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 세상을 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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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일(종려주일, 2017년4월9일)

하늘기차 | 2017.04.09 13:51 | 조회 1365


                         아름다운 일

종려주일                                                                                                                          막14:1-9

   작년 사순절에 예수님이 예루살렘에 입성해서 금요일 십자가에 달려 죽으심 까지의 고난주간에 있었던 일에대해 매 주일 마다 말씀을 나누었던 기억이 납니다. 근데 수요일을 건너 뛰었습니다. 왜 그랬는가 하면 그 날이 탈핵주일이어서 원폭피자2세 김형률님에대한 말씀을 전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수요일에 예수님은 예루살렘에 들어가지 않으시고 베다니에 머물러 계셨습니다. 오늘 말씀에 나병환자였던 시몬의 집에서 식사를 하던 중에, 한 여자가 나드 향 한 옥합을 깨뜨려 예수님의 머리 위에 붓는 예상치 못한 사건이 발생합니다. 그러자 마가복음에는 몇몇 사람들이라 했지만 마태, 요한 복음에서는 제자들이 팔아서 가난한 사람들을 도왔어야 했다고 나무랍니다. 갈릴리 바닷가에서 52어의 기적을 베풀 때에도, 예수님은 줄 곳 자기들을 따라 온 마지막까지 남은 사람들에게 너희가 먹을 것을 주라고 제자들에게 말씀하시자, 그러면 우리가 가서 빵 200데나리온 어치를 사다가 그들에게 먹이라는 것이냐고 반문을 합니다. 오늘은 3백 데나리온이라고 합니다. 돈은 언제, 어디서나 모든 것을 장악합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신15:11 말씀을 인용하여 가난한 사람은 언제든지 너희 곁에 있어 언제든지 도울 수 있지만, 나는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하면서, 이 여자는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였고, 아름다운 일이라 칭찬하였습니다.

   예수님이 종종 수로보니게 여인이나, 로마 백부장등 이방인들을 칭찬한 일이 있지만, 이 여자와 이 여자가 한 일을 기억할 것이라고 할 정도의 칭찬의 경우는 없었던 것 같은데, 예수님은 왜 이렇게 이 여자를 칭찬하였을까요? 예수님이 평화에대해 알았으면 좋았을 것을 하며 눈물을 흘리시며 바라보았던 예루살렘에 입성을 하여, 다음날 성전의 장사치들을 쫓아냄으로써, 그 때부터 기득권세력들과 성전 지도자들에게 제거해야 할 존재로 인지됩니다. 아마도 성전을 건드리지 않았더라면 그냥 무사히 유월절 절기를 잘 지킬 수 있지 않았겠나 싶은데, 예수님이 유대교 주류의 치부를 건드린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원칙, 문자주의가 아니라, 성전의 정신, 즉 두려움과 떨림으로 하나님을 만나야 하는 장소가 장사치들에 의해 점령당한 것을 보며, 성전은 기도하는 집이라는 것을 선언한 것입니다. 물론 장사치들의 좌대를 뒤 엎었는데, 우리는 성전 밖에 있던 열매 없는 무화과 나무가 말라버린 것을 통해 예수님의 분노를 감지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이 여인을 왜 칭찬하였을까요? 공감하는 마음이었습니다. 하루 하루 예루살렘에 들어 갔다가, 다시 베다니로 나왔다 하는 중에, 예루살렘 지도층에 의해 살해당할 위기를 감지하며 홀로 그 일정을 묵묵히 감행하던 차에 300백 데나리온 이라고 외치는 제자들의 몰이해를 뒤로하고, 이 여인이 자기 머리에 향유를 부은 것에 감동을 받으신 것입니다. 모두들 예루살렘 입성에 들떠있는 정황 속에서 유일하게 한 여자가 예수님의 앞으로 되어질 일에 마음을 나눈 것입니다. 예수님은 사람들의 증거를 받지 않는다고 하셨는데, 공감은 전혀 다릅니다. 공감은 예수님이 부활 후, 고개숙여 자책하며, 두려워 하는 제자들에게 찿아가 에이레네 라고 평화를 선언했던 바로 그 공감입니다. 그 선언 이후 제자들은 부활이기 시작합니다. 바로 그 에이레네, 평화를, 지금 십자가를 향하여 가고 있는 예수님의 마음에 공감을 표한 것입니다. 변화산에서 예수님은 엘리야, 그리고 모세와 공감하였습니다.

   예수님의 제자들의 특징 중에 하나는 몰이해입니다. 제자들은 공생애 3년을 한 솥밥을 먹으며 함께했지만 예수님의 뜻과 생각, 행동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예수님께 다가오는 아이들을 막아서던 일, 씨뿌리는자의 비유를 이해 못하고, 3번이나 고난에대해 이야기하지만 전혀 깨닫지 못하고, 오히려 누가 서로 요직을 차지할지를 가지고 언쟁을 벌이다가 예수님에게 들켰고, 풍랑이 이는 바다를 걸어 오시는 주님을 귀신이라고 못 알아 본 일, 그리고 부활 승천하기 직전 주께서 이스라엘 나라를 회복하심이 이 때니이까라고 마지막 까지 예수님에대한 몰이해는 계속 됩니다. 오늘 말씀 역시도 300백 데나리온 운운하며 전혀 예수님에대해 공감하지 못합니다.

   사실 300백 데나리온 이면 노동자 1년 노임에 해당되는데, 이 많은 돈을 한 번에 다 써버린 것입니다. 본래 근동에서는 귀한 손님이 오면 소장하는 향료를 발라주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근데 이 여자는 아예 향유병을 깨어서 모두를 예수님에게 부었습니다. 이것은 다시는 이 병을 쓰지 않겠다는, 그 향유를 남겨서 다른 사람에게 쓰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오직 주님 만을 위해 사용하겠다는 간절한 사랑의 표였습니다.

   9절에 이 여자가 한 일이 전해져서 라고 할 때 일은 헬라어로 2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윤리적으로 좋다는 agathos 가 있는가 하면 사랑스럽다는 kalos가 있는데, 여기서는 당연히 윤리를 넘어서는 사랑스러운 일입니다. 이것은 일이 아니구 사랑입니다. 사람들은 사랑은 보지 않고 일을 봅니다. 사랑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교회의 일도 사랑입니다. 그런데 교회가 조직이 되어버리면 일만 보일 수 있습니다. 300백 데나리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자들은 일을 본 것입니다. 비효율적이니까요. 고기교회 공동체는 일이 아니라 사랑의 향기가 피어나기를 바랍니다. 그러려면 조직보다는 공감, 연민, 관용해야 합니다. 그래서 혹 일이 되는 것 같기도 안되는 것 같기도 해서 분명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일이 되는 듯 않되는 듯 하면 누가 그 일을 했는지 잘 모르기도 할 것입니다. 그러니 사랑 만 남지 않겠나. 하나님만 알지 않겠나. 너무 이상적인가요? 황당한가요? 잘 모르겠습니다. 누가 일러주지도 않았고, 그렇게 가 보지도 않았으니까요? 그러나 옥합을 깨뜨린 것은 사랑입니다. 사랑에는 무모함이 있어요. 모든 사람이 그건 너무 아까워, 어떻게 하나에 그 모든 것을 다 쏟을 수 있어 할지 모르겠지만, 바로 하나가 소중합니다. 밤토실어린이도서관도 10년 전 그렇게 하나, 마을의 누군가 한 아이를 생각하며 시작하였습니다. 교회는 조직이 아니라, 감동, 성령의 내적 감동이 그 내면에 보이지 않게 흘러야 합니다.

   앞에서 작년 4번째 사순절 수요일에 예루살렘에서 있었던 일 대신에 원폭피해자 2세인 김형률님에대해 말씀했다고 하였습니다. 김형률님은 웹디자이너가 되려다가 자신이 일반 사람들과 같이 평범한 삶을 살아갈 수 없으며, 세상과 자기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하기 시작합니다. 김형률님은 평생 면역글로블린결핍증이라는 질병에 시달립니다. 세균감염에대한 면역체계가 마치 신생아처럼 약화되어 질병을 달고 살아야한다는 것을 알게됩니다. 이 병이 원폭에서 비롯된 유전적인 병이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그리고 원폭투하가 왜 일어났으며, 왜 일본피해자와 달리 한국인 피해자들은 치료, 보호, 보상을 받을 수 없는지, 왜 어머니는 히로시마 근처의 농장에서 살게 되었는지, 원폭1세와 건강한 원폭2세들과의 갈등, 사회운동의 자도 모르던 사람이 소외된 사람들의 인권과 전쟁, 민족, 식민지, 가난, 소외, 편견을 바라보며 평화, 반전의 문제를 인식하고 구체적으로 실천해갑니다. 원폭2세 모임을 만들고, 재판을 하고, ‘원폭피해자특별법제정에 힘을 쓰며, 일본 도쿄에서 열린 국제심포지엄에 참석한 뒤 부산의 집으로 돌아와 5일째 되는 아침 김형률은 다시 돌아오지 못하는 사람이 되고 말았습니다. 일본에서 함께 동행하며 활동하였던 아오야기 준이치님은 2005524일 나리타공항에서 헤어질 때 수척한 모습으로 자신을 향해 웃음 짓던 김형률의 모습이 그가 생전 마지막으로 찍은 사진이 됐다고 합니다. 2002년 자기가 누구인지를 깨달은 이후 2005년 스스로의 생을 다할 때 까지 꼬박 3년 예수님처럼 이 사회 속에서 평범한 삶이 아니라 공적인 삶을 살다가 갔습니다. 함께 하였던 건강세상네트워크의 강주성님은 <삶은 계속되어야 한다>에서 그가 평화였다고 합니다. 저의 생각입니다.공감, 연대의 본질은 평화입니다. 전 그렇게 생각합니다. 하여간 강주성님은 계속해서 하지만 난 몰랐었다. 작은 키에 병든 그가 그인지 몰랐었다. 죽을 것처럼 연신 기침을 했던 그가 바로 그인지 몰랐었다. 난 그가 전태일인지 몰랐었다. 그가 예수였는지 난 정말 몰랐었다. 내가 그를 안 것은 그가 이 세상을 떠난 후였다. 죽어도 그의 불이 꺼지지 않는 것을 보고 이제야 그가 이 세상의 평화인 것을 알았다. 이 책이 이 세상의 모든 편견과 차별에 저항하고 전쟁에 반대하며 평화를 만들어 나가는 또 다른 김형률이 되길 진심으로 빈다.’고 합니다. 옥합을 깨뜨린 여인의 모습을 김형률님에게서 봅니다. 그러구 보면 작년 4번째 사순절 주일에 수요일의 예수님의 행적에대해 옥합을 깨뜨린 여인 대신 김형률님에대해 이야기 한 것은 참 잘 맞는 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원하지 않았지만, 자신의 전부인 가장 소중한 옥합이 깨어져 그 진액을 다 쏟은 경우가 있습니다. 세월호 가족들입니다. 좀 더 나은 세상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지금 까지 왔습니다. 옥합 전부를 다 깼습니다. 어제 총회 사회부 오상렬 목사님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세월호 재난의 처음부터 가족 곁에 계셨던 목사님입니다. 작년에 우리 교회에 오셨지요. 최근 목포항에 내려갔었는데, 이름을 익히 잘 아는 엄마가 점심 때 배가 고프다고 하더랍니다. 전혀 내색을 안하던 분인데 말입니다. 목포시에서 아무런 지원도 안해주고 있다고 합니다. 3년 전과 똑 같습니다. 이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입니다. 그래서 같이 식사를 하면서 좀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부부가 다 같이 세월호에 매달리다 보니 정말 생활비가 다 떨어졌다고 조심스럽게 이야기 하더랍니다. 옥합을 다 깬 것입니다. 물론 아이들로 인해 시작되었지만 세월호는 단지 가족의 문제 만이 아니며, 이 사회, 이 나라, 이 민족의 문제입니다. 지금 그나마 이 사회가 이만한 것은 가족이 깬 옥합향이 이 사회 전체를 감싸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가제와 같은 연체류가 껍질을 벗지 못하면 고사하듯이 옥합을 깨지 않으면 새로운 가치, 변화는 없습니다. 깹시다. 기왕에 예수를 믿었으니 성령의 내적 감동을 따라 옥합을 깹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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