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 세상을 향하여

View Article

길르앗에는 유향이 떨어졌느냐?(성령강림후제3주일, 2018년6월10일)

하늘기차 | 2018.06.10 14:18 | 조회 1323

 
           

              길르앗에는 유향이 떨어졌느냐?

2018610(성령강림후제3주일)                                                                       8:21, 22

     지난 달 416희망목공방가족들과 미국동부 순회 중에 들른 브루더 호프에서 지낸 마지막 날, 브루더호프 남성합창단이 416 가족들을 위해 길르앗의 유향이라는 찬양을 불러주었습니다. 바로 오늘 본문 말씀입니다. 참 귀한, 위로의 노래였습니다. 돌아 와서 유튜브로 길르앗의 유향을 검색해 보니 많은 찬양영상을 볼 수 있었는데, 브루더호프에서 들었던 감흥이 나지 않았습니다. 흑인들이 부르는 영상이 있어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였습니다. 왜그럴까? 생각해보니, 이분들의 하모니는 찬양훈련이나 연습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삶 속에서, 공동체 정신인 평화, 자율, 사랑, 용서, 기다림의 삶 속에서 만들어진 소리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길르앗은 가나안 요단강 동편 해발 약 600m의 고원으로, 이 곳의 유향은 그 향기가 좋고, 효능이 좋아 외국으로 수출이 되었습니다. 창세기에서 요셉이 베두인족 대상들에게 이집트로 팔려갈 때, 길르앗의 유향도 그 상품들 가운데 들어있다고 나와 있습니다. 또 야곱이 먹을 것이 없어서 아들을 이집트에 보내서 식량을 구하려고 할 때에도, 총리대신인 요셉에게 아들인지 모르고 선물을 보낼 때에, 그 중에 길르앗의 유향이 한 중요한 품목으로 들어갈 정도로 유명하였습니다. 런데 오늘 본문 말씀은

                             “길르앗에는 유향이 떨어졌느냐? 그 곳에는 의사가 하나도 없느냐? 어찌하여 나의 백

                               성, 나의 딸의 병이 낫지 않는 것일까?” 라고 애타게 부르짓고 있습니다. 그 이유를 사1:5, 6에서 봅니다.

                           “어찌하여 너희는 더 맞을 일만 하느냐? 어찌하여 여전히 배반을 일

                             삼느냐? 머리는 온통 상처투성이고, 속은 온통  골병이 들었으며,

                             바닥에서 정수리까지 성한 데가 없이, 상처난 곳과 매맞은 곳과 또

                            새로 맞아 생긴 상처뿐인데도, 그것을 짜내지도 못하고, 싸매지도 못

                           하고, 상처가 가라앉게 기름을 바르지도 못하였다고 합니다. 그 당시 이스라엘의 회복할 수 없을 정도의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도덕적, 영적 상처를 말해주고 있습니다. 길르앗에 이렇게 좋은 치료약과 의사들이 있는데 왜 고치지 못하는가라는 역설을 2700년을 뛰어 넘어 오늘 이 시대에도 우리에게 들려옵니다. 사실 이 번에 416 가족 중에 아빠 4, 엄마 3, 그리고 목사 2 이렇게 참여하였는데, 416 가족들이 자기를 소개할 때 이름이 아니구, 누구 엄마, 아빠라고 하는 것은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아이들 이름이 이 세상에서 영영 사라질텐데 하며, 세월호 간담회 동안에 정말 치료받지 못한 아픔이 흘러 나오는 것을 보았습니다. 유향이 없느냐? 의사가 없느냐?라는 찬양 가사의 오늘 본문 말씀은 416과 관련하여 이 나라에서 이루어진 일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그럼에도 세월호 가족들은 이 번 미국동부여행을 통해 참 위로를 받았습니다. 어쩌면 길르앗의 향유를 미국동부에서 찿지 않았나 싶습니다.

     브루더호프에 도착한 날 박성환님이 우리들을 묘지로 인도하였습니다. 의외였습니다. 그런데 참 아름답게 가꾸어놓았습니다. 돌아가신 분들이 곁에 계신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산자와 죽은자가 함께 공존하는 자리, 잠시 후, 곧 다시 만날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천년이 하루 같고, 하루가 천년 같은 시간을 사는 사람들로 느껴졌고, 그래서 이 브루더 호프 공동체의 삶의 지평이 어디 까지 뻗어있는지를 느꼈습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3년 전 태어난 아기의 조그마한 묘였습니다. 정말 조그마했습니다. 이 아기는 이른 아침에 태어나 늦은 오후에 숨을 거두고 하나님의 품으로 돌아간 루크 밀턴 짐머만 이라는 이름의 아기입니다. 루크가 엄마 뱃속에 있을 당시 심장이 정상적이지 않아 살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공동체 식구들과 함께 엄마 아빠인 데릭과 세라는 여러 가지 생각들로 불안해하기도 하며, 자신들이 계획하고 생각한 모든 것을 내려놓는 힘겨운 싸움을 하며, 하나님이 내 안에서 일할 수 있도록 그렇게 기도하며 기다렸고, 결국 아기가 축복 속에 기적적으로 태어났습니다. 엄마는 아기에게 젖을 주고, 목욕을 시키고, 안아주고, 노래를 불러주었고, 루크는 여러번 눈을 떴고, 자기 이름을 부르면 응답을 했고, 손을 흔들고, 손가락을 빨고, 발을 차고, 칭얼대며, 사내아이답게 힘차게 울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오후가 되면서 심장 박동이 불규칙해지며 마지막 싸움을 시작했고, 결국 마지막 숨을 내쉬고 10시간 30 동안 이세상에서 살고 하나님에게로 돌아갔습니다. 루크의 아빠, 엄마는 비록 아기의 심장이 의학적으로는 정상적이지 않았을지 모르지만 이건 사실 무정하며, 비뚤어진 우리들의 생각이고, 생명에대한 교만이고, 그래서 죄일 수도 있다고 하면서, 루크의 심장은 여느 아기들처럼 완벽하였고, 순결했고, 사랑으로 가득했고, 그렇게 이 땅에 짧게 왔다가 갔지만, 또한 가슴 깊은 기쁨으로 평생에 남을 기억을 우리에게 남겨주었고, 아침부터 저녁 까지 사람이 느낄 수 있는 온갖 감정을 하루에 다 경험하게 하였다고 하며, 16:22에서 예수님께서

                                “이와 같이, 지금 너희가 근심에 싸여 있지만, 내가 다시 너희를 볼 때 에는, 너희의 마

                                  음이 기쁠 것이며, 그 기쁨을 너희에게서 빼앗을 사람이 없을 것이다라고 하는 말씀으로부터 죽음에서 비롯된 분리는 영원한 것이 아니며, 죽은 자와 산자의 경계가 의미가 없다는 고백을 들었습니다. 저는 이 아기의 묘와 공동체 묘지를 통해 생명의 지평이 하나님 안에 공동체로 확장되어 있는 것을 느꼈습니다. 세월호 가족들은 이 묘지를 보며 죽음이 죽음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을 것입니다. 생명과 죽음의 경계를 설정하고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삶에대한 전혀 다른 차원의 의미를 주었습니다. 믿음을 통해 죽음 넘어의 천 개의 태양 보다 더 밝은 눈물이 없는 곳의 소망으로 지금 이 세상을 바라보는 공동체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 날 점심 식사 후 2시에는 공동체 전체가 예배에 참석하였는데, 예배 중 4~5학년 아이들이 곰인형과 배를 만든 것을 자기 가족을 중심으로 모든 회중에게 보여주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곰은 한창 내전 중인 시리아의 아이들에게 주려고 직접 뜨개질을 하여 만들었고, 배는 자기 이름을 알루미늄 철판에 새겨 공동체 옆의 강에 띄운다고 합니다. 또 오전 공동체 식사 시간에 공동체의 어린아이가 생일을 맞이하여 남자 어른 7명정도가 아이 앞에 케익 그리고 작은 선물을 주며 생일축하 노래를 모두가 함께 불러주는 모습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또 브루더호프 가구 공장에 일을 하러 갔는데, 영국과 미국의 아이들과 장애인들을 위한 최고의 가구 공장입니다. 그 공장에 가면 어느 누구든지 동 시간에 바로 조립 공정에 투입되어 일을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완벽하게 꾸며져 있었습니다. 나이 많은 어르신들도, 장애인들도(이곳에서는 어느 누구든지 거동이 불편해지기 전 까지는 일을 하는데, 그렇게 일을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 불편함이 없이 하는만큼 일을 합니다. 영국 브루더 호프에서 온 한국인 젊은 친구와 세월호, 촛불, 문재인 정권 등등 통일에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기는 영국여자와 공동체에서 결혼을 하였는데, 아내가 18살에 이스라엘에서 브루더 호프를 선택할 때, "내가 주님을 위해 무엇을 할까가 아니라, 주님이 나에게 원하시는 삶이 무엇일까 라는 질문"을 던지며, 주님이 원하는 공동체 삶을 선택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공동체 전체의 삶을 짧은 시간 속에 보았는데, 공동체 식사 시간에, 그리고 가족 식사 시간에 아이들을 위해 책을 읽어주는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렇게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교육을 합니다. 식사를 하며 스피커를 통해 들려오는 이야기에 나는 글이 짧아 이해는 못하였지만, 웃고, 고개를 끄덕이며 반응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브루더호프 공동체는 자기들 만의 공동체가 아니라, 죽은자들과 산자들이 공동체 안에서 그대로 함께하며, 전 세계 지구촌의 고통을 함께 나누는 모습을 보며, 주님 안에서 주님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나를 보고 가족과 이웃과 피조세계와 역사를 바라보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주님이 바라보는 시각을 따라 움직이고 노래하고 말하는 이 사람들의 삶을 보면 그것이 외부 사람들에게 길르앗의 향유가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욕모임때, 416희망목공방이 가지고 온 목공품을 사지 못해 물건도 사고, 숫자도 체우려고 일부러 서울 부산 거리의 워싱톤간담회에 찿아와 미국에 있는 동안 편안한 시간 되기를 바란다면서 여러분들은 공적인 사람들이 되고 말았습니다. 아이들을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고, 망각의 자유를 누리지 못함에 정말 죄송하다며, 보내야하는데, 보내지 못하지만, 이러한 기억의 과정 속에 민주화와 적폐청산, 통일에 이르기 까지 앞장 서고 계시다며 자유로워지면 좋겠다고 이야기하는 사람, 저는 그 분의 이야기 속에서 세월호 가족들이 나실인이라는 생각을 잠시 해 보았고, 워싱톤의 민족연구소의 한 엄마는 세월호 이후 그동안 역사와 사회에대해 눈을 감고 살았기 때문에 이런일이 발생했다는 죄책감에 4년 내내 노란리본을 만들었는데, 초기에는 이정도면 되었어 라고 돌아 설 수 도 있었지만, 한국에 갈 기회가 있어 안산 분향소에 갔을 때 분향소에 놓인 그 엄청난 영정들의 충격에 지금 까지도 계속 모임에 참여한다는 분들, 보스톤, 뉴욕, 필라델피아, 워싱톤에 이르기 까지 함께해준 한 사람, 한 사람이 한국에서와는 또 다르게 416가족들과 공감하며, 마음을 나누어 큰 위로를 선물하였습니다. 이분들에게서는 이사야서의 소수의 남은 자들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이 번 416희망목공방 가족들과의 여행 중에 저는 길르앗의 치료와 회복의 향유가 있음을 보았습니다. 브루더호프 창시자인 요한 하인리히 아놀드는 <공동체 제자도>라는 책의 첫 장에서

                       제자도는 행위가 아니다. 하나님께 자리를 내드려 우리 안에 사시게

                          하는 것이다.”라고 하였는데, 이것이 길르앗 유향의 제조 비법이 아닌가 십습니다. 교회라는 이름으로 많은 것들을 하는데, 정말 그 많은 것들 중에 진정 해야할 일은, 무엇을 하는 것이 아니라, 어찌보면 우리가 예수 처음 믿을 때, 청소년 때에 가르침을 받았듯이 아주 단순해서, 넘 쉽게 잊어버리는 것 같은데, 내 중심에 주님이 오시는 것, 이 것 하나, 그래서 먼저 주님의 뜻과 눈으로 세상을 본다면, 우리 고기교회도 길르앗 유향을 제조하고 나누는 공동체로 세워졌으면 하는 소박한 바램이 있을 뿐입니다.

 

twitter facebook me2day 요즘
979개(4/49페이지)
교회와 세상을 향하여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하나님은 잊지 않으신다(2016년9월4일) 사진 첨부파일 관리자 14306 2016.09.09 08:30
공지 나는 주의 사람이니(가야금, 대금 동영상) 첨부파일 하늘기차 25639 2007.10.16 12:24
공지 망대에 오르라(창립40주년 기념 예배 설교,유경재 목사) 고기교회 26018 2006.05.31 22:16
공지 교회와 세상을 향하여 하늘기차 24509 2005.09.02 16:30
915 아브라함의 신앙과 성숙해지는 신앙 (평신도 강단: 장기혁 집사, 27일 첨부파일 김현식 451 2022.11.28 16:56
914 라오디게아교회의 현상(대강절첫째주, 2022년11월27일) 사진 첨부파일 하늘기차 383 2022.11.27 13:31
913 하나님 나라:영적 샘파기(창조절12주일, 2022년11월20일) 사진 첨부파일 하늘기차 510 2022.11.20 14:03
912 하나님 기도를 찿아 볼 수 있나?(창조절11주일, 2022년11월13일) 사진 첨부파일 하늘기차 619 2022.11.13 11:06
911 마실 수 있겠느냐?(평신도강단교류,2022년11월6일) 사진 첨부파일 하늘바람 411 2022.11.07 11:09
910 우리의 개혁(창조절 아홉째주일, 2022년10월30일) 사진 첨부파일 김현식 465 2022.10.30 17:02
909 우리서로같이감사(추수감사주일, 2022년10월23일) 사진 첨부파일 하늘기차 304 2022.10.23 16:07
908 나를 더 사랑하느냐?(창조절일곱번쨰주일, 2022년10월16일) 사진 첨부파일 하늘기차 298 2022.10.16 10:02
907 교회의 일꾼(창조절여섯번째주일, 2022년10월 9일) 사진 첨부파일 stephensh 313 2022.10.09 16:34
906 참 소망은 상속이다(세계성만찬주일, 2022년10월2일) 사진 첨부파일 하늘기차 343 2022.10.02 10:49
905 아무것도 아닌 것의 하나님(창조절네번째주일,2022년9월25일) 사진 첨부파일 만지다 343 2022.09.26 16:00
904 강물처럼 흐르는 정의(창조절세번째주일,2022년9월18일) 사진 첨부파일 김현식 311 2022.09.19 17:06
903 좁쌀 • 하나(창조절두번째주일,2022년9월11일) 사진 첨부파일 하늘기차 322 2022.09.09 16:59
902 내가 택한 내 그릇(창조절첫번째주일,2022년9월4일) 사진 첨부파일 하늘기차 292 2022.09.04 13:39
901 내가 하나님을 만나는 방식(8월 28일 저녁예배 평신도 강단: 심현모 성 사진 첨부파일 만지다 451 2022.08.29 20:13
900 그리스도 안에 넘치는 은혜(성령강림후열두번째주일,2022년8월28일) 사진 첨부파일 하늘기차 291 2022.08.28 10:21
899 그리고 그 분이 부르셨다(성령강림후열한번째주일,2022년8월21일) 사진 첨부파일 하늘기차 348 2022.08.21 10:46
898 한 달란트(성령강림후열번째주일,2022년8월14일) 첨부파일 하늘기차 290 2022.08.14 11:00
897 두 렙돈 같은 헌금(성령강림후아홉번째주일,2022년8월7일) 사진 첨부파일 하늘기차 416 2022.08.07 11:05
896 모여서 지키며 가르쳐 나누는 교회(성령강림후여덟번째주일,2022년7월31 사진 첨부파일 하늘기차 315 2022.07.31 10: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