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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인을 부르시는 하나님(성령강림후 넷째 주일, 2023년 6월 25일)

김현식 | 2023.06.26 15:15 | 조회 234

죄인을 부르시는 주님

 

성령강림후 넷째 주일                                                                               누가복음 15:25-32

 

기독교인이 아니거나 성경을 잘 몰라도 잘 알려진 내용들이 있습니다. 다윗과 골리앗이나, 삼손같은, 그리고 오늘의 본문인 탕자의 비유도 그중에 하나입니다.

 

어떤 사람한테 아들이 둘 있었습니다. 집에서 일하는 일꾼이 많다는 이야기를 보면 아마도 아버지는 재산이 좀 많은 사람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둘째 아들이 어느날 아버지한테 말합니다.

아버지, 아버지 돌아가시면 저희한테 주실 유산을 미리 좀 주십쇼

이것은 대단히 무례한 이야기입니다. 자칫 잘못하면 아버지가 안죽어서 내가 유산을 못받고 있습니다. 혹은 빨리 죽어서 유산을 주십쇼 같은 의미로도 받아들일 수 있거든요. 그러나 아버지는 아무 말 없이 재산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재산을 받은 둘째 아들은 그것을 모두 들고 해외로 나가서 노는데 써버렸습니다. 재산을 다 써버리자 그곳에 심한 흉년이 들어서 놀면서는 먹고살기가 힘들어졌습니다. 그래서 그 나라에서 일을 하게 되었는데 율법에서 부정한 동물인 돼지를 키우는 매우 수치스러운 일이었습니다. 거기다 제대로 식사도 주지 않았던지 돼지 사료로 배를 채우려 했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았습니다.

그제야 둘째 아들은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아버지에게 돌아가 잘못을 뉘우치고 용서를 빈 다음, 아버지를 뵐 염치가 없으니 일꾼으로 취급해달라고 하면 먹고 살수야 있겠지 하고 생각해서 고향으로 돌아갑니다.

 

돌아간 둘째를 아버지는 따뜻이 맞아줍니다. 성경에는 아직도 먼 거리에 있는데 아버지가 그를 보고 측은히 여겨 달려갔다고 되어있습니다. 누군가 알려준것도 아닌데 먼 거리에서 오는 아들을 어떻게 알아봤을까요? 아버지가 매일 나가서 아들을 기다렸다면 가능합니다. 둘째는 아버지를 떠났지만 아버지는 둘째를 기다려왔습니다.

 

그리고 둘째는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용서를 빕니다.

아버지, 제가 너무 큰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그래서 아버지의 아들이라고 하지도 못하겠습니다. 그러니 저를 집에서 일하는 일꾼중의 하나로 대해주십시오

그러나 아버지는 가장 좋은 옷을 입히고 먼길을 걸어와 부르튼 그의 발에 새 신을 신기고 손에 반지를 끼워줍니다. 그리고 일꾼들을 불러 송아지를 잡아 잔치를 열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 뒤는 오늘 읽었던 본문이 말씀입니다.

 

이 비유는 보통 하나님의 크신 사랑을 말해주는 비유로 유명합니다. 우리가 설령 하나님을 버리고 떠나서 죄를 짓더라도, 다시 돌아오면 하나님은 우리를 받아 주실거라는 이야기지요. 둘째가 유산을 먼저 달라고 하는 상황에도 아버지는 아무말 없이 재산을 내어주고, 먼곳으로 떠난 이후에도 날마다 그를 기다립니다. 그리고 엉망이 되어서 돌아온 아들을 변함없이 받아들이고 아들로 대접해주십니다. 아무리 큰 죄를 지은 죄인이라도 하나님 앞에 가면 용서해주시고 받아주시는 분임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 첫째 아들이 좀 억울하지 않나요? 29절에 여러해를 두고 아버지를 섬기고 있다고 헀는데 이 섬긴다는 단어는 종이라는 단어와 어원이 같습니다. 매우 열심히 했단 말이지요. 굉장히 억울했던 것 같습니다. 얼마나 화가 났던지 원문을 보면 30절에서는 자기 동생을 당신의 아들로 표현합니다.

 

보통 이런 이야기의 엔딩은 그래서 첫째로 둘째를 용서하고 다같이 잔치를 즐기고 둘째는 정신을 차려서 열심히 일했습니다..로 끝나야 하는데, 아버지가 첫째를 달래는데서 끝납니다. 일종의 열린결말이 되버렸죠. 왜 이럴까요?

 

좀 더 생각해보면, 이 이야기는 실화가 아니라 예수님이 하신 비유입니다. 무엇인가를 말씀하시려고 만들어낸 이야기입니다. 예수님은 왜 이렇게 이야기를 마무지 지으셨을까요.

 

그것을 알아보기 위해 비유가 어떻게 시작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비유의 시작인 151-3절은 이렇게 되어있습니다.

1. 세리들과 죄인들이 모두 예수의 말씀을 들으려고 그에게 가까이 몰려들었다.

2. 바리새파 사람들과 율법학자들은 투덜거리며 말하였다. "이 사람이 죄인들을 맞아들이고, 그들과 함께 음식을 먹는구나."

3. 그래서 예수께서는 그들에게 이 비유를 말씀하셨다.

 

그리고 두가지의 비유를 말씀하시는데, 처음이 잃은 양에 대한 비유입니다. 100마리 가진 사람이 한 마리 잃어버렸다. 그러면 당연히 찾으러 나가서, 찾으면 기뻐하지 않겠느냐?

둘째는 드라크마에 대한 비유입니다. 열 드라크마-는 하루 일당에 해당합니다.- 중 하나를 잃어버린 여인이 그것을 찾으면 기뻐하지 않겠느냐? 당시에 열 드라크마는 신부가 결혼할 때 예물로 가져오는 풍습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단순히 돈을 잃은게 아니라 결혼예물을 잃었다가 찾은 것 입니다.

 

세 번째가 오늘 읽은 잃은 아들을 되찾은 아버지의 비유입니다. 계속해서 잃었다가 찾은것에 대한 내용입니다. 만약 예수님이 아버지의 사랑을 말씀하시고 싶었더라면, 24절에 나의 이 아들은 죽었다가 살아났고, 내가 잃었다가 되찾았다.' 그래서 그들은 잔치를 벌였다. 하는데서 비유가 끝났어야 합니다. 그런데 뒤에 오늘 읽은 본문인 첫째 아들 이야기가 더해집니다. 세 번째 비유는 사실 이 첫째 아들 이야기가 본론인것입니다. 바로, 투덜거리던 바리새인과 율법학자들을 향한 비유입니다.

하나님과 가깝다고 이야기하는 바리새인들아, 너희가 진짜 가깝다면 둘째가 돌아오듯이 이들이 하나님과 가까워지는것이 기뻐하는게 마땅한거 아니냐? 하고 깨우쳐주시려는 것입니다.

 

바리새인은 복음서에서 종종 예수님의 대척점으로 그려집니다. 율법을 지키려고 매우 어려운 노력을 하지만 율법의 정신은 잊혀지고 율법을 위한 율법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 그래서 예수님은 그들을 호되게 꾸짖거나 배척하시는 모습이 종종 나타납니다. 그래서 우리는 바리새인의 이미지가 좋지 않습니다. 위선자, 형식주의자, 혹은 악인이라고 생각할때도 있습니다. 그렇게 암암리에 그들과 나를 분리해서 보게 됩니다. 마치 첫째가 둘째를 보듯이, 세리와 죄인들을 바라보던 바리새인들처럼.

 

신앙생활을 하다보면 성령 충만해졌다고 뜨겁게 느껴지는 때가 있습니다. 그야말로 불과 같이 순식간에 확 뜨거워지는 경험이지요. 수련회를 갔다왔다던가 하는 신앙의 어떤 순간들이 있을 때입니다. 그럴때는 신앙의 점수가 있다면 못해도 80점은 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 마음도 풀어지고 주변사람들을 부드럽게 대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런 상태는 아쉽게도 오래가지 못합니다. 천천히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확 올라간만큼 한순간에 훅 뒤집어 집니다. 몇달이 아니라 몇주도 못가서 예전과 비슷해지고 때로 예전보다 못해지기도 합니다. 그럴때면, 아 하나님이 그렇게 큰 사랑을 내게 주셨는데, 날 불러주셨는데, 이러한 경험을, 깨달음을 주셨는데 나는 또다시 예전처럼 돌아와버리고 말았구나. 예수님을 모르는 사람보다도 못하구나, 그들은 하나님의 사랑을 모르기라도 하지, 하는 생각이 들어 낙담하고, 죄책감에 빠지게 됩니다.

 

얼마전까지는 신앙의 수치가 80점은 되는것 같았는데, 지금은 오히려 마이너스 80점이네. 어떻게 이렇게 마음이 오르락 내리락 할 수 있지? 난 왜 이러지? 어떻게 80에서 -80까지 가는 160점을 널뛰기 할 수 있지? 하는 생각이 들면서 또다시 주저앉게 됩니다.

그래서 이런 상태로는 하나님께 나아가는 것이 죄송하고 염치없으니 이 상태를 좀 벗어난 다음에 하나님을 만나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우리의 마음이 무너졌을 때, 이때 기억해야 합니다. 예수님은 부르신 사람들은 몸과 마음이 무너진 죄인들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며 비웃던 바리새인들까지도 부르셨음을.

 

음펨바 효과라는 물리법칙이 있습니다. 뜨거운 물이 상온의 맹물보다 더 빨리 얼게 된다는 효과인데, 발견한 것은 70년대이지만 그 원인을 찾은 것은 15년경입니다. 간단히 이야기하면 끓던 에너지가 있으니까 역으로 더 빨리 동결되는 것입니다. 사람의 마음에도 이 물리법칙이 적용되지는 않겠지만, 우리의 마음이 움직이는것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우리는 죄의 경중을 따집니다. 신앙의 점수가 있어서 80에서 -80으로 떨어진 자신을 보며 낙심하는 것처럼 죄에도 경중이 있어서 순위를 메기고 점수를 메깁니다. 물론 현행법은 죄의 경중을 따집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기준은 다릅니다.

죄라는 뜻의 헬라어는 하마르티아입니다. 이것은 과녁을 벗어났다는 뜻인데, 1미터 벗어난거나 10미터 벗어난거나 둘다 과녁에 못맞춘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에이포 용지에 잉크가 쏟아져서 까맣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못쓰는 용지입니다. 그러나 구석에 볼펜 하나로 점을 찍었다면 쓰는데 문제가 없겠죠. 메모를 할수도 있고, 프린터에 넣어서 인쇄를 해도 됩니다. 그러나 백지가 아니라는 점에서는 똑같습니다. 과녁에서 벗어났습니다. 하나님의 기준은 우리와는 다릅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부르신것은 그러한 과녁에서 벗어난 죄인들이다. 스스로 죄인이라고 생각해서 예수님의 말씀을 들으러 온 세리건 스스로 의인이라고 생각하며 투덜대는 바리새인이건 상관이 없습니다.

 

잘못을 저질러서 예수님 앞에 나아오기 힘들 때, 우리는 그 잘못을 스스로 해결하고 오려고 하지만 그것은 스스로는 할 수 없는 일입니다. 혼자서 할 수 없기에, 그 문제를 구원하시기 위해 예수님께서 오셨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주님 앞에 죄인입니다. 그리고 하나님은 죄인을 부르십니다. 이 사랑의 부르심이 위로와 희망에 되어, 기쁨으로 응답하는 여러분과 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침묵으로 기도하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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