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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나라 • 작은 나라(2010년7월 4일, 성령강림절후여섯번째주일)

하늘기차 | 2010.07.04 14:16 | 조회 2075


하나님 나라 • 작은 나라

2010년7월 4일(성령강림절후여섯번째주일) 마13:31-33

예수께서 또 다른 비유를 들어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하늘 나라는 겨자씨와 같다. 어떤 사람이 그것을 가져다가, 자기 밭에 심었다. 겨자씨
는 어떤 씨보다 더 작은 것이지만, 자라면 어떤 풀보다 더 커져서 나무가 되며, 공중
의 새들이 와서, 그 가지에 깃들인다."
예수께서 또 다른 비유를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하늘 나라는 누룩과 같다. 어떤 여자가 그것을 가져다가, 가루 서 말 속에 섞어 넣었더
니, 마침내 온통 부풀어올랐다."

예수님은 하나님 나라에대해 말씀하실 때 비유로 가르치셨습니다. 왜 비유로 말씀하셨을까요? 마13:10에 보면 제자들이 예수님께 다가와서 “어찌하여 그들에게는 비유로 말씀하십니까?”하고 묻습니다. 그러자 예수님은 11-14절에서 “너희에게는 하늘나라의 비밀을 아는 것을 허락해 주셨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해 주지 않으셨다. 가진 사람은 더 받아서 차고 남을 것이며, 가지지 못한 사람은 가진 것 마저 빼앗길 것이다. 내가 그들에게 비유로 말하는 이유는 그들이 보아도 보지 못하고, 들어도 듣지 못하고 깨닫지도 못하기 때문이다.”라고 하였습니다.

여기서 보아도 보지 못하고 들어도 듣지 못하고 깨닫지 못한다는 것은 이 마13장 비유 말씀의 중요한 바탕이 됩니다. 예수님께서는 공생애 처음 말씀을 선포하실 때 회당에서 가르치셨습니다. 그러나 회당에서의 가르침은당시 유대교의 지도자들과 율법학자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였습니다. 특히 안식일 문제나 죄 사함을 선포하는 일은 거의 신성모독으로 간주되었고, 드디어는 예수를 죽이려는 상황까지 벌어진지라, 더 이상 회당에서 가르칠 형편이 되지 못했습니다. 결국 산으로, 들로, 강으로 나아가 하나님 나라를 선포하였는데, 이렇게 하나님 나라에대한 말씀을 전할 때에 주로 비유로 말씀하셨습니다.

비유로 말씀하니 들을 수 있는 사람이 들을 수 있고, 관심이 없고, 자신과 이해가 없는 사람은 들어도 무슨 이야기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씨뿌리는 자의 비유 같은 경우에는 나중에 제자들이 사람들이 없을 때 조용히 예수님께 물어 가르침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그렇습니다. 하나님 나라의 말씀은 땅의 일에, 자신의 일에, 자신의 것, 자기의 연민에, 자기 마음에 붙들린 사람에게는 들리지 않습니다. 특히 하나님 나라의 말씀은 율법을 기준하여 들을 때 전혀 이해될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떤 분이 밭에 나가 일을 하는데 마침 아이 볼 사람이 없어 어린 애를 등에 없고 밭 일을 나갔습니다. 한 참 일을 하고 돌아오니 아이가 없어졌습니다. 그래서 옆집 사람에게 우리 아이 보지 못했냐고 묻자 옆집 사람이 크게 웃으면서 등에 기대어 자고 있다고 말 하였다는 것입니다. 자기 일에 몰두하다 보니 애기를 등에 엎은 것을 전혀 몰랐다는 것입니다. 어찌보면 하나님 나라는 이와같은 것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아직 완성되지는 않았지만 이미 우리 안에 씨앗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하나님 나라는 이미 우리 안에 있지만 다른 것에 정신팔려 이 소중한 것을 보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 행복의 씨앗, 기쁨과 소망, 믿음의 씨앗이 이미 뿌려져 있는데, 다른 사람의 행복, 즐거워 하는 것 만 보이지 나에게 있는 귀한 씨앗을 못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예전에 파이란이라는 영화를 꽤 감동적으로 본 기억이 납니다. 그 영화에서 주인공 강재는 3류 건달입니다. 감옥에도 들락날락하는데, 여차여차해서 스리랑카의 여인과 위장 결혼을 합니다. 그런데 아마도 딱 한 번 그 여자와 대면을 하는데, 그리고 감옥에 다시 갇혔고, 얼마 후 출옥을 하게 되는데 그에게 위장 결혼한 여자가 죽었으니 그 유골을 찿아가라는 연락이 온 것입니다. 그런데 그 유골과 함께 편지 한 장을 보게 되는데, 이 전에도 몇 통의 편지를 보내어 읽었지만, 그저 그 여인이 결혼해 주어서 이 곳에서 살게되어 고맙고, 자신의 친절에 감사한다는 것이었는데, 이 번에 마지막 유언과 같은 편지를 받게 된 것입니다.

자신에게 친절하고, 착하다는, 그래서 조심스럽게 사랑해도 되겠느냐는 질문도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내가 죽으면 꼭 만나러 와 달라면서, 그러나 세상 누구 보다도 강재씨를 사랑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마지막에 백수 건달 강재는 이 편지를 읽고 펑펑 웁니다. 정말 어느 누구에게, 자기 후배에게도 인정 받지 못하고, 사랑받지 못했던, 아니 자기 자신 스스로도 자기를 인정할 수 없는 3류인생이었는데, 그런 강재에게 처음으로 사랑한다고 자기를 인정해 주는 진심어린 이야기를 들은 것입니다. 이 여인은 강재의 마음 속에 감추어져 평생 한 번도 드러내 보지 못한 강재의 좋은 것을 끌어낸 것입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그런 것이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 한 사람의 마음, 영혼을 쉬게하고, 인정해 주는 나라, 그런 나라말입니다. 특히 인상적인 마지막 대사는 자기는 강재씨에게 아무 것도 줄 게 없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바로 이렇게 눈에 보이는 것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주는 나라입니다. 이 전에 카모메 식당 이라는 영화 속에서도 그 식당을 중심으로 지역의 사람들이 얼마나 따뜻하게 지내는지, 정말 하나님의 나라가 멀리있지 않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음식을 파는 것이 아니라 사랑, 관계를 나누는 공간이었지요.

오늘 말씀에 하나님 나라는 겨자씨와 같다고 합니다. 겨자씨는 어떤 씨 보다도 작지만 자라면 어떤 풀 보다도 더 커져서 나무가 됩니다. 하나님 나라가 겨자씨와 같고 하면 이제 여러 번 들어서 아주 보잘 것 없이 작지만 나중에 커지는 것 하며 익숙하게 받아들입니다. 그런데 만일 하나님의 나라가 좁쌀과 같다고 한다면 어떨까요? 원주에 사셨던 고 장일순 선생님은 자신을 좁쌀이라 했습니다. 결코 크지 않지만 그러나 온 우주를 담고 있다고 했습니다. 좁쌀이 온 우주를 담고 있다고 하니 뭐 참 대단하구나 할지 모르겠는데 사실은 모든 생명이 모든 존재가 이렇게 좁쌀 한 알에서 이루어지는 생명의 일을 그대로 이루어 가지 않겠습니까?

그러니까 좁 쌀 한 알이 만들어지기 까지 햇볕과 바람, 비, 그리고 농부의 관심과 땀. . . 그리고 나비와 벌 . . . 공기. . .우리가 두 발로 디디고 있는 흙. . . 온 자연, 우주가 이 좁쌀 한 알에 모두 담겨있다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겨자씨 한 알을 하나님의 나라로 비유하는 것이나 좁쌀 한 알 속에 온 우주가 담겨있다고 하는 말이나 다 똑같은 말이 아니겠습니까? 그렇다면 이것은 다시 말하자면 좁쌀 한 알, 겨자씨 한 알이 모두 제 몫의 생명을 펼치며 자기의 생명을 다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이 작은 하나에 대한 것을 진지하고도 귀하게 여기고, 그리고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소중한 것은 예수님 당시나 지금 이 시대나 마찬가지 일 것입니다. 그러나 작은 것 하나가 참 귀한데, 그것을 귀하고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 풍조가 흐르고 있지 않나 하는 것입니다. 크고, 빠르고, 힘있는 것에의해, 작고, 느린, 조용한 것이 무관심 속에 묻혀버리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오늘 말씀에서 예수님은 하나님의 나라는 겨자씨와 같다고 하면서 이 씨앗이 자라면 어느 풀 보다 큰 나무가 된다고 합니다. 이 겨자는 풍성하게 잘 자라면 무려 3m 높이 까지 자란다고 합니다. 그러나 겨자는 어디까지나 풀이지 나무는 아닙니다. 더구나 1년생 풀이라고 합니다. 피고 지고, 또 피고가 아니라 그 해 피고나면 생명을 다 하는 보잘 것 없는 풀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하나님의 나라를 보잘 것 없는 1년생 풀에 비유한 것입니다. 구약에서는, 그리고 예수님 당시에도 역시 키가 크고, 아름답고, 기풍이 있고, 썩지 않으며 향이 좋은 나무로 백향목을 쳤습니다. 그래서 이스라엘은 성전이나, 제단, 또는 궁궐을 지을 때 백향목을 사용했습니다. 그래서 왕의 권세, 권위, 그리고 이스라엘의 영원무궁을 표현할 때 백향목을 상징으로 사용했습니다. 또 전통적으로 이스라엘은 풍성한 열매를 맺는 포도 나무, 또 다양한 용도로 사용하는 올리브 나무로 이스라엘을 상징하였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하나님의 나라는 그런 힘 있고, 권력이 있는 다윗 왕과 같은 왕이 아니라 지금 현 삶의 자리에서 한 생명으로 살아가는 작고 보잘 것 없는 사람들에 의해서 시작된다는 것을 말씀하신 것입니다. 또 예수님은 하나님 나라를 누룩에 비유하였습니다. 원래 누룩은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었습니다. 좋지 않은 것을 확산시키고, 병균이나, 바이러스가 퍼져 나가는 것 따위를 의미하였습니다. 그래서 예수님도 5병2어의 기적을 베푼 후에 배를 타고 갈릴리 바다를 건너며 제자들과 대화하는 중에 ‘바리새파 사람의 누룩과 헤롯의 누룩을 조심하라’고도 하였는데, 예수님은 그러한 누룩이 밀가루 반죽에 들어가서 밀가루 전체를 부글부글 부풀어 오르게 하는 변화와 생명력 넘치는 현상을 하나님의 나라의 상징으로 사용하였습니다.

겨자씨도 그렇고 누룩도 비록 작고, 적지만 그것을 귀하게 여기며, 소중하게 보는 삶, 그리고 그들이 이루어 놓은 것이 보잘 것 없지만 이미 그 안에 하나님의 나라는 시작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가만히 있으면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사랑은 표현되어야 사랑입니다. 또 불가능을 바라보지 말고 하나님을 바라보는 것이야말로 그것이 하나님의 나라인 것입니다.

오늘 말씀에 겨자 씨앗이 싹이 나서 크게 자라 공중의 새가 깃들었다고 합니다. 공중의 새들은 그 당시 이방 민족을 상징하였습니다. 그런데 꼭 이방인들로만 볼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예를들어 보금자리 없는 공중의 새, 쉴 곳 없는 나그네, 상처입고 방황하는 한 영혼, 북한에서 이주한 새터민들, 외국인 노동자들, 일용직 노동자들일 수 있습니다. 하나님 나라는 어떤 거창한 것, 커다란 프로젝트가 아니라, 사람이 쉴 수 있고, 나누며, 품어주는 보금자리, 쉴만한 터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 조주현 성도님께서 이끌고 계시는 학교 밖 학교인 디딤돌 학교, 얼마전 소천하신 고 박영순님께서 오랜 동안 마음에 품고 꽃 피워냈던 지역의 작은 도서관, 교회 옆 대안학교인 꿈어린이 학교, 그리고 수지장애인자립생활센터, 그리고 여러분 가정 등. . . 작은 나라가 여기 저기서 꼬물락, 꼬물락, 마치 달팽이 같이 천천히 주변에서 살아 움직이는 것이 볼 수 있는 눈, 들을 수 있는 귀를 가진 분들은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비록 평범한 우리지만 스스로 크고 힘이 세고, 빠른 것이 아니라 느리고, 연약해 보이며, 작지만 우리 안의 소중한 생명의 가치를 섬세하게 드러내는 하나님 나라 멋지게 만들어 갈 수 있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여러분의 삶 속에 하나님의 나라 싹 티우시기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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