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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그것을 어떻게 읽고 있느냐?(성령강림후열네번째주, 2013년8월30일)

하늘기차 | 2015.08.30 15:50 | 조회 1859


               너는 그것을 어떻게 읽고 있느냐?

성령강림후열네번째주                                                                                           눅10:25-37

     오늘이야기는 어느 율법교사가 영생에대해 물을 때에, 이웃사랑에대해 말씀하시면서 들려준 이야기입니다. 선한사마리아인의 이야기 속에 강도 만난 사람을 살려준 사람은 종교인들이 아니었습니다. 유대인들이 상종하지 않았던 사마리아인이었습니다. 이 율법교사는 예수님과 율법에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예수님도 그렇게 시작을 하십니다. 율법에 무엇이라고 기록하였느냐?고 묻자

                “‘네 마음을 다하고 네 목숨을 다하고 네 힘을 다하고 네 뜻을 다하

                  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여라’ 하였고, 또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여라’”고 대답합니다. 근데 예수님이 바로 뒤에 한 마디를 더 하시는 것을 놓치면 안됩니다. ‘너는 그것을 어떻게 읽고 있느냐?’라고 물으시는데, 처음에는 ‘율법에 무엇이라고 기록하였느냐?’고 물으시는데, 이것은 TEXT에대한 물으심입니다. 두 번째 질문에서는 ‘너는 그것을 어떻게 읽고 있느냐?’라고 물으시는데, 이것은 ‘CONTEXT’에 대해 물으시는 것입니다. 왜 예수님은 평생 율법을 연구하고, 해석하고, 가르쳐서 사랑에대해 이골이 났을 율법사에게 ‘너는 그것을 어떻게 읽고 있느냐?’라고 하였을까요? ‘TEXT’가 아니라 ‘CONTEXT’를 묻고 계십니다.

     해방 70주년을 즈음해서 건국67년이라는 이상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것은 얼마 전에 남과북이 싸움같지 않은 싸움으로 국민들을 불안케 하는데, 외신이나 나라 밖에서는 소란을 떨지만, 정작 당사자인 국민들은 조용합니다. 이 난리가 거짓인 것을 알고 있습니다. 늑대가 나타난 것입니다. 언제까지 이렇게 거짓 평화를 조장해가는 것을 바라만 보아야할지, 그리고 그 거짓 평화 속에 너무 많은 희생과 고통과 아픔과 지금 이 시대에 한반도에서 일어나는 수 많은 눈물들을 어떻게 보상할까라는 강박이 저에게 있습니다. 예수님도 눅19:41에서 예루살렘을 향하여 ‘오늘 너도 평화에 이르게 하는 일을 알았더라면, 좋을 터인데! 그러나 지금 너는 그 일을 보지 못하는구나.”하며 눈물을 흘리시며 탄식하셨습니다. 지금 주님은 ‘CONTEXT’ 말씀하신 것입니다. 주님이 제자들을 파송할 때 당부하시기도 한 이 평화에대해 말하고, 만들어 가야할 당사자는 누구일까요? 강도가 누구일까요? 사마리아인은요? 그리고 왜 그런 숲 속에 그 시간에 그 숲속 산 길 내리막길에 나타날 것 같지 않는 제사장과 레위인이 등장할까요? 그 당시, 이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 그리고 지금 이렇게 예배를 드리며 이 이야기를 읽는 우리들에게 예수님은 ‘어떻게 읽고 있느냐?’‘CONTEXT’를 묻고 계십니다. 여러분은 이 이야기를 어떻게 읽고 계십니까?

   안산시기독교연합회에서 안산복음화대성회를 안산제일교회에서 지난 23일~25일 까지 열었습니다. 세월호의 아픔을 치유하자는 취지의 성회였지만, 세월호 가족들은 성회에 초청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집회 전, 교회 인근 곳곳에서 피켓을 들고 구원을 요청했지만, 관심을 받거나 환영받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그 거룩한 성회에 참석하는 성도들은 물론이고, 목사님들과 강사 목회자는 이 분들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습니다. 역설도 이런 역설은 없을 것입니다. 그런면에서 안산의 화정교회는 지난 봄에 유가족 들을 초청해 소박하게 교인들의 순수한 솜씨로 위로의 음악회를 열고 같이 식사를 나누었고, 버려진 느티나무를 구해 나무를 깍고 다듬어 손기도 십자가를 만들어 가족들에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패러디’라는 말이 있습니다. 안산복음화대성회는 이 선한 사마리아인 이야기의 탁월한 패러디 였습니다. 패러디도 이런 패러디는 없을 것입니다. 그냥 의도하지 않았는데 패러디입니다.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만드신 패러디 작품입니다. 안산제일교회 앞에서 피켓팅을 하는 분들은 지금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저희가 강도 만났어요, 살려주세요!’하고 외치고, 애원하는데, 성회에 참석하는 성도들과 목사님들은 오늘 말씀 그대로 ‘세월호 가족들을 피하여 지나’갑니다. 패러디의 극치는 마지막날 강사 목사님이 피켓팅하는 가족들 그리고 신학생들을 예배당으로 불러 함께 기도해 주었다고 합니다. 근데 그것을 보도하는 인터넷 신문의 견해는 그 목사님과 그리고 기도하는 모습을 귀하게 여기는 분위기입니다. 그러나 저는 그 기도하는 모습 속에, 이 패러디의 정점을 보았습니다. 예수님께서 ‘내 이웃이 누구냐?’라고 물으시며, ‘가서, 너도 이와 같이 하여라’는 말씀과 사람들을 불러 기도하는 장면은 패러디의 극치였습니다.

     정혜신 박사는 치료공간 ‘이웃’을 개소하여 세월호 가족들을 상담치료하고 계십니다. 얼마전 인터넷 대담 프로그램에 나와서 세월호 사건으로 국민들이 무력감에, 죄책감에 빠져, 마음 아퍼하며 힘들어 하는데, 그럴 필요 없다고 하면서, 두 가지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세월호 가족들과 이야기 나누는 중에 아빠 한 분이 정말 진짜 꼭 찿고 싶은 한 사람이 있는데, 너무 고마워서, 지금이라도 누구인지 알아보아야 하겠다고, 그 당시 상황을 이야기하는데, 팽목항에서 화장실 청소를 해 준 아줌마가 생각이 난다는 것입니다. 그 당시 멍 한 상태 속에서 자원봉사자 분들의 도움을 받기만 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아이의 장례도 치르고 시간이 지나면서, 너무 고마워 잊을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자기는 지금까지 살면서 자기 식구들 챙기며 먹구살기 바뻐 남의 일에 하나도 관심을 갖지 못하고 살았는데, 그 분은 도대체 누구이길래, 생면부지의 사람이 그 참혹한 현장에 와서 그 지저분한 화장실을 계속 깨끗이 닦아주었다는 것입니다. 박혜신선생님은 그런 사람이 치유자라고 하였습니다. 저는 그런 사람이 ‘사마리아인’이라 생각하였습니다. 세상나라 사람들이 막말하고 정치인들이 저렇게 엇나가 세월호 가족들에게 큰 상처를 주는데 세월호 가족들이 삶을 놓치지 않는 이유는 ‘세상에는 저런 사람들이 있구나’ 라는 경험과 체험 때문이고, 그것이 세월호 가족들의 말로 다 할 수 없는 아픔과 고통을 회복시켜 주었다는 것입니다.

     또 어느 아빠가 아직 아이가 바다에서 나오지 못했을 때, 잠도 못자고, 진도 체육관에서 비몽사몽 가운데 쭈구리고 누워있었는데, 어느 고등학생인지, 대학생인지 자기가 누워있는 등과 다리 사이에 핫팩을 대 주고 조용히 가더라는 거예요. 그 것을 잠결에 보았다는 것입니다. 자기가 그 순간에 망치로 얻어 맞은 것 같았다고 하면서, 역시 이 전 분 처럼 나는 그 동안 남의 삶에 관심없이 살았는데, 저 아이는 이제 20살 밖에 안되 보이는 아이가 어떻게 나에게 모르는 사람에게 이렇게 해 줄까? 저런 사람도 있구나, 나도 이제부터는 하면서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고 합니다. 그 아이는 최고의 치유자였습니다. 진심만 있으면 거창한 일이 아니라, 상담이 아니라, 유가족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결정적인 치유적 순간들은 작고, 보잘 것 없을 것 같은 그런 순간들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니 이러한 국가적 아픔에 모두 무기력할 이유가 없다고 하였습니다.

     세월호 사건은 세상 나라가, 국가가 저지른 폭력과 관련하여, 세상나라의 일들 속에 어떻게 하나님의 나라가 존재하며, 확장되어 가는 지를 선명하게 보여주는 경계에서 생긴 일입니다. 이건 한 지역의 일이 아니라, 전 국민, 전 세계에 노출된 세상나라의 모습 속에 하나님 나라, 평화의 나라가 어떻게 사랑을 통해 생생하게 살아나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늘 말씀의 강도는 오늘 이 시대에 누구일까요? 모든 것을 잃고 죽어가는 사람들이 있나요? 없나요? 관심이 없는 건가요?

     국가, 이 세상나라에대한 자각이 없으면 역으로 주님이 끊임없이 말씀하시는 ‘하나님 나라’에대해 우리는 피상적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습니다. 또 예수님이 나의 주인이라는 말씀도, 역으로 세상의 주인에대한 자각이 없으면 나의 주인이신 예수 그리스도에대한 인식도 피상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율법사에게 ‘너는 그것을 어떻게 읽고 있느냐?’'CONTEXT'를 묻고 계십니다.

     예은이 엄마가 지난 봄에 쓴 짧은시인데 이 시를 전하며 4.16일 초대한다고 하던 기억이 납니다. 세상나라와 달리 하나님 나라에서는 이 죽음을 부활로, 생명으로, 사랑으로, 연대로 이어지는 끊임없는 손 길, 마음, 나눔이 이어집니다. 지난5월29일 인가요, 단원고 2학년 승현아빠와 이호진씨와 누나가 3보일배로 팽목항을 출발하여 광화문으로 가는 중간에 저희 교회에 들러 함께 식사를 하였는데, 다른 중간지점과 달리, 용인에서 특히 저희 고기교회에서 함께하던 날 승현 아빠가 매우 환한 얼굴로 마술도 보여주며, 준비한 음식, 특히 수육을 다 먹었다고 하며 활기찼던 기억이 납니다. 그저 평범하게 함께 합니다. 마음이지요. 그렇게 ‘사마리아인의 손 길’을 지금도 봅니다. 지난달에는 마을밥상동백에서 세월호 가족 몇 분을 초대하여 함께 이야기 나누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세월호 가족들의 부르짖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 돈을 바란다. 세상을 혼란케한다는 무수한 거짓세상의 소리 속에서 세월호는 하나님의 생명과 사랑과 정의와 나눔을 선물하고 있습니다.

 

너무 예쁜 봄이

기어이 와

버렸습니다.

 

길을 걷다보면 눈길가는곳마다

예쁜 꽃입니다.

애써 외면하려

고개 들고 하늘을 보면

그 하늘이

그 파란 하늘이

그날의 고요했던 바다 같아서

나도 모르게

저 깊은 곳에서

숨죽이고 있던 눈물이

조용히 솟구쳐 흐릅니다.

2015년 안산의

봄입니다.

 

416 그날을 기억하는 전국의 따뜻한 마음들을

안산으로 초대합니다.

 

여러분들이 안산과 함께 한다는 것은 ‘눈물보다도 곱고 예쁜 봄’과 함께하는 것입니다.

 

    평화를 전하며, 평화를 만들어가는 것, 그것은 “너는 그것을 어떻게 읽느냐?”는 말씀에 답하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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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는 그것을 어떻게 읽고 있느냐?(성령강림후열네번째주, 2013년8월30 사진 첨부파일 하늘기차 1860 2015.08.30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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