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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품(어버이주일, 2019년5월12일)

mungge | 2019.05.12 18:36 | 조회 1072

어머니의 품 / 이사야 49:13~16

13.하늘아, 기뻐하여라! 땅아, 즐거워하여라! 산들아, 노랫소리를 높여라. 주님께서 그의 백성을 위로하셨고, 또한 고난을 받은 그 사람들을 긍휼히 여기셨다. 14.그런데 시온이 말하기를 "주님께서 나를 버리셨고, 주님께서 나를 잊으셨다" 하는구나. 15."어머니가 어찌 제 젖먹이를 잊겠으며, 제 태에서 낳은 아들을 어찌 긍휼히 여기지 않겠느냐! 비록 어머니가 자식을 잊는다 하여도, 나는 절대로 너를 잊지 않겠다. 16.보아라, 예루살렘아, 내가 네 이름을 내 손바닥에 새겼고, 네 성벽을 늘 지켜 보고 있다.

제가 밤토실 백일장에서 공동장원을 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축하해 주시면서, 이런 말들을 꼭 덧붙이시더군요. “목사님이 올해 장원이시라고요. 축하드립니다. 저도 내년에는 꼭 나가보겠습니다.” 제가 장원을 하고 난 후 긍정의 바이러스를 전파하고 있습니다. 누구든지 밤토실 백일장에 참여할 수 있다는 자신감 말입니다.

제 시의 제목은 열등감입니다. 70년 개띠로 태어난 제가 아동, 청소년 시기에 얼마나 심한 열등감에 싸여 살았는지를 힘없고 볼품없는 강아지에 빗대어 표현한 것이지요. 저도 누구나 성장하며 겪게 되는 자기만의 아픔과 상처를 안고 살아왔습니다. 물론 이제는 그 시절을 좀 더 여유 있는 마음으로 돌이켜 볼 정도는 되었지만, 여전히 마음 한 구석에는 어머니에 대한 원망이 남아 있기도 했습니다. “그때 조금만 가난을 벗어났어도, 그때 어머니, 아버지가 곁에만 있어 주었어도...”

그런데 이번 어버이날에 어머니를 찾아뵈었을 때, 어머니가 제 손을 잡고 기도하시며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아무것도 못 해주어서 얼마나 미안한지 모른다.” 그 말을 듣고서야 저는 어머니에 대한 그 작은 서운함과 원망마저 눈 녹듯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저의 어리석음과 이기심을 깨달았습니다. “, 나는 내가 실패하고, 어려웠던 상황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있었구나. 어머니가 나를 생명으로 잉태하고 양육하고, 쉼 없이 눈물 흘리며 기도해 주셨던 것은 잊어버리고.”

나이가 50이 되어서야 늙으신 어머니의 쭈글쭈글해진 손을 잡으며 그 분의 마음을 읽게 되었습니다. 어머니는 어머니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을 나에게 해 주신 것이었습니다. 다른 어떤 부모와 비교할 것이 아니라, 나의 어머니는 나의 어머니가 힘겹게 맞선 환경에서 가장 귀하고 소중한 것을 저에게 주려고 애쓰신 것입니다.

 

저의 어리석고 이기적인 모습을 되돌아보며 오늘 성서의 말씀을 새롭게 새겨봅니다. 오늘 읽은 말씀은 제2이사야라고 구분 짓는 단락 안에 있습니다. 2이사야서는 40장부터 55장까지인데, 이스라엘이 바벨로니아에 나라를 빼앗기고 포로로 잡혀 갔을 때 포로지에서 쓰였습니다. 2이사야의 첫장인 40장을 펼치면 이전까지 반복되어 나오던 심판에 대한 무서운 경고와 책망의 말씀이 사라지고 희망의 메시지가 등장합니다. 바벨로니아 제국을 통해 참혹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는 경고의 말씀이 다시 예루살렘으로 돌아가 회복 될 것이라는 희망의 말씀으로 바뀌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희망의 말씀을 예언자들이 하는데도 정작 이스라엘은 다른 반응을 보입니다. “주님께서 나를 버리셨고, 나를 잊으셨다라고 원망의 소리를 높입니다. 하나님이 자신들을 그 참혹한 전쟁에서 구해주지 않았고, 주위의 수많은 가족과 이웃이 죽임 당했고, 결국 자신들은 포로로 끌려와 노예처럼 비참하게 살고 있다는 고통스러운 현실에 대해 불만과 원망만을 늘여놓고 있습니다. 사실, 그 전쟁과 죽음과 포로의 과정은 하나님을 떠나 제 멋대로 살며 우상숭배에 빠졌던 자신들의 죄악의 결과임은 잊은 채, 자신들이 현재 마주한 실패와 고통의 현실에만 매몰되어 있습니다.

이런 어리석은 이스라엘을 향해 하나님이 애타는 마음으로 절절하게 말씀하십니다. 내 태에서 태어나고, 내 젖먹이였던 너를 어찌 내가 긍휼함으로 바라보지 않겠느냐. 어떻게 내가 내 자식이 되는 너를 잊을 수 있겠느냐. 내가 너의 이름을 내 손바닥에 새겨 놓았고, 네 삶을 지켜보고 있다.”

이스라엘은 자신을 이집트 노예의 삶에서 건져주고, 광야에서 새로운 민족으로 잉태하고 낳아주신 하나님의 품을 잊었습니다. 이스라엘의 일거수일투족을 머리카락 세듯이 세심하게 살펴보고 품어주고 양육해 주신 하나님을 잊어버린 것입니다. 고난과 역경 앞에서 하나님이 이스라엘을 잊은 것이 아니라, 어리석고 교만한 이스라엘이 하나님을 잊어버린 것입니다. 구약의 예언자들이 역사의 현장에서, 야훼 예배자들이 거룩한 성전에서 이스라엘을 향해 외치는 말들이 있습니다. 히브리 구약성서에 반복해서 나오는 하나님에 대한 이야기이다.

(34:6) “나 주는 자비롭고 은혜로우며, 노하기를 더디하고, 한결같은 사랑과 진실이 풍성한 하나님이다.”

(시편86:15) “주님, 주님은 자비롭고 은혜로우신 하나님이시요, 노하기를 더디 하시며, 사랑과 진실이 그지없으신 분이십니다.”

(시편103:8) “주님은 자비롭고, 은혜로우시며, 노하기를 더디하시며, 사랑이 그지없으시다.”

시편145, 역대기하30, 요엘2, 요나4장에 반복되는 표현입니다.

 

하나님은 자비로운 분이십니다. 자비라는 단어는 오늘 우리가 읽은 본문의 긍휼이라는 단어와 같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구약에서 자비와 긍휼로 번역되고 있는 히브리 단어는 라훔입니다. (히브리어 헤세드자비’, ‘인자로 번역됩니다.) 그런데 라훔레헴이라는 단어와 같은 어근에서 파생되었습니다. ‘자비로 번역되는 라함과 같은 어근을 가지고 있는 레헴은 어머니의 자궁을 뜻합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입니까?

우리에게 한없는 자비와 긍휼을 베푸시는 하나님은 어머니이십니다. 오늘 본문에서 표현한대로 어머니 하나님의 태에서 우리의 생명이 잉태되었고, 어머니 하나님은 자궁을 찢는 고통 속에서 우리를 이 세상에 낳아 주셨습니다. 어머니 하나님은 우리를 가슴에 품고 젖을 물리며 양육해 주셨습니다. 그러니 어찌 어머니 하나님이 우리를 긍휼히 여기지 않으시겠습니까? 어찌 우리를 가엾게 여기지 않으시겠습니까? 인간의 어머니도 자신의 배에서 태어난 아이가 장애인이라도, 병약한 몸이라도 절대 포기하지 않고 젖을 물리며 키워주시는데, 어머니 하나님이야 더 무엇을 말하겠습니까? 어머니 하나님은 한 번도 우리를 잊어버린 적이 없으십니다. 우리 삶에서 가장 친밀하게 곁에 계신 분이 어머니 하나님이십니다.

하나님은 자신의 존재를 이 땅에 드러내는 여러 방법 중 가장 중요한 통로로 우리의 어머니를 택하셨습니다. 우리를 언제나 품어주시고, 기다려 주시고, 우리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시는 어머니를 통해, 우리와 함께 하시며, 우리 안에 임재하시는 어머니 하나님을 체험합니다.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 그림동화책

 

아이는 어른으로 성장할 때까지만 어머니의 양육과 돌봄이 필요하지만, 우리는 영원히 하나님의 품이 필요합니다. 어머니의 사랑, 부모님의 희생을 통해 우리에게 임재하시는 하나님을 만납시다. 오늘이 비록 고통과 고난의 현실이라도, 우리에게 생명을 주시고, 그 생명을 품어주셔서, 존재의 일상을 가능케 하시는 어머니 하나님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하나님은 오늘도 그분의 가슴을 열어 젖을 물리시며 일용할 생명과 양식으로 우리를 인도해 주십니다. 이것을 믿고 온전히 하나님께 여러분을 맡기십시오. 우리는 아이처럼 어머니 하나님 품에 안겨 있으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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