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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서야 제 정신이 들어서 Ⅱ(2007년7월 1일, 성령강림주일후다섯번째주일)

하늘기차 | 2007.07.01 17:14 | 조회 1886


그제서야 제 정신이 들어서 Ⅱ

2007년7월 1일(성령강림주일후다섯번째주일) 눅15:11-24

둘 째 아들이 아버지에게 가야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자, 그는 스스로 돌이켜 아버지에게 찿아 갑니다. 그런데 둘 째 아들의 이야기를 자세히 들어 보면 모순이 있습니다. 입으로는 아버지에게로 돌아가자고 하지만, 생각은 품꾼으로 있습니다. 어정쩡한 모습입니다. 아버지는 아들로 품어주는데, 아들은 여전히 일꾼으로 아버지 앞에 서 있습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품꾼은 말씀 그대로 창고에 가득한 먹을 것을 바라봅니다. 우리가 계속 품꾼으로 머물러 있고자 한다면, 아버지에게 돌아 왔지만, 여전히 그것은 돼지 우리에서 돼지를 치며 쥐엄 열매라도 먹어 배를 채우려는 모습과 아무런 차이도 없습니다.

지난 주에 저의 친구가 한 음식점 주인의 아들이라고 했습니다. 이 친구가 그 음식점에서 일하는 것과 그 음식점의 종업원이 일하는 것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품꾼은 급료를 위해서 일합니다. 좀 힘들고, 멸시를 받아도 품꾼은 그 댓가를 위해서 열심히 일합니다. 그러나 아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아들은 무엇을 위해 일할까요? 물론 댓가를 바라고 일하지 않습니다. 쉽게 말해 주인인 아버지의 경영 방침에 관심이 있습니다. 종업원을 어떻게 고용할 것인가? 음식에 사용되는 재료는? 서비스는? 사업을 확장할 것인가? 일을 하더라도 아버지의 뜻을 쫓습니다.

그런데 이 아들이 식당에 와서는 계산대의 금고를 열었다, 닫었다 합니다. 친구와 어울리다 보니 용돈이 궁해 수시로 금고에서 만 원, 이 만원을 끄집어 간다고 해 봅시다. 아버지의 마음이 어떨까요? 그 집안이 어떻게 될까요?

20절에 보면 아버지의 자녀로서 아버지와 함께 한다는 것, 하나된다는 것이 무엇인지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는 일어나서, 아버지에게로 갔다. 그가 아직도 먼 거리에 있는데, 그의 아버지가 그를 보고 측은히 여겨서, 달려가 그의 목을 껴안고, 입을 맞추었다.”고 합니다.

아버지의 집이 저 멀리 보일 때 쯤 되었는데, 그리고 자녀로서가 아니라, 그저 품꾼으로 돌아왔는데 아버지는 그 둘째를 아들로 품어주셨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복음입니다. 은혜요 사랑입니다. 아버지 하나님께서는 이 사랑을 외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통해 보여주신 것입니다. 우리가 하나님 아버지의 자녀가 되는 것은 우리의 결심, 우리의 생각이 아니라, 아버지에게 있는 것입니다. 아버지는 우리의 부족함, 결함, 합당하지 못하고 온전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상관없이 우리를 자녀로 인정해 주십니다. 그러니 중요한 것은 아버지의 품 안에 완전히 안기는 것입니다.

그런데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그 아들이 자꾸 금고의 푼 돈을 꺼내 가는 데만 맛을 들이고, 그 재미에만 빠져있으면, 이것은 아버지 안에 온전히 머문다고 할 수 없겠지요. 아버지는‘이 모든 것이 다 너의 것인데, 이놈아 그래 금고에서 코 흘리게 푼 돈, 그것도 몰래 빼 갈 생각만 하니’ 할 것입니다. 교회나 또는 성도가 그저 눈에 보이는 것들에 연연해서 울고, 웃고 하며 그 일에 메달려 죽고, 살고 한다면 이것은 하나님의 자녀로서의 합당한 온전함이 아닐 것입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자녀되는 것이 전적으로 아버지에게 달려있다고 하면서 아버지의 전적인 사랑이라고 했는데, 그러면 그 사랑, 그 은혜를 우리가 어떻게 받고 입을 수 있을까요? 아버지 품에 안긴다는 것은 아버지의 생각, 뜻에 자신의 뜻이 일치함을 뜻합니다. 품꾼은 아버지의 생각이나 뜻에 무심한 체로 아버지 앞에 서 있습니다. 단지 양식을 위해 있는 것입니다.

지난 번에 전신 장애인인 릭과 그의 아버지 딕이 마라톤과 철인 3종 경기에 출전하여 완주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달리고, 수영을 하고, 싸이클을 할 때 아버지는 온 힘을 다 하여 달릴 것입니다. 그 수고와 노력은 이루 말 할 길이 없을 것입니다. 그러면 정작 아들은 어떨까요? 아무것도 하지 않을까요?

아버지 딕이 아들 릭을 고무 보트에 실코 끈을 연결하여 자기 어깨에 묶고 3.9km의 거리를 헤엄쳐 갈 때 아들 릭은 어떨까요? 넘실데는 파도, 보트 안으로 넘쳐 들어오는 물세례, 흔들리는 보트에 속이 울렁거리고, 제한된 시야 등... 이 모든 것을 감내해야 합니다. 사이클과 마라톤도 마찬가지 이겠지요 돌부리에 바퀴가 체여 덜컹거리기도 하겠고, 작렬하는 태양의 뜨거움, 아니면 쏟아지는 빗줄기를 그대로 받아야 합니다. 여기서 아들 릭이 할 수 있는 것은 수영 3.9km, 사이클 180.2km, 마라톤 42.195km를 아버지가 자신을 위해 준비한 기구를 타고 아버지에대한 전폭적인 신뢰 속에 무려 17시간을 함께해야 합니다. 전심으로 신체를 움직이는 아버지도 힘들지만 그에 맞추어 17시간 동안 꼬박 움직이지 않고 함께하는 릭도 힘이 듭니다. 그래도 이 인간 한계에 도전하는 17 시간 속에는 아버지와 아들의 신뢰, 사랑, 그래서 평화가 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가 더 있습니다. 그것은 무엇일까요? 요 15장은 우리에게 좋은 비유의 말씀이 됩니다. 요한복음은 잘 알다시피 포도나무의 비유입니다. 아버지는 농부요 예수님은 포도나무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가지입니다.그런데 이 포도나무 비유 중에 가장많이 사용되고 있는 단어가 있습니다. 무엇일까요? ‘열매’가 9번 나오는데, 이 보다 더 많이 사용되는 단어가 있는데, 무려 11번이나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것은 ‘머물러’있다는 말입니다. 그러면 아버지 품에 안기어 머물러 있다는 것이 무슨 뜻일까요? 요15:10은
“너희가 내 계명을 지키면 내 사랑 안에 머물러 있을 것이다.그것은 마치 내가 나의 아버지의 계명을 지켜서 그 사랑 안에 머물러 있는 것과 같다.”고 합니다.

이 말씀을 보면 계명을 지키면서 사랑 안에 머무는 것을 자신이 계명을 지키며 아버지 사랑 안에 머무는 것과 같다고 합니다. 예수님게서 내 사랑 안에 머물라는 것은 그냥 하시는 말씀이 아니라 지금 말씀하고 있는 예수님 모습입니다. 즉 지금 예수님은 아버지 하나님의 사랑 안에 머물러 있는 것입니다. 아버지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함으로 아버지 사랑 안에 거합니다.

이렇게 사랑 안에 거할 때 어떤 일이 있을까요? 아까 아버지와 아들 릭 사이에 신뢰, 사랑, 그리고 평화 외에 한가지가 더 있다고 했지요? 바로 이것입니다. 요15:11은
“내가 너희에게 이러한 말을 한 것은, 나의 기쁨이 너희 안에 있게 하고, 또 너희의 기쁨이 넘치게 하려는 것이다.”라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바로 기쁨입니다. 이 기쁨은 창고에 쌓여있는 기쁨이 아니라, 생명의 기쁨입니다. 하나님을 바라는 마음에서 오는 전 인격적인 기쁨입니다.

아버지 딕과 릭이 철인 3종 마지막 마라톤 42.195 Km를 달려 운동장 안으로 들어 올 때 함께 했던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이 두 사람을 기다려 주었고, 그리고 이 부자가 스타디움으로 들어 올 때 모두 기립하여 박수를 치며 환영을하며 기뻐합니다. 왜 사람들이 경기가 다 끝나는 파장 무렵에도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머물러 있었을까요? 아버지 딕과 아들 릭의 하나되어 완주하는 모습을 통해 기쁨을 맛보고, 그 두 사람의 경주에 자신들도 함께하고 싶어서 였을 것입니다. 프로 야구나 축구 같은 경기에서는 맛 볼 수 없는 감동이 있기 때문입니다.

저희 교회에서는 근래에 처음자리 생태교실, 밤토실 어린이 도서관, 그리고 강남 향린 교회의 정동진 집사님께서 지도하시는 가야금 동아리 풍경, 그리고 오늘부터 시작하는 어린이 합창단 가칭 ‘천사들의 합창’등의 모임이 있습니다. 조만간에 나무나 기타의 재료로 무엇인가 만들기를 하는 공방도 열려고 합니다. 지나가는 소리로 헌 책방도 차리자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모든 모임은 모두 회비 등을 받지 않고 합니다. 생태교실도 최소한 재료값은 받아야 한다고 해서 재료값 정도를 받고 있는데, 굳이 무회비를 고집하는 이유는 모두가 원하면 부담없이 참여하기 위해서입니다. 또한 자기에게 있는 것을 함께 나누는 생명의 잔치를 함께 펼치기 위해서입니다.

모든 것을 전부 사고 팔려고 합니다. 그래서 요즈음 회자되는 용어들을 보면 우리 사회가 얼마나 물질 만능의 시대를 구가하는지를 알 수가 있습니다. ‘있어보여’, ‘럭셔리’, ‘된장녀’, ‘짝퉁’, ‘바뻐, 바뻐’, ‘사교육’, ‘성형미인’, ‘기러기 아빠’...생명의 기쁨, 생명의 근원에서 뿜어져 나오는 나눔의 축제, 나눔의 사랑은 점점 사라져 갑니다.

이제 이러한 분주함, 품꾼의 자세에서 돌아서서 아버지의 뜻에 합해야 할 것입니다. 만약 우리가 하루 하루를 살아가면서 지금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하고 살아간다면 여전히 일꾼으로 아버지의 뜻과는 무관하게 바쁘게 살아가는 것입니다.

주님이 나와 함께 하는 것, 내가 주님 안에서 참 안식을 얻는 것, 나아가 생명의 나눔 축제를 벌이는 것, 이 기쁨, 이 복된 삶, 많은 믿음의 선배들이 원형경기장에서 기립하여 박수치며 축하해줄 이 살아있는 생명잔치에 참여하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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