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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례를 받으시는 예수님 (주현절후첫번째주일, 2022년1월9일)

하늘기차 | 2022.01.09 14:02 | 조회 437


                      세례를 받으시는 예수님 

주현일후첫번째주일                                                                                                             마3:13-17

     교회에는 교회 달력이 있습니다. 교회력이라고 하는데, 일반 양력은 11일이 그 첫 날이고, 올 해 음력은 21일이 구정입니다. 음력은 고대로부터 우리 민족의 농사력으로 사용되어 왔는데, 정말 그 절기가 딱 들어 맞습니다. 24절기에 맞추어 밭을 갈고, 모종을 심고, 여름 걷이를 하면, 바로 가을 무, 배추 모종을 심는 것이 오차 없이 정확한 것이 신기한데, 오랜 농사의 경험으로부터 이어져 오는 것입니다. 때를 놓치면 아무리 수고를 해도 결실이 없습니다. 인생의 지혜는 자연의 순리에 닿아있는 것 같습니다. 교회력은 1225일 성탄절 4주 전 대림절 첫 번째 주부터 시작인데, 그 후 주현절, 그리고 부활절 전 사순절로 이어집니다. 부활절은 좀 복잡한데, 춘분 후 만월 다음 주일을 부활절로 지키며, 올 해는 43째주, 17일인데, 그 이 전의 주일을 뺀 40일부터 사순절이 시작되며, 사순절 첫 주의 수요일을 재의 수요일, 그리고 부활절 전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밖힌 금요일을 성금요일로 지킵니다. 카톨릭의 교회력은 마리아숭배일로부터 시작하여 성자숭배 사상의 영향으로 그 본래의 모습을 상실하여 온갖 성자들의 축일로 장식되었습니다. 그러나 개혁교회는 성자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살아계신 하나님 앞에 모두 죄인, 구원 받은 죄인일 뿐입니다. 하나님 앞에 공과가 있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종교개혁자들은 성자숭배를 기리는 교회력을 거부하였는데, 그 이후 존 낙스의 스코틀랜드 장로교가 1940년도에 초대교회가 가지고 있던 본래의 교회력을 회복하여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지난 6일 목요일이 주현일이며, 오늘은 주현절후첫번째주일입니다. 현현(顯現)절이라고도 하는데, 글자그대로 주께서 나타나신 것을 기념합니다. 동방 정교회에서는 주님의 마굿간 탄생, 요단강에서의 세례, 물로 포도주를 만드는 가나의 혼인잔치의 기적을 기념하고, 로마 카톨릭 교회에서는 동방박사의 아기예수경배를 기념하며 축제를 벌이는데, 오늘 주현절 말씀은 예수님이 요단강에서 세례를 받는 장면입니다. 사람들은 세례를 베푸는 요한을 메시야로 바라보는데, 세례 요한은 스스로를 메시야라 하지 않고 예수를 메시야로 가리킵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오히려 요한에게 일반 사람들과 똑 같이 죄씻음의 세례를 받으며 공생애를 시작하십니다. 이 세례는 예수님께서 인간의 삶을 살겠다며, 자신을 공적으로 드러낸 순간입니다. 인간의 희로애락에 함께하신다는 것입니다. 세례를 받고 뭍으로 올라오시자 하는 문이 열리며 하늘에서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요, 내 기뻐하는 자라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2021년이 시작되었습니다. 어떤 마음으로 올 한해를 계획하고, 준비하십니까? 특히 청년들은 어떤 자세로 올 한해를 임하는지요? 먼저 마음을 깨끗이 합시다. 우리 주님은 죄 없으신데도 공생애를 시작하시기 전에 우리를 위해 손 수 깨끗함의 모범을 보여주셨습니다. 하물며 우리야 더할 나위가 없습니다. 무엇을 시작하기 전에 자신을 비우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여기서 요한은 나는 물로 세례를 주지만 오실 분은 성령으로 세례를 주시는 분이라고 증거합니다. 깨끗함은 말씀의 검인 성령으로부터 옵니다. 말씀을 좀 더 가까이 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4:12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살아 있고 힘이 있어서, 어떤 양날칼보다도 더 날카 롭습니다.

                          그래서, 사람 속을 꿰뚫어 혼과 영을 갈라내고, 관절과 골 수를 갈라놓기까지 하며,

                          마음에 품은 생각과 의도를 밝혀냅니다

     옛날에, 그리이스신화인데, 고양이 한 마리가 미남 사람 청년을 사랑하게 되어 아프로디테여신에게 찿아가 자신을 여자 사람으로 만들어달라고 애원을하였습니다. 딱한 사정을 듣고 여신은 고양이를 아름다운 처녀로 만들어주었습니다. 청년은 첫 눈에 이 처녀에게 반하여 마음이 사로잡혀, 결혼하게 되었습니다. 결혼 첫날밤에 아프로디테여신이 혹 이 고양이가 외모만 변신한 것이 아닌가 확인하려고 신혼방에 쥐 한 마리를 넣었습니다. 아름다운 처녀가 된 고양이는 자신이 누구인지, 지금 누구와 어디에 와 있는지 까맣게 잊은체 쥐를 본 순간 쥐를 쫓기 시작했답니다. 여신은 화가 나서 처녀를 본래 고양이 모습으로 되 돌려버렸다는 이야기입니다. 겉 모습 만 변한 것입니다. 제주도에 가면 여러 가지 볼 것이 많습니다. 이 번 결혼한 유진양도 코로나바이러스로 외국으로 나가는 절차가 복잡하여 신혼 여행을 제주도로 가기로 했답니다. 제주도 볼거리 중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생각하는정원입니다. 이 정원을 성범영님이 1968년에 시작하여 1992년에 개원했으니 50년이 넘어갑니다. 폭포, 연못, 제주도 흙을 모아 언덕을 만들고 잔디를 깔고, 분재를 키우는데, 철학이 있습니다. 분재는 아주 열악한 제한된 터에서 물과 양분을 먹으며 마음껏 자신을 키우는데 한계를 넘어가지 않습니다. 절제와 한계성의 아름다움을 분재를 통해 볼 수 있습니다. 12천평에 7개 소정원뜰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냥 한 번 둘러보는데도 2시간 이상은 소요됩니다. 어느 시인이 생각하는 정원을 그냥 보고 가면 1/10을 얻어가는 것이요, 글 까지 보고 가면 7/10, 생각 까지 품어 가면 열을 다 얻어 갈 것이다라고 할 정도로 아름답고도 사려깊게 만들어진 정원입니다. 50년 전 처음 이 분재원을 시작할 때 서울에서 직장, 가족, 친지 다 버리고 제주도로 올 때 모두 미쳤다고 했답니다. 왜 하필 일본 분재를 하느냐고 비난도 받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동안의 모든 어려움을 묵묵히 버티며 자기의 모든 것을 버렸기 때문에 지금의 세계적인 아름다운 정원을 이룩했습니다. 버려야되고, 끊어야되며, 떠나야합니다. 그러나 어떻게 자기 가족, 친지, 직장, 삶의 터를 버리고 새로운 길로 나아갈 수 있었을까요? 분재원을 만든 성범영님은 자신이 세운 뜻을 포기하지 않고 끝 까지 지킨 것입니다.

     예수님 역시 아버지 뜻대로 자기 생명을 내어 놓으셨습니다. 만약 십자가가 없다면 예수는 위대한 종교인, 예언자, 기적을 일으키는 수퍼 맨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아버지의 뜻은 인류구원을 위한 십자가의 죽음이었습니다. 십자가를 앞에 놓고 마지막으로 감람산에서 기도하며 최종적으로 아버지의 뜻을 묻습니다. “아버지, 만일 아버지의 뜻이면, 내게서 이 잔을 거두어 주십시오. 그러나 내 뜻대로 되게 하지 마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되게 하여 주십시오.”하고 결국 자기 뜻이 아니라 아버지의 뜻을 묻습니다. 자신에게서 자기의 것에서 돌아서지 않고는, 버리지 않고는, 떠나지 않고는 변화할 수 없습니다.

     체제전환을 하지 않고는 지금의 기후위기를 벗어날 수 없다는 뜻이 이 나라, 사회 아니 지구촌 전체에 공유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산업화 이후 지금의 온난화는 이유가 한 가지입니다. 전 세계가 자본화되었다는 것입니다. 현재의 경제, 정치, 사회 문화의 모든 것이 자본주의체제에서 돌아서지 않고는 대안이 없습니다. 자본과 문명과 편의주의, 물량주의가 결국 지금의 해수면 상승, 북극과 남극의 빙하를 녹이고, 기후 전체의 흐름이 폭력적으로 다가오는 원인 제공을 하였는데, 코로나바이러스 역시 인간의 욕망으로 빚어진 분명한 위기이고, 앞으로 더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노출되지 말라는 법이 없습니다. 이제 시작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정말 지금 이 때에 하나님의 창조질서보존의 뜻을 말씀 속에 헤아려 교회가 기후위기, 재앙의 시대에 적극 변화되어야 할 것입니다. 올 한해 그렇게 교회가 체제전환의 원년이 되었으면 합니다.

     예수님이 물로 세례를 받는 순간 하늘에서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라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우리도 롬8:15에서 말씀하듯이 두려움에 빠뜨리는 종살이의 영이 아니라 하나님을 아빠, 아버지라 부르는 자녀로 삼으시는 영을 받아 자녀이며 상속자입니다. 이 세상을 잘보존하고 가꾸어야할 청지기입니다. 우리가 자녀로서 아버지의 뜻대로 살려고 한다면 내가 그동안 나의 것으로, 내가 주관하여 쌓은 것들을 다 내려 놓아야 합니다. 삭케오는 예수님을 뽕나무 위에 올라가 만나고 나서 소유의 절반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고, 강제로 빼앗은 것이 있으면 4배로 갚아주겠다고 하며 자신의 것을 다 내어 놓고 가난해졌습니다. 세상적으로 보면 폭망한 것입니다. 그러나 천국을 얻었습니다. 그렇습니다. 가난해져야 합니다. 어느 부자 청년은 자신의 것을 버리지 못하고 고개를 갸우뚱하며 예수님을 떠났습니다. 물질우상에 매인 것입니다. 제주도의 생각하는정원을 가꾼 분이 제주도에 뜻을 두고도 가족들 문제로, 직장으로 서울을 왔다 갔다 했다면 뜻을 이루지 못했을 것입니다. 교우여러분! 이제는 여러분의 편견, 선입견, 욕심, 이것은 내거야, 아무도 건드리지 못해 하는 우상들을 내려놓고 올 한 해! 성령을 통해 다시 시작하는 마음을 주시는 하나님 앞에서 사람의 소리에 매이지 말고 성령의 내적 감동을 통해 말씀을 중심으로 살아가는 우리모두같이 교회이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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