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 세상을 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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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대에 오르라(창립40주년 기념 예배 설교,유경재 목사)

고기교회 | 2006.05.31 22:16 | 조회 16330
망대에 오르라


2006년5월28일( 창립40주년) 하박국서 2:1-3


고기교회 창립 40주년을 축하드립니다. 성경에서 40이라는 수는 고난의 시기가 끝난 후 새로운 시작의 때를 뜻합니다. 노아의 홍수 때 40일 동안 비가 쏟아진 후 개었다고 하였고, 이스라엘 자손들이 출애급하여 광야에서 40년 동안 고난을 당하다가 약속의 땅에 들어갔습니다. 모세가 시내산에 올라가 40일간 아무것도 먹지 않고 준비한 끝에 십계명을 받았습니다. 요나가 니느웨 성에서 외치기를 40일이 지나면 이 성이 멸망하리라고 하자 그 성이 회개하고 구원을 받았습니다. 신약에 오면 예수님께서 성령에 이끌리어 광야에 나가 40일 동안 금식하시고 마귀의 시험을 이기셨습니다. 이런 예들을 통하여 40일 혹은 40년은 큰 일을 감당하기 전 준비하는 기간이며 고난의 때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 때가 지나면 하느님께서 예비하신 새로운 은총의 시기가 열리면서 구원의 역사가 전개되었습니다.

고기교회가 창립한 지 40주년이 되었다는 것은 이제 준비의 시기가 지나고 새로운 시작의 때를 맞이하게 되었음을 뜻합니다. 이 교회가 아주 작은 교회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 고난 속에서 단련되어 아름다운 교회의 모습으로 40주년을 맞이하였습니다. 교회 성장을 위한 여러 가지 유혹을 거부하고 지역사회를 위한 의미 있는 교회로 자리잡게 된 것은 참으로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오늘 40주년을 기념하면서 정말로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교회가 무엇을 해야할 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하겠습니다.

하박국이라는 예언자는 유다가 망하기 직전에 활동한 예언자인 것 같습니다. 유다 말기 여호야김 같은 폭군이 착취와 억압을 일삼는 것을 보면서 하느님께 질문을 던졌습니다. 어찌하여 나로 불의를 보게 하십니까? 어찌하여 악을 그대로 보기만 하십니까? 약탈과 폭력이 제 앞에서 벌어지고, 다툼과 시비가 그칠 사이가 없습니다. 율법이 해이하고 공의가 아주 시행되지 못합니다. 악인이 의인을 협박하니, 공의가 왜곡되고 말았습니다.

그러자 하느님께서는 바벨론을 일으키셔서 심판하실 것을 암시하셨습니다. 실제로 유다는 3차에 걸친 바벨론의 침략을 받고 많은 왕족과 지도자들과 기술자들이 포로가 되어갔고, 기원전 586년에 망하고 말았습니다. 이 때에 다시 하박국 예언자는 바벨론의 침략과 약탈(掠奪)에 대해 항의를 하였습니다.

주님께서는 눈이 맑으시므로, 악을 보시고 참지 못하시며, 패역(悖逆)을 보고 그냥 계시지 못하시는 분입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배신자들을 보고만 계십니까? 악한 민족이 착한 백성을 삼키어도, 조용히만 계십니까? 1:13

하박국 예언자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들으려고 망대에 올랐다고 하였습니다. 예언자는 거기서 “비록 더디더라도 그 때를 기다려라. 반드시 오고야 만다. 늦어지지 않을 것이다”라는 하느님의 응답을 받았습니다.

‘망대’(望臺)란 성이나 목장, 포도원, 농장 같은 것에 세운 감시탑을 의미합니다. 성 사방에 망대를 높이 세우고 거기에 파수꾼을 배치하여 성 내부를 감시하기도 하고 성밖을 살피기도 하였습니다. 망대는 그 크기가 다양합니다. 성에 세워진 망대는 든든한 요새처럼 만들어 적군의 침략 때에는 최후의 보루가 되기도 합니다.

하박국 예언자는 왜 망대에 올라가서 하느님의 대답을 기다렸을까요? 예언자가 하느님을 만나려면 골방이나 동굴에 들어가 기도하면서 기다리는 것이 보통인데, 하박국은 망대에 올라가서 기다렸습니다. 여기에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파수꾼인 예언자
첫째로, 하박국이 망대에 올라간 것은 그 자신을 파수꾼이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일 것입니다. 망대에는 누구나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파수꾼만이 올라갑니다. 파수꾼의 사명은 성을 지키는 중요한 사명을 가졌기에 그들이 서는 망대는 거룩한 곳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파수꾼은 그만큼 소명의식이 투철하지 않으면 그 사명을 제대로 감당할 수 없습니다.

하박국은 혼돈의 시대에 살면서 무엇이 하느님의 뜻인지 잘 분별할 수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많은 의문들이 생겨나면서 도대체 하느님께서 행하시고자 하시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하였습니다. 그래서 그는 망대에 올라가 하느님의 대답을 기다렸습니다. 자기 자신이 바로 그 시대의 파수꾼임을 확인하면서 따라서 누구보다도 먼저 하느님의 뜻을 알아야겠다는 책임감 때문에 망대에 올랐을 것입니다.

오늘날의 교회는 그 시대의 어떤 기관이나 사람보다 가장 먼저 하느님이 이루시는 역사를 살피고 그 뜻을 알아야 할 자리에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교회는 이 시대의 예언자의 역할을 떠맡고 있습니다. 그것은 곧 교회가 이 시대의 파수꾼임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교회는 파수꾼으로서의 사명과 책임을 의식하여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한국교회는 바로 이 예언자의 사명을 별로 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교회들이 모두 자신을 배불리고 확장하는 일에만 신경을 쓰느라 자기가 책임 맡고 있는 성읍(城邑)인 이 사회에 대해서는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결국 파수꾼이 자기 사명을 저버린 것입니다. 망대에 올라가서 두루 살펴야 할 사명을 잊어버리고 자기 성장에만 급급하여 있습니다.

이제 교회는 정신을 차리고 깨어 일어나 파수꾼의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 망대에 올라서야 하겠습니다. 특히 오늘의 국제 정세나 우리 사회가 지극히 혼란스러운 때이기에 어느 때보다도 예언자가 필요한 때입니다. 하박국처럼 우리도 무엇이 하느님의 뜻인지 잘 알 수 없는 혼란한 시대에 어디에 그의 뜻이 있는지 묻고 호소하고 부르짖으며 하느님의 응답을 기다리기 위해 망대에 올라가야 할 것입니다.

고기교회가 급격히 도시화 되어가는 지역에 위치하여 있지만 그 도시화에 휩쓸려 교회성장을 추구하는 대신 아름다운 땅을 지키고 가꾸면서 이 지역을 위한 교회로 남은 것은 올바른 선택이라고 믿습니다. 파수꾼으로서의 사명을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하겠습니다. 이 교회는 이 지역의 파수꾼으로 그 사명을 끝까지 감당해 가시기를 바랍니다.

망대에 올라 두루 살펴라
둘째로 하박국 예언자가 망대에 오른 것은 두루 살피기 위해서입니다. 망대는 성읍(城邑) 안팎을 두루 살필 수 있는 높은 곳에 있습니다. 망대에 오르면 모든 성읍이 한 눈에 들어오고, 성밖의 움직임을 두루 살필 수 있습니다. 옛날 이스라엘의 성들은 산 위에 세워졌기 때문에 그 성의 망대는 가장 높은 곳이며 그래서 산아래 멀리까지 두루 살필 수 있는 곳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망대는 가장 그 시대를 잘 살필 수 있는 자리를 상징합니다. 하박국은 그 시대가 하도 혼란스러워서 무엇이 무엇인지 종잡을 수 없게 되자 훌쩍 그는 망대에 올라가 좀더 멀리, 좀더 넓게 두루 살펴보고자 했던 것이 아니겠습니까?

오늘 한국교회가 제대로 예언자의 사명을 감당하려면 이 시대의 변화와 흐름을 멀리 넓게 바라볼 수 있는 망대에 올라야 할 것입니다. 당장 코앞에 있는 것만 바라보면서 거기에 몰두하다 보면 이 시대를 분별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자기 삶조차 올바로 지켜낼 수 없습니다.

한국교회가 맡겨주신 예언자의 사명을 올바로 감당하려면 그의 말씀을 통하여 우리의 시야를 넓혀야 할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올라야 할 망대는 바로 하느님의 말씀입니다. 그 말씀을 깊이 연구하고 그 말씀이 이끄는 높은 지점에 올라갈 때 이 역사를 올바로 조망하고 분별해 낼 수 있습니다.

우리는 구원받은 하느님의 자녀들입니다. 따라서 이 세상을 보는 관점이 달라진 사람들입니다. 이 세상에서 잘 살고 성공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가 아닙니다. 우리의 목표는 하느님 나라를 이루는 데 있습니다. 영원한 생명을 향하여 나가는데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의 시야를 이 세상에 고정시켜서는 안되고 하느님의 나라를 바라보고 영원한 생명의 세계를 비전으로 간직해야 합니다. 오늘 우리가 이 땅에서는 곤고하고 가난하다 할지라도 결코 낙심하거나 절망하지 않고 오히려 소망을 갖고 더 담대하게 하느님 나라를 세워가야 할 것입니다.

하박국은 망대에서 하느님의 응답을 들었는데, “더딜지라도 기다리라”는 것이었습니다. 다시 말해서 시대가 아무리 혼란하고 문제가 아무리 많아도 조급해 하지말고 하느님의 역사를 기다리라는 말씀입니다. 그러면서 4절에서 “악인은 마음이 교만하고 정직하지 못하므로 살아 남지 못할 것이나 의로운 사람은 믿음으로 살 것”(현대인번역)이라고 하였습니다. 조급한 사람 그래서 자기 꾀로 무엇인가 이루려는 사람들은 결국 자기 꾀에 넘어가 실패하고 살아남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차분하게 하느님의 역사를 기다리는 의인들은 시대가 아무리 혼란해도 이리저리 흔들리지 않고 하느님의 나라를 목표로 진실한 삶을 추구해 간다는 말씀입니다.

오늘 하느님께서 이 세계 역사를 주관하신다는 사실을 믿는다면 우리는 결코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두려워하지 않을 뿐 아니라 이 시대를 향하신 하느님의 역사가 무엇인지를 분별하면서 그 뜻을 이 사회 속에 전하여 줄 수 있을 것입니다.

망대에 올라 외치라
끝으로, 하박국이 망대에 오른 것은 거기서 들은 말씀을 그 백성에게 외치기 위함이었을 것입니다. 중동 지역을 여행하다 보면 이슬람 사원에 서 들려오는 소리를 듣게 됩니다. 옛날에는 탑에 사람이 올라가 정해진 시간에 뿔나팔을 불어 시간을 알리거나 아니면 큰 소리로 경전 구절을 읊조렸는데 요즈음엔 스피커로 방송을 합니다..

망대에서 선 파수꾼이 침략하는 적군을 발견하게 되면 나팔을 불어 그 성에 경고를 발하였습니다. 마찬가지로 예언자도 그 백성들이 하느님의 계명을 따르지 않고 우상숭배에 빠져 타락할 때 그들의 죄악을 지적하고 하느님의 심판의 경고를 전하였습니다.

한국교회도 이 사회의 불의를 지적하면서 하느님의 심판의 경고를 전할 사명이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스스로 예언자의 사명을 포기함으로 제대로 이 사회의 불의를 경고하지 못하였습니다. 군사정권의 횡포가 우리 사회를 질식하게 할 때 교회들이 항거하면서 민주화 운동을 전개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에 사람들은 교회에 향하여 기대를 가졌고 많은 사람들이 교회를 찾아 나왔습니다.
오늘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지역주의나 사회적 불평등, 그리고 과거에 저지른 잘못들을 청산하지 못하고 그대로 안고 가면서 계속되는 불의를 향하여 교회가 제대로 경고를 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계속 발전하고 변화하는 하느님의 역사를 따라 자신을 새롭게 하지 못한 채 옛 것에 안주하고 그것을 지키려는 어리석음에 붙잡혀 있는 한국교회가 속히 그 어리석음에서 깨어나 이 사회를 일깨우고 함께 하느님 나라의 이상을 향해 나가도록 힘써야 할 것입니다. 최근에 나온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개신교는 10년 전보다 14만 4천명이 줄어든 반면 천주교는 무려219만 5천명이나 증가했습니다.

고기교회는 시골의 한 작은 교회이지만 여기서 이루어지는 작은 일들이 큰 울림으로 퍼져 나갈 것입니다. 스피커로 방송을 하지 않아도 하느님의 뜻을 올바로 깨닫고 묵묵히 그 뜻을 따라 행하면 많은 사람들이 그 소리를 듣게 될 것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지금 세계는 생태계의 파괴와 전쟁과 기아로 불안하고, 우리 사회는 정치적 혼란으로 몹시 흔들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때에 우리는 망대에 올라 이 시대를 살피고 경고를 발하며 또 멀리 바라보면서 하느님께로부터 오는 희망을 전하는 예언자의 사명을 올바로 감당해야 하겠습니다. 하느님께 대한 믿음을 굳게 지니고 조급해 하거나 불안해하지 말고 더딜지라도 하느님의 역사를 기다리는 그리스도인들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40주년을 맞는 고기교회는 새로운 파수꾼의 사명을 감당해야 할 시점에 도달하였습니다. 그러기 위해 항상 망대에 올라 이 지역을 두루 살피고 이 역사를 올바로 분별해 가야 할 것입니다. 무엇이 올바른 길이며 무엇이 하느님의 뜻인지 분별하여 그 뜻을 서둘지 않고 차근차근 실행에 옮겨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작지만 아름다운 교회, 거대한 도시 문명의 물결에 휩싸이지 않고 올바로 서는 교회, 이 지역의 희망으로 우뚝 서는 교회, 광교산의 지킴이의 역할을 잘 감당하는 생태교회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하느님의 크신 은총이 이 교회 가운데 함께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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