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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쉬었습니다.(대강절 세번째주일, 2016년12월11일)

하늘기차 | 2016.12.11 14:40 | 조회 1515


                        

                       잘 쉬었습니다.

대강절 세번째주일                                                                                                              창2:1-4;20:8-11;5:14-15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안식을 허락하여 6개월 잘 쉬었습니다. 쉬는 동안 김준표 목사님과 장로님, 권사님 등 여러 교우들이 함께 마음을 모아 교회를 잘 세워주셔서 감사를 드립니다. 안식년을 맞이하며 생각했던 것은 개념없이 놀자였는데, 그렇게 혁대 풀고 쉴 수가 없더라구요, 그저 놀만큼 놀고, 쉴 만큼 쉬었습니다. 목사가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역시 설교준비인데, 지난 6월부터 설교준비를 하지 않으니 정말 쉰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앞에서 안식일에대해 창세기 본문을 읽었는데, 이번에는 출애굽기와 신명기의 본문도 한 번 읽어보겠습니다. 20:8-11입니다.

                      “안식일을 기억하여 그 날을 거룩하게 지켜라. 너희는 엿새 동안 모

                      든 일을 힘써 하여라. 그러나 이렛날은 주 너희 하나님의 안식일이

                      니,너희는 어떤 일도 해서는 안 된다. 너희나, 너희의 아들이나 딸이

                      나,너희의 남종이나 여종만이 아니라, 너희 집짐승이나, 너희의 집에

                      머무르는 나그네라도, 일을 해서는 안 된다. 내가 엿새 동안 하늘과

                      땅과 바다와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을 만들고 이렛날에는 쉬었기 때

                      문이다. 그러므로 나 주가 안식일을 복 주고, 그 날을 거룩하게 하였다.”

 

    창세기에서는 하나님이 쉬셨다고 하는데, 출애굽기로 넘어와서는 인간과 가축들 그리고 모든 피조물에게 그 안식이 확장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신5:14-15로 가면,

                     “그러나 이렛날은 주 너희 하나님의 안식일이니, 너희는 어떤 일도

                     해서는 안 된다. 너나, 너의 아들이나 딸이나, 너희의 남종이나 여종

                     뿐만 아니라, 너희의 소나 나귀나, 그 밖에 모든 집짐승이나, 너희의

                     집안에 머무르는 식객이라도, 일을 해서는 안 된다. 너희의 남종이

                     나 여종도 너와 똑같이 쉬게 하여야 한다. 너희는 기억하여라. 너희

                     가 이집트 땅에서 종살이를 하고 있을 때에, 주 너희의 하나님이 강

                     한 손과 편 팔로 너희를 거기에서 이끌어 내었으므로, 주 너희의 하

                     나님이 너에게 안식일을 지키라고 명한다.”고 합니다. 안식일의 정

신이 어디에 근거하는지를 알 수 있는 본문입니다. ‘안식이면 안식이지, 뭐 그렇게 복잡하게 안식의 의미를 확장시키고 있지?’라고 할지 모르지만, 안식일은 단순히 생물학적인, 개인적인 쉼에 머무는 것이 아닙니다. 안식은 역사, 사회, 문화, 종교, 생태 환경 등의 전 영역에 이어져 있음을 봅니다. 만일 안식일이 단순히 주일날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며 개인적으로 쉬고 즐기는 것이라면, 이기적인 종교성에 머물러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출애굽기와 신명기서는 우리에게 안식일이 어떤 안식이어야 하는지 말씀하고 있습니다. 종노릇에서부터의 해방인데 혼자 해방이 아니라 함께하는 모든 것들과의 자유요, 해방입니다. 그래서 안식은 정의요, 평화이고, 그래서 생명입니다.

    출애굽 당시 이스라엘은 이집트 제국의 군사, 경제 피라미드의 제일 아래 기층을 떠받치는 노예들이었습니다. 하나님은 모세를 통해 이스라엘을 해방시킵니다. 출애굽하여 가나안 땅에 들어가기 직전 모세는 가나안도 역시 신들과 물질에 오염된 것을 보며, 이스라엘이 우상 앞에 다시 노예가 될 것을 염려하며, 어떻게 자유인이 되었는지 기억하라 합니다. 또한 함께하는 모든 생명을 보살피라 합니다. 그것이 안식입니다. 이 말씀은 지금도 계속 진행형입니다. 이제 자본의 탐욕과 욕망, 그리고 권력의 폭력에 메이지 말고, 그 자본과 제국의 돌아가는 시스템 속에서 빠져나와 함께 더불어 쉬며 안식하라고 합니다. 안식일에는 함께 쉬어야한다는 명령이 담겨있습니다. 소위말하는 공적신앙, 공공의 신학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교회가 이 안식을 이 자본의 시대에 잘 풀어내어 잔치를 벌이며, 나누며, 쉬어야 합니다.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만, 이 담론을 개인화 해 버리면, 하나님과는 점점 더 멀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안식은 진화하여 희년의 의미로 더 확장이 되고, 예언서들을 통해 생명과 정의와 평화로 펼쳐져서 예수님은 눅1:18-19에서

               “포로된 사람들에게 해방을, 눈먼 사람들에게 눈 뜸을, 억눌린 사람들을 풀어 주              

               고, 주님의 은혜의 해를 선포합니다. 또한 초대교회 때에는 모든 것을 내어 나누며 공유하는 공동체를 이루어, 세상 사람들이 교회를 두려워하였다고 할 정도였습니다.

 

    이 안식의 말씀을 교회가 살아내야 합니다. 세월호, 탄핵, 탈핵, 그리고 동북아의 전쟁위기를 자아내는 사드배치문제, 지난주에 오셨다고 하는데, 평화로운 제주도를 군사기지화 하는 것에 반대하며 몸으로 평화를 지켜내고 있는 개척자들공동체의 송강호 박사님에 이르기 까지, 간혹 성도님들 중에 왜 사회참여를 하고, 왜 그들과 같이 구호를 외쳐야 하냐고 묻기도 하는데, 사실 행동의 측면에서 보면 우리는 사회적, 정치적 시민들의 연대체 보다 선명하지 못하고, 확실하지도 못하며, 힘도 약하며, 구호를 외치기 보다는 하나님께 기도하며 탄원합니다. 사회운동의 면에서 보면 왜소해 보이기 까지 합니다.

그러나 열등감 가질 필요 없습니다. 같으면서 다릅니다. 교회와 성도가 세상 속에서 안식을 하며 자유하는 것은 생명의 말씀에 근거하기 때문입니다. 성경은 함께하는 모든 것들과 무조건적으로 쉬라 말씀합니다. 주님이 우리에게 주신 이 안식에 관한 축복의 말씀, 세상의 일에서 벗어나 더불어 자유롭게, 평안하라는 이 말씀을 내 안에, 교회 안에, 세상 속에서 드러내는 삶을 감사하며, 살아갈 때, 이 날은 거룩한 날인 것입니다. 이 거룩한 쉼을 선포하는 담론은 세상 어디에도 없습니다. 이보다 더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 말씀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그래서 예수님도 안식일은 사람을 위해 있다고 하며 스스로 주인임을 선언하셨습니다. 안식일의 주인이신 주님께서 안식하라고 하시니, 자유롭게 즐깁시다.

 

    지난 이야기이지만 그냥..가게가 처음 만들어질 때 커피값을 받느냐, 안받는냐는 것에대해 고민 하였습니다. 그 때 모두 다 돈으로 소통하며, 돈에의해 모든 가치가 정해지는 때에, 돈 말고, 마음을 소통하는 곳이 한 개 쯤 있으면 어떨까?’라는 정신으로 가게를 시작하였고, 지금도 그런 자본이 아닌 그냥 마음이 소통하는 공간입니다. 복에 좋습니다. ‘밤토실어린이도서관이 그렇습니다. 10년 전 밤토실이 세워질 때, 버스가 하루에 몇 번 밖에 다니지 않던 때, 이 동네의 문화적으로 소외된 한 아이를 위해 도서관을 세우자는 정신이었습니다. 자본의 논리로 보면 비생산적이고, 비 효율적이지요, 한 아이를 위해 이 많은 세월과 투자, 봉사를 한다니 말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바로 하나님가치입니다. 한 분이신 하나님처럼 우리 각자 온 세상의 모든 피조물이 하나님 닮아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하나의 존귀함, 그 하나를 위한 도서관이었습니다. 그리고 모든 세상의 집단들이 다 자본에의해 휘둘리지만 유일하게 자본이 침범할 수 없는 곳이 바로 도서관입니다. 노인이나, 어린이나, 여자나 남자나, 건강한 사람이나, 병든자나, 배웠거나 배우지못했거나 어느 누구든 스스로 찿아 와서 자기가 원하는 정보를 자기가 찿아 얻고 누리는 곳입니다. 자본의 힘이 들어올 자리가 없습니다. 그러나 간혹 영어동화읽기, 책읽고 독후감을 쓰게하자는 등의 입시논리가 순간 파고들어 올려하지만,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책을 읽는 자유로운 숨을 쉴 수 있는 공간입니다. 목공방도 그렇습니다. 목공방의 수식어가 이렇습니다. <쉬며, 놀며, 만드는 ᄋᆞ래 목공방>입니다. 목공방 역시 자본의 논리가 아니라, 나무를 통해 만드시며, 창조하시는 하나님을 닮아가는 자리입니다. 아랫목공방의 아는 ᄋᆞ래 ᄋᆞ자입니다. 그래서 쉼의 목공방입니다.

 

    고기교회의 전체 공간도 성장의 논리, 자본의 논리에 휘둘리지 않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지켜낸 것입니다. 그래서 논 위의 습지는 생태계가 그대로 살아있습니다. 두꺼비, 도롱뇽, 반딧불이, , 청둥오리, 왜가리, 황새, 장수하늘소, 수생식물과 곤충들 등 . . .함께 어울어집니다. 개체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지만 말입니다. 이 곳은 그렇게 하나님을 호흡하는 자리가 되길 기도해 온 것이고, 그렇게 지켜왔습니다. 자본이 아니라 안식입니다.

 

    목회자에게 토요일은 비상입니다. 금요일부터 스트레스가 옵니다. 그러다 보면 가족이나, 다른 일들에 관심을 둘 수가 없습니다. 우리 집의 아이들이 어릴 때는 함께 이 곳, 저 곳 잘 다니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중학교,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나는 금, 토요일이면 비상이 걸리고, 평일에도 새벽 기도회를 위해 일찍 자다 보면 아이들과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할 시간도 없이 그렇게 지냈는데, 이 번 안식년에 온 가족이 45일 동안 제주도의 왠만한 곳은 전부 다니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감사할 따름입니다. 아이들에게 더 가까이 갈 수 있어 좋았고, 아이들 하고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들, 자잘한 이야기들, 생각들을 나누며 참 좋았습니다.

 

    지난 주에 경기도 가평에 있는 개신교영성원인 가락재영성원에 다녀왔습니다. 그 영성원 한 쪽 바위에 이라는 글이 세겨져 있습니다. 영성원 정광일 목사님이 창안하신 말인지 모르겠지만, 참 괜찮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 말에는 숨과 쉼 그리고 섬 3가지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안식일이라는 말의 식()은 숨을 쉰다, 호흡한다는 것입니다. 아니 매일 마다 숨을 쉬고 있고, 숨을 안쉬면 살 수 없는데 숨을 쉬는 날이라는 말이 매우 재미있습니다. 이것은 단순이 생물학적인 숨이 아니라 영적인 숨, 그러니까 내 안에 하나님을 받아들이고, 내 안의 쌓인 세상의 좋지 않은 것들, 철학이든, 쌓인 감정들, 분노, 억울함, 미움, 싸움, 아플고 병든 것을 내 뱉으며, 그동안 가파르게 몰아 쉬었던 숨을 고루 면서, 쉼을 얻어 위태위태 비틀비틀 했던 삶을 바르게 세우는 섬, 이렇게 숨과 쉼과 섬입니다. 저도 그렇게 잘 쉬었습니다.

  

   우리 함께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축복을 누림으로 우리의 날들이 거룩한 날, 다시 풀면 하나님의 날, 하나님의 나라, 생명, 정의 평화가 펼쳐지는 삶이 되기를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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