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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 이 시대 욥의 자리(사순절다섯번째주일, 2021년 3월21일)

하늘기차 | 2021.03.21 09:07 | 조회 726


                    광장 : 이 시대 욥의 자리

2021321(사순절다섯번째주일)                                                                              19:19-27

     2014416일은 매우 낯설었습니다. 이 날은 부활절(20)전 수요일 고난주간이었는데, 제주도로 수학여행를 떠난 단원고의 304명을 포함해서 350명이 침몰하는 배에서 구조되지 못하였다는 어수선한 상황 속에서 부활주일을 맞이하였습니다. 부활주일에 교회는 감사찬양예배를 드렸는데, 그 날 개인적으로 아무 설교도 할 수가 없어서 간신히 예수님도 눈물을 흘리셨다는 말씀을 전하고 김재준박사님이 지은 시에 류형선작가가 곡을 붙인 새벽날개 햇빛타고라는 칸타타를 함께 들었습니다. 그 다음 부활후 첫 번째주일이 다가오는데, 세월호 상황은 거의 최악인 상태에서 역시 말씀이 입에서 떨어지지 않아, 결국 설교가 없는 떼제찬양 예배를 드렸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왜 침몰하였는지, 왜 구하지 않았는지, 왜 구조를 방해했는지에대한 진실규명을 여전히 못한채, 이제 참사 7주년이 다가오는데, 안타까움을 금하지 못한 세월호 가족들이 지난 해 1224일 성탄절 전 날, 추운 한 겨울에 노숙농성을 시작하였지만 청와대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지난 21일에 삭발기자회견으로 농성을 종려하였고, 또한 119일에 마감한 세월호특별수사단의 수사도 아무런 성과 없이 대부분 무혐의 처분하며 종결되었습니다. 세월호 가족들과 그동안 함께했던 많은 시민단체들과 개인, 외국 동포들은 실망을 금치 못하였고, 진실규명을 위한 운동도 주춤하는 상항에 이르렀습니다.

     답답함에 416생명안전공원예배모임(창현, 예은, 시찬 엄마, 김은호 목사 등 주관)에서는 각 교단의 세월호와 함께하는 목사님들, 성도들, 교회, 기독교 단체들에게 청와대분수대앞광장에서의 기도회 제안을 하여, zoom으로 진행된 회의에서 모두 마음을 모아

1)지난 217(재의 수요일, 첫 번 만)부터 425() 까지 매주 목요일저녁7시에 청와대분수대앞 광장에서 기도회를 열기로 하여 진행되고 있고,

2)지난 315()~415()까지는 교회, 개인, 단체가 하루씩을 맡아 오전8~저녁7시 까지 금식기도회 및 피케팅(12-14)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고기교회는 17()에 함께 하였습니다.

     내일부터 시작되는 이 번 21년 고기교회 사순절침묵연속기도회는 세월호참사 7년에 즈음하여 침묵으로 기도하는 중에 세월호를 위한 목적기도를 진행하며, 세월호 가족들의 아픈 마음을 나누기로 하였습니다.

     지난 수요일 아침 부리나케 버스를 타고 오전 8시에 맞추어 청와대분수대광장 앞에 도착하였습니다. 마침 명동향린교회의 김희헌목사님이 오셔서 기도에 필요한 주보, 십자가, 세월호상징물 등을 함께 배치하고, 첫 예배를 드렸습니다. 그리고 오전 10시 경에 멀리 전주 고백교회의 성도님들 4분이 이강실 여목사님과 함께 기도회에 참여하였습니다. 고백교회는 기독교장로회 소속으로, 김준표 목사님이 속한 교단이기도 한데, 2010년 남북관계가 소강상태에 접어들자 고백교회의 한상렬 목사님이 정부승인 없이 북한에 갔다가 판문점을 거쳐 남한으로 내려옴으로 정전협정위반 등의 법규정으로 체포당한 적이 있던 교회입니다. 첫 자가 같은 자여서 친구 맺자고 하였습니다. 고백교회는 한옥으로 잘 지어진 예배당이 일품입니다.

     오전에서 오후로 넘어가며 김영순장로님과 홍미나님이 기도회에 함께 해 주어 감사했습니다. 점심시간은 직장인들이 식사를 위해 왕래하는 시간이어서 세월호의 상황을 알리기 위해 피켓팅을 하는데, 우리 뿐만아니라 여러 사람들이 분수대 앞에 빙 둘러서 피켓을 들기 시작합니다. 우리 옆에는 교회 50주년 때 시를 써주신 성남열린교회의 서덕석 목사님이 속해있는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인 평통사에서 2시간 피켓팅을 합니다. 특히 자기 아들이 스텔라데이지호 항해사였다고 하며 아주머니께서 주홍색 점퍼를 입고 기도자리에 찿아와 주홍색 팔지를 애절한 마음으로 나누어 주었습니다. 분수대를 빙둘러 피켓팅을 하는데, 금속노조, 친일반역매국조선일보 폐간하라, 장애인차별말라, 그 외에 개인적인 억울함을 하소연 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아마도 개발에 밀려 개인 땅이 억울하게 수용된 것 같은데 내 땅 내놔라!”합니다. 한 사람, 한 사람 다가가서 이야기를 들어주고 싶은데, 코가 석자라고 아침, 점심 금식했다구 힘이 딸렸습니다. ‘주거생존권 보장해 달라’, 한국발전산업노동조합’, 강원도 초록연대 삼척화력반대, 비정규직인 인천공항 소방/야생 해고자’, 전국자동차검사정비사업조합, 피켓팅을 하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거나, 경찰과 승강이를 벌이거나, 이리저리 옮기며 피켓팅을 하는 사람, 노란잠바, 노란 리본을 맨 여자분이심데 세월호에 관심을 가진 듯, 혼자서 청와대를 바라보며 중얼중얼 하는 실성한 사람 등을 보며 저는 이 사람들이 이 시대의 욥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장에서 예배를 드릴때면 언제나 느끼는 것은 야성입니다. 교회가, 성도들도 야성을 잃어버렸습니다. 제도화된 교회에 손발이, 마음도 묶여, 교회 밖 광장으로 향하지를 않습니다. 그러나 진정한 교회는 광장입니다. 아무런 제도적인 틀이나, 연고나 관계가 없는,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오고가는 광야같은 자리. 사도 바울이 유럽으로 건너와 첫 복음을 전한 곳이 바로 광야였습니다. 빌립보시 외곽의 강가 유대인들이 기도하는 장소에서 루디아라는 사람을 만나면서 첫 교회가 유럽에 세워집니다. 이스라엘이 하나님을 만나 십계명을 받은 곳은 광야의 모리아산에서였습니다. 하나님 외에는 어느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는 자리에서 하나님과 일대일로 만나 하나님이 누구인지, 내가 누구인지를 서로가 서로에게 확인하고, 확신하며 하나님이 지시한 곳을 향하여 오직 구름기둥과 불기둥을 바라보며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라 나아갔습니다. 세례 요한이 메뚜기와 석청을 먹으며 활동한 곳도 광야의 요단강이었습니다. 한국교회의 추락한 모습을 지금 보며 느끼는 것은 광야, 광장, 야성을 잃어버렸다는 것입니다. 예수님도 사람들을, 하나님을 회당이 아니라 산과 들에서 만나셨습니다. 회당은, 제도화된 종교는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받아들이지 못하였습니다. 그래서 회당 밖으로 나가셔서 들꽃, 나무, 강과 산, 나무, 새들과 더불어 주님에게 찿아온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들려주셨습니다.

     저녁6시가 넘어갈 즈음에 무릎아래 까지 내려오는 노란털자켓을 입은 분이 우리에게 다가 와서 이 곳 광장에서 세월호 피켓팅을 매일 돌아가면서 한다고 하면서, 자기도 기독인이며 매 달 안전공원예배에 참여한다고 인사를 하는데 참 반가웠습니다. 자기는 원래 순복음교회를 다녔으며 남편이 장로였는데, 지금은 다른 교회를 다닌다고 하면서, 부부가 순복음 교회를나와 일산의 진보적인 교회를 다니게 된 것은 세월호참사가 발생하면서 소위 말하는 탑돌이를 하러 팽목항에 내려갔다가 배에서 올라 온 아이들의 시신을 보면서 그 참담함을 몸으로 느끼며 그동안의 신앙이 얼마나 공허하고 무지한지를 깨닫게 되어 신앙이 바뀌어졌고, 그 때부터 416합창단에서 지금 까지 꾸준히 활동하고 있는데, 고기교회이야기를 하자 고기교회가 416합창단을 초청했을 때 갔었다고 하며 서로 반가워 하였습니다.

     그리고 인상적이었던 것은 허리가 굽은 자그마한 할머니인데, 보험문제로 모든 것을 잃었다며 자그마한 태극기 걸어놓고 햇볕이 뜨거우니까 피켓 뒤에 쪼그리고 앉아있었는데, 마지막 오후 늦은 시간에, 무슨 한이 그렇게 맺혔는지 소리소리 지르면서 경찰들 가라고 외치는데 멈추질 않더라구요. 그래서 함께 기도하던 고백교회 이강실 목사님이 다가가서 힘들지 않으시냐고 하며 하소연을 한참 들어주기도 하였는데, 저녁 7시 기도회 마치는 예배를 드리는데 이 할머니가 우리 곁에 오시길래 옆에 앉으라고 깔판을 내주니 조용히 앉아 함께 예배를 드렸습니다. 약속한 시간에 약속한 예배를 광장에서 하나님께 드리는데, 그곳에서 세상에 찌들리고, 소외되고, 가슴 아파하는, 오직 말씀 밖에는 위로 받을 길 없는 한 사람, 하나님의 부름을 받은 사람을 광장 예배처소로 초대하여 함께 예배드리게 하셨습니다. 제도 교회라면 참여할 수 없었을 텐데, 욥의 고통을 품은 나이먹은 허리굽은 할머니와 함께 조용히 오늘 하루 기도회를 마치는 예배를 드렸습니다. 그렇게 고래고래 소리지르더니 예배자리에 새색시처럼 다소곳이 앉아 예배드리는 모습은 마르다의 동생인 마리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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