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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안에서 자라는 그리스도의 몸(성령강림후 다섯째주일, 2016.6.19)

mungge | 2016.06.22 09:49 | 조회 2105

(안산 세월호 분향소 앞 기독교 기도처)

 


본문: 에베소서 411~16

제목: 사랑 안에서 자라는 그리스도의 몸

 

지난 시간에 하나님은 죄 많고 흠투성이인 우리를 부르셔서 회개하게 만드시고, 하나님 나라의 거룩한 백성으로 삼아 주셨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교회는 회개와 하나님을 향한 신앙이 없다면 세워질 수 없습니다. 이것이 교회를 이루는 토대이고 기초입니다.

우리를 공동체로 부르신 하나님

여기에서 꼭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가 하나님의 거룩한 백성이 된다고 할 때의 이 백성은 개인으로 부른 백성이 아니라 공동체로 부른 백성들을 의미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하나님은 개인 한 사람마다 실존의 고민을 통해 하나님의 부르심에 응답하게 하십니다. 그러나 소명에 대한 응답을 개인 차원에 머무르지 않고, 공동체 안에서, 공동체를 통해 고백하게 하십니다. 모세, 이사야를 포함한 구약의 예언자들은 하나님의 부르심에 개인적 결단을 내렸고, 그리고 하나님이 보내시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로 향하였습니다. 하나님은 세계의 열방을 구원하기 위해 이스라엘을 제사장의 나라로 택하셨고, 그들을 하나님의 백성이라 칭하셨습니다. 하나님의 백성은 개인이 아니라 공동체입니다. 그러므로 기독교에서 공동체 의식을 무시하고, 개인적 신앙과 고백만을 강조하는 것은 기독교 진리의 한 면만을 보는 꼴이 됩니다.

물론 성경 어디에도 공동체라는 단어는 찾을 수 없습니다. 구약에서는 하나님 백성의 모임을 회중(카할)’이라 표현했습니다. 지난 설교에서 말씀 드린대로 신약 시대에는 예수를 주님이라 고백하는 그리스도인들의 모임을 에클레시아라고 칭했습니다. 한글성경은 에클레시아라는 단어를 모두 교회라고 번역했습니다. 신구약 어디에서도 공동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그 뜻을 나타내는 헬라어 단어는 신약성경에 많이 등장합니다. 그것이 코이노니아입니다.

우리는 매주 사도신경으로 우리의 신앙을 고백하며 예배를 드리고 있습니다. 사도신경의 내용중에 거룩한 공교회와 성도의 교제를믿는다는 구절이 있습니다. 여기에서 성도의 교제라는 단어는 그리스어의 코이노니아(Koinonia)’와 라틴어의 코뮤니오(Communio)를 번역한 단어입니다. 라틴어 코뮤니오에서 은 함께 한다는 뜻이 강합니다. 그래서 공동체라는 뜻을 나타내는 영어 단어 커뮤니티(community), 그리고 동료를 가리키는 companion이 이 com이라는 라틴어에서 파생된 단어입니다. 교제를 의미하는 그리스어 ‘Koinonia’는 함께 하나가 되는 무엇인가를 만들어 가는 공동체, 즉 교회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코이노니아의 의미

성경에서 코이노니아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한 곳은 사도행전 2:42입니다. “그들은 사도들의 가르침에 몰두하며, 서로 사귀는 일과 빵을 떼는 일과 기도에 힘썼다.” 서로 사귐의 뜻으로 코이노니아가 등장합니다. 뒤이은 44절에서 초대교회 교인들은 모두 함께 지내며, 모든 물건을 공동으로 나누어 썼을 정도로 깊은 교제를 나누었다고 이야기 합니다. 초대교회 그리스도인들의 사귐은 단지 영적인 사귐이 아니라, 물질생활의 나눔을 포함하는 생활공동체를 지향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바울도 이 코이노니아라는 단어를 아주 중요하게 여겼는데, 그는 이 단어를 동참, 나눔, 연합 등의 의미로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특별히 빌립보서 310절에서 그분의 부활의 능력을 깨닫고, 그분의 고난에 동참한다고 말할 때에 동참한다에 이 코이노니아 단어를 사용했습니다. 그리스도인의 신앙 공동체는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에 동참함으로 하나님과의 교제가 가능함을 나타내는 구절입니다.

이렇듯 교제라는 의미의 코이노니아는 크게 두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나가 하나님과의 교제를 말하고, 다른 하나는 인간과의 교제를 말합니다. 그런데 이 둘은 별개의 것이 아니라 서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하나님과의 직접적인 교제는 인간과의 직접적인 교제 안에서 그 흔적을 남기게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 사랑 안에 머물며 하나님과 깊은 영적 교제를 나누는 성도는 이웃과의 관계 속에서 진정한 사랑을 나누는 사람입니다. 요한14:21 “누가 하나님을 사랑한다고 하면서, 자기 형제자매를 미워하면, 그는 거짓말쟁이입니다. 보이는 자기 형제자매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사랑할 수 없습니다.”

그리스도의 몸을 이루어가는 교회

이렇듯 교회는 믿는 이들이 함께 하는 공동체입니다. 성도의 교제와 연합, 나눔이 있는 공동체입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개인을 삼켜 버리는 그런 공동체를 원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나님은 개인의 다양성과 차이를 무시하는 똑같은 복제된 그리스도인들을 바라시지 않습니다. 그럴 수도 없습니다. 하나님은 우리 각자에게 다양한 생명의 씨앗을 주셨고, 각자 다른 모양과 향기의 꽃을 피우게 하셨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이 바라시는 교회공동체는 다양성 속에 일치를 보여주는 공동체입니다. 내 옆에 있는 교우가 나와 생각하는 바가 다르다고, 정치적인 견해가 다르다고, 신앙생활의 태도가 다르다고 거부감을 갖거나 불편해 해서는 안 됩니다. 나와 근본부터 다른 사람들이지만,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과 사랑의 마음으로 이곳에 함께 모여 예배드리고 있는 사실 자체가 기적이며 신앙의 신비입니다.

우리가 성경을 통해 보는 에베소 교회도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교제(코이노니아)를 나누고 교회(에클레시아)를 이루었습니다. 그런데 에베소 교회는 유대인 출신과 이방인 출신 사이에 갈등과 분열이 나타날 위험에 처해 있었던 것 같습니다. 2:14 이하에 그리스도께서 평화가 되시어 유대사람과 이방 사람이 양쪽으로 갈라져 있는 것을 하나로 만드시고, 담을 허무시고, 원수 된 것을 없애셨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에베소서 2장에서 혈통의 차이, 문화적 관습의 차이 등이 그리스도의 십자가로 인해 더 이상 의미가 없어졌다고 선언하고 있습니다. 2:18 이방 사람과 유대 사람 양쪽 모두 그리스도를 통하여 한 성령 안에서 하나님께 나아가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본문에서는 교회의 여러 직분자들의 다양한 은사와 봉사를 통해 교회 공동체가 어디를 향해야 하는지 그 방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입니다. 우리 모두는 그리스도의 몸을 세우고, 이 공동체 안에 그리스도의 실재가 가득 차는 충만함의 경지에까지 나아가야 합니다. 그리스도의 실재가 무엇입니까? 317절 이하에 잘 나타납니다. “믿음으로 말미암아 그리스도를 여러분의 마음속에 머물러 계시게 하여 주시기를 빕니다. 여러분이 사랑 속에 뿌리를 박고 터를 잡아서, 모든 성도와 함께 여러분이 그리스도의 사랑의 너비와 길이와 높이와 깊이가 어떠한지를 깨달을 수 있게 되고, 지식을 초월하는 그리스도의 사랑을 알게 되기를 빕니다. 그리하여 하나님의 온갖 충만함으로 여러분이 충만하여 지기를 바랍니다.”

그리스도는 사랑이십니다. 예수님의 사랑으로 끊겼던 하나님과 우리 사이에 교제의 다리가 연결되었고, 예수님의 사랑으로 나와 다른 이들이 아름답고 풍성한 나눔과 연합의 교제가 가능해 졌습니다. 이 그리스도의 사랑 안에서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가 자라납니다. 몸이 건설되고 완성으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교회가 자라나고 그리스도의 머리에까지 다다른다는 말씀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그것은 예수 그리스도가 보여주신 사랑의 진리를 말하고 살면서, 몸이 성숙해 가듯이 우리의 교회가 자라나는 것입니다. 우리 안에 그리스도의 진리와 사랑이 충만해 지도록 애쓰고 노력해야 합니다.

그리스도의 진리는 다른 것이 아닙니다. 예수님이 이 땅위에서 보여주신 생명의 길, 정의의 길, 평화의 길이 진리입니다. 예수님은 이 진리를 몸소 몸으로 살아 내셨고, 마침내 십자가 죽음이 그의 앞길을 막아 섰을 때에 뜨거운 사랑의 마음으로 그 골고다 언덕을 기어코 올라가셨습니다.

우리 고기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을 이루는 신앙공동체입니다. 다양한 삶의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다양한 신앙의 색깔을 가지고 모여든 신앙공동체입니다. 우리의 다양함과 생각의 차이를 극복하게 하시고, 한 하나님을 고백하게 만드시는 성령을 권능을 받아 공동체의 사랑과 교제를 나눌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고기교회 공동체와 50주년 신앙고백문

그리스도가 하나님의 현존을 나타내듯, 고기교회는 그리스도의 현존과 성령의 역사를 드러내어야 합니다.

50주년을 맞아 우리는 한 마음으로 신앙고백문을 만들었습니다.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어린아이로 머물지 않고 하나님의 사랑 안에서 성장하기 위해 우리의 부족한 부분을 돌아보았고,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바라보았습니다. 공동체의 관계를 이 교회 안에만 머물게 하지 않고 하나님의 뜻이 실현되는 이 땅의 역사 속에서 확장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신앙고백문을 만들었습니다.

이 신앙고백에 모든 성도님들이 한 마음으로 뜻과 의지를 모아 동참하고, 우리 고기 교회를 그리스도의 머리에까지 자라도록 함께 애쓰는 우리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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