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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의 샘물(주현 후 마지막주일, 2020년 2월23일)

하늘기차 | 2020.02.23 14:24 | 조회 921

                                      그리스도의 샘물

2020223(주현 후 마지막주일)                                                     15:22-26;2:5-11

   교회에서 난을 키울 때 이야기입니다. 개울 건너 대장동 하우스는 물이 좋지 않았습니다. 물 속에 규소, 망간등이 섞여 나와서 애를 먹은 적이 있습니다. 난의 잎에 반점이 생기고 잎을 태웁니다. 그런데 규소는 공기와 합하면 중화된다고 하여 물을 줄 때 조루를 하늘로 향하게 하여 물을 위로부터 아래로 떨어지게 하여 물을 주었는데, 300평 물주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한 여름에는 매일 하루종일 물 주는 일로 시간을 체웠던 기억이 납니다. 후에는 스프링클러를 설치하였습니다. 교회 쪽 지금 텃 밭, 그리고 아래 목공소와 재활용가게가 들어설 자리에도 300평의 난 하우스가 있었습니다. 지난 번에는 A1이라는 품종에대해 이야기를 하였는데, 우리 교회 난농장의 주 품종은 백운이라는 교배종이었습니다. 꽃이 희어서 백운, 하얀 구름이라 하지 않았나 싶은데, 배양소에서 어린 묘를 받아 중간묘로 키울 때 잎이 자꾸 타들어 갑니다. 물도 잘 주고 깻묵도 잘 발효시켜 충분히 주며, 때에 따라 인산, 칼슘도 주고 하는데 잎이 말라버립니다. 성분 조사를 해 보니 지하수에 질소성분이 많습니다. 그런줄도 모르고 질소성분이 풍부한 발효 깻묵을 분에다 듬뿍 얹었으니 난이 제대로 클 수 없습니다. 물이 나쁘니 난을 잘 키우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질소분을 주는 것을 조절해서 키웠던 생각이 납니다. 물이 좋아야 작물이 쑥쑥 잘 자랍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에게서 자꾸 쓴 물이 나오면 살기 힘들어집니다.

   다윗은 나이가 18세가 되어 선지자 사무엘에게 아직도 사울의 왕권이 시퍼렇게 살아있던 때에 이스라엘의 왕으로 기름부음을 받습니다. 사람들에게는 서슬이 시퍼렇게 살아있는지 모르지만 하나님에게는 이미 죽은 것입니다. 그리고는 헤브론에서 30세에 왕으로 정식 추대를 받을 때 까지 12년 동안을 쫓겨다니는 생활을 합니다. 그 유배 생활 속에서 다윗은 사울을 2 번이나 살해할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다윗은 미움의 샘은 닫아버리고, 은혜의 샘물을 판 것입니다. 다윗이 왕이되어 나라가 안정이 되어갈 즈음에 불연 듯 사울의 집안 사람들의 안부를 뭇습니다. 절친이었던 생명의 은인 기드온 생각이 난 것입니다. 기드온에게는 므비보셋이라는 아들이 있었습니다. 므비보셋이 5살되던 때에 할아버지 사울과 아버지 요나단이 길보아 전투에서 전사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의 유모가 급히 그를 안고 도망가다가 떨어뜨려 그만 두 다리를 못쓰는 불구가 되었습니다. 다윗은 당장 요나단의 아들 므비보샛을 불러오게 합니다. 므비보셋은 갑자기 다윗이 자기를 부르자 가슴이 덜컥했습니다. 자기 할아버지 사울이 그렇게 괴롭혔던 다윗이 아닙니까? 덜덜 떨며 다윗에게 나아갑니다. 그런데 다윗이 네가 무비보셋이냐? 겁낼 것 없다, 내가 너의 아버지 요나단을 생각해서 네게 은총을 베풀어 주고 싶다. 너의 할아버지 사울 왕이 소유했던 모든 토지를 네게 돌려주고 그리고 언제나 나의 식탁에서 함께 먹도록 하여라!”고 합니다그 때 므비보셋이

             “이 종이 무엇이기에 죽은 개나 다름없는 저를 임금님께서 이렇게 까지 돌보아 주십니까?”

라고 합니다. 이것이 바로 은혜 입은자의 모습입니다. 자기낮춤입니다. 자기비하가 아닙니다. 감당할 수 없는 은혜를 입은 것입니다. 비하는 자기 자존감을 놓아버리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비굴하지요. 그러나 자기낮춤은 자신의 전 존재로 하나님 앞에 자원하는 마음으로 겸손히 무릎을 꿇는 것입니다. ‘아버지 하나님이 옳습니다입니다. ‘모든 주권이 당신에게 있습니다입니다.

   다윗도 사울에게 한창 쫓길 때 스스로 사울을 죽일 기회가 있었음에도, 그의 옷자락을 베어 높이 들어 보이면서 당신을 죽일 수 있었지만 나는 당신을 죽이지 않았습니다 라고 하면서 

             “이스라엘 왕이여 누구를 잡으려고 한마리 죽은 개를 쫓아다닙니까?” 하면서 자신을 죽은 개라고 합니다. 다윗이 스스로를 낮추고 있습니다. 다윗은 시편에서도 자신을 벌레요, 흙 먼지로 스스로 낮추어부릅니다. 이렇게 하나님 앞에서 자신을 지극히 낮추는 것은 좋습니다. 여기서 생명의 샘물이 솟아납니다.

   스스로 낮추는 마음은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입니다. 2장은 주님의 모습을 잘 보여줍니다.

그는 하나님의 모습을 지니셨으나. 하나님과 동등함을 당연하게 생 각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자기를 비워서 종의 모습을 취하시고, 사 람과 같이 되셨습니다.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순종하셨으 니, 곧 십자가에 죽기까지 하셨습니다.”이 마음에서 참 맛있는 생수가 솟아나는 것입니다.

   신약성경에 감사라는 뜻을 가진 단어 중에유카리스티아라는 말이 있는데, 이 말의 뜻은 은혜가 새롭다’, ‘마음의 물줄기가 달게 흐른다입니다. 다윗은 자신의 마음의 샘을 팔 때에 단 물이 나는 샘을 팠습니다. 쓴 샘에서는 쓴 물이 날 수 밖에 없습니다.

   어떻게 하면 솟아나는 쓴 물샘을 막을 수 있을까요? 큰 바위 돌로 입구를 막아버릴까요? 그렇게 하지요, 큰 돌로 막고 아예 레미콘 불러다 콘크리트로 봉합을 해 버릴까요. 그런데 얼마 후에 다른 쪽에서 바로 그 쓴 물이 또 터져 나옵니다. 한 번 난 샘, 물 길은 막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이 쓴물을 마시지 않을 수 있을까요?

   우리 교회에 우물이 두 군데 있었습니다. 아래 하우스 까지 하면 3군데, 그리고 논 꼭데기에도 샘이 하나 있어 4군데입니다. 그런데 교회 마당 벚나무 아래 있던 우물을 메꾸었습니다. 왜냐하면 물이 바닥이 났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 좋은 물을 주던 우물이 말라버렸습니다. 왜 말랐을까요? 교회 앞과 옆을 보면 아시겠지만 부동산, 그리고 음식점, 주택들이 세워지면서 비싼 장비를 들여 샘을 500m 이상 팠다고 합니다. 그 이후로 물이 말라버렸습니다. 물길이 그리로 옮겨간 것입니다. 그래서 물이 말라버렸습니다.

   영적인 샘도 마찬가지입니다. 쓴 물이 난다고 쓴 물 막으려하면 일 납니다. 그러지 마시고 그 물은 그 물대로 흘려 보내시고 시원한 생명의 샘을 파 보세요. 그러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 쓴 물이 신비롭게 말라버립니다. 미움, 적개심, 원망과 불평, 욕망, 거짓, 폭력의 물, 나를 그렇게 힘들게 했던 물이 말라버립니다. 왜냐하면 마음에 생명의 샘을 파서 영적 물 줄기가 그리로 나 버렸기 때문입니다. 물길이 나야합니다.

   가끔 생각나는 분이 한 분 계십니다. 바로 강아지 똥, 몽실 언니, 우리들의 하느님의 동화작가 권정생 선생님입니다. 폐결핵과 늑막염을 거쳐 신장결핵과 방광결핵으로 인하여 평생 오줌통을 몸에 차고 살아야 했습니다. 이름 만 떠올려도 가슴 설레는 그러한 분들이 동시대에 살다 가셨습니다. 전설의 시대는 간 것 같습니다. 일화가 있습니다. 어디 한 두 가지 이겠습니까만? 이오덕 선생님이 돌아가셨을 때 권정생 선생님은 장례식에 참여하지 않으셨습니다. 왜 장례식에 안가냐고 했더니 가도 그를 볼 수 없으니 갈 일 없다고 했답니다. 선생님의 분신이라 할 수 있는 강아지 똥을 보면 그 분이 이 세상 사물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작은 풀, 돌멩이 하나 하나가 권정생 선생님에게는 모두 살아있습니다. 그래서 따스합니다. 권정생 선생님은 홀로 살던 움막집 안의 생쥐 한 마리도 자기 가족으로 여기며 사셨습니다. 권정생 선생님의 하나님의 눈물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거기에서 눈빛도 노랗고, 털 빛깔도 노란 돌이 토끼는 풀무꽃풀, 댕댕이 덩굴, 취 나물, 등을 맛있게 먹으려다가 무서워 떠는 풀들을 보고 차마 먹지를 못합니다. 하늘에 떠 있는 해님에게 아무 것도 먹지 못했다고 하소연 합니다. 그러자 햇님이 참 착하다구 하면서 그래도 아무것도 먹지 않으면 죽을텐데 하니까 차라리 죽는게 나아요 합니다. 그러면서 눈물을 흘립니다. 햇님도 얼굴이 새빨개진체 서산 너머로 넘어갔습니다. 별이 반짝이는 밤이 되었습니다. 하늘을 보며 돌이 토끼는 하나님께 묻습니다. “하느님은 무얼 먹고 사셔요?” 그러니까 어두운 하늘에서 부드러운 음성이 들립니다. “보리수 나무 이슬하고 바람 한 줌, 그리고 아침 햇빛 마시고 살지합니다. 그러자 하느님 그럼 나도 그렇게 살도록 해주세요 합니다. 그러자 하느님은 그렇게 해주지 합니다. 그러나 아직은 안된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세상 사람들이 너처럼 그렇게 남의 목숨을 소중히 여기는 세상이 오면 금방 그렇게 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고는 잠시 침묵이 있은 후에 하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하지만, 내가 이렇게 애타게 기다리는데도 사람들은 기를 써가면서 남을 해치고 있구나라고 합니다. 그리고는 돌이 토끼 얼굴에 물 한 방울이 떨어져 내립니다. 바로 하나님의 눈물입니다.

   한 번은 선생님이 교회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내가 만약 교회를 세운다면, 뾰족탑에 십자가도 없애고 우리 정서에 맞는 오두막 같은 집을 짓겠다. 물론 집안 넓이는 사람이 쉰명에서 백명쯤 앉을 수 있는 크기는 되어야겠지. 정면에 보이는 강단 같은 거추장스런 것도 없이 그냥 맨마루바닥이면 되고, 여럿이 둘러앉아 세상살이 얘기를 나누는 예배면 되. 교회라는 간판도 안 붙이고 꼭 무슨 이름이 필요하다면 '까치네 집'이라든가 '심청이네 집'이라든가 '망이네 집' 같은 걸로 하면 되겠지. 함께 모여 세상살이 얘기도 하고, 성경책 얘기도 하고, 가끔씩은 가까운 절간의 스님을 모셔다가 부처님 말씀도 듣고, 점쟁이 할머니도 모셔와서 궁금한 것도 물어보고, 마을 서당 훈장님 같은 분께 공자님 맹자님 말씀도 듣고, 단옷날엔 돼지도 잡고 막걸리도 담그고 해서 함께 춤추고 놀기도 하고, 그래서 어려운 일, 궃은 일도 서로 도와가며 사는 그런 교회이기를 바란다고 했습니다.

   예수님의 마음이 바로 하나님의 마음입니다. 그런데 권정생 선생님께서는 바로 그러한 마음으로 이 세상을 사셨습니다. 스스로 낮추는 샘을 파셨습니다. 생명의 은혜가 죽는 날까지 선생님으로부터 끊임없이 솟아납니다. 아마도 그 분의 육신적인 아픔이, 사도 바울도 그렇지만 선생님으로 하여금 평생 그리스도의 샘물이 솟아나게 한 것은 아닌가 싶은데, 우리도 미움과 욕심과 싸움, 분노, 폭력의 샘을 파지 말고 예수 그리스도의 스스로 낮추는 샘, 은혜의 샘, 감사의 샘을 파기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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