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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만 합시다 Ⅱ(대강절네번째주일, 2021년12월19일)

하늘기차 | 2021.12.19 13:41 | 조회 544

                          보기만 합시다 Ⅱ 

대강절네번째주일                                                                                                     출14:13; 9:35-41

     지난 주는 대강절 기도 주간이었습니다. 교회는 일년에 3번 기도주간을 갖습니다. 대강절, 고난주간, 그리고 기후위기 시대에 자연생태의 소중함에 따라 창조절 이렇게 3번 연속침묵기도회가 있습니다. 연속침묵기도의 중요성에대해 강조하고자 지난 주 설교 시간에 보기만 합시다라는 설교를 하였습니다. 오늘도 보는 것의 중요성을 말씀 드립니다.

     헨리 나우엔은 예수회에 속한 신부로서 예일대학의 신학교수였는데, 그 모든 것을 뒤로하고 데이브레이크라는 장애인 공동체에 들어가 아담이라는 전신마비 중증 장애인을 돌보게 됩니다. 보지도, 듣지도, 말도, 움직이지도 그리고 자기 감정을 외부로 조금도 표현 할 수 없는 중증장애인과의 만남을 통해 신앙의 내적 성찰을 하게 됩니다. 아담이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은 도움을 받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목욕을 하면 우선 옷을 차례로 벗기어 주고, 온몸을 들어 천천히 욕조에 넣어, 씻겨서 다시 욕조 밖으로 내어서 수건으로 닦고 옷 을 입히고, 또 도움을 받지 않고는 식사를 할 수 없는 아담과 함께 생활을 하면서 헨리 나우엔은 은혜가 무엇인지, 온전히 다 받는 것이 무엇지인지 깨닫게 됩니다. 목욕을 할 때 아담이 스스로를 자기에게 완전히 맡기며 평화로워하는 것을 보며 참 평화를, 아담 안에 계신 예수 그리스도를 봅니다. 예수님이 감람산에서 아버지 내 뜻대로 마시고 아버지 뜻대로 하옵소서라고 한 기도가 바로 신앙이요 은혜인 것을 깨닫게 됩니다. 전폭적인 신뢰가 무엇인지를 아담을 통해 본 것입니다.

     오병이어의 기적이 일어나기 전 제자들 중에 빌립이 이 사람들에게 빵을 조금씩이라도 먹게 하려면 빵 200데나리온 어치를 가지고도 충분치 못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안드레가 이렇게 많은 사람에게는 별 효용이 없을 것이라 하면서 보리떡5개와 물고기 2마리를 주님께 내어 놓자 예수님은 축사하시고 나누어 주었는데, 12광주리가 남았습니다. 물이 포도주로 변하는 사건 속에서도 포도주가 떨어졌을 때, 읍내로 나가서 포도주를 사가지고 온 것이 아니라, 주님의 말씀대로 물항아리에 물을 체우라는 말씀에 순종하여 그대로 하였습니다. 그러자 꺼져가던 결혼잔치의 흥이 다시 살아납니다. 신앙의 잔치요 축제입니다. 하나님 나라의 잔치는 돈으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최근에 민관협치라고 해서 시의 지원을 받는 시민활동이 많아지고 활발해 집니다. 어떤 경우는 아예 시, , 정부의 지원사업을 수시로 찿아 지원을 받아내는 경우도 봅니다. 그런데 최소한 이것은 알아야 합니다. 교회는 그렇게 협치를 통해 지원받는 사업과 어떤 다름이 있을까요? 예수님의 기적은 순종과 순결과, 신실한 믿음에서부터 옵니다. 최소한 이러한 정신을 기억하고, 지켜내야 합니다. 예수님의 복음서 중에 여러 기적 사건이 있지만 저는 이 두 기적사건이 반짝 반짝 빛나는 별과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의 계획과 생각이나 의도가 끼어들 여지가 없습니다. 오직 순종과 순전함과 신실한 믿음만이 그 은혜, 그 생명의 잔치를 맛 볼 수 있습니다. 오직 은혜를 받을 따름입니다. 주시면 받고, 아직이면 기다리고, 아니면 다시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분별해야 합니다. 주님이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던 산 언덕에서, 결혼잔치 집에서 문제를 돈으로 해결하려 했다면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래서 교회는 예수님이 앞으로 나아가는 길을 막지 말고 열어야 합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뒤를 따라야 합니다. 예수님은 돈이 아니라 보리떡 5개와 물고기 2마리에게서 5천명이 먹을 수 있음을 봅니다. 또한 비어있는 물항아리에서 결혼잔치에 사용할 세상이 줄 수 없는 최상의 포도주를 봅니다. 이렇게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이스라엘이 광야에서 헤메다가 주저앉은 이유가 하나님이 함께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함께하시는 하나님을, 그 은혜를 이스라엘이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40년 광야길도 이스라엘로하여금 400년 이집트에서 뼈 속 까지 스며든 노예근성과 우상숭배를 떨어내는 과정이었는데, 하나님의 은혜를 못 보니 길 만 보입니다. 인생길은 처음 가는 길이어서 당연히 낯설고, 곳곳 마다 함정이 있고, 적들이 있고, 밤에는 춥고, 낮에는 뜨겁고, 병충해와 맹수가 그리고 먹을 물과 양식 등 길을 가는 나그네에게 득이 되는 조건들은 거의 없습니다. 그래도 그 와중에 샘물이 터지고 만나와 메추라기가 내리고, 구름 기둥과 불기 둥이 가는 길을 인도하고 보호합니다. 하나님과 함께하는 감격, 기쁨, 감사, 평화가 있음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바로 기도의 자리에 머물 때, 40년 광야 인생길에 하나님이 함께하심을 볼 수 있을 때 평화입니다.

     시각장애 청년이 눈을 뜨자, 청년은 주님! 내가 믿습니다라고 하지만, 유대인들은 예수를 원수같이 여깁니다. 눈 뜬 청년은 받은 은혜를 따라 예수를 보니 주님입니다. 그러나 유대인들은 율법으로, 즉 자신의 가치, 기득권, 경험으로 바라보니 예수가 자신들의 길을 가로막는 장애물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자신들이 가는 길을 막아 선 예수를 치우려 듭니다. 지난 주 건축준공감사예배 때 찬양을 한 서상권님께서 감사하다며 전화가 왔습니다. 대화 중에 서상권님이 하나님께 찬양으로 하나님의 보좌, 의 영광이 보이기는 하는데 부족하다고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찬양하는 분이 그 보좌가 보인다고 합니다. 영적 감동이요, 실제이며 공간에서 함께하시는 하나님과의 만남을 소리를 통해 드러내는 분의 순전한 고백인 것을 느꼈고, 저도 맞다고 볼 수 있어야 한다고 맞장구를 쳤습니다. 교회와 성도가 이 은혜를 잃어버리면 마지막 때에 천국 문 앞에 이르러 천국 문을 두드릴 때, 주님은 우리를 모른다고 할 것입니다. 그 때 내가 귀신도 쫓아내고, 방언도 하고, 기도도하고, 찬양도 하고, 성경 연구도, 철야도, 목장세미나도 제자훈련도 열심히 하며 제가 주님 곁에 늘 있지 않았습니까? 하고 묻지만 주님은 이 사람들을 모른다는 것입니다. 왜 그럴까요? 자기 좋은 일을 한 것입니다. 자기 열심, 광기, 사람의 말과 감흥 만 있읍니다. 믿음 아닌 일을 하니 하나님께서 모르십니다.

     여호수아가 요단강을 건너 첫 번째 성읍인 여리고성을 점령하려고 진격할 체비를 갖추던 중에 어떤 사람이 칼을 빼들고 여호수아 앞에 섭니다. 네가 아군이냐, 적군이냐! 나는 주님의 군사령관이다. 그러자 여호수아는 넙죽 엎드려 절을 합니다. 군사령관은 네가 서 있는 곳은 거룩한 곳이니, 너의 발에서 신을 벗어라고 하자, 여호수아가 그대로 따랐습니다. 2년 전 교회건축허가가 난 직 후 10월 중순에 설교준비하면서 여호수아본문을 읽다가 하나님이 잠시 건축을 멈추라고 하시는 것을 느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그해 10월에 김정심 전도사님과 땅을 매매양도 받은 김동건 목사님, 그리고 땅을 빼앗으려 했던 성결교단에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솔 밭의 김정심전도사님의 묘지를 한 번씩 돌아보고, 김정심 전도사님이 꿈꾸었던 비존을 돌아보자고 하였습니다. 20191020일 설교 본문을 읽으면서 여호수아 본문이 아니었다면, 일사천리로 건축을 진행했을텐데, 하나님께서 처음자리 땅과 건축이 어떤 의미와 뜻이 있는지를 멈추어 돌아보게 하였던 기억이 납니다. 이렇게 보여주실 때 보아야 합니다.

     하나님은 생명의 발현을 통해 우리를 멈추게 하셨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19는 인간의 모든 행위와 일상을 멈추게 하였습니다. 멈추니까 보게됩니다. 얼마나 인간이 산업화 이후 물질의 욕망을 체우며 이기적으로 살았는지를 돌아봅니다. 하나님은 멈추게 하셔서 보게하십니다. 하나님은 모세의 80년 인생을 멈추어 신발을 벗게 하셨습니다. 세상의 모든 먼지를 다 털어버리려는 것입니다. 그래야 하나님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타지않는 가시덤불 불꽃에서 하나님을 봅니다. 전에도 작열하는 뜨거운 태양아래 한 순간 훅 하고 타오르는 불꽃을 보았는데 이 번에는 달랐습니다. 고기교회 교회당에 들어오려면 신발을 벗어야 합니다. 신발을 벗는 것도 하나의 의식입니다. 교회당 문을 열고 신발을 벗는 순간, 지난 1주일 동안의 세상의 것들을 다 털어버리고 교회당 앞의 십자가를 바라봅니다. 하나님은 가나안으로 진격해 들어가려는 조급한 여호수아의 행군을 멈추게 하여, 이 싸움이 인간들의 싸움이 아니라, 칼과 창의 싸움이 아니라 하나님의 전쟁임을 깨우치셨습니다. 그런면에서 교회가 국가 행정부와 파트너가 되어 이웃과 나누는 일을 할 때에도 물론 정부지원을 무시할 수 없지만 차이를 인식하지 않으면, 멈추어 돌아보지 않으면 52, 물이 포도주로 변하는 기적의 하나님 나라 잔치는 없습니다. 하나님은 갈대아 우르를 떠나 가나안 땅으로 바로 들어 갈 수 있었던 아브라함을 하란에서 멈추게 하셨습니다. 또 재산도, 권력도, 명예도 모두 얻고 천수를 누리는 더할나위 없이 행복한 아브라함에게 이삭을 바치라는 청천병력과 같은 명령으로 그가 누리는 그 모든 것을 멈추게 하셔서 외아들을 아낌없이 내어준 하나님 신앙 까지 아브라함을 끌어 올리셨습니다. 인생길에서 잘 가다가 멈추었다면 그것은 보라는 뜻입니다. 감사할 일입니다. 소아시아로 복음을 전하러 가려했던 바울의 행로를 멈추게 하여 유럽으로 향하게 하였습니다. 행복하게 잘 살던 의로운 욥이 그렇습니다. 요나를 돌이켜 다시스에서 니느웨로 향하게 하였습니다. 마더 테레사가 그렇습니다. 그레타 툼베리는 오늘 이 시대를 멈추게 하는 자입니다. 그러나 거짓과 욕망의 이기적 멈춤도 있습니다. 스스로 속지 말아야 합니다. 가데스 바네아에서 가나안으로 가던 길을 멈추고 정탐꾼을 파견했던 멈춤은 거룩한 멈춤이 아니라 불안한 이스라엘의 불신앙의 멈춤이었습니다.

     이 번 대강절연속침묵기도는 우리를 멈추어 지난 시간을 돌아보게 하였습니다. 교회절기는 그래서 매우 중요합니다. 새 해를 시작하는 대강절 절기에 아기 예수탄생을, 다시 오실 주님을 바라며 침묵연속기도회에 참석하였습니다. 다음 절기에도 연속침묵기도회를 할 때 보다 많이 성도들이 참여하여 멈추어 돌아 보는 우리모두같이 교회이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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