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 세상을 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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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도로 부름 받은 우리 (성령강림후 넷째주일, 2016.6.12.)

mungge | 2016.06.14 11:56 | 조회 1771



 

제목: 성도로 부름 받은 우리

본문: 고전1:1~3, 26~31

 

우리는 지난 5월 마지막 주에 교회 창립50주년 기념예배를 은혜롭게 잘 마쳤습니다. 사람들의 발길이 뜸했던 이곳 깊은 산골마을에 고기교회를 세우시고, 50년의 역사동안 한결같은 사랑과 돌보심으로 이끌어 주신 하나님의 은혜를 깊이 체험하는 예배였습니다. 과거로부터 이 교회 터전을 지키고, 신앙의 아름다운 전통을 이어준 믿음의 초기교회 성도님들에게 감사했고, 이번 행사를 준비하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애쓰고 수고하신 여러 성도님들에게 고마움이 컸습니다.

우리 교회 50년 역사에도 이렇듯 놀랍고 신비한 주님의 은총을 체험하는데 2000년이 넘는 교회의 역사는 얼마나 대단하고 놀라운 것이겠습니까? 도대체 교회가 무엇이기에 이렇듯 질긴 생명으로 2000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우리에게까지 오게 되었을까요? 도대체 교회가 무엇이기에 우리는 피곤하고 분주한 일상의 삶을 뒤로 하고 매주 일요일마다 이곳에 함께 모이는 걸까요? 우리가 하나님께 예배를 드리러 이곳에 모였다고 하는데, 예배는 꼭 교회에서만 드려야 하는 걸까요? 미디어가 발달한 현대생활에서 집에서 리모컨으로 인기 있는 목사님의 설교를 TV 모니터로 보면서 조금 편하게 예배드릴 수는 없을까요?

저는 모태신앙이라 아주 어려서부터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교회에 나왔습니다. 주일학교를 나가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9시 예배를 드려야 하는데 꼭 그 시간 전후에 재미있는 만화가 이어지는 겁니다. 은하철도 999, 미래소년 코난, 똘이장군, 캔디정말 그걸 보고 싶은데 재미도 없는 교회에 가야 한다니 너무 불만스러웠죠. 그 만화들을 다 보고 교회에 가면 20~30분씩 늦는 것이 반복되었고, 나중에는 예배당 뒤편에서 벌로 두 손을 들고 예배를 볼 때도 있었습니다. 과거에 여러분들에게 그런 유혹이 없었나요? 오늘도 성도님들이 교회로 향하는 발걸음에 유혹과 함정은 없었나요?

오늘부터 몇 회에 걸쳐서 성경이 말하는 교회에 대해서 살펴보려고 합니다. 교회가 기독교 신앙에서 어떤 의미인지, 그 긴 세월동안 역사의 변화 속에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 왔던 교회가 시대에 따라 변해가는 부분과 변하지 않는 본질은 무엇인가 알아보려고 합니다.

교회는 하나님 나라가 아니다.

먼저 우리가 교회에 대해서 가지는 생각들 중 조심하고 경계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교회라는 공간과 이 안에서 행해지는 각종 의례와 성직을 포함한 여러 제도가 변하지 않는 절대적인 것이라고 여겨서는 안 됩니다. 교회는 분명 하나님의 의지에서 나왔지만, 교회를 이루고 있는 사람들이 불완전하기 때문에 완벽할 수 없습니다.

구약에서 교회라는 단어가 등장할까요? ,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럼 신약에서는 어디에서 제일 먼저 등장할까요? 마태복음 1618절입니다. “너는 베드로다. 나는 이 반석 위에다가 내 교회를 세우겠다. 죽음의 문들이 그것을 이기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이어서 1817절에 그러나 그 형제가 그들의 말도 듣지 않거든, 교회에 말하여라. 교회의 말조차 듣지 않거든, 그를 이방 사람이나 세리와 같이 여겨라.” 재미있게도 예수님의 삶을 증언하는 사복음서에서 교회를 언급하는 곳은 이 두 구절이 끝입니다. 대신 예수님은 하나님의 나라라고 번역되는 바실레이아라는 말을 수없이 반복합니다. ‘하나님 나라, 혹은 하늘나라, 천국으로 번역되는 바실레이아는 공관복음서 안에 약 백번정도 나옵니다.

우리는 이것을 통해 예수님은 하나님의 통치가 실현되는 하나님 나라를 선포하고 이것을 복음이라 여겼지, 교회를 선포하고 교회를 복음이라 여긴 것은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자신의 생애동안 교회를 만들지 않으셨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교회는 종말의 때에 최종적으로 완성되는 하나님 나라와는 달리 그때가 되면 자연스레 그 역할을 마치고 사라지게 됩니다. 히브리인들이 40년 광야생활을 통해 하나님 백성으로 훈련을 하며 가나안 땅에 들어갈 준비를 하였던 것처럼, 교회는 마지막 때에 완성될 하나님 나라를 향해 광야길을 순례하는 신앙공동체입니다. 교회는 하나님 나라가 아니므로 스스로 절대화 될 수 없으며 그래서도 안 됩니다. 우리를 창조하시고 구원의 손길을 내미시는 하나님을 믿고 찬양해야지, 예수님의 부활과 재림 사이 그 중간시대에 나타나는 교회를 믿고 의지해서는 안 됩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불완전하고 연속성을 갖지 못하는 교회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요?

교회는 회개한 하나님 나라 백성들의 신앙 공동체

비록 예수님이 살아생전에 교회를 강조하지 않고 하나님의 나라를 선포하셨지만, 부활 이전 예수님의 설교와 활동은 부활 이후의 교회를 만드는 초석과 토대가 되었습니다. 예수님은 막1:15에서 때가 찼다. 하나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여라. 복음을 믿어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예수님은 종말의 때에 이루어지는 하나님 나라를 선포하며 유대인들에게 순종이냐, 불순종이냐 결단을 요구하셨습니다. 하나님의 전적인 자비와 선한 의지로 이루어지는 구원을 이야기 하시며, 우리에게는 철저한 회개만을 요구하십니다. 예수님 말씀에 따라 회개하고 하나님의 복음을 믿는 사람들은 하나님의 통치를 받아들인 하나님 나라의 백성이 되고 마지막 시대에 구원공동체 일원이 되는 것입니다.

예수님을 따르던 제자들과 그 무리들을 생각해 보십시오. 이들은 예수님이 십자가에 죽으시기 전까지는 하나님의 나라를 하나님의 통치 개념으로 보지 않고, 다윗왕조와 같은 왕국의 회복으로 생각했습니다. 예수님이 회복될 다윗왕국의 왕이 되시고, 그들은 그 밑에서 한 자리를 차지할 줄로 기대했습니다. 이 기대가 여지없이 깨지고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자 모두들 두려움에 떨며 예수를 부인하고 숨어버렸습니다. 이랬던 나약하고 겁 많은 예수님의 제자들과 그 추종자들은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난 이후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습니다. 더 이상 두려움에 숨지 않았고, 예루살렘에 모여 예수님이 약속하신 성령을 기다리며 그들을 구원하시는 하나님을 찬양했습니다. 이들은 회개를 통해 마음과 뜻을 바꿀 뿐만 아니라 삶의 태도를 완전히 바꾸었습니다. 그리고 부활하신 예수님을 믿고 따르는 이 제자들과 무리들로부터 교회가 시작되었습니다. 교회는 예수님의 부활체험과 회개를 통해 세워집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지 못하고, 회개하지 못하면 교회는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우리교회도 50주년을 맞이하여 지난 사순절 기간 동안 참회의 기도를 드렸습니다. 하나님의 뜻을 따르기보다 인간의 욕망과 어리석음을 따르려하는 우리의 죄된 본성을 하나님께 고백하며 우리를 새롭게 변화시켜 달라고 기도하였습니다.

교회는 하나님의 거룩한 백성, 성도들의 모임

이렇듯 교회는 예수님의 부활을 믿으며, 하나님의 구원의 은혜를 사모하는 이들의 모임입니다. 교회는 건물이나 제도가 아니라 우리에게 구원을 베푸시는 하나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며 회개하는 이들의 모임입니다. 하나님의 부르심에 응답하고, 하나님의 통치가 우리 삶을 사로잡기를 요청하는 이들이 바로 하나님의 백성이며, 성도가 됩니다.

성도는 문자 그대로 거룩한 자, 거룩한 백성을 말합니다. 성도라는 단어는 구약에서 하나님이 자신을 위해서 따로 떼어내 놓으신 백성, 곧 하나님과 언약을 맺은 이스라엘 백성을 향해 표현한 말입니다. 하나님과 언약을 맺고, 그 언약을 성실히 지키는, 하나님이 거룩하게 구별한 백성이 성도입니다. 이 단어가 신약에도 이어집니다. 신약성경의 시대에 와서 초대교회 크리스챤들은 자신들이야말로 죄인을 부르시는 하나님의 부르심에 응답한 참 하나님의 백성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유대인들은 메시야로 오신 예수님을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그들은 예수님을 주님이라고 고백하였고, 회개를 통해 새 삶을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오늘 읽은 고린도전서 본문에서도 사도바울은 고린도 교회를 향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거룩하여지고 성도로 부르심을 받은 이들이라고 말합니다. 여기에서 눈여겨 볼 표현은 거룩하여지고입니다. 성도는 거룩한이들을 일컫는 말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거룩하게 된 이들을 말합니다. 우리가 거룩한 사람들입니까? 성도라는 말을 들을만한 자격이 있습니까? 고린도 교회 성도들은 거룩한 사람들이었습니까?

바울이 1년반동안 머물며 전도하고 함께 생활했던 고린도 교회에는 바울이 떠난 후에 무척 많은 문제들이 있었습니다. 아마도 교회에 보낸 편지들 중에 바울에게 가장 많은 질책을 받은 교회가 고린도 교회일 것 같습니다. 고린도 교회 안에는 상상 그 이상으로 경쟁적인 파벌이 형성되어 있었습니다. (1:12)그래서 교회 안에서 바울편이다, 아볼로편이다, 베드로편이다, 심지어 그리도편이다 하며 서로 갈라져 있었죠. 고린도 지역이 해상교통이 발달한 번창한 상업도시였기에 성적으로 많이 문란한 곳이었는데 교회안에도 그 영향이 미쳤습니다. 5장에서 바울은 어떤 남자가 자기 아버지의 아내와 동거하는 것에 대해 질책합니다. 6장에서는 교회에서의 갈등을 세상 법정의 소송으로 확대하지 말라고 권면합니다. 이렇게 수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고린도 교회를 향해 사도바울은 성도로 부름 받았다고 말합니다.

그렇습니다. 교회는 하나님의 부르심에 응답하고 그분의 통치를 갈망하는 거룩한 백성들의 모임이지만, 실상 우리는 나약하고 이기적이고 속된 마음으로 가득차 있는 불경건한 이들입니다. 그런데도 하나님은 우리를 성도라고 불러 주십니다. 하나님의 나라가 우리의 선행과 노력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일방적인 권능으로 성취 되듯이, 교회도 우리의 거룩함으로 유지되는 것이 아닙니다. 일방적인 하나님의 이끄심과 전적인 하나님의 역사가 이 교회를 새롭게 하고, 하나님 나라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우리에게 임했다고 선포할 수 있는 용기를 주는 것입니다.

우리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우리 고기교회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우리는 그저 주님의 역사하심을 바라보며, 이 어둠과 불의의 시대를 생명과 정의와 평화의 세상으로 만드시기 원하시는 주님의 부르심에 응답하기만 하면 됩니다. 하지만 부르심에 응답하는 것도 쉽지만은 않습니다. 한번 거룩한 성도로 부름받아 예수 그리스도를 따라 십자가 길로 들어섰다면, 이제 뒤를 돌아보아서는 안 됩니다.

누구든지 손에 쟁기를 잡고 뒤를 돌아보는 사람은 하나님 나라에 합당하지 않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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