지금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13절은 먹을 수 있고, 마실 수 있고, 하는 일에 만족을 누릴 수 있으면 이것이야말로 하나님이 주신 은총입니다. 근데 이 때를 가만히 살펴 보니 이 것은 사람의 때입니다. 그럼 하나님의 때는 언제인가요?

   시간은 사람의 입장에서는 마음인 것 같습니다. 4:4에 보면 온갖 노력과 성취는 사람끼리 갖는 경쟁심에서 비롯되는 것임을 나는 깨달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11은 모든 것이 제 때에 알맞게 일어나도록 만드셨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 알맞게 일어나야 할 것이 오히려 사람의 노력과 성취로 어긋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수고는 수고대로 하고 무언가 결과가 있는데 열매는 없습니다. 방금 전에 시간을 마음이라 했습니다. 하나님의 시간에 다가 설려면 자신의 노력과 성취가 아니라 함께하는 사람들이 어떤 생각, 느낌, 뜻을 갖고 있는지 나누어야 합니다. 그것은 배려요, 환대입니다. 어떤 사람이 어려움에 처해있어요. 그럼 바로 달려가서 어이구! 어렵고, 힘들겠네 하면서 자기가 생각하고 계획한 것을 막 어려움 당하는 분에게 쏟아냅니다. 근데 당사자는 사실 그게 필요한게 아닙니다. 전혀 무관한 일을 위해 노력하여 스스로 성취합니다. 그런데 정말 필요한 것은 어려움 당하는 당사자에게는 다가가는 것 조차도 사실 조심스럽습니다. ‘나는 나라는 자존감이 마땅히 존중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베푸는 자와 받는자로 나뉘이면 안되잖아요. 그러니 마음을 나눈다는 것이 쉬운 것이 아닙니다. 일단 서로가 마음이 오고 가야지요. 그러면 보입니다. 서로에게 무엇이 오고가야 할지. 그럼 자연스럽게 무엇인가 느낌이 오고, 그러면 구체적인 일들이 이루어지기 시작합니다. 바로 그렇게 하나님의 시간인 것입니다

   그럼 하나님의 시간이 왜 중요한가 하면, 하나님의 시간에 하나님이 열심을 냅니다. 예언자 이사야는 메시야 탄생의 비죤을 이야기하며 침략자의 군화와 피 묻은 군복이 모두 땔감이 되어서 불에 타 없어질것이라 하는데 9:7에서 만군의 주님의 열심이 이것을 반드시 이루실 것이라 합니다. 전쟁, 폭력, 자본 이에 편승한 권력 등이 세상을 혼란스럽게 하지만 결국 아기 예수 탄생의 평화는 오고야 말 것입니다. 국가체제가 부족체제에 이어서 늘 폭력으로 세상을 지배하려 하지만 국가시스템 넘어에 가족 공동체와 같은 다른 체제가 세상에 도래하지 않을까 라는 꿈을 꾸며, 평화는 제도, 조직, 체계가 아니라 공동체의 사랑, 연대에서 오는 것임을 알고, 우리서로같이 공동체로서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그 자체가 평화가 아닌가, 아직 완성되지는 않았지만 이미 시작되었으니(no longer~ not yet~)그 과정, 이 역사의 과정 속에서 공동체 사랑으로 평화인 것 아닌가 싶습니다. 이 평화를 하나님의 시간에 하나님의 열심이 해낼 것이니, 교회는 주님 말씀에 고무되어 자기 생각이나 의지, 노력이 아니라, 성령이 감동을 주시는 만큼 우리서로같이 움직이는 것입니다.

   199037세의 총각으로 고기교회에 오게되어 33년이 흘렀습니다. 마을 버스가 하루에 3번 다니는 가로등도 없는 비 포장 도로의 동네였습니다. 지리적으로 광교산에 막혀 들어올 수는 있는데 나가는 길이 없어, 매우 텃세가 심한 폐쇄적인 동네였습니다. 6.25 때 전쟁이 난 줄도 모르고 살았다고 합니다. 15년 동안 마을의 복지증진을 위한다는 꿈을 갖고 난 농사를 마을 분들과 지으며, 난에서 생기는 수입금으로 오래된 교회 건물 수리 증축하고 도서관도 세웠습니다. 그렇게 마을의 낙후된 문화, 특히 청소년들에게 시야를 넓혀주어야 하겠다는 생각에 작은도서관 운동도 하였고, 성남, 수원 등의 수도권지역은 시민 운동이 활발하였지만 용인, 수지에는 전혀 일천하여 시민들과 용인시민파워라는 단체를 세워 용인시와 시민자치경제와 거버넌스를 창출했던 기억이 납니다. 또 마을에 집에서 사용하는 가구도 만들고, 고장난 가구를 수리할 수 있는 목공소도 세웠고, 그러는 중에 지난 2017년부터 교회 땅을 인수 받고, 그에따른 교회 건축을 하는 과정도 경이로웠습니다. 디자인 하나, 벽돌 하나 모두 하나님이 함께하지 않으면 이루어질 수 없는 놀라운 은혜를 입었습니다.

   교회신앙으로는 모든 제도, 종교성을 배제하고 오직 말씀, 기도, 예배를 통해, 친교와, 구역 공동체를 통해 그리고 고난받는 이웃의 현장에서 하나님 만나는 교회가 되길 그 정체성과 방향성으로 여기 까지 왔습니다. 그 많은 이야기와 에피소드를 이야기 하자면 아마 끝이 없을 것입니다. 그 모든 것이 앞 서 가시는 하나님의 은혜 였습니다.

   그리고 제가 꼭 말하고 싶은 것은 집사람과 가족입니다. 총각으로 고기리에 와서, 논과 밭, 산과 내 밖에 없는, 밤 하늘에 별똥별과 은하수가 흐르는 첩첩 산중의 골짜기로 생각 없이 시집 와서 아이 3 낳고 이렇게 모두 장성한 것을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무엇 보다 교회 초창기 15년 난 농사를 할 때, 점씸 때가 되면 말 없이 점심을 꼬박 챙겨주던 그 마음을 무엇으로 비교하겠습니까? 어느 날은 특별 매뉴라고 하며 회 덮밥을 먹었던 기억은 지금도 잊지를 못합니다. 초등학교 아이들이 학교가 끝나면 갈데 없는 고기리 그나마 고기교회에 와서 놀다가 사택에 들어와 장난감이고 먹거리 등 온갖 것들로 어질러 놓고 돌아가면 말 없이 깨끗이 치워 제자리에 돌려 놓는 그 모습이 얼마나 귀한지요. 저유소 반대 투쟁할 때 둘째 임신하여 배가 부른채로 전투경찰과 대치할 때는 제가 눈물이 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참 희안한 성품입니다. 아마 하늘이 내린 사람인 것 같습니다. 30여년 내색하지 않은 우리 집 사람은 사모라는 표현이 어울리지 않습니다. 그 말 자체도 싫구요. 집사람은 의무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교회 공동체 일원으로 사람 만나고 사람이 좋아 그렇게 음식이면 음식, 일이면 일을 기쁨으로 합니다. 그 평화로운 표정이 거짓이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고기교회 와서 목회 잘 하라고 도시에서나 살 수 있는 사람을 저와 붙여준 것입니다. 그래서 은퇴 후에 가야할 곳을 정해야 하는데, 사실 저의 취향대로라면 이미 저는 강원도 화천에 있을 텐데, 사람들이 이제는 집 사람 말을 들어야 한다고 합니다. 안그러면 밥 굶을 것 같습니다. 이제는 집 사람 시키는대로 해야할 것 같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미안한 것이 적지 않습니다. 외적으로는 보다 더 잘 해입히고 먹여주지 못하고, 다른 아이들처럼 해 줄 것 다 해주지 못한 안타까움. 또 목사의 자녀라 해서 윤리적으로, 종교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어린 나이에 감당해야 하는 정서적 중압감을 잘 견디어내어 모두 건강하게 잘 자라 대견할 따름입니다.

   현장, 고통 받는 자리, 특히 자연 생태와 관련, 탈핵을 위해 마음을 모을 때, 교인들이 함께 광화문 원자력안전위원회 앞에서 40일 연속 금식기도 할 때 같이 와서 예배드리는 우리 교우들, 무엇 보다 2013년 제 10WCC대회가 부산에서 열릴 때 탈핵의제를 총회에 올리기 위해 낯 선 부산에 내려가 고리 원전과 시청에서 40일 금식기도회를 열 때, 김방을 등 교우들과 정필주님 등 마을 분들이 찿아왔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결국 WCC가 생긴 이래 아래에서부터 의제를 상정하여 총회에 까지 올라가 결의를 끌어낸 것은 그 때가 처음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지난 215월 기후위기시대에 대통령직속 2050탄소중립위원회가 발족하면서 종교인으로서 국민참여분과위원으로 촉탁받은 것은 교회의 영광이고 저로서도 명예가 아닐 수 없습니다. 시골 작은 교회. 아무 이름도 없는 고기교회가 이 일로 전국에 이름이 알려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참 놀라웠습니다. 하나님이 일하는 방식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 송기성 목사님이 고기교회에 담임 목사님으로 오십니다. 신명기서를 보면 모세가 120세가 되어 더 이상 이스라엘 앞에 설 수 없게 됩니다. 하나님께서 가나안땅에 들어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신 것입니다. 요단강을 건너기 전에 모세는 가나안 땅의 원주민들을 앞에서 두려워하는 이스라엘을 향하여 두려워하지도 말고, 무서워 하지도 말라하며 용기를 내라고 하면서 당신들의 하나님께서 당신들과 함께 가시면서 당신들을 떠나지도 않으시고 버리지도 않으실 것이라 합니다. 그리고는 여호수아를 앞에 불러놓고 신31:7, 8의 말씀을 전합니다.

“. . .그대는 마음을 강하게 하고 용기를 내시오. 그대는, 주님께서 그대의 조상에게 주시기로 맹세하신 땅으로 이 백성과 함께 가서, 그들이 그 땅을 유산으로 얻게 하시오.주님께서 친히 그대 앞에서 가시며, 그대와 함께 계시며, 그대를 떠나지도 않으시고 버리지도 않으실 것이니, 두려워하지도 말고 겁내지도말라고 하십니다.

   우리는 적지 않은 기간, 6개월여 기간 동안 하나님께 고기 교회를 담임할 목사님을 세워주실 것을 위해 열심히 기도했습니다. 인간의 생각이나 간섭, 관계들을 모두 배제하고 오직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사람을 세워달라고 기도하였고, 그렇게 송기성 목사님이 고기교회에 제직회를 통해 정식으로 담임 목사님으로 청빙이 되었습니다. 참 감사합니다. 저도 그렇고 송 목사님을 아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하나님이 한 반도 남 쪽 울산의 작은 교회에서 목회하는 송 목사님 콕 찍어 고기리로 불러 올리셨습니다. 제가 아는 몇 분들, 현장, 그리고 우리 교회가 추구하는 녹색, 하나님 나라 운동에 천착하는 목사님 등 여러분들이 계셨지만 하나님은 송 목사님을 세우셨습니다.

   노파심에 한 마디를 한다면 저는 70의 노인입니다. 30여년, 아니 신학을 한 이후 40여년 하나님께서 여기 까지 인도해 주셨습니다. 그러니 지금 참 젊으신 송 목사님에게 저에게서 본 것들을 기대한다면 그것은 산에 가서 배를 보겠다는 것과 같습니다. 고기교회가 그동안 공동체로 우리서로같이한 사랑, 배려, 관용이야말로 송 목사님께서 고기교회를 잘 섬길 수 있도록 후원할 수 있는 힘이 될 것입니다. 젊음의 패기로 교회는 더욱 더 하나님 나라를 확장하며 이 세상 속에 생명, 정의 평화를 드러내는 멋진 하나님의 선한 교회로 세워질 것을 확신합니다. 침묵으로 기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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