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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서, 너도 이와 같이 하여라(사순절두번째주일, 2020년3월8일)

하늘기차 | 2020.03.08 11:11 | 조회 861



가서, 너도 이와 같이 하여라

10:25~37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후쿠시마 사태. 방사능 누출사고가 일어난 지 9년이 흘렀습니다. 올여름 올림픽을 앞두고 있는 일본정부는 후쿠시마 지역 방사능 청소를 지상최대의 과제로 삼고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9년이 지난 지금 후쿠시마는 과연 안전할까요? 일본정부의 수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원전사고 피해 난민들은 집으로 돌아가기를 꺼려합니다. ‘안전하다. 돌아오라고 발표하는 정부의 발표를 믿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제염작업이 이루어진 마을과 길가는 방사능 오염도가 낮지만 바로 옆에 있는 산기슭과 하천에는 방사능 수치가 정상을 훌쩍 뛰어넘습니다. 그린피스는 도쿄하계올림픽 성화 봉송 출발지인 후쿠시마 J빌리지에서 원전사고 이전보다 1,775배나 많은 방사선이 측정되었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방사능 오염물질로 둘러싸인 후쿠시마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이들이 있습니다. 경제지원과 보상금이 끊긴 경제적 취약계층인 노인들이고, 정부가 싼 가격으로 임대하는 부흥주택이라는 곳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모자피난민도 생겼습니다. 우리나라의 기러기 아빠처럼, 아버지는 방사능 오염의 위험지인 후쿠시마에 남아서 생계유지를 위한 경제활동을 하고, 아이들과 엄마만 다른 곳으로 피난을 가서 사는 가족들입니다. 지금 이 시간까지 아직도 귀향하지 못한 4만 명의 피난민들은 여전히 고통 받고 있습니다.

귀환곤란구역인 나미에 마을로 7년 만에 돌아온 칸노씨는 사고당시를 이렇게 기억합니다.

원전사고 당시 국가도 지방정부도 사고 자체에 대해서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전화도 끊기고 TV도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원전 사고 다음날 하얀 방호복을 입은 남자들이 굉장한 가스 마스크를 쓰고 나타났어요. 그들은 무언가를 외치고 있었고 차에서 내릴 생각이 없었지요. 차문을 두드리며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고 이야기하자 그들은 차 밖으로 나와서 가스 마스크를 쓴 채로 소리쳤습니다. ‘이곳은 위험합니다. 여기서 도대체 뭐하고 계세요?’ 그들은 사고 원전 반대 방향으로 30km 밖으로 제발 도망하라고 울먹거리며 말했습니다. 그때서야 심각한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알았지요. 방사선은 냄새도, 색깔도, 맛도 없습니다. 아무도 거기에 방사성 물질이 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북을 치면서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원전 사고 없이 지진과 쓰나미만 있었다면 사람들은 이미 고향으로 돌아왔을 것입니다. 아이들에게 고향을 빼앗고 사람들의 공동체를 파괴한 원전 사고를 생각하면 정말 슬프고 억울합니다. 지진이 자주 일어나는 일본에서 원전을 가동해서는 안 됩니다. 또한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해결책이 없는 방사성 물질을 배출하면서 원전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것을 지속해서는 절대로 안 됩니다.”

집을 떠나고 싶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작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큰 선물을 받았습니다. 20191224, 월성원전 1호기가 고리1호기에 이어 영구정지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국내 최고령 원전인 월성1호기는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 전인 1970년대에 건설돼 1982년부터 가동을 시작했습니다. 애당초 체르노빌 사고 이후 강화된 안전 기준이 적용되지 않은 위험한 핵발전소였습니다. 2012년 설계수명 30년이 만료돼 가동이 중단되었지만,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수명연장을 허가해 차수막(사용후핵연료 저장조의 방서성 물질이 지하수로 유입되지 않도록 차단하는 설비)이 손상된 상태로 5년이나 재가동 되었던 것입니다. 경제성을 빌미로 온 국민의 생명을 위협한 무책임한 정책결정이었습니다.

월성1호기 영구정지의 기쁜 선물에도 마냥 웃을 수 없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월성원전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들입니다. 보이지 않지만 분명한 질병으로 방사능 노출의 위험을 깨달은 월성지역 주민들은 이주대책위를 꾸리고 고향을 떠나려 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누구도 방사능으로 오염된 집과 땅을 사려고 하는 사람들이 없기 때문입니다.

균도네 소송을 알고 계시나요? 균도씨네 가족은 고리원전 인근에 살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균도씨는 발달장애를 겪고 있고, 아버지는 직장암을, 어머니는 갑상선암을, 외할머니는 위암으로 가족 모두가 병마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들은 가족이 겪는 암의 고통이 핵발전소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고, 한수원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에서는 원전 방사선이 암을 일으킨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면서 한수원 편을 들었습니다. 원전 인근에 살면서 갑상선암에 걸린 주민 618명이 공동으로 진행하는 소송의 판결도 곧 나올 예정인데, 균도네 소송결과에 영향을 받을 것이 분명합니다. 법의 정의를 기대하지만, 여전히 권력과 자본으로 기울어져 상식과 염치를 모르는 사법부는 국민의 신뢰를 잃고 있습니다.

얼마 전 상영된 영화 월성에서 주인공인 나아리 주민 황분희 할머니는 즐겁게 물놀이를 하며 뛰어노는 손주들을 보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저 어린아이들의 몸속에는 어른들의 두 세 배가 넘는 방사능이 들어있습니다.”

우리가 무엇을 해야 생명을 얻겠습니까?

예수는 제자들을 이끌고 예루살렘으로 올라가기 시작하십니다(9:51). 손에 쟁기를 잡고 뒤를 돌아보는 자는 하나님 나라에 합당하지 않다고 분명히 말씀하시고(9:62), 자신을 따르기로 결심한 제자들 70(2)명을 세우셔서 친히 가시려는 각 동네와 지역에 먼저 보내셨습니다(10:1). 돌아와 선교의 기쁨을 전하는 제자들을 격려하십니다(10:11).

이때 어느 마을에서인가 율법교사 한 사람이 예수에게 다가옵니다. 이 율법교사는 선생님, 무엇을 해야 영생을 얻겠습니까?”라고 질문을 합니다. 오랜 기간 식민지 지배 속에서 야훼신앙을 지키려고 애썼던 유대인들에게 영생(영원한 생명)’은 종말론적인 구원의 목표입니다. 당시 유대교 신학의 핵심은 토라(율법) 순종을 통한 영생의 상속이었습니다. 유대인들에게 하나님과의 언약 속에서 받은 율법은 생명입니다. 모세는 가나안땅 입성을 앞에 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분명하게 말합니다. “율법은 단지 빈 말이 아니라, 바로 당신들의 생명입니다. 이 말씀을 순종하십시오. 그래야만 당신들이 요단강을 건너가 차지하는 땅에서 오래오래 살 것입니다.”(32:47)

율법에 능통했을 율법교사는 영원한 생명을 얻는 방법을 몰라서 예수에게 질문한 것이 아닙니다. 예루살렘으로 올라가는 길에 예수의 72제자들이 마을에서 행했던 일은 병자들을 고쳐주고, 귀신들을 내쫓으며, 하나님 나라가 가까이 왔다’((10:9,17) 외치는 것이었습니다. 율법교사는 예수와 그의 제자들이 유대교인들 모두가 바라는 종말론적인 하나님 나라를 왜곡하고 있다고 본 것입니다. 토라순종을 통해서만 들어갈 수 있는 하나님 나라를 율법의 핵심인 정결법을 전혀 따를 수 없는 부정한 사람들에게 외치고 있으니 말입니다. 율법교사는 예수가 길 위에서 선포하는 하나님 나라가 잘못되었다고 정면으로 시비를 걸고 있는 것입니다.

율법교사의 시비에 예수는 율법을 통해 자신이 정당한 일을 하고 있음을 말합니다. 영원한 생명을 얻기 위해 율법에서는 무엇이라 말하는가? 율법교사는 으스대며 율법의 핵심 두 가지 하나님 사랑과 이웃사랑을 거침없이 대답합니다. 이때 예수는 그대로 행하라. 그러면 살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율법학자들이 생명이라는 율법의 정신을 놓치고, 율법해석에 목을 매며, 앉아서 구원에 대한 개념정리만 해대는 어리석은 모습을 질타한 것입니다.

율법에 열심을 내었던 이들은 이웃이 누구인지 정의를 내리고 경계를 긋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그래서 그들에게 이웃이란 신앙의 동료또는 정치적-종교적 동지혹은 정당 동지를 의미했습니다. 그러나 예수는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를 통해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해 주는 율법의 핵심은 경계 밖에 있는 이웃을 향한 사랑의 실천임을 이야기 합니다. 경건을 표방하는 제사장과 레위 사람은 자신들의 신앙문제와 율법해석을 놓고 싸우며 경계선을 긋느라 다른 사람들의 곤궁을 못 본 척 지나쳐 갑니다. 지금 우리의 모습도 이렇지 않나요?

우리도 지금 하나님 나라를 꿈꾸며 이 땅에 임하기를 간절히 기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교회라는 경계 안에 갇혀 그 안에서의 영생만을 구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생명과 평화의 하나님의 나라는 교회를 포함한 세상 속으로 임합니다. 그러니 우리는 교회 밖 세상으로 나가 어려움 속에 있는 이웃을 향해 사랑의 손길을 내어주어야 합니다.

누가 선한 사마리아 사람입니까?

예수 시대에 사마리아 사람들은 종교적인 이유 때문에 유대교 모든 종파들로부터 똑같이 미움받고 경멸을 받던 이들입니다. 그런데 예수는 유대교 종교밖에 있던 사마리아 사람이 진정한 이웃사랑의 실천자이고 영생을 얻은 자라고 말합니다. 하나님의 백성이라고 뽐내는 집단들 밖에서 하나님의 뜻을 훨씬 더 잘 실현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놀라운 이야기입니다.

정확하게 우리의 현실을 본다면 우리야말로 강도만나 모든 것을 빼앗기고 거의 죽게 된 사람들입니다. 다만 그것을 깨닫지 못할 뿐입니다. 우리 스스로 어떠한 해결책도 만들 수 없는 핵발전소를 만들어 놓고, 머리 위해 핵구름을 이고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주기적인 지진과 해일의 위험 속에서 수백만명의 시민들이 모여 사는 도시 가까이에 핵발전소를 지었습니다. 핵발전소는 부실시공과 조작미숙으로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습니다. 사용후핵원료인 방사성 폐기물은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몰라 맥스터라는 임시저장시설에 모아두었습니다. 열과 방사능을 뿜는 사용후핵연료는 원자로에서 꺼낸 직후 수조에서 10년 정도 냉각상태로 있다가 나와도 방사능 기준치의 1억배가 넘습니다. 그리고 그 상태로 10만년을 더 보관해야 합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전 세계에서 사용후핵연료를 최소 10만년을 안전하게 관리하는 기술이나 장기저장시설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너무도 위험합니다. 우리는 지금 경제성장과 효율성이라는 우상 앞에 우리의 목숨을 바친 모양입니다. 우리는 거의 죽은 목숨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죽어가는 우리들에게 다가와 상처를 싸매주고 생명을 돌봐주는 선한 사마리아 사람들이 있습니다. 우리 관심밖에 있었지만, 고통 속에서 2000여일을 버티며 생명을 위해 싸우는 월성이주대책위 주민들입니다. 원전 마피아의 손을 잡은 대법원을 향해 포기하지 않고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균도네 가족입니다. 후쿠시마의 위험을 알리고 핵발전소 폐쇄를 위해 싸우는 원전사고 피해자들입니다. 트럼프에게 분노조절이나 잘 하라고 비아냥을 받은 17세 환경운동가 툰베리입니다.

우리는 이들 때문에 우리가 죽음 앞에 놓여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어떻게 해야 영생을 얻으며, 생명의 길을 갈 수 있는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 우리가 이들의 손을 잡아 주어야 할 때입니다. 그래야 우리도 살고, 그들도 함께 삽니다. 이들을 사랑의 이웃으로 받아들이고, 함께 생명과 평화의 하나님 나라를 위해 일해야 합니다.

선한 사마리아인의 손을 잡는 것은 그들의 현장으로 꼭 달려가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성장과 번영과 편리를 좇는 우리의 삶의 태도를 회개하고 돌아서면 됩니다. 소비가 미덕이다 외치는 자본의 유혹에 빠지지 말고, 에너지 소비에 대한 우리의 욕망을 줄여나가야 합니다. 선한 사마리아인들의 고통과 눈물로 생산된 전기를 사용하고 있는 우리 모두 책임감을 가져야 합니다.

 

권정생 선생님 말씀처럼 예수님이 오늘 다시 이 땅에 오신다면 십자가 대신 똥짐을 지실 것입니다. 예수님이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가서, 너도 이와 같이 행하라. 그리하면 살 것이다.” 생명을 향해 걸어가는 우리에게 거룩한 영의 바람이 함께 할 것입니다.

 

*표준설교문은 김준표 목사(촛불교회 담당목사,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집행위원)께서 작성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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