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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워 떠는, 낯선 부활(2014년4월5일)

하늘기차 | 2015.04.06 09:04 | 조회 1956



                                           무서워 떠는, 낯선  부활
부활주일                                                                                                                      막16:1-8

   안식 후 첫 날, 새벽에 막달라 마리아, 야고보의 어머니, 그리고 살로메는 예수님께 발라드릴 향유를 가지고 무덤으로 향하였습니다. 그런데 첫 부활을 목격한 증인들은 여전히 십자가에 달린 예수님 만 바라 보였습니다. 죽음에 매여 죽음을 처리하기 위해 죽음의 자리인 무덤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걱정은 죽음을 막아놓은 큰 돌을 어떻게 치울 수 있겠는가 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죽음은 없습니다. 죽음은 허구입니다. 바로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의 죽음을 통해, 아들 예수를 아버지 하나님으로부터 완전히 끊어 놓으려는 죽임을 믿음으로 받으신 그 십자가의 죽음을 통해, 그 죽음이 거짓이라는 것을 드러내셨습니다. 오히려 죽음은 참 생명을 드러내는 역할을 해 주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죽음을 향하고 있습니다. 주일은 바로 매 주 부활을 기념하기 위해 모이는 것인데, 입으로는 부활을 찬양하지만, 의식과 삶과 행동이 죽음의 일들에 익숙해 있지 않은지 모르겠습니다.

   부활절 때 마다 이야기하지만 예수님의 부활은 무덤 속에 묻혀있던 사람이 다시 살아나 베옷을 풀고 무덤을 헤치고 지상으로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한 여름 납양 특집에서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첫 부활은 그렇게 미쳐 부활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상황에서 찿아왔습니다. 그래서 처음 부활은 놀라웠고, 벌벌 떨며, 넋을 잃을 정도였고, 무서워서 아무에게도 아무 말도 못하였습니다.

   그런데 요즈음 성탄절도 그렇고,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부활절도 초코렛과 기념상품으로 이미 세속화되어 이벤트와 축제가 되어버린지 오래입니다. 텍사스 크리스챤 대학의 강남순 교수는 금요일 (수난)은 일요일 (부활)을 위한 '장식'일 뿐이며, 그 수난과 부활 사이, 그 경계의 시간, 공간인 죽음의 "토요일"은 부재하며, 부활은 지극히 낭만화되고, 종교적 '승리주의'의 화신으로 해석되고, 설교되고, 축하되고 있다고 하면서 '부활'의 의미보다는 "기독교 승리주의"와 "지배자"로서의 모습이 만천하에 선언되는 것으로 만들어지고 있다며 안타까워 합니다. 그러니까 부활을 그저 "기독교의 영광스러운 승리" 로 해석한다면, 그것은 지금도 처절한 고통 속에서 매 순간을 보내고 있는 이들, 자신의 생명과도 바꿀 수 있는 아이들이 서서히 그 암흑의 바다속에서 잠겨가는 것을 밤마다 떠 올리며 참을 수 없는 고통을 이어가야 하는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들의 가족들에게 너무나 잔인한 '신의 표상'며, 그들이 "왜 그 '승리의 하나님/ 부활의 하나님'은 지금도 '침묵'하는가?"라는 물음을 던진다면 승리주의적 신을 이 부활절에 외치는 기독교는 어떻게 반응 할 수 있는가 라고 질문을 합니다.

   말씀드렸지만 첫 부활은 죽음과 패배에 붙들린 사람들에게 낯 설게 찿아왔습니다. 무덤가의 마리아는 예수를 정원사로 알았으며, 엠마오로 가는 제자들은 함께 걷는 예수를 철저한 타자로 생각했으며, 낙담하여 모여있던 제자들도 부활한 예수를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즉 부활한 예수는 요즈음 식으로 말하자면, TV 뉴스, 신문들, 또는 SNS 등에서 대서특필되는 '승리자' 의 모습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예수와 가장 가까웠던 이들도 그들과 함께 있는 사람이 '부활한 예수'라는 것을 알아차린 것은, 예수가 그들의 "이름을 부르고," "함께 먹고, 마시고, 대화하는" 그 삶의 나눔의 과정속에서 비로소 그 부활의 존재를 알아차리기 시작하면서입니다.

   부활한 주님은 지금 세계 곳곳에서 떠들석하게 축하하며 '승리주의적 축제'를 벌이는 곳에 등장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사실상 그 "부활"의 심오한 의미를 왜곡시킵니다. 그 대신 그 누구도 대신 해 줄 수 없는 아픔과 고통속에서 깜깜한 절망의 시간들을 보내고 있는 이들이 있는 곳, 고독하게 홀로 죽어가는 무수한 독거자들의 주검 곁에, 이 삶의 무의미와 씨름하다가 이 삶의 짐을 견디지 못해 자살로 마감한 생명들 곁에, 한국사회의 극심한 인종차별주의로 어두움속의 삶을 살아가는 다문화가정의 어린이들 곁에, 자신의 생명과도 바꿀 수 없는 자식이 우연한 '사고'가 아닌 무책임한 '참사'속에서 죽어갔다는 것이 주는 처절한 아픔속에 매 순간을 보내고 있을 광화문 광장의 세월호 유가족들 곁에, 그리고 보이지 않는 '음지들' 에서 무관심속에 사그러져가는 생명들 곁에서 소리없이 그들과 '함께' 있어주고, 아파하고, 말 건네고, 누워있는 '연민의 예수 그리스도'로 매일 매일, 매순간 부활하고 있으며, 부활해야만 합니다.

   부활은 내 자리에서 내 꽃 피워내 이웃들과 함께 형형색색의 부활의 정원을 가꾸어 나가는 것입니다. 죽은 예수가 아니라 살아계신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하는 여러분들이 되기를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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