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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쌀 • 하나(창조절두번째주일,2022년9월11일)

하늘기차 | 2022.09.09 16:59 | 조회 334

                 

                                      좁쌀 하나

창조절두번째주일                                                                                                     마13:44-46

   지난 수요일에 마을 분이 오셔서 머내여지도라는 책 한 권을 주고 가셨습니다. 동천동, 고기동의 지난 시간들의 흔적들을 발로 찿아가며 꼼꼼히 기록하였는데, 우리 교회와 밤토실어린이 도서관에대한 이야기도 실려있습니다. 23일 저녁에 그냥..가게에서 북콘서트를 할 예정입니다. 시간이 되면 참여바랍니다. 동네 사람들이 서로 마음을 나누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소담하게 담은 책입니다. 고기교회 역시 마을 속에 자리하며 마을의 한 일원으로 50여년 함께 해 왔습니다. 그 책에서 소개하는 고기교회의 모습을 보며 그동안 나름 가야할 길을 열심히 잘 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 국민일보에 실린 글을 우연히 보게 되었습니다. 이 교회는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모여 그동안 여러 교회로 분가를 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분가를 잘 하였는데, 그래도 교인수가 줄지 않으면 담임목사님이 사임을 한다고 합니다. 이게 무슨 소리지. ! 한국교회의 민 낯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최소한 교회는 하나님 나라의 모형은 되어야하는데, 이러한 모습이 성경이 말하는 하나님 나라인가? 많고 적은 것이 왜 문제가 되지? 하나님나라와 무슨 상관이 있지? 참담하였습니다. 왜 사람들은 오지말라고 하는데 그렇게 모여들까? 그동안 사람들 모이라고 제자훈련이다, 셀이다 등 대형교회의 전형적인 프로그램을 진행하여 큰 교회가 되었으면, 그 모습 그대로 대형교회로 계속 가지, 분가한다고 대형교회의 지향성과 정체성이 어디 가겠는가 말입니다. 호박에 줄 그으면 수박이 되나요. 그러니 사람들이 또 모여들고 사임하겠다는 말이 나오지요. 아니 목사가 본인이 되고 싶어 목사되었나요? 하나님이 세우지 않았나요? 본인이 어떻게 하나님의 임명권을 좌지우지 할 수 있나요.

 반면에 지난 화요일 경기노회에 하나님의 창조질서보존을 위한 기후위기위원회 설립을 위해 흥덕에서 지역아동센타를 운영하는 한누리교회 김승민 목사님을 만나 지역에서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교회가 센터와 함께 하다 보면 예배 공간이 그냥 사무실 같고 어수선하여 얼마 전부터 공간을 따로 내어 예배당에서 예배를 드리기 시작하였는데, 예배당이 빌딩 건물 안에 있어서 월세와 관리비가 적지 않이 들어 힘들다며, 그동안도 그랬지만 어렵지 않은 적이 없었다 하며, 그렇게 끝 까지 버텨본다는 말에 마음이 찡 하였습니다. 역시 제자훈련, 셀 같은 성장 프로그램을 하지 않는 것은 당근입니다, 직접 지역 분들의 현안과 맞 부딪치니, 자연스럽게 아주 천천히 아름답고 선하게 교회가 세워집니다

  교회가 모든 것을 다 빨아들이며 블랙홀이 되어버렸습니다. 하나님 나라는 역사와 우주, 좁쌀 하나와 같이 이 세상에 이미 와 있는 나라인데, 교회 안에서 만 하나님 나라를 세우려 합니다. 교회가 그 나라를 세상 속에서 살아내며 드러내 보여주어야 하는데, 모든 것이 교회 안에서, 성령에 열매도 교회 안에서 맺어야 합니다. 그러니 종교화되고, 기득권이 되어 시대의 요청에 응하지 못하여 변화지 못하니 고사됩니다. 아마도 이 후에 교회사는 한국교회의 민 낯을 그대로 밝힐텐데, 성장지향의 한국교회는 고사되겠지만, 어려움 속에서 견뎌온 작은 교회는 여전히 기후위기, 재앙의 시대에 교회사가 증명하듯이 하나님 나라운동을 펼치며 시대에 걸 맞게 세워져 나갈 것입니다. 오늘 이 시대는 성장의 시대가 아니라 교회가 어떻게 하나님 나라의 정체성과 지향성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도록, 그 예표를 보여주어야 하는 시대입니다.

 이 번 태풍 힌남노가 한반도를 지나가며 우리에게 여러 가지 피해를 주었는데, 태풍도, 강우도 이전과 같지 않은 것은 기후변화에 따른 결과입니다. 기후위기와 관련한 보고나, 경고의 메시지는 이미 1960, 70여년도에서부터 여러 경로를 통해 거듭 되었는데, 영국의 경제학자 슈마허 같은 사람은 인간의 욕구는 한이 없어 결코 충족시킬 수 없다고 합니다. 지구가 몇 개가 있더라도 불가능할 것입니다. 이러한 인간의 근원적인 욕구를 체워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영적인 길입니다. 인문사회, 정신적 사고의 각성을 통해서도 역시 길이 보이지 않습니다. 철학, 이성, 윤리, 도덕은 가치 중립적이거든요. 거기 까지입니다. 눈에 보이는 것들에대한 욕구를 영적으로 전환해야할 것 같습니다. 이제 더 이상 지체할 수가 없습니다. 물질가치를 쫓는 세상 나라에서 하나님 나라로의 전환이 절실히 필요한 때입니다. 하나님 형상을 닮은 인간이 그동안 하나님의 뜻과 상관없이 자기 욕망에 사로잡혀 문명의 바벨탑을 쌓으며 하나님으로부터 너무 멀어졌습니다. 예수님은 이러한 세상과 종교에 몰입된 사람들에게 찿아가 하나님 나라를 전파하였습니다. “회개하라! 하나님 나라가 가까이 왔다!”

 예전에 파이란이라는 영화를 본적이 있습니다. 최민식 배우가 분한 주인공 강재는 3류 건달로 감옥에 들락날락하는데, 여차여차해서 스리랑카의 여인과 위장 결혼을 합니다. 그런데 아마도 딱 한 번 그 여자와 대면을 하였는데, 그리고 감옥에 다시 갇혔고, 얼마 후 출옥을 하게 되는데 그에게 위장 결혼한 여자가 죽었으니 그 유골을 찿아가라는 연락이 옵니다. 그런데 그 유골과 함께 편지 한 장을 보게 되는데, 이 전에도 몇 통의 편지를 보내어 읽었지만, 그저 그 여인이 결혼해 주어서 이 곳에서 살게되어 고맙고, 자신의 친절에 감사한다는 것이었는데, 이 번에 마지막 유언과 같은 편지를 받게 된 것입니다.

 자신에게 친절하고, 착하다는, 그래서 조심스럽게 사랑해도 되겠느냐는 질문도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내가 죽으면 꼭 만나러 와 달라면서, 그러나 세상 누구 보다도 강재씨를 사랑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마지막에 백수 건달 강재는 이 편지를 읽고 펑펑 웁니다. 정말 어느 누구에게, 자기 후배에게도 인정 받지 못하고, 사랑받지 못했던, 아니 자기 자신 스스로도 자기를 인정할 수 없는 3류인생이었는데, 그런 강재에게 처음으로 사랑한다고 자기를 인정해 주는 진심어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 여인은 강재의 마음 속에 감추어져 평생 한 번도 드러내 보지 못한 강재의 선한 마음을 끌어내 주었습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그런 것이 아닌가, 한 사람의 마음, 영혼을 쉬게하고, 인정해 주는 나라, 그런 나라말입니다. 특히 인상적인 마지막 대사는 자기는 강재씨에게 아무 것도 줄 게 없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바로 이렇게 눈에 보이는 것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주는 나라입니다. 이 전에 카모메 식당 이라는 영화 속에서도 그 식당을 중심으로 지역의 사람들이 얼마나 따뜻하게 지내는지, 정말 하나님의 나라가 멀리 있지 않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음식을 파는 것이 아니라 사랑, 관계를 나누는 공간이었지요. 그냥..가게도 그렇게 마음을 나눕니다.

 오늘 말씀에 하나님 나라는 겨자씨와 같다고 합니다. 겨자씨는 어떤 씨 보다도 작지만 자라면 커져서 나무가 됩니다. 하나님 나라가 겨자씨와 같다고 하면 이제 여러 번 들어서 작지만 나중에 커지는 것하며 익숙하게 받아들이는데,만일 하나님의 나라가 좁쌀과 같다고 하면 어떨까요? 원주에 사셨던 고 장일순 선생님은 자신을 좁쌀이라 했습니다. 결코 크지 않지만 그러나 온 우주를 담고 있다고 했습니다. 좁쌀이 온 우주를 담고 있다고 하니 참 대단하구나 할지 모르겠는데 사실은 살아있는 모든 존재가 그렇지 않나요?

 그러니까 좁 쌀 한 알이 만들어지기 까지 햇볕과 바람, , 그리고 농부의 관심과 땀. . . 그리고 나비와 벌 . . . 공기. . .우리가 두 발로 디디고 있는 흙. . . 온 자연, 우주가 이 좁쌀 한 알에 모두 담겨있다는 것이지요. 겨자씨 한 알을 하나님의 나라로 비유하는 것이나 좁쌀 한 알 속에 온 우주가 담겨있다고 하는 말이나 다 똑같은 말 아닐까요? 좁쌀 한 알, 겨자씨 한 알이 모두 제 몫의 생명 드러내며 자기 생명을 다하는 것이 하나님 나라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이 작은 하나에 대한 것을 진지하고도 귀하게 여기고, 그리고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소중한 것은 예수님 당시나 지금 이 시대나 마찬가지 일 것입니다. 그러나 작은 것 하나가 참 귀한데, 그것을 귀하고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 풍조가 흐르고 있지 않나 하는 것입니다. 크고, 빠르고, 힘있는 것, 편리함에의해, 작고, 느린, 약한 것, 불편한 것이 무관심 속에 묻혀버리지는 않는지요?

 오늘 말씀에서 예수님은 하나님의 나라는 겨자씨 같다고 하면서 이 씨앗이 자라면 어느 풀 보다 큰 나무가 된다고 합니다. 이 겨자는 풍성하게 잘 자라면 무려 3m 높이 까지 자랍니다. 그러나 겨자는 어디까지나 풀이지 나무는 아닙니다. 더구나 1년생 풀입니다. 피고 지고, 또 피고가 아니라 그 해 피고나면 생명을 다 하는 보잘 것 없는 풀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하나님의 나라를 보잘 것 없는 1년생 풀에 비유합니다. 구약에서는, 그리고 예수님 당시에 백향목은 키가 크고, 아름답고, 기풍이 있고, 썩지 않으며 향이 좋아 성전이나, 제단, 또는 궁궐을 지을 때 사용했습니다. 그래서 왕의 권세, 권위, 그리고 이스라엘의 영원무궁을 표현할 때 백향목을 상징합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하나님의 나라는 그런 힘 있고, 품위 있고, 권력이 있는 다윗과 같은 왕이 아니라 지금 현 삶의 자리에서 한 생명으로 살아가는 작고 보잘 것 없는 사람들에 의해서 시작된다는 것을 말씀하십니다. 비록 작지만 살아있는,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차별없이, 혐오하지 않고 귀하게 여기며, 소중하게 보는 삶, 그리고 그들이 이루어 놓은 것이 보잘 것 없지만 이미 그 안에 하나님의 나라는 시작되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가만히 있으면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사랑은 표현되어야 사랑입니다. 또 불가능을 바라보지 말고 하나님을 바라보는 것이야말로 그것이 하나님의 나라입니다.

 오늘 말씀에 겨자 씨앗이 싹이 나서 크게 자라 공중의 새가 깃들었습니다. 공중의 새들은 그 당시 이방 민족을 상징합니다. 또한 쉴 곳 없는 나그네, 상처입고 방황하는 한 영혼, 북한에서 이주한 새터민들, 장애인들, 외국인 노동자들, 일용직 노동자들일 수 있습니다. 하나님 나라는 어떤 거창한 것, 커다란 프로젝트가 아니라, 사람이 쉴 수 있고, 나누며곁을 주며 품어주는 나라입니다. 아무쪼록 고기교회는 그렇게 이미 이 세상 속에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와 있는 좁쌀하나의 가치를 드러내는 우리서로같이 교회이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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