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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뿌리는 농부가 아니라 사람(2008년8월17일, 성령강림주일후열네번째주일)

하늘기차 | 2008.08.17 17:59 | 조회 2640


씨뿌리는 농부가 아니라 사람

2008년8월17일(성령강림주일후열네번째주일) 막4:26-34

빈센트 반 고호라는 화가를 잘 아실 것입니다. 인상파, 귀가 잘린 자화상, 정신질환, 자살, 해바라기 그림, 별이 빛나는 밤, 등의 무수히 많은 고호의 그림을 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고호가 신학자이고, 목사 안수를 받았으며, 탄광촌의 한 교회를 섬겼다는 사실에는 생소할 것입니다. 어우기 그의 그림의 많은 부분이 성경으로부터 그 주제를 가지고 왔다는 것입니다.

‘선한 사마리아인’, ‘펼쳐진 성서가 있는 정문’ 등의 그림들이 있습니다. 그는 인상파 화가인데, 잘은 모르지만 인상파라는 것이 빛이 찬란함을 한 순간, 찰라에 포착하여, 온 만물을 빛되게 드러내는 그림이 아닌가 하는데, 고호의 그림 중에는 오늘 본문 말씀에서 처럼 ‘씨쁘리는 자’, ‘수확하는 농부’ 등 농사와 관련된, 성서와 관련된 무수히 많은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는 그의 ‘수확하는 농부’에대한 그림을 그의 편지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수확하는 농부에게서 뜨거운 뙤약 볕 아래 농사의 끝을 마무리하는 한 사람이 있다. 인간이란 그가 거두어 들이는 밀알일 지도 모른다. 나는 그를 죽음의 형상으로 본다. 그러나 이 죽음 속에 슬픔은 없다. 환한 대낮에 모든 것 위에 순금의 빛으로 홍수처럼 쏟아지는 태양과 더불어 그의 길을 가고 있기 때문이다.” 반 고호의 그림을 보면 많은 자연을 묘사하고 있는데, 그 그림 속에 길이 나 있는 것을 봅니다. 그것은 바로 존 번연의 ‘천로역정’의 기독도가 천성을 향하는 순례의 길입니다.

그의 이러한 신앙의 그림은 하나님의 영원함이 한 순간 빛의 섬광, 한 찰라의 색깔들 속에 쏟아져 내려오는 뜻한 모습입니다. 그래서 고호의 그림을 보면 그림이 직선적이지 않습니다. 경직되어있지 않고. 늘 꿈틀거리며, 생명력과 역동성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온 우주에 펼쳐있는 하나님의 손길이 고호의 한 폭의 그림 속에 가득 충만해 있습니다. 그의 생애의 마지막은 여러 가지 일들로 비참하였지만, 오히려 그 당시에 그린 그림들 속에 가득하고, 충만합니다.

덴마아크의 실존주의 철학자인 키에르케고르는 하나님의 영원하심이 유한한 시간에서 체험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순간, 한 정점, 믿음의 한 찰라적인 순간이라고 합니다. 도저히 우리의 언어로는 하나님의 영원함을 깨달아 알 길이 없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비유로서 하나님의 나라를 말씀해 주셨습니다. 오늘 마가복음은 하나님의 나라를 ‘씨뿌리러 나가는 사람’으로 비유합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씨 뿌리는 사람을 농부라고 하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이것은 이 비유가 일반 농사짓는 일이 아님을 말해주는 것은 아닐까요? 이 비유는 바로 씨뿌리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교우여러분! 하나님의 나라는 우선 씨를 뿌리는 것입니다. 씨를 뿌리는 사람이 나가서 씨를 뿌렸는데, 그 씨앗이 싹 그리고 이삭, 그리고 알곡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비유의 먼저는 씨를 뿌리는 것입니다. 우리가 씨를 뿌리지 않으면, 이런 자라남과 열매 맺음도 없습니다. 그러니 씨를 뿌려야 합니다. 그렇다면 씨를 뿌리는 사람의 모습은 어떠할까요?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고호의 그림들 중에는 ‘씨뿌리는 자’의 그림들이 많이 있는데, 그 많은 ‘씨 뿌리는 사람’의 그림 중에 가장 탁월한 ‘씨 뿌리는 자’의 그림은 ‘석양에 씨 뿌리는 사람’입니다.‘석양의 씨 뿌리는 사람’의 그림을 보면 해가 지평선 아래로 막 내려가기 시작한, 그 활활 타오르는 황혼을 배경으로 힘차게 팔을 휘저으며 씨를 뿌리는 한 장면인데, 노동의 기쁨, 씨 뿌리는 것에대한 소망, 황금 노을에 물든 대지, 그 황금 빛에 춤을 추는 듯한 농부의 몸놀림, 온 누리에 하나님의 축복이 금가루 뿌려지듯이 모습이 담겨져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것이 바로 씨 뿌리는 사람의 모습인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씨뿌리는 사람입니다. 하나님이 우리를 부르신 것도 씨뿌리기 위해서입니다.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우리 님과 한 백년 살고 싶어”가 아니라,
저 뜨겁게 타오르는 대지에, 돌작밭에, 가시 덤불에 황금 빛 소망으로 씨를 뿌리는 것입니다. 이 그림을 보노라면 다른 한 장면이 떠오릅니다. 그것은 지기 시작하는 해가 아니라, 방금 막 떠오르기 시작하는 해를 뒤로 하고 밤 새 하나님과 씨름하여 이긴 야곱이 믿음의 소망에 따라 자기를 죽이러 다가오는 형 에서를 만나러 가는 모습입니다. 씨뿌리러 가는 자의 모습입니다.

교우 여러분! 아직도 씨를 뿌리지 못하였다면 이제 씨를 뿌립시다. 소망, 사랑, 용서, 평화, 화해, 기쁨의, 감사의 씨를 뿌리러 나갑시다. 그런데 오늘 말씀에 보니까 씨뿌린 후에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에 대해 말씀하고 있습니다. 씨를 뿌린 후에 그 씨앗은 땅이 열매를 맺어준다고 합니다. 씨뿌린 사람이 밤낮으로 자고 깨는 동안에 씨가 싹이 나고, 자라 이삭이 패고, 알곡이 된다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사람이 개입할 여지가 없습니다. 전 우주적인, 초시간적인 하나님의 나라에대한 하나님의 주권입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하나님께서 세우신다는 선언이기도 합니다.

농부는 씨를 뿌릴 수는 있어도 자라게 할 수는 없습니다. 어떻게 자라는지 조차도 모른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싹을 틔우고 자라는 것은 생명과 관련된 일이고, 이것은 인간이 어떻게 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자녀들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자녀들은 부모가 자라게 할 수 없는 것입니다. 자녀들의 성장은 부모가 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 말씀 그대로 밤낮자고 깨고 하는 중에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자라납니다. 생명입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중요할 까요? 신뢰입니다. 믿음입니다. 아이가 태어나서 누워있다가 어느날 뒤집고, 기어다니고, 서고, 걷고, 말하고, 책을 읽고 글을 쓰고 할 때 자기 스스로 하는 것입니다. 생명입니다. 그러니까 기다려야 합니다. 아이가 크면서 스스로 찿아가는 것이지 부모가 어찌 할 수 없습니다. 부모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부모의 사랑을 울타리에 쳐 주는 것입니다. 그리고는 아이가 자라는 것을 신뢰로서 바라보는 것입니다. 부모가 자녀를 위해 좋은 환경을 잘 못 만들어 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생명입니다. 생명은 특히 사랑을 먹으며 스스로 자라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기다리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마땅한 역할입니다.

예수님께서 오늘 비유로 말씀하실 때, 모든 사람들은 하나님의 나라에대한 관심이 누구보다 많았습니다. 온 이스라엘이 메시야 대망과 함께 바라던 바 였습니다. 아마 예수님 당시에 가장 하나님 나라를 급히 원했던 무리는 열심당원이었을 것입니다. 이들은 이스라엘의 해방을 위해 투쟁의 깃발을 올렸든 사람들입니다. 로마거 곧 멸망하고, 다윗 왕권 시대의 영광을 나라가 곧 올 것이라는 눈에 보이는 구체적인 정치적 하나님의 나라를 희망하며 살았습니다. 그러니 예수님의 하나님 나라의 비유를 듣고 무척 실망하여 등을 돌린 열심당에 속한 제자들도 많았을 것입니다.

하여간 예수님 당시의 사람들은 하나님 나라에대한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이 예루살렘에 가까이 왔을 즈음에 바리새인들이 예수님께 묻는 장면이 나옵니다. 하나님의 나라가 언제 오느냐는 것입니다. 어디에 있느냐는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나라는 눈에 보이는 그러한 나라가 아닙니다. 예수님은 너희 가운데 하나님 나라가 있고 하나님 나라가 언제 올지는 아버지 하나님 외에는 아무도 모른다 하셨습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하나님의 시간과 계획과 경륜 안에 있습니다. 하나님의 시간은 시90:4에 보면 “주님 앞에서는 천년도 지나간 어제와 같고, 밤에 한 순간과도 같습니다”라고 합니다. 이 하나님의 시간 속에서 모세는 타지않는 떨기나무 불꽃 속에서 하나님을 만났습니다.40년을 기다렸습니다. 요셉은 오랜 이집트 생활 속에서 자기를 팔아넘긴 형들을 만나지만 원수를 갚은 것이 아니라 창45:5에 보면
“형님들이 나를 이 곳에 팔아 넘기긴 하였습니다만, 그것은 하나 님이, 형님들보다 앞서서 나를 여기에 보내셔서, 우리의 목숨을 살려 주시려고 그렇게 하신 것입니다. ”라고 천년의 고백을 합니다. 이것은 하나님의 시간과 경륜 속에서 나오는 고백입니다.

오늘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속에서도 이러한 천년의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 있습니다. 흑백의 불평등 속에서 흑백이 함께 어루러지는 꿈을 꾸었던 마틴 루터 킹,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위해 비폭력 불복종 운동을 꿈꾸었던 간디, 또 남과 북의 통일을 온전히 부르짖었던 우리 시대의 꿈쟁이 어른 문익환 목사님, 부산의 적십자병원에서 가난한 사람의 벗이 되어주었던 장기려 박사님, 예수님의 마음을 평생 품고 사셨던 권정생 선생님 등등...

우리도 이렇게 하나님 나라의 씨앗을 내가 사는 삶의 자리에서 기꺼이 뿌리며 그 뿌린 것을 결실하기위해 기다리는 여러분듫이 도시기를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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