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 세상을 향하여

View Article

생명의 환희, 부활 (2008년3월23일, 부활주일)

하늘기차 | 2008.03.23 13:40 | 조회 2127


생명의 환희, 부활

2008년3월23일(부활주일) 고전15:32-49

부활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사람들은 죽었다 살아나는 것 이라고 합니다. 옳은 이야기입니다.그러나 폭력과 사기를 일삼는 사람이 있었는데, 죽었다고 합시다. 그러면 사람들은 이 죽음에대해 무어라 할까요? ‘자~알 죽었다!’할 것입니다. 어! 그런데 잘 죽은 이 사람이 살아났어요. 사람들이 무어라 할까요? 잘 살아났네 하며 환영할까요? 아니면 뭐 하러 다시 살아났어 그냥 있지 할까요? 요즈음은 80살 이상 사는 것은 기본입니다. 그런데 80살이 넘어 몸이 많이 쇄하고 망가진 곳도 많은데, 살 만큼 살고 죽었습니다. 그런데 다시 살아났습니다. 나이 많아 쭈구러진 몸 그대로 부활했습니다. 또 중병에 걸린 사람이 있어 반 평생을 누어 있는데, 운명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다시 살아났는데 그 병든 모습 그대로 살아났습니다. 부활은 그렇게 살아나는 것이 아닙니다. 우스게 소리로 말씀드렸지만 그렇게 다시 사는 것은 납양특집에서 무덤에서 살아나는 강시나 귀신이야기인 것입니다. 또 21세기 과학은 유전자 생명 공학을 통해 생명을 복제하고 있습니다. 다시 사는 것입니다. 그러나 성경은 부활에대해 그렇게 말씀하지 않고 있습니다.

교회 앞 대중이네 집 앞에 산수유가 꽃 망울을 터뜨렸습니다. 참 이뻐요. 그동안 회색의, 짙은, 어두운 색만 보다 노란 꽃 망울을 보니 이렇게 아름답고 좋을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 교회에도 산수유가 피어있습니다. 어디 피어있는가 하면 옛 날 화장실 터 뒷 쪽, 개나리 울타리 뒤에 있는데, 이긍한집사님이 심어놓은 것이라고 하더라구요, 작년에 심었나요, 하여간 처음자리 동산에서도 산수유 꽃을 보니 즐거웠습니다.

산수유 꽃 하고 생강나무 꽃은 비슷해요, 그런데 생강나무는 그 잎에서 생강냄새가 나서 그 이름을 생강나무라고 했는데, 어디에 있는가 하면 처음자리 습지 맨 꼭대기에 올라 왼쪽 산에 노랗게 꽃 몽우리가 맺혀있습니다. 산수유는 꽃자루가 길어서 꽃이 위로 모여 피지만, 생강나무는 가지에 꽃이 붙다시피 해서 핍니다. 또 산수유 잎은 길쭉한 타원형인데 비해, 생강나무는 공룡 발바닥 모양이고. 산수유 줄기는 벗겨져 지저분해 보이지만, 생강나무 줄기는 매끈합니다. 하여간 한 곳에서 두 꽃 나무를 볼 수 있다는 것도 복입니다.

늘 이맘때가 되면 꽃이 피어나고, 또 논에는 개구리가 알을 낳고 합니다. 그런데 올 해에는 복수초 노루귀가 모두 꽃을 피우지 않습니다. 둘 다 다년생이고, 그리고 봄에 햍볕이 잘 들고, 여름에는 시원하고 반 그늘인 곳에서 잘 자란다고 하는데, 이상하게 꽃이 안 피어납니다. 토양이 안 맞는건지, 혹 누가 케 간 것은 아닌지 여러 생각이 듭니다. 작년에 한 두 개의 꽃이 피더니 올해에 전멸입니다. 수선화가 피어날지 기다리고 있습니다.
제가 왜 꽃 이야기를 하는가 하면 언젠가 교회 홈피에 봄 꽃 이야기를 하면서 ‘부활이 별건가? 자기 자리에서 가짜가 아닌 진짜 자기 드러내는 것이 부활이지 하며’ 쓴적이 있는데, 그런 것 같습니다. 말씀드렸지만 이 번에 산수유를 보며 환희를 느꼈습니다. 모든 피조물에게는 자기 씨앗이 있어요. 그래서 때가 되면 가지고 있는 그대로를 냅니다. 그것이 아름답고 기쁘고 즐거운 것입니다.
못생겼으면 못생긴대로, 잘 생겼으면 잘 생긴대로
크면 큰대로, 작으면 작은 대로
그것이 전체 조화를 이루거든요, 그런데 사람은...글세요? 허세와 욕심, 과장됨, 스스로 판단하고 비교하고...그래서 결국 자기 안에 있는 것을 못 내고, 다른 것, 자기 아닌 것을 내 놓아서. 이런 것들이 결국 아름다운 것을 깨뜨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고전15:36-42에 보면
“어리석은 사람이여! 그대가 뿌리는 씨는 죽지 않고서는 살아나지 못합니다. 그리고 뿌 리는 것은 장차 생겨날 몸 그 자체를 뿌리는 것이 아닙니다. 밀이든지 그 밖에 어떤 곡식이든지, 다만 씨앗을 뿌리는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뜻하신 대로 그 씨앗에 몸을 주시고, 그 하나하나의 씨앗에 각기 고유한 몸을 주십니다.
모든 살이 똑같은 살은 아닙니다. 사람의 살도 있고, 짐승의 살도 있고, 새의 살도 있고, 물고기의 살도 있습니다. 하늘에 속한 몸도 있고, 땅에 속한 몸도 있습니다. 하늘에 속한 몸들의 영광 과 땅에 속한 몸들의 영광이 저마다 다릅니다. 해의 영광이 다르고, 달의 영광이 다르고, 별들의 영광이 다릅니다. 별마다 영광이 다릅니다. 죽은 사람들의 부활도 이와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오늘 말씀에서 사도 바울은 부활에대한 말씀을 전하면서 피조물의 영광이 다 각기 다르다고 말씀하십니다. 이것은 해, 달, 별, 꽃 나무, 새, 물고기 등 온갖 피조물들이 각기 자기의 존귀함이 있고 부활 때에 그 존귀함이 하나님의 영광 속에서 영광으로 드러난다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온 갖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자기 존귀함이 있는 것입니다.

지금 시대가, 아니 세상의 흐름, 풍조는 역사 이래 항상 그래 왔듯이 피조물이 피조된 모습으로 자신의 존귀함을 마음껏 발휘하게 놓아두지를 않습니다. 그러나 부활은 자기 자리에서 자기 존귀함 드러내는 것입니다. 지난 주에 권정생 선생님 이야기를 하였지만 가난과 질병을 품고 자기 자리에서 자기 꽃 피우셨습니다. 부활이요, 환희인 것입니다. 부활은 마치 봄에 피어나는 꽃나무의 생명 잔치의 환희인 것입니다. 저마다 자기 것 드러냅니다. 자기 아닌 것 죽어도 드러내지 않습니다. 죽으면 죽지 자기 아닌 것 드러내지 않습니다.

사도 바울이 고전 15장에서 말씀하듯이 부활이 단지 죽은 후에 오는 사건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단지 SF일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부활은 단지 장차 있을 일을 말씀한 것이 아니라, 지금 내가 있는 자리에서 내 모습 드러내는 것입니다.

한 신문에 이런 이야기가 실렸습니다. 글 제목이 “삶의 마지막 순간에 나를 버려요”입니다. 어느 전업 주부가 신문사에 기고한 글입니다. 자신의 삶을 짧게 잔잔히 풀어낸 이야기입니다. 성경말씀도 이야기이거든요. 여러분도 여러분의 삶을 이야기로 풀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속에는 모든 것이 다 들어있습니다. 환타지, 역사, 예술, 종교, 교육, 정치, 전쟁, 갈등, 미움, 화해, 고통,,,수 많은 소재, 주제... 그 속에서 우리는 이야기 속의 한 존재로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래서 수다 푸는것, 지나치면 모르겠지만 이야기이지요, 건강한 것입니다. 수다 많이 푸세요.

그런데 이 전업 주부의 시아버님이 얼마 전에 돌아가셨다는 것입니다. 자기 남편은 장남이었는데 시 아버님은 장남인 자기 남편에대한 사랑이 각별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병석에서도 큰 아들 걱정을 많이 했다고 합니다. 차남은 고등학교 만을 졸업하고 늦게 결혼했지만 안정된 직장을 얻고 새 아파트도 장만하여 탄탄하게 자기 삶 잘 살아가는데, 큰 아들인 자기 남편은 대학을 두 번이나 나오고도 변변치 못한 직업에 아이도 없고 전세 아파트에서 그럭 저럭 살아가니, 그 큰 아들을 두고 마음 편하게 세상을 떠날 수 없었을 것이라는 것입니다.

이 주부는 아이를 가졌는데, 그 아이가 기형아였고, 유산을 하고 말았는데, 남편은 I.M.F 때에 기업 구조조정으로 직장을 잃을 수 밖에 없었고 그 후로 쉽지 않은 삶을 살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남편이 대학을 졸었했다는 공과를 내세워 ‘이런 일을 내가 어떻게 해 차라리 굶고 말지’ 하는 식으로 일을 가리지는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분 이야기가 형편이 넉넉지는 않았지만 남편과 질 좋은 삶을 살았다고 하면서 러스킨의 글을 인용합니다.“...가장 부유한 사람은 자신의 생명의 기능을 최대한 완벽하게 하여 그 인격과 재산으로 다른 사람들의 생명에 유익한 영향을 최대한 널리 끼치는 사람이다.”

이 인용글을 자기 삶을 잘 이해해 주는 글이라고 하면서 위로를 받는다는 이 주부는 자기 남편이 좋은 자식은 되지 못하였지만 아버지의 뜻을 잘 받드는 아들이었고, 어쨌든 자신의 일은 조금 미루더라도 집안 대소사에 소홀히 하지 않았고 아버지의 병구완도 열심히 하였다는 것입니다.이 주부도 자기 삶을 잠깐 뒤로 한채 시아버님 병구완에 매달렸다는 것입니다. 한 때는 ‘왜 나만 이래야 하나?’하는 하는 원망도 있었지만 내 삶 편한 것 만을 생각해 적당히 넘긴다면 언젠가 찿아올 내 삶의 마지막 순간에 세상을 깨끗이 놓지 못할것 같다며 선택의 기로에 설 때면 삶의 마지막 순간을 떠 올리곤 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이 주부는 이렇게 자기고백을 합니다.
“나는 안다. 자신의 몫을 포기하는 순간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순간이라는 것을”이어서 이 주부는 대학을 두 번이나 다닌 인테리인 남편이 채소 장사를 한다는 것과 그리고 부모 형제 친지들에게 나누어 줄 물건이 있으면 기꺼이 물건을 싣고 다니곤 했는데, 그 모습을 보면서 명민하지는 않지만 제 욕심에 찌들지 않은 그런 남편이 누구 보다 점점 귀하게 여겨졌다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받아들이기 힘들었지만 남편 만의 아내, 맏 며느리가 아니라 전 집안의 맏 며느리가 되기를 바랐던 시아버님의 뜻처럼 이제는 시가의 친척 어른이나 사촌들도 남 같지 않아졌다는 것입니다.

이 주부는 더 나아가 이렇게 자기의 모습을 담담하게 이야기 합니다. 청소부 아저씨의 손이 끈적일까봐 라면 스프 봉지 조차도 씻어서 재활용품으로 버리고, 밀림이 사라져 가고 있다는 뉴스에 면생리대를 삶아 쓰고 장마철에 떨어져 죽은 새와, 차에 치어 죽어 썩어져가는 고양이 시체를 묻어 주느라 돈 벌 틈을 봄 놓친다 해도 자신의 생활을 후회하지는 않았다는 것입니다.

부활은 죽은 사람이 다시 사는 납양특집 이야기 이거나, 먼 미래에 죽어서 다시 살아난다는 SF 같은 이야기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부활은 지금 처음자리 들꽃동산의 산수유, 생강강나무, 그리고 냉이, 산괘불나무, 그리고 여기 저기 가지 가지 마다 물이 올라 자기 자리에서 자기 모습 드러내는 꽃나무 같은, 그래서 다음날 자고 일어난 사이에 그 자리에 노란 꽃 망울을 튀울 때,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아!”하고 탄성을 지르게 하는 생명의 환희요 축제인 것입니다.

교우여러분 오늘 이 시간, 여러분의 삶의 자리에서 남의 자리 말고 나의 삶의 자리에서 부활의 기지개를 마음껏 피우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겠습니다.
twitter facebook me2day 요즘
979개(41/49페이지)
교회와 세상을 향하여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하나님은 잊지 않으신다(2016년9월4일) 사진 첨부파일 관리자 14569 2016.09.09 08:30
공지 나는 주의 사람이니(가야금, 대금 동영상) 첨부파일 하늘기차 25920 2007.10.16 12:24
공지 망대에 오르라(창립40주년 기념 예배 설교,유경재 목사) 고기교회 26294 2006.05.31 22:16
공지 교회와 세상을 향하여 하늘기차 24885 2005.09.02 16:30
175 [일반] 살리시는 영( 2008년8월 3일, 성령강림주일후열두번째주일) 첨부파일 하늘기차 2329 2008.08.03 16:06
174 [일반] 목자이신 임금(2008년7월27일, 성령강림주일후열한번째주일) 첨부파일 하늘기차 2052 2008.07.27 15:10
173 [일반] 전심으로 향하자(2008년7월20일, 성령강림주일후열번째주일) 첨부파일 하늘기차 2087 2008.07.20 18:43
172 [일반] 약속하신 말씀을 이루어 주시기를(2008년7월13일, 성령강림주일후아홉번 첨부파일 하늘기차 2104 2008.07.13 16:26
171 [일반] 어리석은 것 (2008년7월 6일, 성령강림주일후여덟번째주일) 첨부파일 하늘기차 1886 2008.07.06 16:03
170 [일반] 새롭게 하는 삶( 2008년6월29일, 성령강림주일후일곱번째주일) 첨부파일 하늘기차 1860 2008.06.29 17:32
169 [일반] 지금도 창조하시는 주님(2008년6월22일, 성령강림주일후여섯번째주일) 첨부파일 하늘기차 1962 2008.06.22 14:37
168 피하고, 쫓고, 싸우고, 얻자(2008년6월15일, 성령강림주일후다섯번째 첨부파일 하늘기차 1852 2008.06.15 14:43
167 [일반] 지금 서 있는 은혜의 자리(2008년6월 8일, 성령강림주일후 네번째주일 첨부파일 하늘기차 1963 2008.06.08 13:44
166 아름다운 교회(2008년6월 1일, 성령강림주일후 세번째주일) 첨부파일 하늘기차 2149 2008.06.01 15:15
165 [일반] 믿음으로 바로 서자(2008년5월17일, 성령강림주일후 첫번째주일) 첨부파일 하늘기차 2088 2008.05.18 15:09
164 [일반] 아름다운 우리 가정(2008년5월11일, 성령강림주일) 첨부파일 하늘기차 2167 2008.05.11 13:39
163 [일반] 사랑받으며 자라는 자녀(2008년5월 4일, 어린이주일) 첨부파일 하늘기차 2094 2008.05.04 16:21
162 [일반] 참되게 깨달은 그 날 부터(2008년4월27일, 부활여섯번째주일) 첨부파일 하늘기차 1913 2008.04.27 21:19
161 [일반] 주님이 주시는 멍에(2008년4월20일, 부활다섯번째주일) 첨부파일 하늘기차 2452 2008.04.20 14:21
160 [일반] 엠마오로 가는 길(2008년4월 6일, 부활세번째주일) 사진 첨부파일 하늘기차 2488 2008.04.06 17:12
159 [일반] 말씀하신 것을 기억하라!(2008년3월30일, 부활절둘째주일) 첨부파일 하늘기차 2131 2008.03.30 13:12
>> [일반] 생명의 환희, 부활 (2008년3월23일, 부활주일) 첨부파일 하늘기차 2128 2008.03.23 13:40
157 [일반] 하나님의 어린 양(2008년3월16일,종려주일) 사진 첨부파일 하늘기차 2310 2008.03.16 13:28
156 [일반] 솟아나는 생명의 샘(2008년3월 9일, 사순절다섯번째주일) 사진 첨부파일 하늘기차 3131 2008.03.09 14: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