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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원을 가꾸시는 하나님(사순절두번째주일, 2021년2월28일)

하늘기차 | 2021.02.27 16:50 | 조회 787


                        포도원을 가꾸시는 하나님

2021228(사순절두번째주일)                                                                                       5:1-7

     기독교평화운동이라는 작은 목회자모임에서 만난 일산호수교회의 백경천 목사님은 아버님과 형님이 모두 목회자이신데, 가족 내력으로 두 분 모두 폐가 나빠 같은 병으로 돌아가시고, 동생 백경삼 목사님은 남과 북의 통일을 기원하며 아무 연고도 없는 문산에서 세계사랑교회를 개척하였습니다. 백경천 목사님 역시 폐가 악화되어 기적적으로 폐이식수술을 받고 소생하였는데, 여러 가지 합병증으로 지금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하여 합병증치료 중이며, 늘 유머어가 끊이지 않고 세상을 따뜻한 눈으로 바라봅니다. 다음 주 예배에서는 백경천 목사님을 가난한자가 복이 있다는 제목의 말씀을 통해 영상으로 만나려 합니다. 몇 일 전 헤른후트공동체와 관련한 이야기를 전화통화로 나누면서 자본주의 경제 체제 하에서 매일 직장생활을 하며 재산공유의 공동체를 살아낼 수는 없지만, 초대교회가 살아낸 신앙의 정신을 쫓아 사회 속에서 일상수도 공동체를 지향한다는 생각에 함께 공감을 하였습니다.

     야웨 하나님은 이집트에서 노예생활하던 히브리민족을 건져 홍해를 건너 가나안 땅에, 오늘 말씀처럼 땅을 일구고 돌을 골라 내고, 아주 좋은 포도나무를 심고, 망대를 세우고, 포도주틀을 파고 좋은 포도가 맺기를 기다렸는데, 들포도가 열리고 찔레와 가시가 자라 황무지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 시대에 참 포도원은 어떻게 가꾸어질까 라는 질문을 하면서, 브루더호프공동체 이야기를 전합니다.

     브루더호프 창립자 에버하르트 아놀드는 1, 2차 세계대전의 격동기에 공산주의, 무정부주의, 시오니즘, 기독교, 나치즘 등 곳곳에서 진보와 보수를 막라하여 가치충돌을 일으키며 폭동, 전쟁이 소용돌이치는 시대에 베를린에서 누리던 부르조아적인 모든 기득권을 포기하고 아내 에이미와 함께 산상수훈에 따르는 공동체를 꿈꾸며 외딴 시골 자네츠로 이사합니다. 에버하르트는 산상수훈을 산 위에 있는 하나님의 동네라 표현하며 정치, 경제, 사회에대하여 산 위의 동네가 관여하지 않아도 되는 영역은 없다...”며 인류의 평화, 하나님 나라의 도래를 위해 공동체제자도를 추구합니다.

     브루더호프공동체 초창기, 거의 굶어야하는 상황에 이르렀을 때에 에버하르트는 공중에 나는 새와 들의 백합을 보라는 주님의 말씀처럼 염려하지 말라고 공동체원들을 다독이지만, 사람들은 에버하르트를 이상주의자며, 광적이라고, 사기꾼이라고도 하며 가구며, 집기들을 가지고 모두 공동체를 떠나 겨우 7명이 남았는데, 에버하르트는 오히려 떠난 사람들은 나뿐 사람들이 아니라 생각이 다를 뿐이라고 아들 하인리히 아놀드를 다독이며, 우리는 공동체가 소명이라며 흔들리지 않고 다시 시작합니다. 재정적인 어려움 속에서 자네츠 근처에 슈파호프농장에서 자급자족 생활공동체를 세우는데 돌투성이의 척박한 땅에서 혹독한 추위에 얻은 양식은 빵은 사치품이었고 감자 한 톨이었습니다.

    히틀러가 독일의 수상이되면서 공동체는 공산주의체제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나치들의 집요한 검열, 방해, 폭력 속에서 에버하르트가 연구하며 모은 모든 자료들을 빼앗기고, 젊은이들은 징집을 피하여 아이들과 함께 인근의 소국 리히텐슈타인의 실룸이라는 곳에 분리정착을 하는데, 계속되는 나치의 억압에 영국의 퀘이커와 카톨릭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애슈튼필즈로 옮겼고, 그 와중에 설립자 에버하르트는 건강이 나빠지면서, 사위 한스가 공동체의 지도자로 세워지지만 집단화, 획일화, 시스템화, 등 성공을 목표로 효율적인 성과를 추구하면서 공동체는 그 초창기의 자율적인 사랑, 섬김, 나눔의 모습은 사라집니다. 에버하르트는 이런 한스를 권면하여 스스로 회개하며 지도자자리에서 내려오게 됩니다.  

     2차세계대전이 일어나고, 사람들이 공중폭격등 전쟁의 공포에 휩싸여 결국 파라과이의 프리마베라지방으로 이민을 가는데, 의외로 추위가 심했고, 작물은 심을 때 마다 실패하고, 서로간에 의견충돌이 일어나고, 태어난 신생아들이 계속 죽고, 전염병에 걸린 아들 하인리히가 공동체 밖으로 옮겨져 거의 죽게될 즈음 기적적으로 다시 살아나면서 3사람이 공동지도체제를 이루는데, 그 때 매형인 한스를 다시 지도자의 한 사람으로 세웁니다. 그런데 이것이 큰 실수였습니다. 한스는 겉으로만 회개하였고, 지도자가 되자 다시 프리마베라공동체를 이 전 보다 더 획일적으로 감시체제를 도입하여 전체주의 집단으로 바꾸어버립니다. 결국 아들 하인리히는 추방되어 어느 미국의 선교단체가 후원하는 나환자 수용촌의 농사책임자로 가게됩니다. 아버지 에버하르트와 함께 꿈꾸던 브루더호프 공동체가 산산 조각이 나는 상황임에도 하인리히는 그 꿈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미국으로 기금모금을 위해 떠난 것이 계기가 되어, 우드크레스트에 공동체가 새로이 세워지면서,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는데, 소위 마케도니아 협동조합이 합류를 하며 그들이 소유하던 가구공장 까지 들어와 어린이 가구, 장애인가구 공장의 효시가 됩니다. 매형 한스가 공동체원들을 이간질하며, 소통을 방해하며, 획일적인 지도체제로 공동체의 생명을 다 죽이는 절차절명의 위기 속에서도 하인리히는 오히려 파라과이 프리마베라를 위해 후원금을 보내 끝 까지 공동체를 지켜내며, 미국 공동체 우드크레스트를 가장 튼실한 브루더호프로 세워나가는데, 매형 한스가 독일의 공동체에게 까지 영향을 끼치며 인맥을 키워 공동체를 장악하려 하였지만, 공동체를 해한 일들이 곳곳에서 드러나면서 한스는 더 이상 지도력을 상실하고, 극적으로 브루더호프 공동체는 초기의 모습을 회복합니다.

     브루더호프는 참으로 사랑이 넘치는 공동체입니다. 강요함이 없이 자율적인 질서가 있으며, 하나님 나라의 정신이 공동체 전체에 흘러넘치고, 서로 간에 지금 그 모습 그대로를 인정하며, 공동체에대한 사랑과 헌신이 말 아니라 행동으로, 그리고 의견충돌이 있거나 상대의 잘 못을 보았을 때는 당사자에게 작은 소리로 솔직하게 그대로 표현해주는 에버하르트의 초창기 자네츠공동체의 정신인 사랑, 자율, 섬김, 나눔이 꽃피우기 시작합니다.

     설교를 준비하면서 3년 전 미국 메이플릿지 브루더호프 공동체를 다녀 온 사진들을 다시 한 번 보았습니다. 416세월호가족들에대한 환대는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공동체의 아이들부터 어른에 이르기 까지 모두들의 언행 그 자체만으로도 416목공방식구들의 고통, 눈물을 씻어주기에 충분했습니다. 그 평화, 생명력과 자유는 어디에서부터 오는것일까? 우선 느끼는 것은 의도적인 프로그램이나, 교육이나, 조직화하는 것이 없고, 평범한 일상을 공동체 안에서 나누고, 전체 회의를 통해 의사결정을 하며, 무엇 보다 어린아이들, 자녀들에대한 교육은 학교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가정과 함께 아이들을 돌보며 키웁니다. 메이플릿지 점심 식사 후의 모임에서는 아이들이 교실에서 시리아 난민 어린이 친구들을 위해 만든 인형을 부모들 앞에 보이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오늘 이 시대의 고통, 어려움을 공동체 전체가 함께 아파하며, 기도하고 행동합니다. 우리 교회도 자녀들의 신앙교육을 교육부서에 만 국한 시킬 것이 아니라 가정과 함께 삶 속에서 신앙이 자연스럽게 고백되어질 수 있도록 구체화 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회의 위기 시대에 교회가 교회이기 위해서는 우선 우리서로함께 공동체 정신을 바탕에 두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온 세상을 물질과 과학문명이 지배하는 시대 속에 단지 개인의 신앙과 윤리의 수준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러면 삶이 파편화 되어 자기 앞 가림 잘 하면 되는 개인적인 단세포적인 수준에 머물 수 밖에 없는데, 이 세상의 정치, 경제, 문화, 사회 등의 거대 담론 속에서 정의와 생명, 평화와 자유의 삶을 살고자 할 때 공동체가 아니면 우리에게 날마다 피부적으로 다가오는 부조리하고 불공정하며 불의하며 자연생태파괴적인 현실을 개인이 감당할 수 없습니다. 단지 윤리적인 개인으로 머물 수는 없습니다.

     또한 산상수훈을 바탕으로 하나님 나라가 우리들의 일상에서 확장되고 심화되어야 합니다. 즉 그리스도를 따르는 제자도가 우리의 일상 속에서 자리잡혀야 하겠습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보여준 사랑 만이 오늘 이 시대를 넘어서는 생명의 기쁨을 누리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인간의 욕망으로 파괴된 자연생태기후위기의 시대에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회복시키는 공동체로 거듭나야 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주님이 이 땅에 다시 오심으로 회복될 선하심, 영광을 지금 여기에서 살아내는 우리서로함께 교회이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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