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 세상을 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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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보내어 주십시오(성령강림후 열다섯번째 주일, 2016.8.28)

mungge | 2016.09.11 16:40 | 조회 1285

 


                                                           (1회 모깃불 영화제를 준비하는 손길)

 

설교자: 김준표 목사

제목: 저를 보내어 주십시오.

본문: 이사야 61~8

 

며칠 사이에 새벽바람이 많이 차가워졌습니다. 낮 온도는 여전히 30도를 육박하는데, 새벽에는 13도를 나타내더군요. 우리를 지치게 했던 여름 불볕더위가 물러갔구나 싶습니다. 이번 여름은 여느 해에 비해 그 무더위 기승이 유독 심했던 듯합니다. 한 번도 에어컨 타령을 하지 않던 저희 집에서도 벽걸이 에어컨 정도는 달아야 하지 않나 아내와 심각하게 이야기 할 정도였으니까요.

하여튼 이 무더위를 잘 이겨내고 이렇게 가을바람을 맞게 되니 한결 마음도 여유로워졌습니다. 저에게는 이번 여름에 많은 일들이 있었고, 여러 가지를 경험한, 그래서 기억이 많이 남는 시간이었습니다. 소천하신 성도님들의 장례예배와 어린이부, 청소년부, 청년부 수련회가 이어지는 여름이었습니다.

오늘은 제가 이번 여름을 보내며 느낀 우리 청소년/청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1. 수련회 이야기

주조양 선생님이 톡투유시간을 통해 아이들에게 질문했던 것 하나를 소개합니다.

[요즘 나의 최대고민?] 청소년부

그런거 없다 / 진로와 넘치는 살들 / 내가 좋아하는 일 찾기 / 나 홀로 여행이 절실히 필요 / 입시, 공부방식, 생활방식 / 키가 작다 / 덕질에서 헤어 나오기 힘듬 / 공부방식 / 수학성적은 어떻게 올리나요 / 성적 / 자유에 대한 고민

[요즘 나의 고민?] 청년부

행복합니다 / 고민이 없는게 고민. 이제는 고민이 필요한 시기 / 이기적이지만 그런 나지만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나 / 자유로운 사람이 되고 싶다 / 놀고 싶은데 돈이 없어요 / 지갑의 빈곤함 / 너무 게으른 것 같아요 / 장남 / 건강한 마음을 갖고 싶다 / 지금의 나에게 믿음을 가지고 끈기 있게 잘 끌어가지 못하는 현실, 그리고 지금 당장의 고민을 해결해도 앞에 놓인 막막한 미래, 무엇을 하고 싶은지 분명히 찾지 못하는 것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청소년부는 절반 가까이 성적과 입시에 대한 고민이 주입니다. 자유에 대한 고민을 하는 청소년들과 청년들도 있었습니다. 미래에 대한 막막함을 엿볼 수도 있습니다.

 

2. 미래세대에게 절망을 안겨주는 한국의 사회 시스템. 헬조선

지금의 세대는 한국사회를 일컬어 헬조선이라고 합니다. 지옥을 나타내는 헬과 계급사회가 존재하는 조선을 묶어서 대한민국을 청년들이 자조적으로 일컫는 말입니다. 말 그대로 지옥같은 대한민국이지요. 그 만큼 열정페이, 취업난, 삼포/오포/칠포 세대로 대변되는 청년들의 불안과 절망, 분노가 드러난 단어라고 생각됩니다. 청년들 사이에서는 자조 섞인 목소리로 서로에게 무슨 수저인가?’ 질문하기도 합니다.

지금의 한국 사회에서는 10대에 꿈을 그리게 하기 보다 꿈을 포기하게 만든다. 정말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고, 그 꿈을 위해 가슴 뛰는 설렘으로 어떻게 준비할까 생각하고 진로를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뜻에 따라 명문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혹은 취직이 잘 되는 대학을 가기 위해 옆에 있는 친구들과 살벌한 경쟁을 강요받습니다. 책 읽는 걸 좋아하는 아이들이, 바둑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는 아이들이 그것을 자신의 꿈과 희망으로 만들기보다 입시와 취직에 장애라고 느끼게 만드는 것이 현실.

 

3. 젊은 세대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개척자들

개척자들은 세계 분쟁지역으로 나가 함께 생활하며 평화 활동을 펼치는 기독교 신앙공동체입니다. 1999년 분쟁지역에서의 평화사역에 관심이 있는 청년들이 모여, 사역을 위해 함께 살기 시작했고, 2003년부터 경기도 양평에서 공동체를 이루어 살고 있다. 현재는 인도네시아 아체(쓰나미로 폐허가 된 마을), 말레이시아, 대만 3나라에서 평화캠프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개척자들은 이 평화캠프를 통해 제주 강정마을, 오키나와, 대만을 기점으로 하는 극동 아시아의 평화라인을 만들고 싶어 합니다.

이들은 초대교회와 같이 철저한 공동체 생활을 합니다. 경제 자립을 위한 노력으로 자체 수익사업 모델을 고민하고 있고, 무엇보다 돈으로 움직이는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가장 작은 소비를 하며 살고자 노력합니다. 불이 났던 생활터전(샘터)을 직접 건축을 하고 있는 중이기도 합니다.

청소년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바로 대학으로 진학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송강호 대표가 청년들에게 제안하는 것이 있습니다. 가능한 한 젊은 나이에 10가지 과제들을 수행해 가면서 자신이 어떤 인생을 살 것인지 숙고하여 진학과 진로를 결정할 것을 권합니다.

세계일주를 하라 하나님의 나라를 위한 평화 복무를 하라 철인3종 경주대회에 도전하라 잠수를 배우라 낙하산을 타보라 높은 산을 올라보라 북한을 여행하라 감옥살이를 해보라 100권의 책을 독서하라 자기의 전기를 발간하라

이 중에서 높은 산을 올라보라고 권하는 송강호 대표는 아래와 같이 그 이유를 말합니다.

설악산이나 금강산처럼 빼어난 봉우리와 계곡의 아름다움 앞에서, 흰 눈 덮힌 히말라야와 같은 장엄한 산맥 앞에서 우리는 에너지에 관한 새로운 진실에 눈뜨게 됩니다. 몸의 힘이 다 빠지고 피곤에 지칠 수 밖에 없는 고통스런 산행 가운데 우리 안으로 밀려들어와 우리 내부의 모든 찌꺼기들을 모두 몰아내고 온 몸과 마음과 영혼을 다시 새롭게 채우는 깨끗하고 시원한 자연의 에너지가 있습니다. 옛 사람들은 이를 산의 정기라고 했죠. 높은 산마루에서 발 밑에 펼쳐진 개미들처럼 작디 작은 인간들의 세상을 내려다보며 우리 사는 세상이 얼마나 사소한 것인지 체득합니다. 산은 우리에게 자유롭게 살려면 단순한 삶을 선택해야 한다는 사실을 가르쳐 주며 아름다운 삶을 살려면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생의 진실도 일깨워 줍니다. 산을 함께 오르다보면 우정과 사랑을 배우고 실천하는 학교가 되기도 합니다. 매일 핸드폰의 배터리를 충전하듯이 정기적으로 깊은 산을 찾아가 숲이 선물하는 피톤치드를 온 몸에 가득 마시고, 고요한 시간을 보내는 삶의 습관을 가져라. 이것이 땅에서 살아가는 모든 생물의 기본적인 에너지 충전 방식임을 잊지 않아야 합니다.”

지난 주 목요일에 개척자들 구성원 몇 가족이 저희 교회를 방문했습니다. 이들을 만나고 이야기 나누며, 저는 우리의 교육현실과 저의 자녀교육을 다시금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제대로 된 교육을 하고 있는가? 자녀를 가르치고 양육하는 것이 제도에 순응하며 돈과 성공만을 좇는 영혼 없이 사는 꼭두각시를 만드는 것은 아닌지 돌아봅니다. 자녀를 보호한다고 하면서 위험요소를 제거한 교육환경에서 아이들이 잘 크기를 바라는 것은 너무 속이 텅 비어 버린 껍데기만 남은 교육이 되는 건 아닌지. 지금 세계는 시리아 내전으로 수천만 명이 난민 행렬을 잇고 있고 낡은 쪽배를 가득 메운 아프리카 난민들이 구명조끼도 걸치지 않은 채 거친 지중해를 표류하고 있는데, 아프카니스탄과 캄보디아, 보스니아처럼 오랜 내전을 겪은 나라들의 산과 들에는 사람의 다리를 잡아먹기 위해 숨죽이며 기다리는 무서운 지뢰들로 가득차 있는데, 우리 아이들은 이런 위험 가득한 세상으로 나갈 수 있을까? 이런 절망과 고통의 현실에서 눈물 흘리고 떨고 있는 이들에게 선한 그리스도인으로 다가갈 수 있을까? 아이러니 한 것은 부모품안에서 가장 안전하게 자라고 성장했다는 우리나라 청소년, 청년 자살률이 세계 1위라는 사실입니다.

전남 순천에는 기적의 도서관처럼 기적의 놀이터가 있습니다. 한국의 상당수 놀이터는 안전 진단을 잘 통과할 수 있는 데만 촛점을 맞춰 만들어진데 반해 이 어린이 놀이터에는 놀이터에 있을 법한 그 흔한 놀이기구가 하나도 없습니다. 기적의 놀이터는 안전 패러다임을 넘어서 아이들을 건강한 위험에 노출시킵니다. 언덕 중간에 바위도 있고, 얕은 개울도 있어 아이들이 달리거나 뛰면서 물에 빠지거나 다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위험은 아이 스스로 인식할 수 있고, 아이 스스로 통제 가능한 위험입니다. 이 놀이터를 기획한 편해문씨는 오로지 안전한 곳은 아이들을 수동적으로 만들어 길들이며, 상황에 대한 대응력을 감소시킨다. 놀이터는 그런 것을 전복시키는 공간이 돼야 한다...영국에서는 놀이터가 너무 안전하면 아예 불합격시킨다... 부모들의 과잉보호도 아동학대만큼이나 아이들에게 좋지 않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우리 자녀들과 젊은이들이 위험에 직면하여 그 위험을 극복할 뿐 아니라 그 속에서 자신이 누구이고 자신의 삶과 죽음이 무슨 의미를 갖고 있는지를 자각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배움과 교육은 위험한 것입니다. 그리고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것들의 측면에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4. 부르심에 응답하는 이사야 이야기

오늘의 본문은 이사야가 하나님 앞에서 소명을 받는 장면입니다. 이사야가 활동했던 시대는 유다왕국이 전례없이 큰 변란을 겪던 때입니다. 주전735년에는 시리아와 북이스라엘 동맹군이 남유다를 침략합니다. 701년 히스기야왕때는 앗시리아 제국이 북이스라엘을 멸망시키고 마침내 예루살렘을 포위, 공격하여 나라의 운명이 풍전등화와 같은 때였습니다. 국가의 존립이 위태하고, 개인의 목숨이 낙엽처럼 소리 없이 떨어지는 위태한 때였습니다. 이러한 시기에 이사야는 하나님 앞에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하나님은 이사야의 환상가운데 나타나셔서 누가 하나님을 대신하여 저 험한 정치 투쟁의 자리에, 피비린내나는 전쟁터에, 하나님의 말씀을 가지고 나아갈까 하고 물으십니다.

이사야는 비록 자신이 죄인이며 자격이 없는 자이지만 하나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며 내가 여기 있나이다. 나를 보내소서하고 앞으로 나아옵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대언하는 예언자로서 목숨을 건 위태한 인생을 시작한 것입니다. 이사야는 하나님이 부르신 그 소명의식을 가지고 하나님의 심판의 말씀을 선포하면 오히려 목숨을 위협하는 북이스라엘의 왕들 앞에 당당히 섰습니다. 그리고 무너저 내리는 예루살렘 성을 바라보며 통곡하고, 바벨론으로 끌려가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하신다는 임마누엘 신앙을 선포합니다.

당시 북이스라엘과 남유다 백성들뿐만 아니라, 정치인들에게 이사야는 청개구리 같은 사람이었습니다. 자신들이 듣고 싶은 말을 하지 않고 자꾸 세상이 돌아가는 그 순리대로 이야기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이스라엘을 침공한 제국의 병사들은 이사야의 목숨을 뺏으려고 했습니다.

세상이 보여주는 현상과는 정 반대의 하나님의 시각으로 세상을 보고, 외롭고 두려운 길이지만 하나님이 부르신 그 예언자의 길로 나선 이사야를 우리 청소년들이, 청년들이 배우고 알기를 원합니다.

미래가 막막하고 두려움이 앞서는 시기이지만, 포기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 땅에 하나님의 정의와 평화를 누가 선포하고 만들어갈까 하고 하나님이 부르실 때에 주여 내가 여기 있나이다하고 응답하는 우리 청소년, 청년들이 되기를 원합니다. 예수님이 걸으셨던 십자가의 길과 이사야가 걸었던 예언자의 길은 꽃길이 아니었습니다. 죽음과 위험이 도사리는 가시밭길이었습니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이었습니다.

여러분의 자녀가 하나님의 부름에 응답하고 그 위험한 길을 순례자처럼 나설 때에 막지 마십시오. 그들을 위해 기도해 주시고 격려해 주십시오. 우리 모두는 돈이 아닌 생명의 길을, 불의가 아닌 정의의 좁은 길을, 전쟁과 갈등이 아닌 평화의 가시밭길을 걸어야겠습니다. 하나님의 부르심에 응답해 주십시오.

주님 내가 여기 있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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