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 세상을 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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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성령강림후제14주일, 2018년8월26일)

mungge | 2018.08.28 16:05 | 조회 1287

본문: 8:27~30, 34~35

제목: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

 

길 위의 그리스도인

이번 여름성경학교 주제가 무엇이었는지 기억하시나요? “예수님과 두루두루 마을탐험이었습니다. 올해 총회 주제인 거룩한 교회, 다시 세상 속으로!”를 어린이부에 맞게 표현한 것입니다. 2017년 저희 교단의 102회기 총회 주제가 무엇이었을까요? “다시 거룩한 교회였습니다. 2017년이 종교개혁 500주년이었기 때문에 교회의 본질을 다시 회복하자는 의미였습니다. 올해는 작년 주제와의 연속선상에서 거룩한 교회가 세상 속으로 들어가 세상과 소통하면서 세상을 섬기고, 변화시키며, 하나님 나라를 이루어 가고자 하는 소망을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올해 총회교육부는 여름 교육주제를 거룩한 교회, 다시 세상의 빛으로라고 정한 것입니다.

이번 여름성경학교 주제와 관련해서 성경공부를 세 번 했습니다. 첫 번째는 하나님 따라 사랑길, 두 번째는 예수님 따라 마을길, 세 번째는 성령님 따라 빛나길 이었죠. 여름성경학교 마침 예배때 어린이들이 썼던 기도문이 큰방에 두 주정도 걸려 있었는데 혹시 읽어보셨나요? (아이들의 기도문을 몇가지 소개)

저는 이번 여름성경학교 성경공부의 각 과의 제목이 로 표현되어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은 길 위의 존재입니다. 이 땅의 재산과 권력에 눈이 멀어 발길을 멈추고 안주하는 순간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은 사라지고 맙니다. 전대도 차지 말고, 두벌 옷도 가지지 말고, 나그네처럼 혹은 순례자처럼 길 위를 나설 때 성령님의 도우심과 인도하심을 체험할 수 있는 것이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삶입니다. 성도님들은 길 위의 그리스도인들입니까? 아니면 아집과 욕심의 굳건한 성안에 갇혀 있는 그리스도인입니까? 길 위에 서 있는 분들이면 모두 고백합니다. 이 길은 외롭지 않습니다. 이 길은 위험하지 않습니다.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입을까 걱정하는 길이 아닙니다. 이 길은 하나님께서 사랑과 자비로 우리를 위해 예비하시고, 예수님을 통해 먼저 걷게 하신 그 길입니다.

예수님이 먼저 가신 그 길

예수님은 온 마을과 도시를 두루 다니시며 하나님 나라를 선포하셨습니다. 그리고 성안의 사람들에게 성 밖으로 쫓겨나 길 위에서 목자 없는 양처럼 궁핍과 소외된 삶을 살아가는 땅위의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그들에게 종교제도를 통하지 않고도, 마음의 회개를 통해 하나님 나라에 초대받을 수 있다는 혁명적인 복음을 전하였고, 함께 떠들썩하게 먹고 마시는 식탁에서 천국잔치의 기쁨을 먼저 맛보게 하셨습니다. 종교법에 의해 부정하다고 여겨져 쫓겨난 이들, 불의한 사회구조의 억울함 때문에 정신줄을 놓은 귀신 들린자들, 사회 안전망 밖에서 병들어 신음하는 이들을 긍휼의 마음으로 바라보시고, 그들의 친구가 되어 주셨습니다. 예수님은 그런 마을길을 걸으신 겁니다.

우리도 그 길을 걸어야 합니다. 예수님이 걸으셨던 그 길을 따라가야지요. 예수님을 믿고 구원받았다고 혼자만 기뻐하며 다시 성 안으로 기어 들어갈 것이 아니라 예수님을 믿는다고 고백한 만큼 우리 스스로 성 밖으로 나가 가진 것을 다 내려놓고 그 분이 주시는 멍에를 기꺼이 지고, 그 분의 길을 따라 가야지요. 고난을 통해 하나님 나라를 완성해 가는 놀라운 신비를 보여주신 예수님의 제자가 되어 울음과 한탄의 마을길을 함께 나서야지요. 우리는 예수님을 믿는 것에서 그치지 말고 예수님을 닮아 그분이 가셨던 길을 좇아가는 제자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솔직히 어렵습니다. 우리 본성은 이기적이기 때문입니다. 절대 손해 보는 삶을 살고 싶지 않습니다. 예수님을 따라가려고 하다가도 힐끗 쳐다만 보다가 딴길로 새는 것이 우리입니다. 예수님이 걸으셨던 길은 분명합니다. 넓은 길이 아니었습니다. 남들은 가지 않으려고 한 좁은 길이었습니다. 높은 자리가 아니었습니다. 가장 낮은 자리에서 다른 사람의 더러운 발을 씻겨주는 종의 자리였습니다. 왕으로 섬김 받는 영광의 길이 아니라, 손가락질 받는 비천한 자의 고난과 죽음의 길이었습니다. 그러니 누가 이 길을 기꺼이 따라 가려고 하겠습니까?

값싼 은총안의 안전한 길

잠깐 우리 돌아볼까요? 혹시 예수님이 걸으셨던 그 길이 아니라, 다른 길로 가고 있지는 않은지 말입니다. 우리는 예수님이 가셨던 고난과 고통의 십자가 길이 아닌 엉뚱한 길로 가고 있지는 않은가요? 그리스도인들이 아주 속기 쉬운 길이 있습니다. 값싼 믿음과 은총 안에서 안전하게 살아가는 길입니다. “예수 천당, 불신 지옥이 얼마나 간결하고 분명한 메시지입니까! 예수 이름을 믿기만 하면 천국에 간다고 하니, 매일 주여 주여 목소리만 높여 부를 뿐입니다. 그리고 예수의 이름을 신주단지 모시듯 하면서 실제 예수님은 어떤 분이였는지, 그분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는 도통 관심을 갖지 않습니다. 예수님이 짊어지신 십자가보다 그가 십자가에서 흘린 피를 더 소중히 여깁니다. 예수님이 날 위해 죽으셨다는 것을 믿기만 하면 그의 피 한 방울로 내 모든 붉은 죄가 하얗게 변해간다고 고백하는 것은 얼마나 마술같은 믿음입니까? 중세의 연금술과 같지 않나요? 예수님의 피는 그의 처절한 죽음을 통해 우리가 하나님과 화해하고 새로운 구원의 언약을 맺게 되었다는 거룩한 상징입니다. 성찬식에서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라는 말씀은 예수님이 하나님과 하나가 되듯, 우리가 예수님을 전 존재로 받아들이고, 우리 피 안에 예수의 피가 흘러 그의 삶과 일치해야 한다는 것을 말씀하신 것 아니겠습니까. 그러니 예수의 피가 중요합니까? 예수가 걸었던 삶의 길이 중요합니까? 예수의 피를 믿어야 합니까? 예수의 십자가 길을 따라야 합니까? 왜 청년 예수가 로마권력에 의해 반역자에게나 내려지는 최고법정형인 십자가형을 받고 그 끔찍한 고통의 죽음을 겪어야 했는지 알아야 하는데, 그것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마지막까지 이 잔을 내게서 옮겨 달라고 울부짖는 청년 예수의 고통의 기도소리에는 귀 막고, 그저 그가 흘린 피 한 방울만 어떻게 내 손에 떨어뜨려 내가 죄없는 사람으로 천국에 갈까 에만 몰두한다면 우리는 예수님을 또 다시 허망한 십자가에 못 박는 무지한 로마병사와 같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예수님을 몰라도 너무 모릅니다. 아니 우리는 예수님을 잘 알려고 하지 않습니다. 적당히 내가 필요한 만큼만 알고 내 이익을 헤치지 않을 만큼만 받아들입니다. 그러니 하나님 따라 사랑길까지는 어떻게 가보겠는데, “예수님 따라 마을길까지는 절대 가지 못합니다. 예수님이 빵과 물고기를 나눠주는 기적의 들판에서 무리 지어 함께 앉아 입만 벌릴 뿐이지, 72명의 제자를 뽑아 자신이 가고자 하는 마을에 앞서 보내려 할 때는 뒤꽁무니만 빼는 것이 우리들의 모습은 아닌가요. ‘소와 밭을 샀으니’ ‘장가갔으니이런 저런 핑계로 예수님의 초대를 거절하다가, 어느 순간 제 인생의 번영과 성공에 걸림돌이 된다 싶으면 갑자기 바나바를 풀어주고,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소리치는 어리석은 유대인들과 다를바 없는 우리들입니다.

예수를 알고, 예수를 만나자.

그러니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이렇게 우리의 부족함과 어리석음과 이기심이 적나라하게 들통 났으니 에라 모르겠다하고 예수님의 제자가 되는 것을 포기해야 합니까? 아니면 그래도 보험용으로 예수 이름만큼은여전히 내 마음 안에 있다고 스스로 안심시키며 염불 외듯이 예수이름만 입으로 반복해서 되내이겠습니까?

청년 예수를 알고, 그 예수님을 길 위에서 만나야 합니다. 성경책을 주일에만 꺼내드는 액세서리로 여기지 마십시오. 복음서를 읽으십시오. 그리고 그 말씀대로 예수님을 따라가십시오. 예수님의 처절했지만 가슴 뛰는 열정 가득한 삶, 하나님의 영과 일치되어 걸어가신 그길, 그리고 그 길 위에서 우리를 향해 선포하신 말씀을 침묵 속에서, 기도 속에서 묵상하지 않으면 그를 만날 도리가 없습니다. 예수님이 걸어가신 좁은 길, 낮은 길, 섬김의 길, 화해의 길, 죽음과 고통의 길을 함께 걷지 않으면 그의 그림자도 발견할 수 없습니다.

이번 청소년부 수련회때 주제특강을 하며 아이들에게 예수님 하면 떠오르는 생각이나 낱말을 적어 보라고 했습니다. 그때 나왔던 단어들은 대단한 사람, 의로운 분, 때로 의지되는 분, 인간 형상의 신, 보이지 않는 신의 마음, 크리스찬을 천국 갈 수 있게 해준 존재, 못 박히신 후 부활하신 분등등이 있었습니다. 제 눈에 가장 띄였던 것은 두 단어였습니다. 어떤 조가 발표할 때 예수님을 개미라고 표현했습니다. 아마도 제가 하나님이 인간의 몸으로 이 땅에 오신 것은 우리가 개미가 되는 것과 비슷한 것으로 상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말했는데 그 영향이었던 것 같습니다. 예수님이 신의 영광의 자리를 포기하고 인간의 모습으로 오신 완전한 낮아짐을 개미라고 표현한 것이죠. 그리고 의문이라는 단어가 눈에 띄었습니다. 예수님을 도통 모르겠다는 솔직한 고백의 단어입니다.

세상을 향해 눈을 뜨고, 새로운 관계를 맺어가며 자기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청소년, 청년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의문, 질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리교회 청소년 청년들이 예수님에 대해 더 많이 궁금해하고, 예수님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알고 싶어지기를 바랍니다. 그 궁금증과 질문속에서 스스로 성경을 펴고, 골방에서 무릎을 꿇게 되기를 기도합니다.

성도 여러분들에게 예수님은 어떤 분입니까? 정말 그 분을 아십니까? 그가 했던 말과 행동들에 관심이 있습니까? 예수님은 자신의 천국행 열차에 필요한 차표같은 존재입니까? 아니면 내 삶을 이끌어가는 원동력이자, 따라가야 할 푯대입니까? 예수님을 믿는 것에서 그치지 말고, 그를 닮아가고, 따라갑시다. 예수님을 우리가 믿기만 하면 되는 신적 존재로 박제화 시키지 말고, 우리가 따라가고 닮아가야 하는, 하나님의 형상이 진정으로 회복된 참 사람으로 받아들입시다. 그리고 참사람이신 예수님이 걸어가신 마을길을 함께 걸어갑시다. 하나님 나라의 복음을 전하고, 주저앉은 이에게 손 내밀며, 울음을 삼키는 이웃을 부둥켜안고 함께 울어주는 예수님의 길을 따라갑시다.

오늘도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물었던 것처럼, 우리에게 물어 오십니다. “너희는 나를 누구라 생각하느냐?” “너희는 너희 자신을 부인하고 너희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올 수 있느냐?” 성도 여러분들의 대답은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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