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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시간, 하나님의 때(대강절 첫째주일, 2016.11.27)

mungge | 2016.12.02 18:00 | 조회 2934

(2015.12.16. 마굿간 점등예배)

 

제목: 사람의 시간, 하나님의 때

본문: 마가복음 114~15

설교: 김준표 목사

 

사람은 시간과 공간속에서 살아갑니다. 이것을 벗어나면 살 수 없지요. 시간은 규칙성을 가지고 앞으로 전진 합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1초는 세슘 원자의 92억번의 진동을 시간을 말합니다. 기계로 측정되는 시계를 보면 시간은 우리 모두에게 균등하게 주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몸 안에 있는 생체 시계는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실험: 모두 눈을 감고, 1분 세어보기)

이런 비슷한 상황을 가지고 멋지게 연애를 시작하는 경우도 있었지요. 영화 아비정전의 장국영이 장만옥과 함께 손목시계를 1분 동안 지켜 본 후 건넸던 대사입니다. “너와 나는 1분을 같이 했어. 난 이 소중한 1분을 잊지 않을 거야. 지울 수가 없어. 이미 과거가 되어 버렸으니까

겉으로 시간은 규칙적으로 보이지만 그것을 받아들이고 느끼는 개인의 감각은 확연히 다릅니다. 공중에서 떨어지는 사람이 시간을 더 천천히 볼 수 있다고 합니다. 떨어지는 과정에서 아드레날린이 넘치게 분비되면 뇌가 빨라지고, 그래서 주변 세상을 더 천천히 볼 수 있는 것이지요. 우리도 모두 눈을 감고 1분을 세어보았는데 그 1분의 길이가 다 달랐습니다. 뇌 안에 있는 생체시계가 나이가 들수록 느려지고, 그럴수록 주변 세계가 빨라지게 느끼는 것입니다. 시간은 규칙적이며 객관적으로 우리에게 주어지는 것 같지만, 사실은 이렇게 같은 시간 속에서도 다른 감각으로 체험되고 있고, 그래서 우리는 서로 다른 시간을 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우주의 공간, 개념에서 시간을 본다면 더 복잡해집니다. 시간은 규칙적, 한방향, 보편적, 정지하지 않는다. 라는 신념에 물음이 생기게 됩니다. 블랙홀은 커다란 별이 생을 마감할 때 폭발을 일으킨 후 막대한 중력에 의해 빛조차도 흡수해 버릴 때 생깁니다. 이 블랙홀 안에서는 시간의 흐름이 완전히 변한다고 하지요. 모든 물질을 흡수하는 검은 구멍 블랙홀이 있다면 반대로 흡수한 물질들이 빠져 나가는 공간도 필요한데 이것을 이론적으로 화이트홀이라 합니다. 그리고 블랙홀과 화이트홀을 연결하는 통로를 시간과 공간의 벌레먹는 구멍이라는 의미로 웜홀이라고 합니다. 즉 블랙홀로 들어간 물체는 화이트홀로 빠져 나오게 되며, 웜홀은 시간과 공간이 전혀 다른 두 세계를 연결하게 됩니다.

천체 물리학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이런 이론과 발견들을 보며 창조신앙을 간직한 제 믿음과 신앙이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더 큰 흥분과 놀라움을 느끼게 됩니다. 우주를 바라보고 이해하는 제 시야가 커지게 되고, 놀라운 하나님의 창조솜씨에 감탄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나는 일상에서 규칙적으로 흘러가는 한정된 시간 속에 살아가고 있지만, 온 우주를 창조하고 다스리시는 하나님의 시간은 내가 느끼고 경험하는 시간과 완전히 다르겠구나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됩니다.

하나님의 시간과 나의 시간은 어떻게 다를까? 다르다면 하나님의 시간과 나의 시간이 만날 수 있을까? 질문하게 됩니다.

오늘 본문은 예수님이 공생애를 시작하시면서 하나님의 복음을 선포하셨을 때 제일 먼저 하신 말씀입니다. 요한이 잡힌 뒤에, 예수께서 갈릴리에 오셔서, 하나님의 복음을 선포하셨다. "때가 찼다. 하나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여라. 복음을 믿어라.” (1:14~15)

이 본문에서 때가 찼다에서 는 시간을 나타내며, 그리스 원어로 카이로스라고 합니다. 헬라어에서 시간은 두 가지로 표현되는데, 크로노스와 카이로스가 있습니다. 크로노스가 단순히 흘러가는 시간, 일련의 연속적인, 그래서 누구에게나 균등하고 절대적인 시간을 말한다면 카이로스는 때가 꽉 찬 시간으로 구체적인 사건의 순간을 의미합니다. 가열된 물이 100도가 되어 끓는 순간을 카이로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하나님의 복음, 구원의 소식을 전하시며 우리에게 때가 찼다고 말씀하셨는데, 여기에서의 는 하나님의 구원의 때이며, 하나님의 시간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그리스 원어로 크로노스가 아닌 카이로스를 사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때”(카이로스)는 구약의 예언자들이 경고했던 하나님의 궁극적인 심판이 이루어지는 주의 날이며, ‘모든 시련을 이겨낸 남은 자들을 구원해 새 이스라엘을 세우시겠다는 구약의 언약이 성취되는 때입니다. “이 때가 찼으므로하나님의 주권과 통치가 완전하게 이루어지는 하나님의 나라가 우리에게 가까이 왔다고 선포하신 것입니다.

그런데, 실제 하나님의 나라가 왔습니까? 지금 우리 가까이에 와 있다는 하나님의 나라를 볼 수 있습니까? 지금 이 땅을 하나님이 통치하고 있습니까? 우리는 지금 하나님 나라에서 하나님의 시간 속에 살고 있습니까?

바리새파 사람들이 하나님의 나라가 언제 오느냐고 물으니, 예수께서 그들에게 대답을 하셨다. "하나님의 나라는 눈으로 볼 수 있는 모습으로 오지 않는다. '보아라, 여기에 있다' 또는 '저기에 있다' 하고 말할 수도 없다. 보아라, 하나님의 나라는 너희 가운데에 있다." (17:20~21)

성도님들은 지금 이곳에서 하나님의 나라를 어떻게 경험하고 있습니까?

 

오늘 우리가 앞서 살펴본 시간의 개념에서 보면 하나님의 나라는 크로노스로 오는 것이 아니라, 카이로스 안에서 우리에게 임합니다. 일상적으로 규칙적으로 흘러 보내는 시간 속에서 하나님 나라는 경험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하나님 나라를 경험하는 것은 꽉 찬 때” “무르익은 때” “팔팔 끓는 때입니다. 이때를 아는 순간 우리는 예수님처럼 하나님 나라에 머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일상적으로 자연스럽게 규칙적으로 흘러가는 크로노스라는 인류 보편의 시간 속에서 카이로스, 하나님의 때를 깨달아야 하고, 그 때를 역사 안에서 만들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인류 보편의 시간 속에서 하나님의 때를 만드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저는 이 질문에 김대현 감독님의 종말의 시간이라는 영화가 좋은 답을 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는 약 180년전 조선이라는 낯선 땅에 하나님의 복음을 전하러 온 프랑스 선교사들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1836년에 모방 선교사가 최초로 입국한 후 여러 명의 선교사들이 몰래 조선으로 들어와 선교를 했고, 선교역사 초기 대다수의 선교사들이 복음을 받아들이고 배교하지 않은 조선인들과 함께 순교를 당합니다. 영화의 한 장면 중 프랑스 외방전도회 건물 통로에 걸린 액자사진을 보며 가슴이 뭉클해 지기도 했습니다. 그 액자 안에는 외방전도회를 거쳐간 여러명의 선교사들의 사진이 걸려 있었고, 그들 중 많은 이들이 선교현장에서 순교를 당했습니다.

20대의 어린나이에도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복음을 전하겠다는 선교의 의지는 어디서 나온 것이었을까요? 순교당하신 어느 신부님의 일기에서 이런 글을 나옵니다. “나는 설명할 수 없지만 주님이 마음에 씨를 주셨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하나님이 심으신 사랑의 씨앗이 그들 안에 있었던 것입니다. 물론 주님이 주신 사랑의 씨앗을 품고 낯선 조선의 땅에 들어와 순교했던 이들의 앞뒤로 19세기 제국주의의 자본주의적 탐욕이라는 그늘이 드리워져 있기는 하지만 이들의 희생과 순교의 거룩함이 변질 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이들의 희생이 조선의 땅에 복음의 꽃을 피웠고, 그 복음의 씨앗이 민들레 씨앗처럼 또 다시 프랑스로 날아가 새로운 생명의 꽃을 피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 한국인 신부님이 영화 말미에 이런 말을 하십니다. 우리 인간은 끊임없이 종말을 향해 날마다 창조되어가는 존재라고 말합니다. 선교 초기의 순교자들은 하나님의 시간인 창조와 종말을 믿었기에 순교를 두려움 없이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하나님의 뜻과 의지가 충만한 ’, 카이로스는 분명하게 종말이라는 끝 지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종말의 때를 알고 있는 사람은 일상의 크로노스의 시간을 하나님의 때, 카이로스의 시간으로 변화시킬 줄 압니다. 이것이 우리가 크로노스의 시간속에 살지만 동시에 카이로스의 시간 안에 머무는 방법입니다.

 

하나님이 이 온 우주를 통치하시고, 인류의 역사를 이끌어 가시는 분임을 믿으십시오. 지금 비록 악의 세력이 창궐하고, 불의가 이 땅을 더럽히고, 물질주의 맘몬의 우상숭배가 곳곳에서 행해진다 하더라도 두려워하거나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마십시오. 하나님은 모든 피조물들을 하나님의 심판대 앞에 세우실 것입니다. 그리고 모든 굽을 것들을 펴시고, 거짓된 것들을 환히 드러내시고, 슬피 우는 자들의 눈물을 거두어 주실 것입니다.

그 때가 하나님의 때입니다. 그리고 그 때는 먼 훗날에 일회적으로 관계된 시간이 아닙니다. 우리의 시간이 매 순간 종말을 향해 가고 있음을 깨달아야 합니다. 그러므로 오늘의 시간이 그 종말을 준비하는 시간입니다. 물이 끓기 위해 99도의 과정을 밟아 가듯이 매 순간 우리의 지향점은 하나님의 때를 향해 있어야 합니다.

 

그러니 무엇이 삶에서 우선되어야 하는지 잊지 마십시오. 곧 심판의 불에 타버리고 없어져 버릴 것에 마음을 두지 마시고, 하나님의 영원의 시간 속에 길이 빛날 것이 무엇인지 깨닫고 그것을 위해 살아가십시오. 믿음과 소망과 사랑 중에 제일이 사랑이라 하였습니다. 얼굴과 얼굴이 맞대고 볼 때가 되면 소망은 필요 없게 됩니다. 어둠속을 걸을 때에 꼭 필요한 것은 믿음이지만 그 분을 보게 된다면 믿음도 필요하지 않게 됩니다. 영원까지 남아 있을 것은 사랑입니다.

 

오늘을 하나님의 때로, 종말의 시간으로 만들어 가는 사람에게 사랑만큼 소중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오늘 이 순간을 사랑으로 충만한 종말의 시간을 사는 이들이, 하나님의 영원의 시간에 잇대어 사는 그분의 자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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