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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을 당하심 ? (사순절다섯번째주일.2023년3월26일)

하늘기차 | 2023.03.26 13:29 | 조회 239


                        고난을 당하심 ?

사순절다섯번째주일(2023326)                                                                  5:7-9

   오늘 말씀에서 히브리서 기자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고난을 당하심으로 순종을 배웠으며, 완전하게 되셔서 순종하는 모든 사람에게 영원한 구원이 되셨고 안식이 되어주셨다고 합니다. 순종을 배웠다고 합니다. 당혹스러운 것은 순종을 배운다고? 배울 수 있는 것인가? 다시 생각해보니 제가 늘 말하던 훈련과 착각을 하였습니다. 훈련이란 반복적인 자기 노력을 통해 무엇을 이룩하는 것인데, 그래서 저는 한동안, 지금도 한국교회에 회자되고 있는 제자훈련을 인정할 수가 없습니다. 제자들이 제자훈련교제가 아니라 예수님과 3년 동안 동거동락 하면서 언행과 기적을 통해 훈련받았지만 마지막에 모두 다 뿔뿔히 흩어졌습니다. 지금 그렇게 한국교회는 흩어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제자훈련이라는 발상 자체가 잘 못 된 것입니다. 이것은 겉으로 드러내 놓지 말고 진행되어야 할 조심스러운 내적 행위어야 하지 않나 라고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교회의 훈련은 십자가의 죽음을 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십자가의 죽음을 어찌 훈련할 수 있을까요? 십자가의 죽음은 깨우침이고, 두렵고 떨림입니다. 제자훈련의 열심은 오히려 참 생명의 복음을 가리는 종교행위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배운다는 것은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안다, 깨닫는다 등을 포함하는 의미라고 봅니다. 깨우침은 훈련을 통해 얻어지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런데 오늘 말씀은 고난을 당하심으로 순종을 배웠다고 합니다. 순종과 고난 그리고 배움이 어떻게 연결이 될까요? 고난을 당하심으로 순종을 배운다니,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는데, 당하심으로라는 말이 걸림돌이 되었습니다. 십자가의 죽음을 통해 순종을 배운다는 것인데, 당하셨다는 수동적인 표현은 십자가를 통해 아버지 하나님의 뜻을 바라보는 예수님의 마음을 표현하기에는 무언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수님은 마지막 유월절 만찬을 제자들과 나눈 후에 감람산으로 기도하러 가셨습니다. 그렇게 시간과 장소를 정하여 기도하셨습니다. 기도를 마치고 이제 되었다 하시며 자리를 이동하는 중에 로마의 친위대와 성전 수비대가 가룟 유다와 함께 예수님에게 찿아와 예수님을 체포하였습니다. 체포하는 중에 제자중에 한 사람이 칼을 들어 대제사장의 종의 귀를 베었지만, 예수님은 칼을 쓰는 사람은 모두 칼로 망한다 하면서 귀를 고쳐주시고, 이렇게 되는 것은 예언자들의 글을 이루려 하신 것이라고 합니다. 지금 십자가를 향하여 진행되는 과정이 아버지의 뜻이며, 그 뜻을 따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고난 당하심으로 배웠다는 말의 수동태 당하심은 십자가의 죽으심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적절히 표현하지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당하심은 단지 세상권력의 폭력으로 주님의 가는 길이 단절되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물론 당했다는 것을 그동안의 인류의 역사 속에 자행되었던 폭력, 특히 국가 폭력으로 인하여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임을 당하였으며, 바로 그 죽음을 주님도 똑 같이 당하셨다는 뜻에서 받아들이기에 합당한 말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배웠다는 말을 단지 수동태로 받아들이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여러 번역 본을 살펴보았는데, 그 중에 공동번역이 제 생각에는 고난을 기중 잘 표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동 번역은 고난을 겪음으로써 복종하는 것을 배우셨습니다.”로 되어있습니다. “겪는다라는 말이 저에게는 적절하게 다가왔습니다.

    고난을 겪는다는 말씀을 묵상하면서 욥이 생각났습니다. 욥이 가장 힘들어한 것은 왜 이 고통이 지금 나에게 오고, 친구들이 주장하듯이 나의 죄 때문이라는 것을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세상의 현상을 나의 논리로 의지로 감정으로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자신의 의를 변론하는 중에 악인이 잘되고 행복하다는 자기 모순에 빠지기도 하는데, 결국 하나님을 대면하고 나서야 지금에 처한 사실을 그대로 인정하며 의로운 자의 고난, 다가오는 재난 등 선과 악 사이에 하나님은 자유로우신 하나님이며, 인간의 희노애락에 좌지우지 되지 않는 하나님이라는 것, 그 모든 것이 하나님의 섭리와 경륜, 허락하심에 따른 것이라는 것을 깨닫고 하나님의 섭리 안에서 누릴 수 있는 참 평화를 얻습니다. 성도 여러분! 하나님을 만나야 합니다. 그것도 나를 위해 십자가에 달려 피와 땀을 흘리며 고통당하시는 예수님를 만나야 합니다. 여러분 꼭 만나시기 바랍니다. 그래야 합니다.

   혹여나 지금 스스로 이해해할 수 없는 어려움에 처하고 계시지는 않으신지요? 하나님께서는 바로 그렇게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어려움을 통해 보다 넓고, 깊은, 그리고 높은 생명의 길로 나를 인도하시는 것은 아닐까요? 

   말장난한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5:6은 주께서 십자가에 달려 죽으시고 부활하셔서 영광의 자리 우편에 앉아계시는데, 죽임당한 것 같다고 합니다. 폭력으로 죽어간 인류와 함께 죽임당하신 모습으로 계신다는 것인데, 이것은 하나님의 영광 만 바라보지 말고 약하고 소외된 가난한자들의 죽음을 보라, 폭력으로 참담한 죽음을 당한 사람들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결코 영광은, 재림은, 선한 아버지의 뜻의 완성은 없다고 말씀하고 계시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에도 당하심은 이 번에 성경을 읽으며 배웠다는 말과는 잘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하는 것을 어떻게 배울 수 있나요. 예수님은 어찌 보면 공생에 전체가 세상, 어두움, 죽음의 권세와의 싸움, 저항이었는데 당하다는 자신의 연약함과 부족함이 세상에 그대로 노출된 느낌, 예수님의 모습과는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하심에는 과정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즉 고난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에 대한 마음이 읽히지 않습니다. 예수님은 십자가를 향하며 빌라도 앞에서, 대제사장과 헤롯, 모든 기득권 앞에서 군중들 앞에서, 제자들에게도 침묵하였습니다. 예수님은 사람들에게 침묵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을 듣기 위해 모든 것을 멈추는 침묵, 하나님의 말씀 만 살아나는 침묵을 하셨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이 번 사순절연속침묵기도회에 함께 하였습니다. 예수님은 침묵을 통해 십자가의 죽음을 온전히 홀로 죽으셨습니다. 수동이 아니라 능동이십니다. 수동을 능동하신 것입니다. 말씀을 능동으로 받으셨습니다. 사람들과 웃고 울며 먹고 마시며 말씀과 기적을 나누며 함께했던 일을 뒤로하고 예루살렘으로 항하며 침묵하셨습니다. 스스로 십자가로 나아가며 고난을 견디셨습니다. 아버지 하나님의 말씀이요, 뜻입니다. 말씀을 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육신을 입으신 사람 예수는 스스로 죽음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어 예수님은 마지막 기도를 감람산에서 드렸습니다.

   십자가라는 아버지 뜻 앞에 예수님은 아버지 가능하다면 이 잔을 거두어주시기 바란다고 몸부림을 치셨습니다. 그러나 내 뜻대로 마시고 아버지 뜻대로 하옵소서라는 기도를 마치고 예수님은 관원들에게 체포당한 것이 아니라 십자가를 향하여 나아간 것입니다. 예언하신 말씀대로 나아가며, 고난을 통하여 참 순종이 무엇인지를 깨달으셨습니다. 배우신 것입니다. 말씀은 절대 순종이 아니고는 말씀이 말씀 될 수 없다는 것을 십자가의 고난을 통해 배우셨습니다. 고난을 이끌어가시며 아버지의 뜻과 깊은 교제를 하신 것입니다. 그런데 그 교제의 극치는 순종입니다. 그리고 부활로 완전해지셨습니다.

   우리는 이 절대적 순종을 외 아들 이삭을 바치는 아브라함에게서 볼 수 있습니다. 얼마나 많은 생각과 회한이 들었을텐데 아브라함은 침묵하며 하나님이 지시하는 모리아산으로 향했습니다. 그냥 흉내만 낸 것이 아니라 칼을 뽑아 이삭의 목에 꽂으려 하는 순간, 천사가 나타나 네가 하나님 두려워하는 줄을 내가 이제 알았다고 합니다. 하나님 경외하는 줄을, 순종하는 것을 알았다고 합니다. 오늘 본문 7절의 예수의 경외심은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을 보고 알았다고 한 그 두려움입니다. 감정적인 공포가 아니라 아버지 뜻에대한 두려움과 떨림입니다. 세상 모든 것이 멈추는, 아버지의 뜻 만 살아나는, 그래서 침묵으로 아버지의 뜻을 바라보는 절대 순종을 아버지께서 인정한 것입니다.

   주님은 고난을 당하심으로써 복종을 배우셔서, 완전하게 되셨다고 합니다. 오늘 말씀입니다. 십자가에서 다 이루셨다고 하신 말씀이 바로 그 모습입니다. 예수님은 자기를 구원하실 수 있는 분께, 큰 부르짖음과 많은 눈물로써 기도와 탄원을 올렸습니다. 인류구원을 위해 예수님이 이 땅에 오셔서 사람의 몸을 입고 사람의 모습 그대로를 사시며 죄의 고통을 몸소 십자가로 겪으셨습니다. 십자가의 고통은 선과 악의 사이에서 발생하는 인간 세상의 고통이 아니라, 하나님 고통입니다. 아브라함이 그 고통을 겪은 것입니다. 아들을 죽음로 내모는 고통입니다. 오늘 말씀에 예수님은 고난을 통해 순종을 배워 완전해진 이유가 모든 사람에게 영원한 구원의 근원이 되시고 안식이 되어주시기 위한 것이라 합니다.

   교우여러분! 다른 사람이 이해할 수 없는,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을 겪고 있으신지요. 나를 부르셔서 죄 없다고 인정하시는 아버지 하나님께 순종하여 아브라함처럼, 예수님처럼 경외함을 인정 받아, 지금의 고통이 오히려 생명의 길인 십자가로 나아가는 길임을 믿음으로 고백하시기 바랍니다. 이 어려움 후에 어떤 놀라운 은총으로 나를 통해 주님의 뜻을 세우실지, 오늘 말씀은 구원이요, 안식, 즉 평화라 하셨는데, 주님이 함께하십니다. 새 힘 주십니다. 위로와 평화를 주십니다. 이 놀라운 구원의 신비가 교회와 이웃과 우리 각자의 삶에 넘치기를 바라며 우리서로 같이 교회이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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