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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를 기억하라(해방70주년감사예배, 2015년8월9일)

하늘기차 | 2015.08.09 13:43 | 조회 2472



                                                               은혜를 기억하라
성령강림후열한번째주                                                                                                    신8:11-20

   오늘 신명기 말씀은 가나안의 문턱에 서 있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주신 말씀입니다. 모세가 온갖 고생과 생사의 위기를 넘기고 도착했지만 자신은 건너가지 못하는 강 건너 가나안 땅을 바라보며, 그동안 함께했던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한 가지 간절히 부탁을 합니다. 잊지 말라는 것입니다. 무엇을 잊지말라고 부탁하고 있나요? 애굽에서의 400년 노예생활과 40년의 광야길에서 베푸신 하나님의 그 은혜를 잊지 말라고 합니다.

   우리 민족에게도 애굽이 있었습니다. 일본이 무력으로 국권과 강토를 빼앗고 우리의 언어와 고유문화를 짓밟으면서 민족의 혼 자체를 말살하려고 안간힘을 쏟았습니다. 조선의 젊은이들은 그들이 일으킨 전쟁의 총알받이와 위안부로 끌려가 동남아와 중국에서 죽어갔습니다. 지난 수, 목요일에는 핵그련에서 합천에서 진행된 ‘70주기 원폭피해자추모제’에 다녀왔습니다. 저는 세월호 목요기도회 때문에 참여하지 못하였는데, 지금 2600여명의 피폭자 중에 반 이상이 합천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원폭피해2세를 위한 특별법이 아직도 국회에 발이 묶여있습니다. 이렇게 무수히 많은 일제강점기의 아픔들이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교회에 가해진 압박은 더했습니다. 종탑의 종들을 철거해가고, 모세오경과 요한 계시록은 삭제를 당했고, 나중에는 구약은 부교재 정도로 사용하게 했고, 사복음서만 읽게 했습니다. 교회에서도 예배 전에 일본 국기에 배례를 하게 했고, 1943년 9월부터는 주일 밤 집회와 수요기도회를 모이지 못하게 했습니다. 신사참배를 강요했고, 민족과 교회지도자들을 모조리 잡아가두고 45년 8월 18일에는 그들을 모두 학살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었습니다. 말과 성씨와 자유와 젊은이들과 민족의 혼을 빼앗겨 버렸던 어두웠던 시대가 우리 민족에게 있었습니다.

     “파락호(破落戶)”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것은 지난날 ‘행세하는 집의 자손으로서 허랑방탕하여 집안 살림을 몽땅 털어먹은 난봉꾼’을 이르는 말입니다. 일본에서 교수를 지낸 재일교포 작가 윤학준은 그의 책, 『양반동네 소동기』(효리, 2000)에서 근대 한국의 3대 파락호 중에 학봉 김성일의 종손인 김용환을 꼽았습니다. 학봉은 퇴계 이황의 수제자로 임진왜란 때 경남 지역에서 크게 공을 세운 인물이지요. 그의 13대손인 김용환(1887-1946)은 대대로 내려오던 전답 18만평, 현재 시가로 약 200억 원을 모두 거덜 냈다고 하니 최고의 파락호인 셈입니다. 그는 아주 노름을 즐겼는데, 안동 일대의 노름판에는 그가 꼭 끼어있었다고 합니다. 종손의 노름행각으로 종갓집도 남의 손에 넘어가고 수백 년 동안 종가의 재산으로 내려오던 전답도 다 팔아 먹었습니다. 그렇게 팔아 먹은 전답을 친척들이 돈을 걷어 다시 종가에 되사주곤 했는데, 종가는 문중의 정신적 구심점이어서 없어지면 안 되기 때문이었습니다.

   한번은 김용환의 외동딸이 신행 때 농을 사오라고 시댁에서 받은 돈이 있었는데 이 돈마저 훔쳐가서 노름으로 탕진했기 때문에 결국 딸은 빈손으로 시댁에 갈 수 없어서 친정 큰어머니가 쓰던 헌 농을 가지고 가면서 눈물을 바람을 했답니다. 이럴 정도이니 얼마나 욕을 먹었겠습니까, 그런데 이런 파락호가 만주에 독립자금을 댄 독립투사였음이 사후에 밝혀졌습니다. 독립자금을 모으기 위하여 철저하게 노름꾼으로 위장한 삶을 살았던 것이지요. 그는 광복 이듬해인 1946년 세상을 떠났는데 그간 탕진했다고 믿었던 돈은 모두 만주 독립군에게 군자금으로 보냈음이 알려졌으며 파락호 행세는 왜경의 눈을 피하기 위한 철저한 위장술이었습니다. 거금을 아낌없이 희사한 것도 경탄할 일이지만 주색잡기, 노름꾼 등 불명예스런 비난 속에서도 식구들에게 조차 절대 함구한 의지력 또한 놀라울 따름입니다. 광복 후에 죽음을 앞 둔 그에게 오랜 친구가 “이제 광복이 되었으니 자네가 전 재산을 바쳐 독립운동 한 사실을 밝히면 어떤가”라고 했더니 “선비로써 당연한 일을 한 것이다”라고 말하며 눈을 감았다고 하니 위대한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
한 분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이렇게 소중한 민족을 위한 희생위에 해방이 찿아왔는데,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여동생인 박근령씨가 일본의 모 인터넷 방송사와 인터뷰 한 내용을보고 기가 막혔습니다. 이 분은 우리가 일본의 야스쿠니 신사참배 반대가 내정간섭이니 간섭하지 말자는 것, 그리고 위안부에대해 과거문제를 자꾸 문제삼지 말자고 하며, 우리나라의 경제가 이만큼 발전한 것은 아버지가 1965년 한일협정을 맺으면서 얻은 일본의 지원 때문이니 일본에 감사해야 한다고 하며, 천황은 일본사람의 호칭인데, 구지 일왕이라 하지 않고 천황이라 하며 천황께 미안하다고 하며 거듭 사과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같은 시대, 같은 공간에서 이렇게 다를 수가 있을까 아연 실색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직도, 원폭피해자, 강제노동, 인체실험, 위안부, 독도 등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이 한 두가지가 아닌데 말입니다. 어떻게 해서 이루어진 해방인데 사람들은 그만 잊어버리자 하고 자꾸 경제적으로 이 문제를 풀려고 합니다. 

   아, 위대한 파락호여! 위대한 독립투사여! 그렇게 하여 광복이 주어졌습니다. 그렇게 주어진 조국입니다. 그렇게 주어진 해방입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이 은혜와 축복을 우리는 어떻게 간직할 것입니까? 모세는 하나님의 백성들이 이 놀라운 하나님의 은혜를 잊지 않도록 깨우치고 있으며, 자녀들의 가슴에 그 놀라운 은혜를 심어주고 있습니다. 성경은 하나님의 은혜를 잊지말고 기억하라 합니다. 그런데 또 하나 잊지말고 기억해야하는 것은 그 가난, 질병, 노역, 굶주림, , ,이스라엘이 경험한 아픔입니다. 모세는 그 고통, 그 아픔을 기억하기 위해 가나안에 도착해서 얻은 처음의 수확을 하나님께 바치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너희들이 이렇게 살아있는 것은 다른 희생, 처음 태어난 것들의 죽음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하면서, 기억하라고 합니다. 예수님도 부활하셔서 부활을 보여주신 것이 아니라, 몸에 남겨져 있는 못과 창의 흔적을 보여주셨습니다. 잊지말고 기억하는 것이 은혜받은 사람의 당연한 모습입니다.

   그런데 오늘 이, 시대에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나요? 얼마 전 ‘글쎄다’ 소설읽기모임에서 김영하 작가의 ‘살인자의 기억법’이라는 소설을 읽었습니다. 주인공은 알츠하이머, 즉 기억상실증에 걸린 70세 노인입니다. 과거의 일은 잘 기억하는데, 현재 지금 벌어지는 상황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주인공은 기억을 잊지 않으려고 녹음기를 구입합니다. 그리고 미래기억을 합니다. 그러니까 30분 후에 약을 먹는다는 것을 녹음하여 미래에 할 일을 잊지 않으려 하는 것입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오늘 이 시대 현대인들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문학평론가인 박경장님은 그것은 좀 오버라고 한 마디 하는데, 그래도 동화작가 이상권님이 제 편을 들어주어 힘을 얻기도 하였는데, 책 몇 군데에서 5.16 등 근대사를 다루고 있어서 저는 구지 이 책 속에서 한 가지 더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던 것은 사람들은 오늘처럼 8.15를 그리고 3.1; 4.19; 5.18 등 보수 진보를 망라하여 과거의 우리 민족의 사건에 대해서는 기념식을 거창하게 치릅니다. 그런데 왜 지금 동시대의 불의와 부정, 불법에대해서, 그러니까 4대강, 강정마을, 부정선거, 사드배치, 미군부대 탄저균, 세월호, 쌍차, 용산. . .등 최근의 일들은 기억하려 하지 않는지? 그래서 ‘기억상실증에 걸린 주인공 김병수는 오늘 이 시대의 투영인가?’하며, 우리 사회가 알츠하이머 병에 걸려있구나 싶었습니다.  
   인류역사상 가장 많은 고난 속에서 살아온 민족은 유대인들입니다. 유대인들은 예루살렘에 유대인 대학살 기념관을 지어놓고 그것을 “야드바심”이라고 이름을 지었습니다. 이 말은 “기억하라”는 히브리어인데, 1939년부터 1945년까지 독일에서 있었던 600만 유대인 학살사건을 기억하는 기념관입니다. 그 기념관 입구에는 “용서하라. 그러나 잊지 말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습니다. 참 아이러니한 것은 그렇게 민족학살을 당한 이스라엘이 여전히 팔레스타인들에게 자기들이 받은 고통을 그대로 되물림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생물학자들에 의하면 물고기의 지능(IQ)이 0.4 정도라고 합니다. 기억력이 불과 3초밖에 되지 않습니다. 바로 3초전에 낚시 바늘의 미끼를 입에 물었다가 죽을 뻔 했습니다. “아이쿠 큰일날 뻔 했습니다.” 그러나 하나, 둘, 셋... 3초 후면 그것을 또 입에 물다가 낚싯바늘에 걸리게 됩니다. 사실 물고기들에게 이 야드바심이 있다면 낚시 좋아하는 강태공들은 다 울고 말 것입니다. 우리 민족에게도 이 야드바심의 정신이 약하지 않은지요? 물고기 정도의 지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너무 쉽게 잊습니다. 용서는 하지 못하면서도 우리는 작은 이익 앞에서 까맣게 잘 잊어버립니다.
  

   오늘 우리는 조국 광복 70주년을 앞두고 하나님께 감사의 예배를 드리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하나님께서 이 민족에게 어떻게 은혜를 베푸셨는지를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러니 동시대에 어려움 당하는 사람들의 아픔과 눈물을 씻어주며 함께할 때 하나님은 그 잊지말아야하는 정신을 인정해 주실 것이고, 축복해 주실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바벨론 포로생활 70년 만에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해방의 축복을 주셨듯이, 대한민국도 어느 누가 방해를 해도 해방 70년에 통일을 위해 한 걸음씩 앞으로 변함없이 나아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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